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이 크고 아름다워
“마님은 돌쇠에게만 쌀밥에 고깃국을 주셨어요”라는 격언에서 알 수 있듯이, 쌀밥은 고래로부터 음식 중에서도 가장 좋은 음식으로 일컬어졌다. 또 다른 말로,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얘기도 있지 않던가.
인터넷에서 이번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뜻을 밝힌 정몽준 의원의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되고 있다. 노숙인 시설에서 정몽준 의원이 배식을 하며 돌쇠에게 쌀밥을 챙겨주는 마님의 마음으로 고봉밥을 퍼준 것이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끌었던 것.
그러나 정몽준 의원의 이러한 크나큰 사랑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쌀밥 위주의 식생활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바로 탄수화물 과잉 문제다.
아아, 쌀밥의 세계에 탄수화물이 가득해
쌀밥 1인분의 칼로리는 439.5kcal. 성인 여성의 1일 칼로리 섭취량이 대략 2000kcal 수준임을 감안하면, 여기에 간단한 찬을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하루에 필요한 열량이 공급되는 셈이다. 과연 마님이 돌쇠에게 챙겨주셨을 만 하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성인 여성의 1일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70g, 탄수화물 권장 섭취량은 300g 수준인데, 쌀밥에는 단백질은 8.3g이, 탄수화물은 97g이 포함되어 있다. 쌀밥만 세 그릇을 먹을 경우, 단백질은 1일 권장 섭취량의 1/3 수준밖에 섭취하지 못하는데, 이미 탄수화물은 1일 권장 섭취량을 꽉 채워 먹게 되는 셈이다.
탄수화물은 3대 영양소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영양소이다. 특히 뇌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탄수화물로부터 공급받는다. 이는 뇌에 유해한 물질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혈액뇌관문(Blood-Brain Barrier)이 탄수화물의 일종이자 가장 단순한 탄수화물인 포도당만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좋아…, 다음은 지방이다
이처럼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영양소이지만, 사실 오늘날에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감이 없지 않다. 이는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의 식습관상, 탄수화물이 필연적으로 과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보았듯, 쌀밥 세 그릇을 먹는 것만으로도 하루 탄수화물 권장량을 100% 가깝게 만족시킨다.
탄수화물은 쌀밥에만 많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빵, 과자, 감자, 파스타, 떡볶이에 순대에 튀김에 오뎅에, 우리가 좋아하는 온갖 음식들에 탄수화물이 가득하다. 결국 쌀밥 세 끼에 찬만 곁들여도 금세 탄수화물은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어 과잉 상태에 빠진다. 일반적으로 하루 열량 중 약 5-60% 정도를 탄수화물로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는데, 한국의 경우 70% 이상을 탄수화물로 섭취한다고 한다.
과잉 섭취된 탄수화물은 일부는 간과 근육 등에 클리코겐이라는 형태로 저장되어 나중에 사용될 수 있지만, 이 양은 한정적이며 열 시간 정도면 고갈된다. 따라서 한정된 양 이상의 에너지는 뭔가 글리코겐보다 좀 더 보관해두기 좋은 형태로 우리 몸에 저장되는데, 그게 뭔가 하면, 자, 한 번 눈 아래를 내려다보시라.
지방이다!
고기 먹게 해주세요!
탄수화물은 매우 유용한 에너지원이며, 결코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실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양에 비해 너무 많은 탄수화물을 먹고 있다는 것. 과거에 비해 신체 활동이 적고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생활하는 사무직 노동자들이나 학생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육체노동으로 하루를 꽉 채워 보내던 마님네 돌쇠와 달리, 21세기의 천송이 도민준들은 쌀밥에 고깃국이 결코 좋은 식단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특히 국에 포함된 대량의 나트륨은 건강을 해치는 또 하나의 주요 요인이지만, 여기에서는 일단 생략.
원푸드 다이어트로 황제 다이어트 같은 게 괜히 나온 게 아닌 셈이다. 특히 한국인의 식습관은 과잉 섭취하는 탄수화물만큼 단백질 섭취량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쌀밥보다도 고기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필요 이상의 고단백 식사만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다. 단백질이 먹는 족족 근육이 되어 당신을 비나 이효리 같은 몸짱으로 만들어준다면야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다. 특히나 지나칠 정도로 많은 단백질을 섭취한다면 이는 더 복잡하고 더 해로운 과정을 거쳐…
지방이 된다.
이제 끝!
따라서 설령 그 안에 마님의 사랑이 가득 담겼더라도, 저렇게 엄청난 양의 쌀밥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육체노동이나 운동을 해야 할 경우에는 적절한 탄수화물 섭취가 필수적이며, 뇌와 적혈구 등의 활동에 필수적인 영양소인 만큼 부족해질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정몽준 의원의 문제의 짤방은 그의 귀족 이미지가 덧씌워져 이래저래 놀림감이 되었는데(…) 현장에 있던 기자의 증언에 따르면 원래 적당량을 급식했다가 더 달라는 요구에 밥을 더 준 것이라고 한다. 사진 한 장만으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을 삼가고, 대신 그가 생각하는 대로 버스비가 70원인 세상으로 서울시민을 인도해주시기만을 기원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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