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빠라고 까이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본 식문화에 경도된 듯한 인상은 있지만 실제로 일본 요식업에는 벤치마킹할 만한 미덕이 많고, 한국 음식 문화도 자존심만 세지 개선할 구석이 많고. 물론 말투가 너무 공격적이라 공감을 못 사겠지만.
막걸리 논란에서도 황교익이 할 말이 있긴 할 텐데, 사실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은 지엽적인 부분에 꽂혀서 엄청난 비리라도 발견한 양 과잉 반응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글쟁이로서 글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형식 또한 당연히 중요한 것을.
그래서, 일본 대중식당 말인데
노포로 대표되는 일본 요식업 문화가 현대 사회에 정말 적용 가능한지는 아무래도 모르겠다. 당장 일본에서도 노포는 사실 수익성이 엉망이라 유지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실정. 기존 노포 세대는 이미 노인들이라 점포의 수익성이 낮아도 연금 등으로 부수적인 수입으로 생활을 꾸려왔는데 앞으로 이걸 물려받을 세대는 그럴 수 없다는 것.
이거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 게, ‘좋은’ 음식을 만드는 데는 돈이 든다. 독창적인 레시피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든다. 시간은 돈이다.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그것도 돈이다. 독특한 재료를 써야 할 수도 있다. 그것도 돈이다. 싼값에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란 사실 유지 불가능할 수밖에.
오히려 황교익이 계속 언급하는 백종원식 솔루션이 결국 현대 사회 음식 문화에는 해답이 아닌가 싶다. 일단 파인다이닝급은 논외로 두자. 이거야 도제식 교육을 하든, 0.1g의 차이로 맛을 내든, 그러면서 비용이 얼마가 들든 어차피 비싼 값으로 다 커버 가능하니까. 그러라고 있는 식당들이니.
반면 1만 원 미만의 가장 대중적인 요식업 층위에는 백종원식 솔루션이 가장 적절하겠다. 정해진 레시피와 잘 짜인 접객과 위생, 적당한 값에 적당한 메뉴를 제공하는 합리성. 물론 백종원 프랜차이즈가 미묘하게 맛이 좀 떨어지는 건 사실이긴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뭐. 그럼 그 중간에 1~3만 원대, 비싼 건 아니지만 싼 것도 아닌 외식 메뉴가 남는다.
비용을 생각하면 파인다이닝에서 출발해 값을 낮출 순 없고, 오히려 백종원식 솔루션을 기반으로 플러스알파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대중적인 레시피, 잘 짜여진 접객과 위생, 적당한 합리성을 기반으로 그 위에 독자적으로 일부 레시피만 변형하거나, 더 좋은 재료를 더하는 식. 근데 이거 골목식당에서 이미 백종원이 계속 얘기하는 건데…
고양이가 난입해도 꿋꿋이 이어 쓰자면
쓰는 중에 고양이가 키보드에 난입해 글을 지우려 했지만 꿋꿋이 이어 쓴다. 황교익은 한국 요식 문화를 까는데, 자극적인 양념으로 맛있게 만드는 음식은 사실 맛없는 음식이라는 게 떡볶이 때부터 시작해 치킨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장의 요지인 것 같다. 그런데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좀 구태의연하달까.
좋은 재료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음식이고, 아주 약간의 가미만으로도 최상의 음식으로 완성된다. 이거 모르는 사람 별로 없다. 근데 이걸 7,000-8,000원짜리 식당에서 할 수 있나. 심지어 3,000원짜리 분식으로 할 수 있나. 이거 너무 파인다이닝을 위한 격언 아닌가. 파인다이닝이 좋은 거 누가 몰라 돈이 없으니까 못 먹지.
게다가 입맛이라는 거 너무 주관적이다. 그 주관적인 기준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려니 망할 수밖에 없다. 중세에는 후추가 최고의 식재료라 후추를 미친 듯이 뿌린 요리가 최상의 미식으로 여겨졌다는 썰도 있잖나. 큰 닭의 고기향이 치킨에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 있나? 그 반대쪽에는 닭고기란 흰 캔버스와 같아 다양한 조리법을 시도하기에 좋다는 유명한 격언도 있지 않나?
그리고 또 논란이 된 게 그놈의 엄마 손맛이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백종원에 열광하는 것은 엄마의 음식, 엄마의 사랑이 결핍되어서라고 한다. 엄마의 맞벌이 때문에 엄마의 음식, 엄마의 사랑을 받아먹은 기억이 없고,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몸의 기억으로 각인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거 지극히 유사과학적인 얘기인 데다가… 그럼 대체 어떡해야 하나. 백종원 현상이 ‘엄마’가 없어서 병든 현대인의 단상이라면, 그럼 모든 집의 엄마가 다시 ‘밥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집밥을 한다는 건 어려운 과업이다. 소중하고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이 주체적으로 할 때 그렇다. 2010년대 식문화에 대해 하는 조언이 기껏 ‘엄마의 손맛을 배워라’라니 하나 마나 한 소리다.
물론 황교익이 나쁜 얘기만 한 건 아니다
천일염 얘기 같은 건 아주 좋은 지적이었다. 하지만 식문화에 대해 깊이 파고들 때마다 그는 온갖 유사과학적 담론, 유사인문학(나는 이걸 인‘뭉’학이라고 부르길 좋아한다)적 담론을 너무 많이 썼다.
계란이나 닭고기 등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도 점점 부정확한 경우가 많아지고, 자신의 입맛을 기준으로 전라도 음식은 사람들의 고정관념 때문에 맛있게 여겨지는 것이라거나 떡볶이는 맛없다거나 거울 세포 같은 소리도 하고…
그러면서 태도는 내 말이 다 옳고 너희는 다 틀렸다 싸우자 하는 태도니 안 까일 수가 있나. 나도 그렇고 우리 모두 그렇지만 황교익 같은 소위 대중지식인의 지적 수준도 그렇게 만인까기보를 쓰기엔 턱없이 모자랄 수밖에 없단 말이다.
그는 이런저런 음식 프로그램의 자문역 정도로만 남았어야 했지 싶다. 뭐 그것도 음식 프로그램들의 수준이 고만고만했던 시절의 일이지만. ‘다음 세대’ 음식 평론가가 필요하지 싶다. 그가 그리도 물고 늘어지는 백종원은 ‘다음 세대’에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만, 황교익은 아무래도 아니다. 그게 황교익이 자꾸 백종원을 걸고넘어지는 까닭일지도 모르지만.
원문: YEIN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