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of Love. 이 문장은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사랑의 예술? 아니, 아무래도 ‘사랑의 기술’이 더 부드러운 것 같다. 실제로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유명한 저서 『The Art of Love』는 『사랑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바 있다.
이처럼 Art는 ‘예술’과 ‘기술’의 뜻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런데 언뜻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서 두 개의 단어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두 관념은 종이의 양면처럼 가깝다. 아래의 예시를 살펴보자.
르네상스 미술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 사람은 〈모나리자〉를 그린 역사상 최고의 예술가이지만, 동시에 발명가, 과학자, 음악가, 공학자, 문학가, 해부학자, 지질학자, 도시계획가, 요리사, 수학자였다. 요리는 영 별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그가 구상했던 다양한 발명품의 구상도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데, 그의 헬리콥터와 글라이더, 시계 등의 디자인을 보면 예술적 상상력과 기술적 상상력이 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을, 심지어 기성의 발명품보다 훨씬 자유롭고 멋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실제로 예술 활동에 필요하다 보니 기술이 발전한 경우도 있다. 현대 카메라의 원형으로 불리는 ‘카메라 옵스큐라’가 그것이다. 안쪽을 어둡게 만든 상자에 작은 구멍을 뚫어 놓고, 그 안으로 들어오는 빛을 통해 상을 맺히게 하는 중세의 발명품이다.
왜 사람들은 이 물건을 필요로 했을까? 바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에게 너무나 필요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그림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화가 베르메르 또한 이 카메라 옵스큐라를 애용했다.
이뿐이 아니다. 아예 발명으로 더 유명한 예술가들도 있다. 19세기 미국의 화가 새뮤얼 모스는 ‘모스 전신기’를 발명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모스의 그림은 몰라도 모스 부호는 다 알고 있다. 모로 가도 성공하면 그만
어떻게 이들은 예술과 기술 사이를 넘나들 수 있었을까? 결국 예술과 기술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목표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왜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없는가? 그 답으로 어떤 예술가는 하늘을 나는 인간을 그렸고, 어떤 예술가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장치를 꿈꿨다. 방법의 차이일 뿐, 예술과 기술은 모두 세상에 던진 다양한 질문의 답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대량생산이 필요해지면서 세상 사람들은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내야 했다. 예술과 기술이 구체적으로 갈라지기 시작한 게 이즈음이다. 예술가가 담당하던 기술적 영역은 그때부터 엔지니어(기술자)에게 넘어갔다.
기술과 엔지니어는 세상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이동수단, 통신수당, 각종 매체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들은 많은 것들을 발명했다. 이제 엔지니어들의 손길이 없으면 사회가 제대로 발전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여기에 현대사회의 새로운 직업군이 또 포함된다. 바로 비즈니스맨이다. 이들은 엔지니어가 발명한 기술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사회로 유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로써 기술의 판매와 유통과 구매가 이루어져 연관된 사회구성원들이 먹고살 수 있는 현대사회의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21세기, 기술이 부딪친 막다른 길목
그동안 기술로 우위를 점하는 법, 경쟁에서 이길 방법은 단순했다. ‘남들보다 먼저 하는 것’이었다. 남들이 못 본 문제를 먼저 찾아내 해결하거나, 훨씬 앞선 기술을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다. 이른바 ‘first mover’라고 불리는 이들의 생존방식이다. 그동안 이 방법은 꽤 큰 격차로 경쟁자들을 앞서 나가는 방법으로서 명실공히 기능해 왔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이른바 ‘Fast Second’라 불리는 추격자가 쫓아오기 때문이다. 이 추격자는 비슷한 제품이나 기술을 내놓으면서 first mover의 차별화 지점을 없애버린다. 또한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텐슨의 이론 중 ‘혁신기업의 딜레마’가 있는데, 이는 후발주자가 기술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쫓아온 뒤 차근차근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위의 경쟁자들에게 결국 first mover는 따라 잡히게 된다.
21세기가 되며 상황은 더욱 척박해졌다.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은 한없이 치열해진다.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개선하고 혁신을 거듭하지만 결과는 예전 같지 않다. 엔지니어와 비즈니스맨이 중심축인 기존 기술은 이미 기성 산업이 된 지 오래이며, 이는 시간과 자원 등등 기존 재원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이 난관을 극복해야만 할까?
여기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답은 다시 ‘상상력’이다. 문제를 빨리 푸는 것은 더 이상 차별점이 되지 못한다. 남들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화두를 던져야 한다. 그게 그거인 도토리 키재기 세상 속에서 몇 발자국 앞서 나가기 위해 혼신을 다하기보다는, 범접하지 못할 상대를 쫓아가기 위해 다리 찢어져라 뛰기보다는 경쟁의 판을 아예 뒤엎어 버리자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상상력의 정수에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묻자. 세상의 편견과 구속 조건을 뛰어넘어 자신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갈고닦은 사람들, 이 세상을 넘어서 새로운 세상만을 꿈꾸는 그 사람들- 바로 예술가에게 새로운 문제의 해답을 찾자는 것이다.
오늘날, 예술가는 어떤 기술을 이야기하는가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옷처럼’ 입는 인체 강화 슈트. 지금이야 『아이언맨』 같은 영화에서도 쉽사리 등장하는 이것이지만, 이게 처음으로 나타난 시기는 무려 1959년이다. 소설 『스타십 트루퍼스』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으며, 현재는 군사용 또는 의료용으로 실현되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한 소설가의 상상력이 기술의 단초를 제공한 예시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은 또 있다. 만화 『드래곤볼』의 전투력 측정기 ‘스카우터’는 구글의 프로젝트 ‘문샷씽킹’을 통해 ‘구글 글라스’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기도 했다.
2018년, 우리는 ‘진정한 혁신’의 키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 질문에는 수많은 해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예술가의 끝없는 상상력’은 제일 급진적이고 창의적인 화두를 던질 것이다.
그 예술과 기술, 비즈니스의 결합을 실험하는 프로젝트가 ZER01NE이다. 이는 예술적 상상력과 기술, 그리고 비즈니스가 상호작용하며 충돌을 일으킬 때,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진정한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는 가설하에 시작된 프로젝트다.
그들은 하나의 코워킹 공간에 예술가와 스타트업을 유치했다. 공대 특유의 실험실 문화와 제작소, 예술가들의 공방이 자유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에게는 어떠한 의무도, 어떠한 강박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서로의 다양한 ‘창작 활동’이 한 곳에서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ZER01NE은 하나의 놀이터(PLAYGROUND)인 셈이다.
현재 ZER01NE에는 20명의 예술가와 7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그들은 다양한 활동과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예술가-스타트업의 협업도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교류는 어떤 과실을 보여줬을까?
설치미술가와 백엔드 개발자가 어느 날 생뚱맞게 상하이 필드 트립을 떠난다. ‘스마트 시티’의 개념 설계를 위해 미국의 우주 공학자와 조형 미술가가 초청되어 한국인들과 함께 서울을 거닐기도 한다. 참여 아티스트 다수가 해외의 유명 전시회(ARS Electronica Festival 2018 등)에 초청되기도 했다. 바로 이 ZER01NE에서 이루어낸 성과다. 이외에도 입소문을 통해 해외의 예술가 혹은 스타트업 지원 조직과 협업 및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2018년식의 예술과 기술의 조화인 셈이다.
이제 ZER01NE 프로젝트는 보다 큰 장소에서 대중들에게 결과물을 펼쳐 보이고자 한다. 그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바로 현대차 원효로 서비스 정비공장이다.
그래서 이곳은 한자리에 모일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들, 즉 스타트업과 예술가, 투자자와 예비 창업자, 그리고 기술에 열린 마음을 가진 일반인들이 경계 없이 모이는 ‘전시공간’이면서 ‘만남의 광장’이 될 것이고, 동시에 난장판인 ‘놀이터’가 될 것이다. 자유롭게 만나고 소통하는 이 공간은 그동안 아무도 생각치 못했던 연결과 충돌, 그리고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다.
현대차의 첫 번째 정비 공장 부지는 지난 ‘20세기 기술’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위에서 예술가와 기술자는 완전히 새로운 ‘21세기 기술’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곳은 과거의 흔적과 미래의 고민이 어우러지는 대중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다.
이 ZER01NE Day 참가는 완전히 무료다. 새로운 변화의 일원이 되어보는 것은 어떠할까? 사전신청을 통해 가능하다.
※ 해당 기사는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