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푸드트럭을 통해 ‘성공했다’는 사람은 없나
기승전치킨.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요식 창업 아이템의 대표 격이다. 프랜차이즈의 도움을 받으면 재료 조달도 용이하고 조리도 간편하고 맛도 대중적이다. 소자본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무엇인가. 하루 인건비를 벌려면 닭을 100마리 이상 튀겨야 할 정도로 수익성에 있어 의문이 가는 아이템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나만 튀기는 것도 아니다. 앞집도 치킨집이고 뒷집도 치킨집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 치킨집의 대체재로 ‘푸드트럭’이 떠오른다. 치킨집보다도 더 적은 소자본으로 가능하고, 누구나 조금만 준비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 요식업계의 신 백종원의 가호를 받아 대중들 사이에서도 인지도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푸드트럭은 사실 ‘길거리음식’이라는 표현이 더 걸맞을 법하다. 한국에서는 포장마차의 형태로 그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해외, 특히 미국식 푸드트럭 형태가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 방송 등으로 유행을 타면서 국내에서도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실제로 길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그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푸드트럭을 통해서 먹고 살 만해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 않고,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규모의 한계이다. 푸드트럭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타깃은 거리를 오가는 이들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동인구는 출퇴근 시간대에만 많아진다. 그래서 타깃 모수가 적어지는데, 그마저도 우천이나 무더위, 강추위 같은 악천후에는 오고 가기에 바빠 거리 음식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핸디캡이 존재한다.
두 번째는 조리속도 부분이다. 요식업의 경우 최소한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수십 분의 조리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푸드트럭은 식당처럼 기다리는 공간이 마땅히 확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조리속도가 길어질수록 줄이 길게 늘어질 수밖에 없다. 길거리 음식을 사 먹는 이들은 대개 시간이 부족하고, 그래서 빠르게 음식을 받아먹기를 원한다. 그래서 수십 분의 기다림을 선택할 확률은 현저히 낮아진다.
세 번째는 차별화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함께 먹는 이들과 대화를 한다거나 주위 경관을 즐기는 등의 활동을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많은 식당은 요리 외에도 식당 내·외부 인테리어나 배경음악, 가게 밖의 환경에 굉장히 신경을 써서 차별화를 확보하려 한다. 그러나 푸드트럭의 경우 먹는 행위가 거리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요리 외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기 굉장히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의 푸드트럭은 지역 축제나 이벤트 등지에서나마 활성화되는 상황이다. 그조차도 창업이 쉬운 만큼 폐업도 쉬워 빠르게 접는 이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가? 푸드트럭 산업을 구원할 묘수는 없는가?
여기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성공한 푸드트럭 사업가다. 그는 푸드트럭의 땅 미국에서 노량진의 ‘컵밥’으로 성공했다. 그냥 성공한 것도 아니다. 연 매출 수억 원을 달성하고 프랜차이즈로 확장까지 시켰다. 바로 송정훈 대표의 ‘유타컵밥(Cupbop Korean BBQ)’ 이야기다.
유타컵밥, 트럭 1대에서 21개의 매장과 해외 프랜차이즈까지 나아간 비결
유타컵밥. 유타는 미국 유타주를 의미하고, 컵밥은… 당신이 아는 바로 그 컵밥이다. 노량진에서 1분 1초가 아까운 수험생들이 후루룩 먹는 그 음식.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는 한국어라고는 Gangnam Style과 BTS밖에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 둘도 없는 맛집인 양 줄을 서서 컵밥을 먹는다. 거짓말 같다고? 아래의 사진을 보자.
그런데 왜 ‘컵밥’이었을까? 유타주에서 갈 곳 없던 30대의 유학생 한 명과 이민자 3명, 그들에게는 각자 1,500만 원 정도밖에 없었다. 그 예산 안에서 그들이 만들 수 있는 업종을 고른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한 대의 작은 트럭은 이제 8대의 대형 트럭으로 바뀌었다. 미국 내 21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3곳의 해외 매장으로 확장되었다.
이쯤 되면 그의 ‘컵밥’에 아무도 모르는 비결이 숨어 있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보자.
1. 30초 전략: 기다림을 최소화한다
유타컵밥은 (당연히 모든 사장님이 그렇듯) 창업 후 딜레마에 빠졌다. 우리는 음식을 정성스럽고 맛있게 만들어야 하는가? 음식점이니 당연히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 행인들을 붙잡지 못한다. 하지만 음식을 빠르게 만들어낸다면 맛과 정성 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대기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결정은 후자였다. 푸드트럭은 특성상 보통 3시간 안팎의 운영시간 안에서 결정된다. 그런 상황에서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자면 짧아도 10분에서 15분이 소요된다. 아무리 많이 팔아봤자 100개도 못 파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 또한 음식을 빨리빨리 먹고 싶어 푸드트럭에 서는 것이다(노량진의 계산은 미국에서도 유효하다).
그러니 고객들의 니즈까지 감안했을 때 답은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밖에 없다. 유타컵밥은 속도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정성과 맛의 부족함은 다른 부분에서 보완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완했을까?
2. 소통: 정과 덤을 ‘경험’하게 한다
미국인들은 아시아 계열 음식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한다. 웬만한 거리에는 중국, 일본 음식점이 있고, 베트남 식당과 태국, 인도 식당도 흔히 눈에 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아시아 식당의 공통점이다. 첫 번째는 대부분이 스몰 비즈니스, 혹은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점이며 두 번째는 손님이 왔을 때 음식만 내준다는 점이다. 입장, 주문, 서빙, 계산. 끝.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더 이상 뭐가 있을 수 있나? 싶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르다. 그들은 Small Talk를 선호한다. 요리를 먹으며 “이건 뭐야? 왜 이렇게 만든 거야?”라고 하나하나 물어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시안 계열의 식당에서는 종사자가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점까지 더해져 이런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유타컵밥은 바로 이런 부분을 주목했다.
음식은 조금 덜 맛있어도 된다. 하지만 고객의 이름을 기억하고, 손님이 왔을 때 웃어주는 식당에는 다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곳에는 가족도, 친구들도 데려갈 수 있다. 결국은 손님들과의 ‘소통’인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소통의 창구를 마련했는가? 미국인들은 독립적이면서 개인적인 문화에 익숙하다. 유타컵밥은 한 가지 실험을 했다. 한국식의 ‘정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다. 창업 초기, 줄 선 사람 중 장난기 많아 보이는 사람에게 ‘아 해봐’를 시킨 뒤, 군만두에 소스를 잔뜩 칠해 입에 밀어 넣었다. 그런데 이게 먹혔다. 장난을 당한 고객도, 이를 보는 고객도 너무 즐거워했다.
개인적인 미국 사회에서 자라면서 누가 자기 입에 음식을 넣어준 적이 없었던 이들에게 유타컵밥은 말 그대로 Fun하게 다가갔다. 이 ‘장난’이 SNS에서 공유되며 초기 유타컵밥의 홍보에 지대한 공로를 했다. 이른바 한국식의 ‘정’이 미국에서는 어마어마한 친근함의 표시로서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가 된 것이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덤’이었다. 추가로 반찬이나 소스를 달라고 하면 바로 비용이 더해지는 미국에서 공짜로 뭔가 더 제공받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유타컵밥은 Free food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누들은 공짜로 얹어 주었다. 손님들이 만두 등의 사이드 메뉴를 추가하면 돈 안 받고 더 주었다.
사실 계산된 행동은 아니었다. 송정훈 대표가 한국에서 배웠던 대로 했을 뿐이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이것을 놀라운 것으로 인식했다. 대단히 당황하고, 기분 좋아하고, 팁을 많이 얹어 주기까지 했다. 그들에게 ‘덤 문화’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생경하고 생소한 경험을 더 해보고자 하는 단골이 생겼고,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전파하고 싶어 했다. 이것은 유타컵밥의 입소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유타컵밥은 음식을 먹으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그래서 지금도 유타컵밥은 ‘즐거움을 주고, 기쁨을 주고, 경험을 주자’라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3. 맛: 이질적인 것과 익숙한 것을 조화시켜라
요식업의 기본은 맛이다. 하지만 해외 요리의 경우 현지화라는 장벽이 존재한다. 더욱이 유타컵밥은 ‘컵밥’이라는 한국의 독특한 음식을 미국인 입맛에 맞춰야 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했고, 그중 한 가지 비결을 찾아냈다. 바로 소스다.
우리나라 음식의 간을 장이 결정한다면, 서양에서는 소스가 결정한다. 그런 만큼 서양의 소스는 많은 사람에게 친숙하고, 무척이나 다양하게 발달했다. 이런 소스 문화를 우리나라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인 ‘써브웨이’다. 써브웨이에 가면 점원이 여러 질문을 쏟아낸다. 빵은 뭐로 하시겠어요? 야채에서 못 먹는 것 있으세요? 고기는 어떤 것으로 할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소스는 어떤 걸 뿌릴까요?”
써브웨이의 이 질문들은 자기 입맛에 완벽히 맞춘 식사가 가능하다는 걸 시사하는 동시에, 맛이 없어도 고객이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만든다. 그 맛은 자신이 직접 골라 조합한 것이니 전부 본인의 책임인 것이다. 식당에서 맛없는 식사를 접하게 되면 다시는 안 가게 되지만, 써브웨이는 맛있는 조합을 찾아내기 위해 또 방문하게 된다.
그렇게 여러 번의 방문을 통해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맛을 찾아내고 업그레이드한다. 이 빵에는 이 소스가 별로였으니 이번에는 이걸 뿌려보자, 원래 정해진 메뉴는 맛이 부족한데 이 소스를 더하니 맛이 살아나더라. 이렇게 소스에 따라 다양한 맛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유타컵밥 또한 이 점에 착안하여 다양한 소스를 제공했다.
또한 유타컵밥의 소스는 새로움 속에서 익숙함을 경험할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불고기 컵밥’이라는 메뉴가 있다면, 그 안에 들어가는 불고기는 한국식으로 조리되더라도 컵밥의 맨 위에 올라가는 소스는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소스로만 구성한 것이다.
그러면 미국인들은 익숙한 소스와 생소한 불고기의 조합을 통해 “어? 익숙한데 뭔가 특이한 맛이네?”라는 감상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차별화 전략: 기다리는 과정조차 즐겁다
유타컵밥은 ‘파는 방식’에도 차별화를 두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받기까지의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그 짧은 시간도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게끔 바꾼 것이다. 소리 지르고 춤추고 노래하고 셀카 찍고, 만약 손님이 자신의 특기를 보여주면 공짜로 식사를 제공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줄 서 있던 치어리더에게 “당신이 잘하는 걸 보여주면 음식을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면 위대한 천조국의 치어리더는 그 자리에서 20바퀴를 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관심을 가진다.
어, 얘네 뭐지? 왜 트럭 앞에서 20바퀴씩 뒤로 돌지? 왜 사람들은 저렇게 웃지?
이 모든 과정이 유타컵밥의 홍보가 되었다. 기다리는 과정조차도 즐겁고, 기다리는 과정조차도 홍보 수단이 되고, 기다리는 과정조차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것이다.
푸드트럭에는 푸드트럭만의 ‘성공 공식’이 있다
트럭 하나를 혼자서 운영해도 먹고 살까 말까 한단다. 그러나 누군가는 똑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해서 어마어마한 사업으로 일구어냈다. ‘푸드트럭만의 성공 공식’을 깨달은 덕분이다.
많은 한국인이 실패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열어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사기를 당해서 그렇기도 하다. 시행착오는 누구든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서 경험하여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삶에 맞춰 고쳐서 적용한다면 그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유타컵밥 송정훈 대표의 이야기가 많은 영감을 전해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요식업 장사’의 본질을 깨달음과 동시에, 푸드트럭에서만 통하는 성공 공식을 깨달은 사람이다. 그러니 자신만의 멋진 푸드트럭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혹은 요식업에서의 성공을 노리는 사람이라면 송정훈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백종원의 푸드트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스토리 TMT SHOW
강연 정보
- 일시: 2018년 10월 13일 오후 3~6시
- 장소: 선정릉역 근방 D.CAMP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 551 새롬빌딩 3층)
- 연사: 푸드 컬쳐랩 대표 안태양/ 유타컵밥 CEO 송정훈/ 준오헤어 대표 강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