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보니 어느덧 조직의 회의를 ‘참여’하는 사람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으로 점차 변화해간다. 10년 정도 일을 하며 무수한 회의에 참여했고, 때로는 회의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며 ‘내가 나중에 회의를 주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한 것을 실제로 내가 주재하는 회의에 적용하고 있다.
워런 버핏은 ‘회의는 확신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회의는 방향성을 어느 정도 정한 상태에서 그 방향성을 구성원들에게 완전히 동의를 얻고 일의 당위성을 부여하여 팀워크를 극대화하는 행동이기에 ‘슬기롭게만 운영한다면’ 매우 좋은 활동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실제로 적용하거나, 적용하도록 노력하는 회의의 5원칙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미리 공유한 자료를 읽어보고 와라
읽어보고 오지 않을 자는 참여 자격이 없다. 나는 회의를 하자는 것이지 과외를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회의를 시작할 때 그제야 자료를 출력해서 지참하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무슨 내용을 회의할 것인지 자료를 읽지 않고 회의를 들어오면, 그 사람을 교육해야 하는 시간이 추가된다. 이미 비효율적으로 시작하는 회의인 것이다.
심지어 나는 직장 상사에게도 자료는 최소 회의 시작 1시간 전에는 자료를 공유한다. 그리고 ‘읽어보시고 1시간 뒤에 뵙겠습니다.’라고 한다. 직장 상사의 경우 처음에는 관성대로 안 읽고 들어오는 경향이 컸지만 나와 회의할 때마다 내가 그렇게 구니 본인도 필요성을 자각하고 회의 전에 문서를 읽고 들어오신다. 그전에는 개념부터 일일이 설명해야 했지만, 이런 식으로 문화가 바뀌고 나서는 ‘현재의 방향성’ ‘잘된 점’ ‘개선할 점’을 우선적으로 질문해 오시기 시작했다.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회의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2. 한마디라도 하라
이는 보통 주니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가 말했다가 틀리면 어떡하나 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회의가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회의장을 나온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그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회의는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당위성을 부여받는’ 자리다. 회의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려면 들어오지 마라. 회의는 목석되라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의견을 말하려고 들어오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이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면 당신은 회의에 들어와 있을 필요가 없다.
아울러 가끔 시니어도 주니어가 이야기할 때 ‘니가 뭘 알아’라는 태도를 보이는데 그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 한다. 오래 일했다는 것은 산업적인 경험이 많다는 것이지 더 똑똑하거나 반드시 더 논리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산업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더 멋진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3. 회의는 다수결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회의는 모두의 의견을 청취해서 의견을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회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회의는 명확하게 방향성을 가진 어떤 사람(대부분 리더 포지션)이 방향성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이 그 방향성을 유지하며 디테일을 완성하기 위한 업무를 나누는 시간이다.
큰 방향은 리더가 정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방향에서 디테일을 완성하는 것이다. 물론 방향이 완전 잘못되었다 느끼면 얼마든지 챌린지해도 좋다. 리더의 방향성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면 구성원 중 누구라도 거침없이 챌린지 할 수 있어야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방향성에 대해 동의를 구하고 디테일을 완성해나가는 것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회의는 어떤가? 누구도 제대로 된 방향성이 없는 채 그냥 들어온 다음 그제서야 ‘우리 어떻게 할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건 정말 안되는 회의다. 모여서 다들 두리번댄다고 해서 방향성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단 한 명은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그 방향성이 없다면 회의를 미루는 것이 맞다.
4. 30분 만에 끝마친다
3번의 연장 선상에 있다. 회의는 길어져도 좋은 회의가 있고 그렇지 않은 회의가 있다. 길어져도 좋은 회의는 리더와 구성원 간의 방향성 관련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회의다. 리더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으나, 그에 대한 챌린지를 하는 논의 과정은 구성원 전체가 방향성에 동의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방향성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방향성을 만들고자 하는 회의는 길어질수록 최악의 회의가 된다. 회의가 길어진다는 것은 대다수 이런 경우에 발생한다. 따라서 회의가 예정보다 길어진다면 그냥 나쁜 회의라고 생각하면 된다.
회의를 길게 한다는 것은 누구도 방향성이 없다는 것이다. 길 잃은 레밍인 양 ‘뭐하지’만 남발하다 시간이 다 간다. 나는 대다수의 회의를 30분 만에 끝마친다. 명확한 방향성을 고민하고 들어오는 리더가 있다면 회의는 결코 길 이유가 없다.
5. 회의 후 명확한 액션 플랜이 있어야 한다
회의만 주구장창 하다 흐지부지하는 회의가 너무 많다. 이런 회의는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각 구성원이
- 어떤 일을
- 언제까지 해서
- 무슨 아웃풋을 내야 하는지
정하고 회의를 마쳐야 한다. 회의 이후 명확한 액션 플랜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다면 시간을 헛쓴 것이다. 모든 회의에서 회의록을 쓸 필요는 없지만 이 부분은 반드시 명문화해 모두에게 공유하도록 한다. 이 일을 보통 가장 주니어가 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 일은 리더의 일이다. 모든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일을 배분할 수 있는 것은 리더지 신입 사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의 상에서 구두로 지시를 했다 하더라도 메일이나 문서로 다시 정리하여 팀원들에게 공유하도록 하자. 명확한 업무 분장이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시간 낭비와 비효율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마치며
어떤가? 여러분의 회의와 비교했을 때 이 모습은 이상적인가?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즉시 실천해야 할 항목이고, 회의에 참여하는 입장이더라도 실천하거나 건의할 수 있는 항목들이 존재할 것이다. 더 효과적·효율적으로 회의하고 업무 외 남는 시간을 본인이 원하는 일에 투자하길 바란다. 그러는 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