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designers planet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 디자이너 친구들과 그만 만나라. 경쟁자일 뿐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엔지니어, 마케터, 장사하는 친구를 만나라. 그들이 미래의 클라이언트가 될 것이다.
- 제발 미술학원 나가서 아르바이트 좀 하지 마라. 그 시간에 마케팅 원론, 경제학 원론 수업을 들어라.
- 여행을 많이 다녀라. 거지 여행이든, 귀족 여행이든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디자인 전시회를 찾아가라.
- 다른 사람이 디자인한 것을 칭찬하고 격려해줘라. 항상 긍정적인 면을 보고, 보기에 쓰레기 같은 디자인이라도 어떻게든 배울 점을 최소 한 가지 이상 찾아내라.
- 본인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해라. 괜히 다 아는 척 거짓말하지 마라.
- 본인의 작업을 당당히 설명하라. 다른 사람의 쏟아지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는 그대로 용기 있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자.
- 디자인만 하려고 하지 말아라. 상품기획, 마케팅, 엔지니어링도 할 수 있다. 별것 아니다. 상품기획이나 마케팅, 엔지니어링을 할 때 그 디자이너의 가치는 더 올라간다.
- 새로 나온 S/W 툴에 너무 매달리지 마라. 백날 앉아서 3D 캐드 돌리고 공부해도 쓸데없다. 가장 잘 하는 것 하나만 있으면 된다.
- 팀 플레이어가 되자. 혼자 아무리 날고 기어도 머리 두셋 합친 것보다 뛰어 날수 없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본인의 의견을 설파하라.
- 모든 일에 앞서 철저한 계획을 세우자. 절대 종이 깔고 스케치부터 하지 말자.
- 물건 자체가 아닌 물건을 사고, 쓰고, 버리고, 부수는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연구하자. 쏟아지는 아이디어를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
- 주변 사람들을 기쁘고 즐겁게 해주자. 그리고 항상 겸손하자.
– 2004년 designers planet
글쎄, 과연 그럴까요?
철학 없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철학 없이 디자이너를 계속할 수는 없다.
여기서 철학이란 philosophy가 아닌 디자인에 관한 자신만의 마인드, 바뀌지 않는 확고한 신념 등이다.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학원 또는 학교를 다닌다거나 운이 좋아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를 계속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디자이너는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디자이너로 돈 도 못 버는데 내가 왜 하지?”
“이 세상에 널린 게 디자이너인걸.”
“이 세상은 나의 디자인을 소화하기엔 50년은 뒤처져 있어.”
디자이너를 선택한 자신에게 되묻곤 한다. 계속할 것인가 다른 일을 할 것인가… 각자의 기준에 따라 고민을 한다. 만족감, 금전, 혹은 다른 일에서 얻는 기회비용 계산 등. 이러한 고민의 이유는 디자인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신념이 없기 때문이다.
- 스스로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작게는 현 시장·국내, 크게는 해외에 이르러 자신의 분야가 어떻게 형성되어 발전되어가고 자신은 어떠한 포지셔닝으로 변화할 것인가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
- 책이나 교과서가 아닌 자신 스스로 정의 내린 개념.
그것은 자신을 한 길로 가게 만든다. 그리고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밑거름이 되어준다. 이러한 디자인 마인드는 한 번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직·간접적인 경험과 지식, 그리고 문화 등에 영향을 받으며 노력 여하에 따라 그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 여기서 중요 포인트가 바로 크리에이티브이다. 이는 최상위 개념으로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중요시되는 포인트다.
피카소, 프로이트, 니콜라스 등을 통해 우리는 크리에이티브가 특정 신체 영역 혹은 생각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 문화: 살아온 환경
- 직·간접 경험: 보고 듣고 느낀 것
- 지식: 아는 것의 정도
- 더하여: 인맥 및 시대적인 환경
과 같은 조건이 적용됨을 알 수 있다. 즉, 한 인간이 살아온 모든 것이 연관되어 순간적인 센스를 발휘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의 한 부분이다. 이러한 크리에이티브가 자신만의 마인드를 만들고 확고한 신념을 만들어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급하였다시피 많은 직·간접 경험과 지식, 다양한 문화의 이해가 필요하다. 전 세계에 걸친 인문사회적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위의 글은 한국 디자이너를 그림만 그리는 그림쟁이라고 두고, 좌뇌적인 능력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물론 우뇌의 크리에이티브에 집중한 디자이너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앞선 글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접근해보기로 한다.
맨 위의 글을 다시 읽어 보겠습니다
0. 위대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이다
: ‘위대한 디자이너’는 이룰 수 없는 목표이다. 위대한 디자이너 기준이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도 스스로를 절대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디자이너’ 일수록 겸손함을 가지고 그 끝을 규정짓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유명 디자이너들은 위대해지기 위해서 일하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묵묵히 해오면서 새로운 방법론으로 세상을 재조명했기에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1. 디자이너 친구들과 그만 만나라. 경쟁자일 뿐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엔지니어, 마케터, 장사하는 친구를 만나라. 그들이 미래의 클라이언트가 될 것이다.
: 전략적인 사고를 위해 좌뇌와 우뇌 능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다시 말해 창의적인 사고와 논리적인 사고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설득 가능한 논리가 나온다. 디자이너 친구는 풍부한 상상력과 새로운 시각으로 우뇌를 자극한다. 더해서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친구를 만나면 좌뇌의 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 치우지지 않은 인맥과 자기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선두에 선 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다.
2. 제발 미술학원 나가서 아르바이트 좀 하지 마라. 그 시간에 마케팅 원론, 경제학 원론 수업을 들어라.
: 아르바이트는 두 가지 지점이 있다.
-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한 지점
-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지점
미술학원을 설립하는 꿈을 위한 경우 아르바이트 경험부터 시장 경제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학원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이다. 미술에 꿈은 없지만 다른 무언가를 위해 돈이 필요한 경우에도 의미가 있다. 무의미하게 일을 하지 않는 이상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3. 여행을 많이 다녀라. 거지 여행이든, 귀족 여행이든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디자인 전시회를 찾아가라.
: 여행을 다니는 것, 전시회를 찾아다니는 것은 앞으로 경험해야 하는 것의 일부분일 뿐이다.
4. 다른 사람이 디자인한 것을 칭찬하고 격려해줘라. 항상 긍정적인 면만 보고, 쓰레기 같은 디자인이라도 어떻게든 배울 점을 최소 한 가지 이상 찾아내라.
: 경제학자 스튜어트 밀은 이를 ‘기본 추정’이라 하였다. 사실이 명확지 않으면 일단 긍정해주는 판단을 말한다. 그러나 칭찬이나 격려는 표면적인 것이다. 스스로 깨닫고 느끼는데 진짜 의미가 있다. 배울 점을 어떻게든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느껴야 한다. 일방적인 의미 부여는 스스로의 기준을 흔들 수 있다.
5. 본인이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해라. 괜히 다 아는 척 거짓말하지 마라.
: 맞다.
6. 본인의 작업을 당당히 설명하라. 다른 사람의 쏟아지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는 그대로 용기 있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자.
: 칭찬만 하는 친구와 비평할 줄 아는 친구 중 후자가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두 단계 올라갈수록 한 단계 밑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7. 디자인만 하려고 하지 말아라. 상품기획, 마케팅, 엔지니어링도 할 수 있다. 별것 아니다. 상품기획이나 마케팅, 엔지니어링을 할 때 그 디자이너의 가치는 더 올라간다.
: 가치는 개인적인 것이다. 규정해서는 안 된다. 순수 아트에 비전을 둔 사람에게 기획, 마케팅은 무의미할 수 있다.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인정해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8. 새로 나온 S/W 툴에 너무 매달리지 마라. 백날 앉아서 3D 캐드 돌리고 공부해도 쓸데없다. 가장 잘 하는 것 하나만 있으면 된다.
: 디자인 사고의 마지막 단계는 표현이다. 하나의 내용을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대단한 일이다. 단, 표현이 타의적이거나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9. 팀 플레이어가 되자. 혼자 아무리 날고 기어도 머리 두셋 합친 것보다 뛰어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본인의 의견을 설파하라.
: 이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이 약한 디자이너는 혼자 작업하는 것이 이로울 수 있다.
10. 모든 일에 앞서 철저한 계획을 세우자. 절대 종이 깔고 스케치부터 하지 말자.
: 철저한 계획은 때로 실패한다. 철저함이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계획이 나오면 행동으로 옮겨라(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 허나 그 실패는 기획에서 얻을 수 없던 포인트를 제공할 것이다)
11. 물건 자체가 아닌 물건을 사고, 쓰고, 버리고, 부수는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연구하자. 쏟아지는 아이디어를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
: 그렇다고 해서 아이디어가 쏟아지지는 않는다. 다만 시점 변화가 생길 뿐이다.
12. 주변 사람들을 기쁘고 즐겁게 해주자. 그리고 항상 겸손하자.
: 예를 들어 보자. 파블로 피카소이다. 그는 긍정적이지도 않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을 제공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좌절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피카소는 그 안에서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찾아냈다. 반 고흐 또한 마찬가지이다.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고갱에게 취한 위협적인 행동, 우울증적인 증상 등을 통해 그의 크리에이티브가 발현됐다. 물론 긍정의 힘은 크다. 다만 부정의 힘을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원문: Sakiroo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