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뭐 하시는 분이죠?
문: 배달의 민족을 흉내 내서 대박 난 부산의 작은 영어학원의 마케터 문영호라고 합니다.
최: (…) 콘텐츠만으로 매출 8배가 뛰었다, 이런 얘기가 있었어요.
문: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처음에 원체 매출이 안 좋아서 금방 성장한 것도 있어요. ㅎㅎ 하지만 기준 잡기에 따라서는 10배 넘게 매출이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어요. 나름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은 우리 동네(부산)의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들 틈바구니에서 이만큼 성장했다는 거예요. 영어 회화 분야에서는 나름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까지 올라와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거든요.
최: YC칼리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마케팅을 해서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나요?
문: 마케터의 일이 뭘까요? 저는 사람들의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하는 이 업은 말하자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 그걸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엄청 중요한 일을 하는 거죠.
최: 그렇다면 여타 학원과 YC칼리지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문: 사람들은 저에게 “너 홍보 잘했잖아.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잘 활용하잖아”라고 말하는데, 사실 저는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에 잘됐다고 생각해요. 서울까지 포함해서 강사진들이 논문 쓰는 학원은 제가 알기로는 저희밖에 없어요. 저희는 영어 교육 관련해 해외 학술지에도 투고하고, 책도 만들고, 워크숍도 해요. 수업도 특이하게 구성했어요. 보통의 학원들은 한국인 수업과 원어민 수업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우리는 한국인이 먼저 한국말로 영어를 가르쳐요. 그다음에 원어민이 들어가서 수업을 진행하죠. 모국어로 먼저 배운 다음 영어로 이야기하니까, 학습 효과가 훨씬 빨리 오는 거예요. 수강생들은 자신이 느는 것을 체감할 수 있죠.
최: -_-? 원래 수업이 한국어로 먼저 진행되지 않나요?
문: 저희 수업은 하루 2시간 30분 코스예요. 그러면 그중 1시간은 한국인 교사 수업, 1시간은 원어민 수업, 나머지 30분은 1:1 스피킹과 라이팅 테스트로 구성되어 있죠.
최: 어우, 그럼 학생들이 피곤하지 않을까요?
문: 학원에 오시는 분들의 목적이 뭘까요? 영어공부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굳이 시간을 내서 학원까지 찾아올 열의가 있는 분들이죠. 그러니 하루 한 시간보다는 두 시간 반을 과감하게 투자해서 실력을 늘리고 싶어하세요. 마케터의 역할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데, 우리 고객의 문제는 영어니까요.
최: 그냥 진급 때문에 떠밀려 온 사람도 있을 수 있(…)
문: 어쨌든 그 사람들도 진급에 영어가 절실하게 필요해서 온 거잖아요.
최: 그렇죠.
문: 저는 ‘업의 본질’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해요. 제 업의 본질은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는 일’ 아닐까 싶고요. 사실 영어학원에 오면서 영어 자체만을 위해 오는 분들은 아무도 없어요. 영어는 결국 언어고, 일종의 수단이니까요. 해외여행도 가고 싶고 이민도 가고 싶고 이직도 하고 싶고 직장도 얻고 싶을 때 꿈을 이루기 위해 동원하는 수단이에요. 그래서 저는 강사들에게도 계속 강조해요. “당신들은 영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다, 영어로 이분들이 삶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거다.” 원래 그다지 영어를 못했고 흥미도 없던 수강생이 한 분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학원에서 열심히 영어를 공부하더니 네덜란드로 대학을 가더라고요. 우리가 누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거죠.
최: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해 주시나요?
문: 두 가지를 전달드리죠. 하나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 하나는 영어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 상식적으로 고객이 계속 학원에 온다는 것은 지속적인 재구매를 의미하는데, 저것들이 없으면 불가능하거든요. 거기에 저희는 영어를 ‘즐겁게’ 배우는 과정도 제공해요.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풀 파티도 하고 클럽 파티도 하고 카지노 파티도 하고 요리 파티도 해요.
최: 카지노 파티가 뭔지 아주 궁금하지만(…) 그 정도면 놀러 오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문: 하지만 그 사람들이 정말 놀고 싶고 파티를 가고 싶다면 클럽을 가지 학원에 오지는 않거든요. 결국 습득하는 과정을 구매하는 게 우선이고, 우리는 거기에 더불어 즐겁게 만들고 자신감을 불어넣도록 이런 과정을 주최하는 거죠.
비법 1.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라
최: 즐거운 영어 공부, 과연 가능할까요?
문: 음… 살 빼는 과정을 비유로 들어볼게요. 운동 열심히 하고 덜 먹으면 살이 빠져요. 이건 그냥 사실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 과정을 길게 견디기가 어려운 거잖아요. 영어도 마찬가지예요. 학생들은 영어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이 길고 또 힘들잖아요? 그 긴 시간을 견뎌내게 해주는 게 말하자면 ‘영어 공부에서의 즐거움’인 것이라 생각했어요. 분위기는 되도록 밝고 즐겁게 만들고, 파티 같은 장치로 쉬어갈 수 있게끔 도와주면서 동기부여를 하는 거죠.
최: 그런데 지방 중소규모 학원에서는 학생들도 그렇지만 좋은 강사들도 모으는 게 어렵잖아요?
문: 힘들었죠. 저도 강사들 입장을 이해는 해요. 외국인 강사들 온라인 커뮤니티 들어가 보면 작은 영어학원은 아예 가지 말라 그래요. 돈 떼이는 일도 많고 스케줄도 뒤죽박죽이거든요. 한국인들이야 노동청 가서 신고하고 받아낼 수 있는데, 원어민이 한국 노동청 대상으로 민원 제기하고 비자 문제 푸는 건 차원이 다르게 어렵거든요. 그래서 아예 문제가 될 만한 학원은 가지 말라고들 하죠. 그래서 저희도 처음에 강사 뽑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학원 분위기를 좋게 관리하고 수업도 주 4일만 하고 크게 간섭도 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경력 있는 뛰어난 분들을 모실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저랑 지금 원장님(아내) 둘이서 고생했는데, 결국 학원 분위기와 문화들이 입소문이 나고…
초중고교에 출강하는 원어민의 스트레스가 뭐냐면, 학생들이 배울 의지가 크지 않다는 거예요. 의무교육이니까 다들 그냥 앉아있는 거죠. 하지만 우리 학원의 경우 배우려고 자기 돈과 시간을 내서 온 학생들이 즐거운 분위기에서 영차영차 하면서 더 배우려고 해요. 거기에서 보람을 느끼는 거죠. 그래서 우리 학원에 들어온 선생님들은 다른 데 잘 가지 않아요.
최: 근데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모으기 쉽지 않았을 것 같네요.
문: 처음에는 당연히 안 모였죠. 키워드 광고에 돈 엄청 써서 검색 결과 제일 위에 올려놔도 아무도 클릭을 안 했어요. 돈의 문제가 아니라, 메이저 학원들이 즐비한데 굳이 저희 같은 듣보를 클릭할 이유가 없거든요. 그래서 페이스북으로 시작했어요. 학원을 직접적으로 소개하고 커리큘럼을 안내하고 ‘장점은 이렇습니다’ 하기보다, 학원의 분위기나 문화를 우선적으로 전파했죠. 사실 제가 ‘업의 본질’이라는 용어를 쓰기는 하는데, 사실 우리 학원 광고를 낼 때 학원 수업 이야기보다는 학원의 주4일제 문화, 학원의 성장, 학원의 파티 같은 이야기에 중점을 뒀어요. 그걸 콘텐츠로 만들어서 돌린 거죠.
영어 학원은 이미 엄청난 곳이 많아요. 상식적으로 20~3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원과 신생이 붙는 건데, 그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승부하면 고객들이 선택할 이유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
최: 대표적으로는?
문: 제일 히트했던 주제는 역시 ‘파티’였어요. 우리가 했던 파티를 모아 영상으로 만들었죠. 사실 통념적으로 봤을 때 학원 광고를 하면 강사, 강의, 커리큘럼 이야기를 하겠죠. 하지만 우리는 ‘이런 파티를 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래서 영어공부도 즐거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거죠.
최: 그러니까 반응이 조금씩 오던가요?
문: 그때 원생이 27명이었어요. 그런데 3개월 지나고 나니까 100명이 찼어요. 그 후로부터는 꾸준히 올라가기 시작했죠.
이제는 루프탑 파티도 하고
요트 파티도 한다
문: 없는데도 한 거죠. (웃음) 중요한 건 지속성이에요. 마케팅하시는 분 중 한두 번 해보고 안 되면 바로 접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빨리 접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우리 파티의 본질이 뭐냐면, 학생들이 파티에 와서 영어 쓰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거였어요. 그래서 파티 성공의 기준은 몇 명이 모였냐, 이게 아니라 학생들이 파티에 와서 영어를 쓰는 즐거움을 알았냐, 이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적은 인원이 굉장히 즐거워하더라고요. 안 되는 영어를 쓰면서도 맥주 한잔하면서 히히덕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이거다, 수업시간에 배운 영어를 거기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즐겁게 말할 자리를 만들자. 그래서 지속적으로 이어진 거예요. 지금도 매달 합니다. 매달.
최: 맨 처음 했던 파티 기억나세요?
문: 아, 기억하죠. 우리 학원 건너편에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카페가 있었어요. 거기서 했어요. 분위기 완전 암울했습니다. (웃음) 20명? 15명 왔나?
최: 한국인들에게 파티는 아직 생소하잖아요?
문: 그렇죠. 하지만 그런 외국의 문화에도 익숙해지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외국에 나갔을 때 써먹기 위함이잖아요. 파티는 영어권의 문화예요. 생일이라 친구들과 술만 먹어도 버스데이 파티라고 부르고, 집들이하는 걸 하우스워밍 파티라 하죠. 근데 내가 동양인 남자야, 갔는데 너무 어색해서 혼자 쭈그렸어, 이러면 아무도 말 안 걸어줍니다. 하지만 내가 스스럼없이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고 얘기하다 보면 받아주거든요. 저도 그러면서 영어 문화에 익숙해진 케이스예요. 수강생분들께 영어 왜 배우냐고 물어보면 거의 60~70%는 외국에 가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데, 생활하다 보면 결국 파티를 맞닥뜨리게 되거든요. 그러니 파티 문화를 미리 익히고, 나아가서 스스럼없이 영어를 하는 즐거움을 알려주고자 파티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yc칼리지 유튜브 채널에서 파티 문화도 알려준다
문: 누군가에게는 재미있고 누군가에게는 재미없을 수 있는데, 재미없는 사람의 특징을 정리해봤어요. 보통 먼저 못 다가가고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이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숙지시켜요. 그러면 재미가 없다. 먼저 한 발짝 다가가서 얘기해라. 그게 민망하면 일단 술 있으니까 술 먹어라. (웃음) 실제로 우리가 논문 쓴 것 중에 그런 내용이 있어요. 실제로 술을 먹으면 자신감이 올라가요. 그리고 프레임을 짰어요. 파티가 재미없으면 네 잘못, 외국인에게 말 안 건 것도 네 잘못, 술 안 먹은 네 잘못. 그러니 비장한 마음에라도 열심히 하고, 결국 만족도가 올라갔어요.
비법 2. SNS로 유입되는 구조를 파악하라
최: 누군가가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뭐부터 고민해야 할까요?
문: 역시 ‘업의 본질’이죠. 화장품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해볼게요. 한 번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팔아야 하는 건 화장품이 아니라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자기 외모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져서 말도 못 하고 대인관계도 별로일 수 있어요. 하지만 잘 맞는 화장품으로 인해서 이 사람이 자신감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고 멋지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이것은 단순한 화장품이 아니거든요. 자존감을 높이는 도구가 되는 거예요.
최: 호오…
문: 저는 음식도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삼겹살 집은 고기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장소를 제공하는 거예요. 그냥 장소도 아니죠. 누군가 힘든 일이 있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 고기 한 점 구우며 슬픔이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거예요. 그러니 얼마나 멋진 일이에요? 또 그렇게 생각하면 일하는 것도 즐거워져요. 전 제 자식이 마케터 한다고 하면 적극 밀어줄 거예요. 이 일처럼 신나는 일도 없고, 누군가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일도 없어요.
최: 업의 본질, 그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문: 그다음에는 제품에 집중해야죠. 누가 그랬어요. 최고의 마케팅은 최고의 제품이라고. 그걸 간과하고 페이스북부터 어떻게 할까, 인스타는 어떻게 할까 하는데 그건 정말 나중에 고민해야 하는 거예요. ‘이 제품을 정말 고객들이 원하는가’부터 고민해야죠. 이 제품이 없어졌을 때 몇 명이나 아쉬워할지 생각하면 답이 나와요. 그만큼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고민해야 해요.
최: 흐음…
문: 사실 저도 이 고민을 해요. 강사들도 그래요. 갑자기 우리 학원이 없어졌어, 그런데 이 아이들이 다른 학원으로 옮겨서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녀, 그러면 우리가 뭔가 잘못하는 거다. 남들이 다 주는 가치를 제공하는 거다, 우리에게서만 받을 수 있는 유별나고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거다… 그 고민을 해야 해요. 고객들 입장에 서서 단순하게 학원 간판이 다른 게 아니라 정말로 더 좋게 느껴지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거죠.
최: 결국 알리기는 해야 하지 않나요?
문: 그것도 잘해야죠. 예산도 때로는 많이 필요하고요.
최: 얼마나 쓰세요?
문: 말해도 되나요? 목표 매출에서 8% 정도 맞추려고 해요. 최근 본 콘텐츠 중 유니콘 대열에 올라서기 직전의 미국 스타트업 회사에 대한 글이 있었어요. 게네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구글 광고비가 이렇게 뛸 줄 알았으면 3년 전 투자받은 걸로 더 쓸 걸”이라고. (웃음) 페이스북이건 인스타그램이건 네이버 키워드건, 입찰 방식이라서 가격은 계속 올라가요. 누가 보면 제 8%가 높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 쪼개 써서 큰 지출은 아니에요. 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구글 광고, 네이버 키워드, 다음 키워드, 다음 DDN 다 씁니다.
최: 여러 광고 매체 중 뭐가 주력인가요?
문: 효과는 네이버가 제일 좋아요. “학원 알아봐야지” 하는 분들은 다 네이버에서 키워드 검색하시니까요. 영어 공부하는 방법 알아보겠다고 페이스북을 보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의 중요한 역할이 있는데, 바로 브랜딩이에요. 저희가 타깃으로 생각하는 고객들에게 저희 이름을 알리는 역할을 하죠. 저희는 부산에 거주하는 20세부터 25세까지의 여성을 타깃으로 잡아요. 처음부터 네이버 1등 키워드 잡아 봤자 사람들은 클릭하지 않아요. 평소에 보이고 인지하던 브랜드여야 네이버에서도 클릭하죠. 그러면 페이스북으로 이름을 알리고,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들어오는 구조가 완성되는 거예요.
최: 할 게 많네요. 업의 본질도 고민하고, 제품도 발전시키고, 그다음에는 홍보까지…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죠? 그 사람들은 뭐부터 가르치시겠어요?
문: 일단, 콘텐츠를 만들 것 같아요. 그다음에는 매체를 선정하겠죠. 그러니까 내 상품의 타깃이 50대 아저씨야, 그러면 페이스북에 홍보하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60세 할머니에게 건강제품을 팔아야 하는데 인스타그램을 한다, 바보 같은 짓이죠. 내가 누구에게 팔지 정해서 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던져야 해요. 낚시인데 고기가 없는 곳에 던져봤자 의미가 없죠. 젊은 세대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모여 있지만, 사실 알아보면 폐쇄적인 사이트나 네이버 카페, 다음 카페 같은 곳에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매체 선정이 중요한 거예요.
최: YC칼리지의 경우에는 그게 페이스북이었군요.
문: 그쵸, 페이스북에서 쓱쓱 보게 한 다음, 실제로 네이버에서 ‘영어학원’을 찾으면 평상시 자주 보았던 YC칼리지가 보이겠죠. 그러면 딱 클릭해서 들어오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파고다, YBM, YC가 있을 때 태어나서 처음 본 YC를 클릭하지는 않겠죠. 그리고 저희는 스토리도 많이 활용했어요.
최: 스토리요?
문: 이건 제가 강의할 때 많이 쓰는 기법인데요, 한 번 해봅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짝꿍 기억해보세요, 하나 둘 셋?
최: …… 기억이 날 리가 없지 않나요.
문: 그렇다면 피구왕 이름, 하나 둘 셋?
최: 통키요.
문: 방금 초등학교 2학년 때 짝꿍 이름은 기억을 못 했어요. 하지만 피구왕은 같이 밥 먹은 적도 없고 얘기해 본 적도 없고 같이 집에 간 적도 없는데 기억이 나요. 왜 그럴까요? 스토리로 기억하기 때문이에요. 마케터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예요. 구매를 결정하게 되면 내 브랜드가 떠올라야 하는데, 확률상 스토리가 더 많이 기억이 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학원의 성장 배경 스토리, 우리 강사들 스토리, 파티 스토리 얘기를 계속해요.
최: 그래도 굳이 스토리를 쓰는 이유가 있나요?
문: 한국인처럼 스토리를 좋아하는 민족이 없습니다. 가만히 봅시다, 킹스맨의 주인공이 왜 한국에 오겠습니까? 한국을 사랑해서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한국의 영화 시장이 크기 때문이에요. 그 깜깜한 데서 2시간 동안 만원 넘는 돈을 내면서 영화를 봅니다. 우리 학생들도 가만 보면 시간을 보내는 패턴이 그렇습니다. 동성 친구건 이성 친구건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술을 먹고, 엄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화를 봐요. 그만큼 스토리를 좋아하는 민족이에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누군가 반론을 제기하면 반박은 못 하겠지만(웃음) 트위터에 광고해서 잘 안 되는 이유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처럼 누군가의 스토리를 볼 수 없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트위터는 한 사람의 정신세계밖에 볼 수 없으니까요. 이미지도 적고요. 그래서 한국인의 정서에는 맞지 않다. 그러면 뭐가 맞을까? 개인적으로는 인스타그램이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삶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도 SNS에서 YC칼리지의 스토리를 계속 얘기해 주는 거예요. 우리는 이런 파티를 하고요, 우리는 이런 원장님이 있고요, 우리 강사들은 이렇고요, 강사 개개인의 이야기도 넣어요. 얘는 미군 부대에 있었고요, 얘는 간호를 했고요, 얘는 농구 코치고요.
최: 스토리로 묶여있는 게 그러면 좋은 콘텐츠인가요?
문: 전통적인 브랜딩에도 여러 가지 항목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린 브랜딩에서 절대 버리지 않는 게 브랜드 스토리예요. 딴 건 빼도 기본적으로 스토리는 무조건 가져가야 해요. 재미있는 게, 미국 브랜드는 스토리가 거의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요. 창고에서 시작한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 하버드에서 시작한 마크 저커버그의 이야기.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브랜드 스토리가 되죠.
최: 그래서 페이스북에서도 스토리로 계속 브랜드를 구축하시는 거군요.
문: 왜냐하면 페이스북이 스토리를 담기에 최적화된 SNS거든요. 특히 카드뉴스라는 형식이 그렇죠. 그래서 그걸 제일 많이 활용했고, 요새는 영상도 만들어서 올려요.
최: 인스타그램은 어때요?
문: 솔직히 인스타그램을 통한 유입은 아직 거의 없다고 봐요. 물론 제가 못 해서 그럴 수도 있고, 업종의 특성일 수도 있어요. 의류 하시는 분 중에는 잘하는 분도 많죠. 그래서 저희는 인스타그램은 리마케팅 도구로 많이 써요. 무슨 말이냐, 우리 학원 홈페이지를 방문하는데 예약은 안 했다거나 둘러보고 나간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을 쓸 때 우리 이미지를 노출하는 거죠. 그러니까 신규 고객에게 노출하는 게 아니라, 한 번 우리 학원에 방문했던 사람들이 인스타에 들어올 때 우리 브랜드를 노출하는 거죠. 홈페이지에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결제하는 확률이 10% 미만이라더라고요. 하지만 노출의 횟수가 올라갈수록 결제율이 올라가죠. 그래서 리마케팅 용의 수단으로서 인스타그램이 꽤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업의 본질 찾기, 타깃 잡기, 그에 맞춰 제품 잘 만들기, 브랜딩, 구매 전환 혹은 리마케팅. 이게 사이클인가요?
문: 아뇨, 리마케팅은 엄밀히 말해서 구매전환의 도구예요. 구매전환율을 높이죠. 그다음에 중요한 게 또 있어요. 재구매 고객을 관리하는 거죠. 실제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쓰는 비용의 2~30%만 써도 재구매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요. 저는 사실 사업에서 잘되고 안 되고의 기준이 재구매 고객, 혹은 재방문객이 얼마나 많냐 이걸로 봐요.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 짜는 정성만큼 지금 서비스 받는 사람들의 만족도를 높게 유지해야죠.
최: 그런데 영어학원의 경우에는 용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업종 특성상.
문: 학원과 학생의 유대감, 혹은 강사와 학생의 유대감 또한 재구매에 많은 영향을 끼치죠. 하지만 본질적으로 자기가 영어가 늘었다고 느끼는 게 재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쳐요.
최: 어쨌거나 본질적인 걸 만족시켜야지만 재구매가 발생한다는 것이군요.
문: 그렇죠. 다른 수단은 부차적일 뿐이에요.
비법 3. 혼자 다 하지 말라, 전문가에게 맡겨라
최: YC컬리지의 마케팅 조직이 궁금합니다.
문: 1인 마케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거의 외주를 주죠. 아무리 내가 똑똑해봤자 종일 네이버 키워드 광고를 보는 분 이길 수 없거든요. 그래서 그들의 도움을 받죠. 페이스북도 아무리 파봤자 저는 그것만 할 수는 없어요. 영어도 가르쳐야 하고 애도 봐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종일 페이스북 광고만 생각하는 분께 도움을 청하는 게 현명하죠. 구글 광고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저는 원맨팀으로서 그런 업체들과 함께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최: 관리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문: 손발 맞추는 시간은 필요하죠. 대면 미팅도 필요하고요. 제일 중요한 건 전체적인 전략이에요. 이건 내부에서 짜서 전달해요. 전체적인 그림은 우리가 만들어서 전달하고, 외부에서는 기능적인 부분을 담당하고요.
최: 그림은 어떤 식으로 짜시나요?
문: 이번 여름에 우리 학원에 학생이 제일 많이 모였거든요. 그게 그 당시에 집행한 캠페인 때문이에요. 방학이 되어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더 재미있게 알릴까 싶었거든요. 말보로가 원래는 여자 담배였던 거 아세요? 그런데 모델 이미지를 마초적인 남자로 바꿨어요. 제가 그걸 보면서 영감을 얻었어요. ‘여자는 첫사랑을 잊는다’ 이런 이미지의 영상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죠. 아무 의미 없었어요. 그런데 이게 왜 먹혔을까요? 고객 입장에서 봐야 해요.
사실 다른 영어학원도 인스타그램에 광고해요. 그런데 나만 해도 학원 광고는 안 볼 것 같아요. 그러면 말도 안 되는 걸, 고객 입장에서는 ‘이게 뭐야’ 하고 후킹될 것들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우리는 페이스북에 광고할 때 20~25세 부산에 거주하는 여성만 타깃팅을 해서 만들거든요. 그런데 “여자는 첫사랑을 잊는다”라고 떡하니 광고하니까 여자들이 클릭하죠. 그런데 막상 클릭해 보면 학원 홈페이지예요. 이게 뭐야, 하고 나가지. (웃음) 그런데 이미 우리는 리마케팅의 쿠키와 캐시 기록을 확보한 상태예요. 그때부터는 계속 쫓아다니는 거예요. 그런데 이 방법이 의외로 확률이 높은 게, 대학생 층에게 돌렸기 때문에 어쨌든 그중 30~40%는 영어학원에 다녀야 하거든요. 불특정 다수에게 하면 안 먹힐 방법이겠지만, 영어공부를 할 확률이 가장 높은 계층에게 정확하게 타깃팅을 하고 진행했더니 먹힌 거죠. 우리는 유튜브에서도 광고를 진행해요. 그 나이대의 고객들이 유튜브를 굉장히 많이 봐요. 그 5초 광고에 갑자기 인스타나 페이스북에서 어이없게 봤던 광고가 유튜브에서도 또 보이는 거죠. 아, 이게 뭐야? 결국 클릭하게 되는 거예요.
진짜 보고 나면 ‘대체 뭘 말하는 거야…’ 싶어지는 광고다 (…)
문: 네. 이것저것 참고 많이 합니다. 『크로스오버 아이디어』라는 책에 이렇게 나와요. 내가 이 산업에서 고민하는 것은 사실 이미 다른 산업에서 고민한 바 있고, 해결해서 답을 찾았다고요. 제가 책을 많이 보는 이유도 거기서 광고 소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바로바로 적어두고 다음 날 만들어서 실행해 봐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의 가장 큰 장점은, 만들어서 집행해 봤다가 반응이 없으면 바로 지워버릴 수 있다는 거예요. 큰돈 드는 게 아니니까 새로운 소재를 계속 실험해볼 수 있죠.
최: 그 시간도 꽤 걸리지 않아요?
문: 하다 보면 빨라져요. 사실 저는 텍스트만 주고 직원들이 만드니까요(웃음). 제가 텍스트로 이런 이미지 만들어 달라고 직원에게 부탁하고, 그 친구가 뚝딱 만들어서 보내줘요. 광고대행사에 보내라 그래요. 그쪽에서 올려줘요. 끝. 저는 결과물만 보는 거죠. 3일 돌려 봤는데 반응이 안 온다, 그러면 나쁜 소재니까 바로 삭제해 버리고. 이거 반응 약간 오는데 조금 고치면 좋을 것 같아, 그러면 텍스트 위치를 내리거나 색깔을 바꿔 보는 등 AB 테스트를 진행하죠.
최: 광고를 돌리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KPI는 무엇인가요?
문: 고객마다 달라요. 신규 고객을 대할 때는 클릭율을 되게 중시해요. 왜냐, 일단은 클릭을 해야지 우리가 쫓아다닐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한번 방문했던 고객들에게 리마케팅을 진행할 때는, 클릭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예약을 잡는지, 혹은 상담으로 이어지는지 측정하죠. 그래서 KPI가 광고 세트마다 달라요. 이건 클릭, 이건 실제적인 액션. 이렇게.
최: 강의 땐 어떤 내용을 말씀하실 생각이신가요?
문: 부담 없이 즐거운 시간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마케팅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차별화거든요. ㅍㅍㅅㅅ의 경쟁사를 생각해 봅시다. 패스트캠퍼스, 야나두 등의 큰 기업들이 많죠? 직무 관련 강의 중 마케팅 강의도 많아요. 그런데 그 속에서 굳이 우리를 찾아오게 만들려면 독특하고 차별화된 내용을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러니까 후킹 포인트를 ‘YC칼리지의 마케팅이 어떻게 배달의 민족을 벤치마킹하고 따라 했는지’로 잡아보죠. 사실 우리도 배달의 민족이 하는 기부도 하고 팬클럽도 만들고 등등 배달의 민족이 하는 것을 많이 따라 하거든요. 대놓고 베끼는 건 아니에요. 우리의 업종에 맞게 참조하고 변형해서 벤치마킹하죠.
최: 어떤 분들이 듣는 게 좋을까요?
문: 마케팅이 필요한 모든 분. 스타트업이나 소기업 분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반대로 대기업 분들은 안 오셨으면 좋겠어요. 대기업의 담당자분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너무 어렵거든요. 설득하고 결제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우리처럼 막 하는 게 안 통해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타깃을 정하자면, 20인 미만의 스타트업 구성원이나 마케터 분들, 마케팅 처음 하시는 분들, 그리고 창업 준비하시는 분들. 마케팅을 가볍게 즐겁게 배워가실 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은 회사가 큰 회사와 어떻게 경쟁하며 생존하는지에 관한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