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때에 따라 성 상품화도 진보적일 수 있다
스파이스 걸스를 떠올려 보자. 그들은 “나의 연인이 되고 싶다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다가오라”(“Wannabe”, 1996)고 노래하며 데뷔하였고, 거의 반드시 팬티가 보일 법한 의상을 즐겨 입었으며, 고전적 공식에 따라 “누구라도 한 명쯤은 이상형으로 삼을 법한” 멤버들로 구성돼 있었고, 잔소리 할 것 없이 섹스 어필을 뿌려댔다. 그들의 모토였던 “걸 파워”는 상업적 선택에 의해 내세워졌고, 보기에 따라서는 “진정성”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상적으로 스파이스 걸스는 지금 한국의 여성 아이돌 절대다수보다 젠더적으로 훨씬 진보적이었다. 또한 결과적으로 “걸 파워”는 구체적인 메시지가 되어 소녀들에게 소비사회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왔다는 시각도 있다. 즉 성 상품화의 첨단에 있던 그들의 마케팅이 (시각에 따라선) 젠더적으로 진보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다.
2. 수준 낮고 불순한 것도 표현의 자유를 늘려 나간다
H.O.T.가 “전사의 후예”(1996)를 외치며 등장한 이래, 많은 아이돌들이 “사회적 메시지”를 곡에 담았다. 그들 중 절대다수는 (당연히) 상업적 선택으로, “진정성”의 시각에서 본다면 얼마든지 평가절하될 수 있다. 또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의 피상성은 그런 비판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하다. 나도 그들의 메시지를 액면 그대로 긍정할 정도로 나이브하진 않다.
기획형 아이돌의 시초를 연 H.O.T는 항상 사회비판적 가사와 함께 등장했다.
그러나 그런 피상적이고 “불순한” 메시지들이 반드시 휘발되기만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섹시 웨이브” 안무가 “통”하고 나면 엉덩이를 “들이대는” 안무가 시도되는 식으로 섹시 컨셉트가 점점 수위를 밀고 올라가듯, 선례들을 통해 표현의 범위도 점점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 노래도 선정적이라 까인 시절이 있다.
과거의 여성 아이돌 중 “힙합전사” 컨셉트의 O-24가 참패하고, 베이비복스와 샤크라가 강한 이미지에 섹시 컨셉트 밖에 결합할 수 없어 결국 대중적 한계를 지녔던 점을 기억하자.
일찌기 O-24, 베이비 복스 등이 강한 여성상을 시도했으나 이런 시도가 제대로 성공한 건 2NE1 이후부터다
한국의 여성 아이돌은 “가요계의 요정”이어야 했다. 섹시 컨셉트는 종종 “싸구려”로 낙인 찍히고 “군부대 전용”이란 조롱을 받았다. 게다가 “요정”의 미래는 은퇴하거나 섹시 컨셉트로 “성숙”을 표현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현재는 어떠한가. 2NE1이 강한 이미지와 성적으로 덜 노골적인 컨셉트를 결합할 수 있는 점은 대조적이다.
잘 벗지도 않지만, 벗어도 선정적으로 다뤄지지 않는 2NE1
3. 아이돌의 섹시 컨셉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섹시 컨셉트의 여성 아이돌들이 “군부대 전용”을 넘어서고 있는 경우도 흔히 발견된다. 특히 “지나치게” 섹시한 포미닛은 의도적으로 “저급한” 컨셉트로 선회하고서도 평가절하 없이 정상을 지켰다. 가인의 뮤직비디오가 여성의 성적 만족과 자위행위를 표현한 점은 어떤가. 이는 어떤 남성 팬덤의 자기기만과 섹스 어필 수위의 상향조정의 맥락 속에서 일어난 변화들이라 볼 수 있다.
여성들로부터 더욱 반응이 좋았던 가인의 섹시 코드.
그러나 나는 마돈나가 성녀-창녀의 이분법에 질문을 던진 행위가 한국의 가요계에서 지금에야 이뤄지고 있다고 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성 아이돌이 Nar du skal finne spilleautomaten, gar du til fanen “Games” i stedet for Casino Red, der de normalt ville v?rt. 성숙을 선언할 때 섹시 컨셉트 외에는 선택지가 없던 과거에 비해, 음악적 성숙과 퉁명스러운 성인 여성을 표현한 아이유와 카라의 사례는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
새로운 아이돌의 성장 모델을 보여준 아이유.
그런 측면에서 나는, 이를테면, 히어로를 내세우는 여성 아이돌을 기다린다. 주로 여성 층에게 호평 받고 있는 소녀시대의 일본에서 예로, “I”m In Love With The Hero”를 노래하던 2011년과 “Let”s go, 얼치기 자식들을 get down”이라며 모터사이클을 타고 활극을 벌이는 노래를 부르는 2013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다양한 모험물의 레퍼런스 속에서 “액션”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남성 아이돌들과 비로소 동등한 역할이 된 셈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곡이 아주 나올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히어로의 모습을 한 소녀시대.
또한 아이돌의 육체성이 점차 흐려지는 흐름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비욘세를 보는 우리가 그녀의 우버섹시에 감탄하면서도 전반적으로 그녀와 자고 싶어하지만은 않는 것은 비단 인종적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섹스 어필도 상황과 종류에 따라 성욕으로부터 분리되는 지점도 존재하는 듯한 모습이다.
천조국의 위용
그런 면에서 소녀시대의 “I Got A Boy”나 씨스타는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덧. 섹시함을 오직 섹스와 연관지을 필요는 없다
또한 팬덤의 아이돌 소비가 점점 가상화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가치가 있다. 아이돌을 소비하는 행위와, 그 아이돌과 섹스하는 것이 분리되는 현상이다. 특히 남성 아이돌의 여성 팬덤에게서 그런 경향이 많다고 할 수 있는데, 여성 팬덤에게서 많은 것을 학습한 2차 아이돌 붐의 남성 팬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아이돌을 가상인물로서 소비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섹스어필 또한 하나의 기호로서 받아들이는 셈이다. 무한도전에서 사기꾼 노홍철을 봤다고 해서, 현실에서 노홍철을 만나 그를 경계하고 기피하지 않듯, 아이돌의 섹시한 모습을 즐긴다고 해서 반드시 그(녀)와 자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을 자기기만으로 파악하든, 억압기제로 이해하든, 중요한 것은 그런 현상이 존재하며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인간을 기호적으로 가상 소비한다는 것이 성 상품화보다 덜 소름끼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면 아이돌 세계의 어떤 인구들은 성 상품화와 성적 공격성으로부터는 다소간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능성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그렇다.
louis vuitton neverfulWere Weapons Of WW1 Used Successfu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