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밀라노에서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 경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해준 조언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1. 가정하지 마라
그의 인생 모토 중 하나 ‘Never Assume’은 폴스미스의 문장에도 포함이 되어 있다. 이 모토가 자신의 시간을 수도 없이 아껴줬다는 얘기를 하더라. 업체가 원단을 다음 주까지 배송하겠다고 하면 가만히 앉아서 올 거라는 가정을 하지 말고 3일 전에 전화해서 재확인하는 등 당연하다는 것들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이다.
2000년 기사 작위를 받으면서 만든 문장도 그는 전통적인 관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아래와 같이 유쾌하게 표현했다.
2. 모든 것에서 영감을 찾을 수 있다
패션 디자이너는 12분짜리 패션쇼를 위해 약 30만 파운드(한화로 약 4.3억)의 자본을 투입한다. 큰돈이 들어가고 많은 디자이너가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가능한 모든 미친 짓을 한다. 전 세계에서 모인 기자와 바이어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기회는 딱 12분이기 때문이다. 매 시즌 이렇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영감을 받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폴은 인생의 모든 순간에서 영감을 찾는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폴은 핑크 플로이드, 지미 헨드릭스, 데이빗 보위 등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받은 콜렉션도 선보였다.
또 폴은 그동안 영감이 되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실제로 모로코 여행 중 찍었던 샹들리에 사진을 자신의 컬렉션 라인 스카프의 프린트로 포함시킨 사례도 대화 중에 보여주며 ‘진정 모든 순간 영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영감을 받지 못한다면, 제대로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에는 #takenbypaul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본인에게 영감을 주는 사진들을 올린다.
3. 표절하지 마라
오늘날 사람들 사이에 만연한 병이 있는데, 바로 표절이라는 병이다. 뭔가 자극적인 것만 찾으려 하고, 영감을 받은 후 치열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표절이라는 쉬운 길을 찾게 된다.
영감을 받는 것과 표절은 다르다. 영감을 받는 것은 전체 과정 중 단지 10%에 불과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나머지 90%의 부가적인 일도 잘해야 한다. 이런 잡일을 하지 않고는 디자인이 세상에 나올 수 없다. 귀찮더라도 필요한 일을 해야 하고,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결정을 해야 한다.
4. 고민해라
폴스미스 매장은 각각 그 매장의 위치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존재한다. LA의 멜로스(Melrose) 매장을 오픈할 때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이 쇼핑거리에서 어떻게 이 매장에 흥미를 갖고 차를 세우게 할지 생각하게 됐단다.
그는 고민한 끝에 건물을 통째로 핑크색으로 칠해버렸다. 결과적으로 이곳은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LA의 포토 스팟이 되었다. 단언컨대 만약 이곳을 지난 적이 있다면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 것이다.
+1. 마지막 당부
1946년생인 폴은 대화 내내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많은 사람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먼저 내 전화기를 달라며 셀카를 찍었다. 그가 재차 당부하던 마지막 한 가지.
Keep your eyes open. Get inspired. Don’t copy.
원문: 최종원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