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rvard Business Review의 「People Who Graduate During Recessions Earn Less Money — but They’re Happier」을 번역한 글입니다.
2009-2011년 사회에 나온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전망은 아주 우울했습니다. 실업률도 역사적 수준으로 높았고, 일자리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대학 졸업 후 9개월이 넘도록 직장을 잡지 못한 이들이 거의 절반에 달했습니다. 그나마 잡은 일자리도 임시직이거나, 복지 혜택도 없거나,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초반의 사회 경험이 좋지 않게 되면, 나중에까지 계속해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 환경이 좋을 때 대학을 나온 이들보다 경기 침체기에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임금도 더 적었고, 그 격차는 수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습니다.
또한 이들은 규모가 더 작고, 유명세도 더 덜하며, 임금도 더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회사 생활의 절정에 이른 이들, 즉 CEO들에게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경제 환경이 좋을 때 대학을 나와 CEO까지 된 이들보다 경기 침체기에 대학을 나와 같은 길을 걸은 이들이 더 규모가 작고 이름도 유명하지 않은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 침체가 시간이 지나도 계속 급여 및 직업적 명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사람들의 직장 내 다른 생활에는 놀랍도록 긍정적인 의미를 가져다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중 하나가 경제 환경이 좋을 때 사회에 나온 이들과 비교해 경기 침체기에 사회에 나온 이들이 직장 생활을 더 즐겁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에모리 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에밀리 비앙키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1,638명을 대상으로 직업 태도를 조사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 환경이 좋을 때 대학을 졸업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들보다 경기 침체기에 대학을 나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임금을 덜 받지만 초반은 물론 후반까지도 더 행복하게 직장 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산업마다 다르다거나 선택한 직업이 달라서라는 이유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그보다는 경기 침체기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자기 직업을 더 긍정적이고 더 만족하는 쪽으로 마음먹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놓고 전전긍긍하거나 뭐가 어찌 된 건지 이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직장 생활의 좋은 점에 집중하면서 일자리를 얻은 것에 더 감사했다는 말이 됩니다. 반면 경제 환경이 좋을 때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다른 곳으로 갈걸’ 하는 후회와 자책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큽니다.
경기 침체기에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자기 일자리는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 방식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자기중심주의 또는 이기주의는 자신이 특별하고, 독특하며 좋은 결과를 얻을 만하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직장 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기주의에 빠진 이들은 자기 이익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이에게 해가 되는 경우에도 말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화를 내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직장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특히 높습니다.
경기 침체기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거창한 자의식’을 키울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역경과 고난을 거칠수록 이기주의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경기 침체기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처음 일자리를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지만, 직장 생활을 다지는 데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 많은 이가 중간에 일자리를 잃거나,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일자리를 잡거나, 아니면 임시직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독립심을 키우거나 경력을 다지는 데 힘든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자아가 과잉 발달하는 것도 막아줍니다.
비앙키 교수는 미국인 3만 명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를 분석해, 경기 침체기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실제 이기주의가 낮은지 시험했습니다. 그 결과 경제 환경이 좋을 때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들보다 경기 침체기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이기주의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EO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경제 환경이 좋을 때 직장 생활을 시작해 회사의 리더가 된 이들보다 경기 침체기에 직장 생활을 시작해 같은 길을 걸었던 이들이 이기주의가 더 낮았습니다. 경기 침체기에 직장에 입사한 것이 자기애에 영향을 미쳤다면 윤리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까요? 그럴 수 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기주의가 강한 이들이 비윤리적으로 행동하고, 직장 동료들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며,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경기 침체기에 대학을 나온 이들이 이기주의가 강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도덕 및 윤리적 경계선을 넘어설 가능성도 낮을까요?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아론 몰리버 교수는 경기 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CEO들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비윤리적이고 불법이며 관행이었던, 스톡옵션 날짜 소급을 벌일 가능성이 더 낮았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경기 침체기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자신을 실제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거나, 다른 사람보다 관심과 칭찬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더 낮을뿐더러, 조직에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자기 이익을 챙기는 행동을 할 가능성도 더 낮습니다.
지난 금융 위기 동안 직장 생활을 시작한 많은 이들은 그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시절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상처를 여전히 지녔습니다. 이력서의 경력란을 채울 내용이 더 적고 연봉에 0이 더 적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힘든 경험이 그들을 더 행복하고, 덜 이기적이며, 더 윤리적인 직원으로 만들어 준 것입니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