최: 뭐 하시는 분입니까?
토니: 코카콜라 중화권 지역(중국, 홍콩, 대만 등)과 한국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코카콜라 산하에 있는 영국계 주스 브랜드인 ‘이노센트’의 아시아 사업고문도 겸임하고 있고요.
최: 고문이라니,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십니까?
토니: 간단하게 얘기해서 ‘창업자 정신’이죠. 디지털 시대를 준비하는 마인드셋 측면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코카콜라 내부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고요. 내부에서는 ‘disruptive project’라고 얘기해요. 코카콜라가 예전에는 안 했던 거,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헤쳐 가는 데 있어 꼭 해야 하는 것들 중에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일도 하고 있죠.
최: 호오… 전에는 뭐 하셨어요?
토니: 주로 중국에서 15년 정도 스타트업만 했어요. 회사만 한 6~7개 정도 했던 것 같아요. 프로젝트까지 합하면 제가 관여하고 만든 회사가 12개는 돼요.
최: 그건 망했거나 엑싯했거나 둘 중 하나라는 뜻인데…
토니: 12개 중에서 6개는 1년 안에 망했고요ㅎㅎ 나머지 6개 중 2개는 3년 안에 망했고요, 나머지 4개가 그럭저럭 되어서 2016년에 은퇴했네요.
최: 소개에는 베이비 업계 마케팅 에이전시, 라는 말도 나오고 크로스컬처 트레이더 같은 얘기도 나왔네요. 굉장히 다양한 일을…
토니: 뭐, 돈 벌려고 별 짓 다 한 거죠. (웃음)
최: 토니님이 생각하시기에 본인이 몸 담았던 회사 중 가장 잘 된 곳은 어디인가요?
토니: 회사 이름보다는 유형별로 이야기할게요. 실패했던 회사들은 지금 보면 한참 붐이 일었던 것들이에요. 예를 들어 2000년대 중반에 “옥외매체가 뜬다!”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뜨는 것에 도박을 한 거죠, 말하자면. 그런 것들은 다 망했어요. 그럭저럭 잘 된 회사들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지금까지 제가 해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 이건 진짜 해 보고 싶은 것이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시도했던 일, 하나는 “얘네들이랑 같이 하면 재밌겠다”라고 해서 시작한 일.
최: 그럭저럭 되어서 은퇴했다는 말은 M&A를 하셨다는 이야기인가요?
토니: 네, 운이 좋았죠. 2016년도에 갖고 있던 주식을 전부 정리했어요. 제 기억으로는 당시 4개 회사를 도합해서 Market cap이라고 부르는 회사 가치가 약 1억 정도였어요. 지금은 거의 2억 되고 있는 것 같은데… 하여튼 그때 은퇴하고 미국으로 돌아왔어요. 돌아가서 작은 애도 낳았죠. 지금은 2살이에요. 그동안 미국에서 애 기저귀 갈고 밥도 하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 책도 썼어요. 이번에 한국에서 출판한 그 책이요.
최: 책 쓰신 건 제가 금시초문인데요?
토니: 그래요? 그럼 잠깐 홍보를…
최: ……
토니: <토니, 중국을 생각하다>라는 책이에요. 중국에서 겪었던 경험을 정리한 책이죠. 앞으로 일해도 10년 정도일 텐데, 책을 쓰며 지난 날을 정리하니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더라고요. 중국에서의 창업 과정에서 제가 쌓아온 경험이나 노하우가 있을 것 아니에요? 그걸 공유하고 싶더라고요.
공유의 대상은 대기업이 될 수도 있고, 개인 사업자가 될 수도 있고, 가정주부가 될 수도 있어요. 가정주부에게도 세미나 하고 그랬거든요(웃음) 그러던 와중에 코카콜라 쪽과 연이 닿아서 코카콜라의 변화를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된 거죠. 제 미션은 딱 하나예요. 코카콜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원한다. 그걸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제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죠.
코카콜라가 그를 알아본 이유: 트렌드를 만들지 마라, 먼저 ’파악’하라
최: 지금 코카콜라가 왜 토니님을 영입했다고 보시나요?
토니: 제가 파리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코카콜라 대중화지역 사장 분께서 오신 거예요. 그때 좋은 인상을 받으셨나봐요. 나중에 다시 보자고 하셔서, 뭐 그렇게 했죠. 나중에 상해에서 만나서 저녁을 먹으면서 얘기했어요. 그런데 일 얘기는 일절 안 하고 처음에는 가족 얘기 하다가, 트럼프 뒷담화 좀 까다가 갑자기 저한테 자기 회사 오지 않겠냐는 거예요.
최: 엥?
토니: 그래서 저도 그랬어요. 아니, 광고 회사 쭉 해왔지만 난 음료 업계 경험도 없고 코카콜라도 안 마신다(웃음), 그런데 왜 그러냐. 황당하잖아요. 30분 정도 얘기했는데 갑자기 그러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이거예요. 자기는 코카콜라 본사에서 35년을 일했다고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초반에는 인사 책임자를 담당했대요. 1년에 면접을 2~3천 명을 보고, 평균 4~500명의 사원을 채용했대요. 그래서 당신과 같이 일하고 싶다고. 대답이 그게… 다였어요.
최: -_-그게 다라고요??
토니: 그랬어요. 내 이력서도 본 적 없는데 말이죠.
최: 대체 무슨 강의를 했길래 순식간에…
토니: ‘ChinaConnect’라는 이름의 세미나였어요. 매년 상해하고 파리를 번갈아가며 열리죠. 중국의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를 관련 인사 모아서 하는 세미나죠. 제가 했던 건 ‘중국에서의 한류’라는 주제의 강의였어요. 올해 3월에 열렸고요.
최: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한 방에 코카콜라에 붙나요…
토니: 그게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책임자들이 많이 오는 세미나예요. 루이비통, 샤넬 같은 데요. 한번은 루이비통에 있는 친구가 저에게 얘기하더라고요. 프랑스도 마치 ‘한류’처럼 ‘불류’ 같은 열풍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 선두에 루이비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제가 대답한 게, ‘류’라는 것은 곧 트렌드다. 트렌드는 개인이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엮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트렌드를 만들기보다는 빨리 파악하고 거기에 올라타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어요. 마치 서핑하듯이. 지금 중국은 한류 얘기도 많이 하지만 동시에 와인도 많이 마시고 프랑스 요리도 좋아하고 불란서 문화도 좋아해요. 영화 컨텐츠에서는 헐리우드 영화가 대세고, 애니메이션은 일본이 대세예요. 이렇게 여러 가지 류가 공존하는 곳이죠.
또, 중국도 스스로 만든 콘텐츠가 힘을 얻고 있어요. 옛날에는 후졌을지 몰라도 요새는 많이 세련되어졌죠. 재미도 갖췄고. 그래서 본토 콘텐츠를 선호하는 문화 트렌드도 강하게 형성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무슨무슨 류’ 이런 것만 보지 말아라, 문화라는 것은 쌍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 중국에 들어가는 외부 문화 뿐 아니라 중국에서 형성되는 문화가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트렌드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중국에서 태어날 ‘중화류’가 유럽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그러니 중국을 외래 문화에 영향을 받는 곳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외국에 문화적 영향을 미치는 곳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봐야 한다는 얘기를 했죠.
최: 사실 지금도 조금씩 징조가 보이죠.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히트를 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드라마도 한국에 알려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토니: 그쵸.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거에요.
최: 아직까지 세련된 맛은 떨어지지만 워낙 양적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대박 치는 게 분명 나올 것 같고요.
토니: 지금 거기서 문화적인 영향력으로 선두에 서 있는 건 게임 콘텐츠인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영화 같은 컨텐츠가 미국에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죠. 그런 식으로 조금씩 영역과 깊이가 심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 미국이 지구를 구하는 미국 영화인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중국이 세계를 위협에서 구하는 영화도 나왔던 걸로 기억하네요.
갑자기 커진 중국에게 해외 브랜드가 적응하는 방법
최: 그러면 토니님은 미국계 한국인이신 건가요?
토니: 네, 국적은 미국이고 한국에서는 중학교까지 다녔어요. 그러다 미국으로 옮겨 가서 대학교까지 나오고 일 좀 하다가 중국으로 갔죠. 그냥 여행하듯이 배낭 둘러메고 갔다가 그대로 중국에 살게 된 거예요. 들락날락 좀 했어도 도합해 보면 20년 넘게 살았어요. 20년 넘으니 그 다음으로는 잘 모르겠네요 (웃음)
최: 사실 중국은 전 분야에서 한국을 앞섰죠.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이 강대국은 될지언정 선진국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력은 강할지언정 생활 속의 의식은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죠. 특히 버스, 신호등, 화장실…
토니: 음음, 장난 아니죠(웃음)
최: 왜 그럴까요?
토니: 지금의 중국은 쉽게 얘기해서 졸부예요, 졸부(웃음). 갑자기 돈이 많아진 거잖아요? 돈은 언제든지 많아질 수 있어요. 대박 터지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돈이 많아지면 어떻게 되냐면요, 영향력이 생겨요. 주위 인맥도 넓어지고 대접도 잘 받고, 말에도 힘이 실려요. 그게 곧 강대국이죠.
하지만 문제는 그 사람의 소양, 교양, 문화적 역량은 돈처럼 하루 아침에 쌓을 수가 없어요. 이건 어쩔 수 없이 시간이 들여 쌓아가야 하죠. 중국은 지금 그 단계예요. 졸부가 됐는데 자기 소양이 돈이 갖고 있는 힘에 못 미치는 거죠.
자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될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죠. 왜냐면 그 일본이나 한국도 얘기를 들어보면 옛날엔 다 비슷했어요 사실. 잘 못 먹고 살고 그럴 때는 줄 서고 그런 거 없었어요. 매너도 그렇고. 좀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면서 그런 질서적인 개념이나 그런 것들이 생기는 거거든요 사실.
그래서 남을 생각하는 공중도덕이라던가, 왜냐면 내가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여유가 생겼으니까 다른 생각도 하고 배려를 하게 되는 여유가 생기잖아요. 그러면서 되는 거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저는 중국도 문화적으로 발전해 나갈 거라 생각해요.
최: 대부분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꽤 고전한 것으로 기억해요. 현대차도 중국에 들어갈 때 고전했고, 일본의 도요타, 화장품 브랜드 P&G도 마찬가지였죠. 코카콜라는 어떻게 정착한 건지 궁금합니다.
토니: 초반에 고전하는 건 그럴 수밖에 없어요. 워낙 다른 시장이고, 다른 사회 구조예요. 정부의 입김도 세고, 소비자 성향도 다르고요. 그러니 감안하고 들어가야 해요. 코카콜라가 처음 들어간 건 1924년이에요. 엄청 일찍 들어간 편이죠. 그런데 1949년에 모택동이 중화인민공화국 선포하면서 빠져나왔다가, 1979년 중미수교가 시작되면서 다시 들어갔죠. 그 이후로 순탄하게 잘 팔아 왔어요.
그런데 코카콜라는 사실 굉장히 특수한 경우에요. 전세계 어딜 가도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그냥 마셔 준 거거든요. 쿠바하고 북한 빼고는 다 들어가 있어요. 쿠바도 사실상 들어갔다 나왔고요. 그래서 코카콜라의 마케팅 전략이 뭐였냐면, 그냥 사람들에게 코카콜라라는 존재를 상기시켜 주는 것이었어요. 광고만 생각해 봐도 그렇잖아요. 제품 판매 전략도 항상 쉽게 손이 닿는 곳에 높는다, 그것 뿐이에요. 그걸로 100년 넘게 승승장구 해 온 거죠.
최: 호오…
토니: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는 그렇게 안 된다는 거예요. 회사도 감지했어요. 그래서 위기감을 느끼고, 대처 방법을 찾고 있다는 거죠.
최: 어떤 부분에서 이런 징조를 느끼신 걸까요?
사람들이 점점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코카콜라도 다이어트 콜라, 코카콜라 제로 같은 제품을 출시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콜라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어쩔 수 없이 강해지고 있어요. 그래서 코카콜라가 전략을 바꿨어요. 토탈 베버리지 회사로 가기로 한 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100개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회사가 된 거예요. 대부분이 인수한 거죠. 영국 청년 3명이 맨손으로 시작해서 10년 만에 유럽 주스 시장을 평정한 ‘이노센트’도 그중 하나고요. 그런데 사실 인수는 상대적으로 쉬운 편입니다. 문제는 이런 것들 내부에서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생겨야 하거든요. 그게 힘든 거죠.
최: 흐음…
토니: 스타트업은 과감한 시도를 통해서 성공을 도출해요. 지금까지 일반 대중이 갖고 있던, 혹은 코카콜라가 갖고 있던 음료에 대한 상식을 깨고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맞추는 데 성공하죠. 이걸 M&A로 사는 건 쉬운 일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해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런 노하우나 마인드셋, 일하는 스타일을 코카콜라 내부적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게 큰 과제인 거죠.
최: 강연에서는 어떤 말씀을 해주실 건가요?
토니: 코카콜라 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가 중국에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공유하려 해요. 어떤 문제점이 있었고, 어떤 위기의식을 겪었고, 어떤 대응책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래서 잘 된 건 뭐고 잘 안 된 건 뭔지 공유하려고 합니다. 딱 이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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