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제 3조 1항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잊어버릴 때 쯤 되면 다시 튀어나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는 군대 떡밥. 그중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헬게이트를 여는 “왜 남자만 군대 가냐” 떡밥이 또 나왔다. 바로 그 떡밥의 근원인, 병역의무의 대상이 오직 남성만임을 못박은 병역법 제 3조 1항 합헌 결정이 ‘또’ 나온 덕이다. 근 사년 새 벌써 세 번째 나온 똑같은 결정이다.
사실 세계적으로도 병역의무를 지는 건 남성으로 정해진 경우가 많고, 환단고기가 증거하는 위대한 한민족의 역사 속에서도 군역은 늘 남성의 몫이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엄존한다는 점까지 작용하여, 남성만이 병역의무를 진다는 이 조항은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되지 못했다.
물론 최근 들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열찬 키워질을 부르는 떡밥으로 급격히 부상하긴 했지만, 결국 진짜 사회적으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진 못했다. 이번 합헌 결정이 무려 만장일치로 내려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헌재의 합헌 결정, 정당한 근거가 있을까?
이 조항이 합헌인 까닭으로 헌법재판소는 ‘남성은 여성보다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여성은 월경이나 임신 등의 문제가 있고’ 등등의 이유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건 핑계, 그것도 대단히 차별적인 논리를 내재하고 있는 핑계라고 생각한다.
‘남성은 여성보다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일견 그럴듯해보이지만 이는 신체적 역량이 필요한 일에서 여성을 얼마든지 차별할 수 있다는 근거도 될 수 있다. ‘전투’란 단어 대신 ‘노동’이란 단어를 넣어도 저 말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까?
또 임신과 출산 등이 훈련이나 임무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논리는 어떠한가? 이건 거의 모든 사회 분야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논리로 써먹을 수 있다. ‘훈련’ ‘임무’ 대신 ‘업무’로 단어 하나만 바꾸면 충분하다. 지금 당장도 수많은 여성들이 바로 저것과 똑같은 논리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차라리 이런 소리는 안 했으면 좋겠다. 여자를 병역에서 배제해야 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왜 병역자원으로는 남자만이 적합한가’ 같은 논의가 진지하게 시작되면 꼴이 우스워진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특정 성별만이 업무에 적합한 이유’ 같은 게 없듯이, 군에서의 업무에 있어서도 그런 건 없다.
핑계 대신, 진짜 이유
사실 저 엉터리 핑계는 걷어치우고, 진짜 그럴듯한 얘기는 따로 있다. 그동안 헌재는 병역법 3조 1항을 합헌으로 결정하며, ‘징집 대상자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그 목적과 성질상 입법자 등의 입법형성권이 매우 광범위하게 인정되어야 하는 영역’이라는 논리를 펴 왔다.
사실 병역의 의무가 남자에게만 부여되는 진짜 이유는 이런 것들일 것이다. ‘계속 남자만 뽑았으니까’, ‘이제 와서 여성까지 징병하기에는 너무 귀찮은 일이 많아지니까’ 같은 것들. 좀 더 꼰대스럽게는, ‘국가를 지키는 일은 싸나이의 몫이니까’ 같은 논리가 기반에 깔려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얘기를 조금 그럴듯하게 꾸미면 바로 위의 그 문장이 되는 것이다.
“징집 대상자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그 목적과 성질상 입법자 등의 입법형성권이 매우 광범위하게 인정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엣헴”.
당장 생활관 시설을 대규모로 증축해야 한다는 것부터 문제다. 하지만 사실 이건 그 이후에 터져나올 문화 충격에 비하면 일도 아닐 것이다. 온갖 부조리가 그득 들어찬 병영에, 그 문화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제 2의 성이 등장했을 때 발생할 혼란은 – 그 혼란의 옳고 그름은 일단 차치물론하고, 굉장히 거대한 파도가 될 것이다. 그래서 ‘입법자의 광범위한 권한에 따라’ 징집 대상자의 범위를 남자로 한정지어버리자는 것이다.
현실은 이해하니, 핑계는 그만 두시라
이 상황을, 그리고 이 제도를 바꾸라고 목놓아 부르짖을 생각은 없다. 그래도 무려 대한민국의 헌법을 다루는 분들이라면, 적어도 이상한 핑계는 대지 마셨으면 좋겠다.
국방의 의무에는 병역의 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니만큼, 그렇게 한다고 해서 여성이 국방의 의무에서 배제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병역의 의무 외에 국방의 의무가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체감하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지만, 일단 논리상으로는 아귀가 맞는다. ‘국방의 의무에는 병역의 의무만 있는 게 아니며, 국방의 의무의 일부로서 병역의 의무를 누구에게 지울 것인가는 입법자 맴이다.’
… 구차해보이긴 한다. 그렇지만 딴지 걸 데는 없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여성을 징병하지 못하는 저 현실적인 한계를 사람들이 인정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헌재의 결정문에 들어찬 수긍할 수 없는 엉터리 근거들은 오히려 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국민개병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과 의구심만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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