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Spotify)의 상장 후 첫 번째 분기 실적발표가 있었다. 회사가 계속 제시해왔던 가이던스대로 실적이 나왔지만 월스트리트의 기대치보다는 낮아 실적 발표 후 주가는 7.7% 정도 하락했다. 시장은 상장 후 첫 실적 발표라 그동안 회사가 보수적으로 실적을 집계하고 공유할 것이라고 예상했거나, 스포티파이의 무서운 성장세를 아는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지 않았나 싶다.
아래는 실적발표 후 투자자들과 진행되었던 QnA 세션 이후 CEO 다니엘 에크(Daniel Ek)가 콜을 마무리하면서 했던 말이다.
I just want to take a moment to thank everyone for participating in this earnings call and we hope that the shareholder letter and this Q&A were informative to you. Our goal is to continue to be as transparent as possible so we welcome any feedback you have on how we can continue to make the earnings process useful for investors and analysts. Our goal is to continue to be as transparent as possible.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스포티파이의 경영진이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자 하며 실제로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점이다. 이런 투명성을 전제로 대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예상하지 못해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긴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접근이 신뢰를 얻으면 오히려 회사에게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동안 스포티파이는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애플 뮤직의 성장세에 대한 질문이나 위협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그들의 경쟁자는 애플 뮤직이나 판도라와 같은 음악 스트리밍 회사들이 아니라 ‘라디오’라고 수차례 이야기했다. 3가지 면에서 일리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 아무래도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경쟁자나 개념과 경쟁하는 것보다는 과거의 실체가 있는 경쟁자를 상대로 경쟁하는 게 더 용이할 것으로 보이고,
- 무엇보다 그동안 투명하게 소통해온 스포티파이 경영진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 그리고 애플 뮤직의 성장세가 위협적이기는 하나 아직까지 유료 사용자의 측면에서 스포티파이에 미치지는 못하므로 아예 경쟁자라고 보지 않을 수도 있다.
투명함을 전제로 앞으로 스포티파이의 행보를 정리하고 일부 예상도 해본다.
1. 가수 데뷔 플랫폼 비즈니스
스포티파이는 새로운 매출이 발생할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음반사나 기획사들이 매출의 15-20% 정도를 마케팅 비용으로 쓰는데 이 중 일부분을 스포티파이가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한다. CEO 에크는 말한다.
새로운 아티스트(가수)를 시장에 선보이는 데 비효율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많은 사람과 시스템이 필요한 큰 생태계가 투자되어야 비로소 생존 가능한 아티스트가 탄생한다. 그런데 스포티파이는 이를 효율화하기 위한 데이터를 소유했고 청취자의 취향을 알기에, 새로운 아티스트가 시장에 선보일 때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며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음반사나 기획사들에 더 큰 권리(돈)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CFO 배리 맥카시(Barry McCarthy)도 말한다.
우리는 미래의 성장동력이 과거의 성장 역학과는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CEO가 앞서 언급한 아티스트와 음반회사가 동시에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과거에 없던 효율적인 마케팅 시장을 만들고자 한다. 이는 음반사에도 좋고 스포티파이도 손익을 개선할 기회다. 우리가 돈을 더 벌고 음반사가 덜 버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것이 우리가 음반사들과 라이센스 재계약을 하면서 기존 15%에서 25%로 조건을 유리하게 끌어낸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스포티파이의 경쟁자는 애플 뮤직이 아니고, 오히려 라디오인 것이다.
2. 가장 사랑받는 서비스 무료 제공하기
많은 사람이 ‘돈을 벌려고 하면 무료로 주는 것이 적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생각이 조금 다른가 보다. 새로운 스포티파이의 앱은 기존의 앱보다 더 많은 노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한다. 무료로 많은 걸 제공받던 사람들이 장기적으로는 유료 사용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무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당연히 더 좋을 것이고, 경쟁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스포티파이가 고객을 묶어두는 강점 중 하나인 개인의 청취 데이터에 기반한 주간 추천 음악(Discover Weekly)을 유료가 아닌 무료 서비스에서도 제공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하드웨어 출시
가디언에 따르면 스포티파이가 하드웨어 제작을 위해 구인 중이라고 한다. 아마존의 파이어 TV(Fire TV)가 어떤 TV의 HDMI 포트든 꽂기만 하면 스마트 TV가 되듯이 어떤 아날로그 스피커에도 꽂기만 하면 사용자의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되도록 하는 디바이스가 나올 수도 있고, 조금 더 대범하게 생각해보면 스포티파이 자체의 보이스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스피커가 출시될 수도 있다.
그동안 스포티파이 커넥트(Spotify Connect)라는 기능을 통해 아마존 에코, 소니 PS4, BMW7 시리즈 등 여러 업체와 협업하며 시장을 확대해왔지만 홈팟(HomePod)을 출시한 애플이 애플 뮤직만 지원하면서 좌절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회사가 직접 디바이스를 제작한다는 건 억지스럽지 않다.
실제로 마켓워치(MarketWatch)에 따르면 사용자들이 ‘음성인식 스피커를 통해 음악 듣기’ 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이 사실도 어렵지 않게 위 가설을 뒷받침한다.
4. 끈끈함 올리기
스포티파이가 창업한 후 내내 관찰한 것 중 한 가지는 스포티파이가 사용자와 더 끈끈함(Stickiness)을 형성할수록 유료사용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플레이리스트 기능도 스포티파이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인데, 사용자가 팔로우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사용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더 알게 되어 친밀도를 높여놓고 언젠가 이 기능을 어떤 식으로든 유료화 전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경우 누구나 인플루언서로 음악 취향이 맞는 사람들에게 돈을 벌 기회가 올 것이다. 더 많은 사용자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것이고, 콘텐츠는 더 풍부해지고, 더 많은 아티스트와 음반사가 음원을 제공하려고 할 것이고, 스포티파이 왕국은 더 탄탄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음악 시장이 더 커질 것이고 스포티파이는 더 많은 수익을 낼 것이다.
5. 스포티파이 + 훌루 = 음악 + 비디오
그동안 학생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되었던 훌루(Hulu)와의 번들 서비스가 전체 유료 사용자에게 확대되었다. 아마도 스포티파이의 비용 지출은 올라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 끈끈함을 올리게 될 것이고 결국 더 많은 유료 사용자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에크도 이 번들 패키지를 제공한 후 사용자들의 서비스 유지율이 한참 더 올라갔다고 한다.
소비자가 흥분할만한 것을 제공하면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하는 전도사가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스포티파이의 사용자 만족도를 엿볼 수 있는 지표인 NPS(Net Promoter Score)를 보면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으니 경영진의 말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1. 서비스 업체들에 시사하는바
애플 뮤직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스포티파이와 유사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포인트는 스포티파이가 스스로의 경쟁상대를 ‘라디오’라고 본 것. 스스로 시장을 정의하며 애플 뮤직이 갈 수 없는 길을 간다. 다시 말해 후발주자가 스포티파이를 벤치마킹하고 따라 하는 사이 스포티파이는 독자적인 행보를 걸었다. 기존에 확보한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기회 영역을 발굴하고 창의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단기 수익에 집착하지 말고, 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이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기능과 끈끈함을 올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만약 비디오 스트리밍을 제공한다면 유사한 서비스의 경쟁사인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으로 맞짱을 뜨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유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동안 미투 전략을 해서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회사를 본 적이 없다. 혹시 버텨왔더라도 언제나 아등바등 살아남았다. 조금 더 고민하고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면 경쟁하는 길이 아닌 블루오션에서 헤엄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원문: 최종원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