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권용진(『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저자): 뉴욕에서 퀀트 트레이더로 일했던 권용진입니다. 더 정확히는 초단타 전문이죠. 타워리서치라는 헤지펀드 다니다가, 현재는 ‘엔트로피트레이딩’이라는 암호화폐 관련 회사를 운영합니다.
리: 암호화폐를 가지고 초단타로 뭘 하시는 거죠?
권용진: 결국은 알고리즘 거래입니다. 이게 데이터를 분석해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뭐로 투자하든 크게 상관없어요. 대신 그 대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죠. 주식이나 외환, 상품으로도 할 수 있어요. 저도 첫 회사에서는 옵션 선물 같은 걸 거래했고, 두 번째로 옮긴 헤지펀드에서는 외환을 주로 했어요. 환율, 유로, 터키 리라 등등. 그렇게 이것저것 해보다 보니 암호화폐에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할 것 같아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도 다뤄봅니다.
리: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기준으로는 하락세잖아요. 그런데도 수익이 나오나요?
권용진: 절대수익 추구 모델이기 때문에 하락장이나 상승장 모두에서 수익을 내요. 물론 상승장이 더 수익이 좋은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최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단기 차익거래나 모멘텀 등의 전략을 쓰죠. 제 전문 분야가 아무래도 초단타 매매다 보니까, 초단타로 조금씩, 여러 번 수익을 내는 방식을 사용하죠.
그 빡센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트레이더
리: 님 회사에서는 온종일 초단타 클릭질만 합니까(…)
권용진: 이게 초당 10건 이상 거래라 시스템 자동 매매로 돌립니다. 증권사와는 완전히 달라요. 제가 다닌 회사는 데이터, 시스템, 서버 등에 다 가격표가 있어요. 예로 나스닥 주식 분당 데이터 1,000달러, 틱당 데이터 3,000달러, 시뮬레이터 그래프 기능 옵션은 추가 500달러… 이거 다 구입해야 해요. 정확히 자기 돈은 아니고, 내 수익에서 코스트를 내는 거죠.
리: 뭔가 개인사업자 모임 같은데요?
권용진: 네. 1인 사업자 같은 느낌이에요. 당연히 팀이라는 게 있긴 해요. 그런데 다른 회사처럼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진 않아요. 자기 혼자 하면 포트폴리오가 심플해지는데, 사람 여럿이 포트폴리오 공유하면 수익 안정성이 훨씬 좋아져요. 또 각종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코스트를 줄일 수도 있고요. 팀이라는 게 동료 개념보다 동업자죠.
리: 경쟁이 아주 치열하겠군요.
권용진: 우리 회사는 보험회사처럼 전광판이 있었어요. 매일 누가 수익 얼마 찍혔는지 다 나왔죠. 트레이딩 알고리즘마다 이름을 붙였는데, 무서운 이름 쓰면 미국 금융감독원(SEC)에서 감사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귀여운 이름 일색이었죠. 코알라, 삼바, 미키마우스(…) 이런 이름이 전광판에 가득했어요. 삼바가 오늘 2만 달러 벌었다. 미키마우스는 4만 달러 벌었다….
리: 하루에 몇천만 원을 번다고요?
권용진: 재수 없으면 잃는 날도 있으니, 그 정도 벌어야 안 잘려요. 수익의 20%를 가져가는데, 연 10억은 벌어야 2억 가져가고 뉴욕에서 괜찮게 생활할 수 있으니까요. 잘 버는 놈은 정말 잘 벌어요. 우리 팀에 87년생 한국인 친구가 자기 몫으로만 15억 번 적도 있었죠. 이 직업의 장점은 연봉 제한 없다는 거죠. 단점은 하루에도 몇 명씩 잘려나가는 거고(…)
리: 잘리는 기준은 뭐죠?
권용진: 보통 3개월 연속 수익 좋지 않으면 슬슬 경고를 줘요. 6개월까지는 봐주는데 그 이상 가면 그냥 컷이죠. 애초에 진입하기도 힘들어요. 입사한다고 투자를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전략을 만들어 오면 데이터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하죠. 그렇게 해서 승률 80% 이상 못 찍으면 거래 기회도 안 줘요.
리: 승률?
권용진: 우리는 수익률이라 잘 이야기 안 하고 승률이라 해요. 초단타 거래에서 벌었냐, 잃었냐… 이걸 가지고 이야기하는 거죠. 게다가 우리 회사는 모든 포지션을 당일 청산하는 게 원칙이었어요. 트레이딩 수익만 보고 펀더멘탈 수익을 없애려는 거죠. 무조건 장 끝날 때는 포지션이 제로여야 해요. 남아있으면 감사팀에서 경고 주니까…
리: 거래 못 하면, 그동안에 월급은 주나요(…)
권용진: 월급은 다 같았어요. 15만 달러(1억 6,000만 원) 정도죠. 6개월 단위로 수익의 20%를 정산해 주고요. 뉴욕에서 괜찮게 살 수 있는 생활비지만, 수익 미달이면 그냥 끝이에요. 롤오버라고, 그만큼을 내년에라도 채워야 해요.
리: 꽤 살벌하군요.
권용진: 금융계가 다 그렇지만, 이 바닥이 좀 특히나 살벌해요. 돈 벌지 못하면 회사 가치에 더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보니까요. 거래 한 번도 못 하고 잘리는 놈도 많아요. 증권사보다는 연구소 같은 느낌이죠. 서로 떠들지도 않고 모니터 보다가 담배 피우러 나가고(…)
리 : 오호라…
권용진: 우리 회사는 좀 특이했어요. 프로그래머들이 솔루션 개발한 걸 우리가 쓰잖아요? 그런데 이걸 많이 쓰면 트레이더들 수익의 일부를 보너스로 가져갔어요. 그래서 개발자도 신나서 패치도 하고 업데이트도 하고 그랬죠. 은행 같으면 그냥 구입한 솔루션을 모두가 쓰는데, 우리는 같은 회사인데도 돈 주고 써야 했어요. 그래서 개발자도 좀 영업사원처럼 일하고 그랬죠.
동양인이 월스트리트에 취업하는 법
리: 미개한 동양인이 월스트리트에서 퀀트 트레이더로 우뚝 선 이야기를 좀 부탁드립니다.
권용진: 월스트리트에는 크게 3가지 분야가 있어요. 트레이딩, 뱅킹, 리서치죠. 전통적으로 뱅킹이 강하다가, 이제는 다양한 트레이딩 쪽으로 무게가 실려요. 옛날에는 금융 공부한 사람들 위주였는데, 요즘은 80–90%가 이공계 출신이죠.
리: 일단 이공계를 가라(…)
권용진: 네, 이게 엄청 중요해요. 이게 정말 좋은 게 영어를 잘 못 해도 돼요. 오히려 영어 좀 못하면 좀 더 똑똑해 보이는 효과도 줘요(…) 영화 〈빅 쇼트〉 보면 영어 못하는 중국인 세우고, 자기들 전략이 이렇게 좋다고 하잖아요. 실제로도 그런 거 많이 보게 돼요. 특히 요즘은 코딩을 정말 중요시해요. 저야 컴공과라서 좀 많이 아는 편이었지만, 그 정도까지 안 파도 돼요. R, 파이썬 정도만 하면 돼요.
리: 그래도 외국인 노동자가 경쟁력 가지기 쉽지 않을 텐데…
권용진: 미국인이 생각보다 수학, 코딩 공부를 잘 안 해요. 게네는 뱅킹, M&A 하고 싶어 하니까요. 솔직히 대한민국 정규교육 받은 정도면 수학 잘하는 편이에요.
리: 에? 미적분만 하면 된다?
권용진: 실제 쓰는 게 그 정도예요. 그것만 잘 써도 많은 걸 할 수 있고요. 물론 여전히 미국인과의 정보력 차이는 크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어요.
리: 비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죠?
권용진: 미국은 비자 때문에 미국 학교 나온 사람 선호하긴 해요. 이건 회사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 법 문제라… 회사에서 데려오고 싶어도 잘 못 데려와요. 구글이야 글로벌 오피스에서 일 시키다 데려오면 그만이지만 월스트리트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미 싱가포르, 홍콩에서 한국인을 많이 데려가기 시작했어요. 여길 통해서 또 미국으로 가는 케이스가 있죠.
리: 한국인이 월스트리트에서 이미 많이 활약하나요?
권용진: 뉴욕 퀀트 단챗방만 100명 정도 있어요. 단톡방에 없는 분 안 하는 사람 생각해 보면 2배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근데 퀀트도 트레이딩, 리서치, 보조, 데이터 등등 분야가 많아서… 그 중 진짜 트레이딩으로 큰 수익 내는 사람은 20–30명 정도가 아닐까… 저도 그쪽 분야이긴 한데, 수익이 큰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리: 퀀트 안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나 보군요.
권용진: 네. 책에도 썼는데, 예로 퀀트로 리서치 하는 분도 있어요. 자동차를 분석할 때 광고 비율을 통해 판매량이나 주가를 예측한다거나… 퀀트 트레이딩이 돈을 제일 많이 버니까 자주 언급될 뿐이지, 사실 엄청 다양한 분야가 있어요.
리: 퀀트 트레이딩이 확실히 돈이 되긴 한다!
권용진: 근데 매체에서 너무 오버하는 게 있어서… 몇십억대 연봉, 이런 거 기대하면 안 돼요. 더군다나 성과 안 나오면 바로 잘리기도 하고…
리: 면접은 어땠어요?
권용진: 되게 특이해요. 메릴린치 입사할 때만 해도 암산 많이 물어봤죠. 5초 안에 32*18(…)을 구하라거나, 72의 33%는? 이런 질문도 받고… 프로그램 고장시 빠른 대처 능력 본다는데, 그냥 막 시킨 것 같아요(…) 또 구글처럼 수학적 퀴즈도 많이 물어봤어요. 하루에 시침과 분침 몇 번 겹치냐, 포커에서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나올 확률은? 이런…
리: 대체 어떻게 어필한 거죠?
권용진: 저는 컴공 쪽을 제대로 어필했어요. 어릴 때 취미가 프로그래밍이었고, 용돈 벌려고 메이플 스토리 핵을 판매했어요. 조선족 공장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디아블로 이야기하면서 썰을 푸니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리: 헤지펀드 면접은 어땠나요?
권용진: 요즘은 데이터 분석 쪽 많이 물어보는 게 트렌드에요. 맛집 앱에 식당, 평점, 리뷰가 있는데, 어떻게 식당의 가치를 평가할 거냐, 그 모델은 어떻게 만들 거냐… 이런 좀 논술 비슷한 문제랄까… 확실히 이전에 비하면 많이 어려워졌어요.
리: 거의 경력 있는 신입(…) 찾는 격이군요.
권용진: 심지어 퀀트 트레이딩 중 다른 알고리즘을 저격(hunting)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보라 하기도 해요. 기관에서 주식을 매도할 때 한 번에 10만 주씩 팔 수는 없잖아요. 몇천 주씩 순차적으로 파는데, 거래소 데이터를 보고 매도 중인 걸 파악해요. 그리고 선매도 때리는 알고리즘이죠. 면접 때 온갖 거래 데이터를 주고 3시간 동안 이 중에 기관이 매도 중인 데이터를 찾으라고 해요. 그리고 어떻게 선매도할지 물어보죠.
리: 이거 뭐… 너무 빡센 거 아닌가요?
권용진: 그래서 요즘 추천하는 방법은 케글이란 사이트가 있어요. 데이터 분석 챌린지, 대회 같은 걸 하는 사이트죠. 여기에 회사가 자기들이 풀기 어려운 거 데이터 올리고 상금을 걸어요. 대표적으로 재밌는 사례가 NYPD가 자기네 범죄 데이터를 올리고, 순찰 어떻게 돌지 알려달라고 한 거죠. 더럽게 짜증 나는 문제가 많은데, 그런 걸 다운 받아서 알고리즘 만들다 보면 실전이라서 큰 도움이 돼요. 거래 데이터는 물론이고 포켓몬 스탯 데이터 등 재밌는 거 많아요. 이런 거 가지고 놀다 보면 퀀트 면접 대비는 물론이고, 실력이 많이 늘죠.
수억 연봉을 버리고 창업한 이유
리: 본인 일은 어땠나요?
권용진: 첫 직장인 메릴린치는 알고리즘 하나 만드는 팀에 10명이 있었어요. 잡일도 좀 있고 해서 옮겼죠. 타워리서치에서 쓴 기법도 이때 만든 거예요. 엘사와 지니라고(…) 이 알고리즘으로만 3년을 버텼죠. 그런데 3년째는 성과가 그리 좋진 않았어요. 말이 회사지, 일하는 입장에서는 다 개인투자자 비슷하잖아요. 사수도 없이 계속 논문 읽고, 조금씩 알고리즘을 다듬으며 새로운 알고리즘을 내놔요.
리: 알고리즘 하나 잘 만들면 억대로 돈을 버는 거군요.
권용진: 그런데 그게 엄청 힘들어요. 제가 회사 다니면서 50개 정도 알고리즘을 만들었고, 이 중 15개가 시뮬레이션 상에서 성과를 냈어요. 그런데 이 중 프로덕션으로 내놓은 알고리즘은 하나도 없어요. 시뮬레이션에서 잘 돼도 실제로는 안 될 때가 많아서, 엄청 엄중한 평가를 거치거든요.
리: 왜 실전에서는 안 되는 거죠?
권용진: 일단 제 거래가 시장에 영향을 줘서 안 될 때가 있고… 또 실제로 시장이 과거처럼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어요. 지나치게 데이터에 맞춰진 알고리즘인 거죠. ‘슬리피지’라 해서 시뮬레이션 상 호가 차익보다 더 심한 차익이 나오거나, 심지어 렉 같은 것 때문에 꼬이거나… 다 거래하다 보면 실제 수수료도 더 들고 돈 못 벌 때가 많아요. 마치 사업도 비즈니스 계획에 없던 깜짝 요소가 많듯…
리: 그래서 회사를 나왔습니까?
권용진: 아니오. 일단 기존 2개의 알고리즘은 잘 돌아갔으니… 그냥 슬럼프 좀 벗어나려고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마켓 트렌드, 내가 아는 지식을 정리하다 보니 마음이 좀 정리되더라고요. 사람들 만나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고… 그제야 회사를 나가서 직접 투자했죠.
리: 돈 많이 주는 회사를 굳이 나온 이유는?
권용진: 여기도 회사라 제약이 많아요. 일단 승률 80% 기준이 엄청 빡빡하거든요. 알고리즘 패턴 중 ‘스파이크 패턴’이란 게 있어요. 원유, 옥수수, 감자, 철광석… 이런 게 빵 튈 때가 있어요. 보통 빵 뛰려다가 매도물량에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하는데, 10번에 한 번 정도는 매도물량이 못 받쳐줘서 확 뛰거든요. 이때 5–10배로 먹을 기회가 와요.
그래서 이 전략 쓰는 사람은 그 뛰는 순간만 바라며 사고팔고를 반복해요. 이건 승률이 10%만 넘어도 돈을 벌어요. 하지만 승률 80% 규정 때문에 이 전략을 쓸 수 없었죠. 또 당일 청산 규정 때문에 오버나잇 포지션을 쓸 수도 없고… 이런 다양한 걸 하고 싶어서 나왔어요.
리: 원자재 거래도 하는군요…
권용진: 다 해요. 저는 주로 외환 쪽 했고요. 어차피 우리 초단타 퀀트 트레이더는 펀더멘탈 안 보고 데이터만 보니까, 뭘 하든 별 상관없어요. 물론 펀더멘탈까지 추가하며 알고리즘 업그레이드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리: 나온 이후 수익률은 좋나요?
권용진: 정확한 수익률은 비밀입니다만, 다행히도 나온 후에 운이 좋아서 회사 다닐 때만큼은 법니다. 다만 언급했듯 굴리는 돈 규모가 커지면 알고리즘이 잘 작동하지 않기에, 앞으로도 계속 잘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도 계속 업그레이드해야죠.
초단타 매매의 기초: 재정거래 이해하기
리: 초단타 매매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권용진: 초단타 매매 트렌드가 크게 3가지 정도 있어요. 첫 번째는 차익거래, 또는 재정거래에요. 흔히 줄여서 아비트리지라고 하는 전략이죠. 거래소 간, 나라 간, 시간대별 차이가 있어요. 심지어 ETF와 그 기본이 되는 에셋과의 가격 차를 이용할 때도 있고요. 예로 S&P와 그 안에 있는 개별 주식 간의 가격 차를 이용하는 걸 ‘인덱스 아비트리지’라고 해요.
리: 아직도 그게 먹히나요?
권용진: 가능은 하지만 다들 해대니 금방 사라지죠. 그러다 보니 다음 단계인 ‘통계적 아비트리지’로 가기 시작했어요. 말은 아비트리지인데 통계적인 상관관계 패턴을 이용하는 거예요. 예로 스마트폰 시장에 호재가 있다고 해요. 과거 데이터를 볼 때 A사, B사 모두 10%는 올라야 하는데, B사만 5%밖에 안 올랐다… 그러면 B사 주식을 매입하고 매도 설정까지 거는 거죠.
리: 예를 들자면…
권용진: 제일 많이 예로 드는 게 펩시와 코카콜라죠. 둘은 카테고리가 같아서 외부 영향에 거의 비슷하게 움직여요. 공공기관에서 콜라 납품을 줄였다… 이때 누가 덜 떨어지는지 보고 매수매도 건다거나… 그런데 요즘은 두 가지 주식으로 하는 건 이미 모든 사람이 다 돌려봤어요(…) 그래서 요즘 많이 하는 방식은, 자기만의 섹터를 만드는 거죠. 예를 들면, 미디어끼리 묶는다거나… 아니면 맥주와 햄버거는 경제 안 좋아졌을 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거나…
월스트리트를 휩쓴 마켓메이킹 전략
리: 어렵군요…
권용진: 아무튼, 그다음이 저희 같은 퀀트 트레이더가 주로 쓰는 ‘마켓메이킹 전략’이에요. 일반 차익거래나 통계적 차익거래는, 기회가 나야만 거래할 수 있어요. 안 나면 영원히 거래 못 하죠. 반면 마켓메이킹은 언제든 거래 가능한 전략이라 각광받아요.
리: 이건 어떤 전략이죠?
권용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걸 동시에 하는 무역상인 같은 거예요. 또 하나의 장점이라면 하락장, 상승장, 모두 단타로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죠. 시장 상황과 거래량 영향을 많이 안 받고 스프레드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니까.
나라에서도 좋아해요. 마켓메이커 전략을 쓰는 사람이 많다는 건 경쟁 상인이 많아진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마켓메이킹하면 수수료를 내는 게 아니라 받기도 하고, 세금 혜택도 있었어요.
리: 그게 뭔 소리죠?
권용진: 업계에서는 ‘리베이트’라 하는데, 시장가로 매매하는 사람들은 수수료를 내요. 거래소 입장에서는 지정가 매매가 훨씬 좋거든요. 호가를 두텁게 해주니까… 반면 시장가 매매는 물량을 없애버리죠. 그래서 지정가 매매 하는 사람에게 시장가 매매하는 사람 수수료를 일부 떼어다 줘요. 때문에 마켓메이킹을 하면 스프레드로 벌고 수수료도 먹죠. 그래서 승률 80% 이상이 가능한 거예요.
리: 이건 무슨 마법 같은데요…
권용진: 물론 이건 알고리즘을 잘 짰을 때 이야기이긴 해요. 잘 짠다고 해도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마켓메이킹 전략의 단점은 자본과 수익 간의 비례관계가 거의 없다는 거예요. 오직 ‘거래 수*스프레드’만큼의 수익을 얻을 뿐이죠. 투자(investment)는 돈 많을수록 돈을 많이 벌어요. 정말 돈이 많으면 임팩트 주면서 시장을 움직일 수도 있죠. 반면 퀀트에서 하는 단타(trade)는 그렇지 않죠. 그래서 주로 영세하지만 기술력 좋은 회사가 주로 마켓메이킹 초단타를 하죠. 컴퓨터, 수학 잘하는 사람 엄청 뽑아서…
리: 어쩌다 이 전략이 뜬 거죠?
권용진: 원래는 왜 그렇게 힘들게 알고리즘 짜서 하냐? 그냥 장기투자해도 잘 벌리는데… 그러다가 2009년 금융위기로 다 망하니까 마켓메이킹이 확 떴죠.
리: 하락장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권용진: 상관없어요. 정작 거래 없는 횡보장이 별로지… 그래서 주식시장이 활황이던 2013년, 2014년에 엄청 벌었죠. 근데 또 단점이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게 돼요. 2012년만 해도 초단타 회사가 10개 내외였는데 2014년 180개까지 늘었어요. 덕택에 수익이 엄청 안 좋아졌죠. 그중에서 잘하는 애들이야 여전히 잘 벌지만, 이들조차도 수익이 많이 줄었어요. 그러면서 단순했던 초단타가 좀 더 분석적 방식으로 변했어요. 그 전에는 데이터 보고 스프레드 이 정도면 되겠다 싶으면 주문 들어가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머신러닝, 뉴럴 네트워크… 정말 장난 아니죠.
리: 마켓메이킹도 위험 요소가 있지 않나요? 너무 일방적으로 한 방향 가서 거래 자체가 안 된다거나…
권용진: 맞아요. 그래서 마켓메이킹할 때도 그냥 위아래로 매수, 매도 주문 단순하게 걸진 않아요. 시그널을 좀 넣죠. 예로 호가가 어느 정도 치우쳐서 단기적으로 오르겠다 싶으면, 매도 호가를 높여서 스프레드를 더 크게 먹는다거나… 그런 게 점점 추가돼요. 아무튼 2015년까지는 이 전략이 전성기였어요. 초단타가 모든 헤지펀드 이겼으니까.
리: 에… 그래도 워렌 버핏의 내기에서 볼 수 있듯, 어지간한 트레이더는 시장 수익률 거의 못 이긴다는 게 정설 아닌가요?
권용진: 한국에서는 ‘투자’라는 단어로 퉁치는데, 우리는 investment와 trade를 아예 다른 카테고리로 봐요. 그냥 수익 내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거죠. Investment는 좋은 기업에 투자하면 주가는 우상향한다는 전제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 같은 퀀트 트레이더는 펀더멘탈에 아무 관심이 없어요. 그저 차익을 얼마나 많이 찾느냐의 싸움이죠.
리: 흠…
권용진: 실제로 짐 사이먼스(Jim Simons)이라는 유명한 헤지펀드 아저씨가 있어요. 워렌 버핏과 함께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꼽히죠. 그런데 방식은 반대에요. 버핏은 홀드를 기반으로 한 가치투자자고, 짐 사이먼스는 차익을 노리는 트레이더죠. 쉽게 이야기하자면, 워렌 버핏 스타일은 좋은 땅 찾아서 사고 건물 지어지길 기다리는 사람이에요. 반면 사이먼스는 해외 무역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사람이죠. 이 나라에서 더 싼 물건 떼어와서 비싸게 파는 걸 반복하는…
리: 일반인에게는 어느 쪽을 추천하나요?
권용진: 장기 투자가 안전하긴 하죠. 트레이딩은 수수료, 인프라 비용이 있으니, 기본적으로 시작부터 손해에요. 대신 수익을 낼 때는 훨씬 크게 내죠. 이론적으로는 수익률 100, 200, 300% 다 가능하니까… 특정 패턴을 안정적으로 찾으면 그다음부터 리스크가 확 줄어들지만, 일반인이 쉽게 찾기는 힘들죠. 그러니까 일반인들은 장기 투자가 훨씬 쉬워요. 홀드만 하면 되니까.
리: 그 홀드가 가장 어렵죠.
권용진: 그것도 맞긴 한데… 단투는 매번 고민해야 해요. 10번 잘해도 11번째 틀리면 한순간에 망할 수 있으니까 알고리즘을 매우 치밀하게 짜야 하죠. 그리고 또 차이가… 사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초단타 퀀트 회사가 돈은 쉽게 버는 반면, 성장 가능성은 한계가 있어요. 덩치가 커지면 모델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리: 그럼 어떻게 하죠?
권용진: 그래서 저 같은 개인이 작게 작게 하기에 좋죠. 자본의 사이즈가 중요한 capital driven 모델이 아니니까… 그래서 퀀트 트레이딩은 거의 개인 단위에서 움직여요. 완전 일반인은 힘들지만 어느 정도 코딩하고 데이터 볼 수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할 만하죠. 요즘 데이터 구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혼자 데이터 한 달 정도 기록하면 몇 기가 정도는 금방 나오거든요.
리: 그럼 돈 많은 사람들은 퀀트 트레이딩 어떻게 하나요?
권용진: 저 같은 놈이 초단타 매매를 하는 이유는 작고 안전하게 먹기 위해서고, 꼭 초단타일 이유는 없어요. 한 달 단위로 하는 회사도 많고, 6개월 단위로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리: 텀이 길어지면 바이어스가 많이 껴서 차익 먹기 힘들지 않나요?
권용진: 그렇죠. 그럼에도 왜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가… 큰돈을 굴리기 위해서에요. 저처럼 초단타 하면 결국 큰돈은 못 벌어요. 죽어라 단타 때리면 정말 깨작깨작 먹는 거예요. 하지만 아까 이야기처럼 펩시, 코카의 경우, 월 단위로도 충분히 차익이 크게 날 수 있어요. 다만 이런 단순한 전략은 안 통하니, 지금은 거의 몇십 개 수준의 팩터로 알고리즘을 짜죠.
리: 그런 복잡한 알고리즘이 다 워킹하나요?
권용진: 안 되는 것도 많죠. 솔직히 언론은 되는 것만 이야기하며 사람들 홀리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 어디선가 또 누가 되는 거 만들고 있겠죠. 정말 치열해요. 지금 미국은 이미 가격, 펀더멘탈, 거래량… 이런 거로 데이터 패턴 만드는 건 레드오션이 됐어요. 블루오션 찾아서 온갖 괴상한 데이터를 뽑아내죠. 인공위성으로 주차장 점유율을 본다거나, 택배 거래량을 보고 경제지표를 예측해서 채권을 산다거나… 중국 환경오염 지도 보고 중국 산업발전 예측한다거나… 이런 걸 가지고 롱텀 퀀트 투자에 활용하죠.
초단타 매매, 실전을 위한 간단한 입문법
리: 매도가와 매수가 설정은 어떻게 합니까?
권용진: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 데이터를 보고, 일정 기간 동안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폭의 평균을 내요. 예로 10분 동안에 최대 상승 폭, 최대 하락 폭을 찾아봐요. 그리고 양쪽 간 70% 수준의 스프레드를 걸어보는 거죠. 만약 그렇게 거래할 때 기존 데이터가 어떻게 흐를지 찾아보고… 그러다 보면 스프레드 못 먹고, 계속 사거나 팔기만 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스프레드를 너무 넓게 잡았으니, 줄여야겠죠.
리: 왜 10분인 거죠?
권용진: 그냥 예로 든 거고 맘대로 하면 돼요. 이 부분은 사실 쉽게 이야기하기 힘든데… 그냥 제가 주로 쓰는 방식으로 설명 드릴게요. 맘대로 하면 된다. 젤 많이 하는 방식이 가격 오를 때 한 번에 몇 원씩 올라가냐, 이거 보고 5,000원 3,000원 올라간다. 하루에 최대 1초 사이에 최대 변동 폭이 어느 정도를 분포를 그려보면 1,000원 단위 움직인 적이 70%, 2,000원 15%, 3,000원 5%라 하면 그 비율에 맞춰서 거래 스프레드를 설정하면 급격하게 움직이는 걸 방어할 수 있어요. 1,000원 오르는 거에 7개, 2,000원에 1.5개, 이런 식으로 하면 급격하게 움직일 때 리스크를 방어해주죠. 여기에다가 추세를 좀 도입할 수도 있어요.
리: 추세?
권용진: 어느 정도 조정 들어왔다 싶으면 잠시 알고리즘 거래를 중단한다거나… 역으로 오른다는 확신이 있으면, 갑자기 포지션 잡아 롱에 베팅한다거나… 그런데 이렇게 여러 가지 방식이 다 섞이게 되면 정말 알고리즘이 복잡해져요. 여기서부턴 정말 자기 노하우죠.
리: 일반인은 정말 적은 팩터로 승부해야겠군요.
권용진: 그러면 편하긴 하죠. 그런데 하다 보면 계속 알고리즘이 추가되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어요. 예로 제가 맡은 외환장은 시간을 정말 많이 타요. 미국 동부시간 밤 8시 15분에 중국이 뭔가 발표하죠. 곧이어 도쿄 장도 열리고… 이때마다 추세가 파바박 바뀌어요. 이거 맞춰서 멈췄다가 돌렸다가… 그걸 잘 운영하는 게 노하우고 경험이죠. 그래도 전략 자체를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재미가 있어요. 게임 패치 기분이랄까…
리: 기술적 분석 책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이 분야는 어떻게 보세요?
권용진: 글쎄요… 제가 이평선, 추세선 이런 거 안 지 얼마 안 됐어요. 저도 별로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 기술적 분석 자체가 굉장히 좋은 지표이긴 해요. 다만 사람들이 이를 활용할 때 보통 통계적 부분을 간과해요. 기술적 분석은 통계 분석 안에서 스냅숏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해요. 이것만 보는 건 좁은 시각이죠. 수많은 변수 중 기술적 지표만 보는 것이니까요.
리: 실제 데이터 돌려보면 어떤가요?
권용진: 이평선 간의 골든크로스 등을 데이터 분석으로 통계 돌리면 괜찮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많아요. 근데 그런 것들의 특징이 뭐냐… 사실 데이터 분석에서 많이 쓰는 선형회귀, 노이즈 제거, 주성분 분석… 이런 걸 공식처럼 쉽게 풀어놓은 것뿐이에요. 반대로 접근해야죠. 통계분석을 통해 기술적 분석이 맞는지 살펴보는… 어디까지나 수많은 분석의 부분집합이기 때문에 맹신하면 곤란해요. 이게 정말 히스토리컬한 패턴이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리: 기술적 분석은 아예 쳐다보지도 마라?
권용진: 요즘은 잘 맞는 기술적 분석이 별로 없긴 한데… 그래도 기술적 분석 지표가 좋은 게, 통계분석의 좋은 스타트가 돼요. 만약 5일, 20일 이평선 집어넣고 통계 돌려보면, 어느 구간에서는 맞고 안 맞고가 보이거든요. 그러면 맞는 구간 데이터를 다 뽑아서 뭐가 받쳐줬는지를 찾아야죠. 예로 거래량이 받쳐줘서인지, 호재가 있었는지… 그렇게 보면 기술적 지표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어요.
머신러닝과 AI에 집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리: 머신러닝, AI는 어떻게 보세요?
권용진: 이건 미국도 16년까지 생각보다 많이 안 썼어요. 왜냐면 결국 돈이 들어가니까요. 머신러닝과 AI의 치명적 단점이 패턴은 잘 찾는데, 이게 어떤 이론에 기반하는지 사람이 알 길이 없어요. 그냥 냅둬서 거래시킬 수도 있지만 정말 치명적인 데이터 편향이 발생했을 때 돈 크게 날리는 걸 방지하기 힘들어요. 실제로도 이 때문에 purely AI로 데이터 분석한 텍사스 헤지펀드 하나가 망하기도 했고요. 기간 설정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지잖아요. 2008–2010년 데이터만 보면 폭락한 주식 무조건 매수하라고 나올 거고…
리: 헤지펀드에서 이미 AI 많이 쓰지 않나요?
권용진: 알파를 찾는 곳에서는 잘 안 쓰고 거래 결정, 즉 execution에서 많이 써요. 이 주식이 오를 거다 내릴 거다에 쓰는 건 위험하죠. 가장 싼 호가를 어떻게 찾나, 어떻게 주문해야 효율적으로 돌 거냐… 보조 툴처럼 사용하는 거죠. 투자 알고리즘을 찾는 데 쓰는 게 아니라, 데이터 그라인딩 용도로 쓰는 거죠. 이건 굉장히 다양하게 활용돼요. SNS 데이터, 이미지 분석은 물론이고, 레이팅이 몇 점인 애널리스트가 어떤 단어를 몇 차례 쓰면 어떤 변화가 있나… 이런 것까지요.
리: 그래도 알파고느님 덕택에 좀 변화가 있지 않나요?
권용진: 네. 최근에는 강화학습이 활용되죠. 이건 과거 데이터로 패턴 모델 만드는 게 아니라, 현 상황에서 가장 최선일 것 같은 걸 시뮬레이션하는 용도로 많이 써요. 그런데 이것도 2017년에서야 일어나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리: 미국은 그렇다 치고 한국은 어떤가요?
권용진: 솔직히 한국은 그냥 로데이터가 좀 없어서… 강화학습, AI로 바로 투자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던데, 미국도 아직은 어디까지나 포트폴리오 분배 등 데이터 그라인딩에 써요. 한국은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는데, 퀀트가 미국만큼 잘 동작하진 않아요. 예전보단 많이 좋아졌지만 종종 우량주도 개잡주처럼 움직이고는 해서(…)
리 : 아무튼 미국 짱입니다.
권용진: 한국은 밋업 스타일로 모이면 진짜 고수들은 안 나오는 경향이 있죠. 근데 미국은 밋업 같은 거 하면 되게 초고수들이 많이 와요. 그런 정보 선순환은 확실히 배울 점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