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eda is to design What Warren Buffett is to finance.
이렇게 칭송받는 존 마에다(John Maeda)를 2010년 12월에 한국에서 만난 후 7년 만에 학생의 신분으로 다시 한번 만날 기회가 있었다. 만나자마자 수염을 기르고 있는 것을 보더니 미국 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것 같단다. 생각해보면 한국 직장인으로는 엄두도 못 냈을 일이기는 하다.
내가 입었던 상의의 디지털 카무플라주 패턴이 예쁘다며, 어디 제품이냐고 물어보는 것을 보면 스쳐 지나가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여전히 많은 사람이다. 비록 그가 했던 이야기의 포인트는 아니지만, 지난 3월 SXSW에서 했던 강연 중 인상적인 부분을 좀 정리해본다.
디자인도 ‘애자일’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얼마나 커졌는지는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서비스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전과는 달리 보기도 좋고 사용성도 훌륭하다. 그런데 테크업계에서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변화해간다. 사용자를 이해해 그에 맞춰 쓰기 쉽고 예쁜 것을 만드는 것에 머무르면 안 되고, 바로 그 디자인을 작동 가능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순수 디자이너인지 순수 엔지니어인지 경계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테크 회사들에게는 이렇게 문제를 찾고 바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이런 하이브리드 디자이너들은 분명히 매력적일 것이다. 디자인도 애자일(Agile)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을 때 남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혁신적인 회사들에는 이런 직원들이 일한다.
존은 디자이너들의 미래를 이렇게 그리지만 전통적인 개념의 디자이너 그 자체로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2004년 이후 71개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 인수합병이 있었고 그중 50개는 최근 2년 사이에 벌어졌다. 노스웨스턴 켈로그 MBA 과정에 MMM이 생긴 것이나 맥킨지와 IBM이 디자이너들을 경영진에 포함한 최근 사례를 보면 순수 디자이너 영역도 분명히 존재한다.
클래시컬 디자인 vs.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존은 디자인의 역할은 계속 변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은 코드, 글, 혹은 목소리와 같은 무형의 재료로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만이 최근 트렌드인 채팅로봇 혹은 음성인식 서비스의 경험을 더 잘 만들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클래시컬 디자인(Classical Design)과 컴퓨테이셔널 디자인(Computational Design)의 차이를 설명했다. 클래시컬 디자인이 완성된 형태의 제품을 소수의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면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은 코드로 계속 변화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많은 사람에게 유익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사례
인스타그램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조금 더 쉽다. 초창기 인스타그램 팀은 서비스 론칭시 정사각형 형태와 직사각형의 사진을 골라서 업로드할 수 있게 하려면 너무 많은 개발비가 필요해 디자이너가 정사각형으로만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정사각형 사진은 인스타그램의 아이콘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의 사진 찍는 행위를 완전히 변화시킨 의사결정이었다. 하지만 만약 코딩할 줄 아는 디자이너가 있었다면 어쩌면 서비스 초기부터 오늘의 인스타그램처럼 가로세로 비율이 다른 사진도 올릴 수 있게 할 방법을 찾지 않았을까?
마치며
사실 개인적으로 100% 공감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과거 그래픽 디자이너가 웹 디자이너로 변하며 새로운 영역이 생겨났던 것처럼, 코딩을 이해하는 디자이너들이 있다면 그들의 고유한 영역이 생겨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원문: 최종원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