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8년도 막바지, 올해 뭐 했지…?
어느덧 3개월밖에 남지 않은 2018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올해는 도대체 뭘 했나 하고 처절한 자아비판을 실시한다. 아아 정말로 올해는 무얼 했는가? 정녕 먹고 자고 회사 가고 야근하고 술 먹은 것이 전부였던가.
생기 넘치던 사회초년생 시절을 지나 어느새 직장인 4년 차인 지금, 불타는 열정으로 두근거렸던 심장은 카페인에 절여져 노량진 광어인 양 철퍽거린다. 신기루였나 싶은 주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재미도 교훈도 없는 월요일을 버텨나가는 동안 업무엔 적응했지만 요령만 늘었다.
자기계발의 꿈은 멀고도 험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나도 나름대로 자기계발을 통해 진정한 내 길을 찾고 새 삶을 살아봐야겠다. 집 근처에 있는 영어학원에 등록하고 주말 독서 모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 깃든다 했던가, 눈물을 머금고 필라테스 3개월 치까지 질렀다.
자, 이번 주부터는 진짜 다시 시작하는 거야. 전과는 다른 새 삶을 찾는 거야. 굳은 다짐과 함께 출근해 컴퓨터를 켜는 찰나,
수정사항 반영 부탁드립니다.
죄송한데 아까 그건 원래대로 가겠습니다.
혹시 영상으로 만들 수 있나요?”
시도 때도 없이 열리는 미팅과 잡무에 점점 시간은 줄고 업무는 쌓여간다. 별수 있나 오늘도 저녁은 회사에서 때우고 가야지. 막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23시. 아무래도 자기계발은 내일부터 해야지.
그럼에도,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직장인들의 자기계발이 이렇다. 시간을 내기부터 힘들뿐더러, 낸다고 해도 불규칙적이라 이틀가량 공부를 해놔도 내리 3일을 못 하는 바람에 다 까먹어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이건 뭐 공부를 하는 건지 시간을 버리는 건지.
그렇다고 자기계발을 포기하기엔 시대가 어느 때인가? 알파고가 이세돌을 때려잡고, 조만간 인공지능이 내 직장도 때려잡을지 모르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융합형 인재가 되지 못한다면 언제 도태될지 모르는 정글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애플은 언제나 인문학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했다.
- 스티브 잡스
인문학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고 컴퓨터도 없었을 것
- 빌 게이츠
창의성 하면 빠지지 않는 두 CEO가 말했듯,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가 갖춰야 할 소양은 인문학이다. 생각하는 힘을 배우는 철학, 과거에서 현재를 읽고 미래를 예상하는 역사학, 인간을 향한 상상력을 펼쳐내는 문학 등 틀에 갇히지 않는 다양한 사고를 길러 주는 인문학 공부는 창의적인 생각과 다른 분야 간의 융합이 필수적인 현대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덕목이다.
실무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2011년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가 있다. 여기에 따르면 97.8%가 ‘인문학적 소양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가산점을 주고서라도 뽑을 의향이 있다’는 항목에도 절대다수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취업 시장에서는 인문학적 사고를 중시하는 곳이 늘어가고 있다. 모 은행의 채용원서 항목 중 하나는 “최근 읽은 인문도서를 기재하시오” 였으며, 각종 입사 필기 시험에서 ‘해당 산업의 현재를 나타낼 수 있는 사자성어’를 넣으라는 항목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저기 인문학 자기계발 열풍이다. 너도나도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듣고 고전 도서를 읽는다. 몇 해 전 설립된 인문, 과학, 예술 교육기관 건명원에는 무려 9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미 인문학은 우리 사회에서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자,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알겠다. 하지만 우선 돈 벌어 먹고살아야 하는 직장인의 신분으로 진득이 파고들 시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나만 점점 뒤처져 가는 것 같은 각박한 세상에서 직장인들을 위한 공부 시간은 정말 없는 것일까?
매일 퇴근길 인문학 수업을 진행한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곳은 출퇴근길이다. 대중교통 타고 다니는 직장인들에게 출퇴근 시간은 가시밭길이요 고난의 길이다. 꼼짝없이 30~40분 동안 있어야 하지, 할 건 없지, 칼퇴근한다고 해도 집이 멀거나 밀리면 한세월이지…
그런데 거꾸로 말해 이 시간에 책을 읽는다고 해 보자. 출퇴근길 45분씩 주5일로 석 달이면 45시간을 읽는 셈이다. 1년이면 무려 180시간. 매일 규칙적으로 사용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물론 해본 적 없던 출퇴근길 공부를 시작하자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출퇴근길 특화 인문학 도서가 있다. 책에 담겨있는 지식의 양과 질을 보장하면서 요일별로 챕터를 나누어 출퇴근길 자투리 시간 동안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만든 『퇴근길 인문학 수업』이다.
2013년부터 백상경제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을 바탕으로 하는 『퇴근길 인문학 수업』에는 문화창작부 교수에서부터 정신과 전문의, 한문학자, 소설가, 영화평론가, 경제학자, 군사전문기자, 철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문학, 역사, 철학은 물론 신화, 음악, 영화, 미술, 경제, 과학, 무기, 심리치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매일 30분, 지하철 퇴근길에서 읽을 수 있을 만한 분량으로 녹여냈다. 출퇴근길 자기계발 습관을 들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입문서라고 할 만하다.
그렇다. 이미 2018년은 3개월도 안 남았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은 지나갔을 뿐, 이제부터라도 ‘사 분의 일이나 더 남았네’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책을 펼쳐 보자. 21세기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투리 시간일지라도 내일부터는 꼭…기필코…!
철학 공부를 통해 아무리 좋은 개념과 깊은 사상을 배우더라도 그건 훌륭한 철학자의 생각일 뿐 당신 자신의 생각이 아니다. 여전히 남의 생각일 뿐이다. 철학 공부의 진정한 가치는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 『퇴근길 인문학 수업』, 「철학하며 살아보기」, 431쪽
※ 해당 기사는 한빛비즈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