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
연트럴파크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3주 남짓한 행사 기간 약 5만 5,000명이 오갔다. 20명의 아티스트를 초청한 필스너우르켈 페스티벌보다 많은 사람이 찾았다. 그 화려한 서울재즈페스티벌 수준이다.
맥주도 무진장 팔렸다. 팝업스토어에서만 하루 평균 1,000잔이 팔리며, 주말에는 2천 잔이 나갔다. 팝업스토어가 아닌 근처 상권에서 팔린 맥주까지 합치면 그 몇 배는 될 것이다.
이 정도로 인기를 끈 맥주 행사는 대한민국에서 처음이다. 이런 독특한 행사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실제 제주맥주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맥주는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시게’ 해야 한다
처음 이 기획이 올라왔을 때 투자자들의 반응은 매우 좋지 않았다. 제주맥주는 이미 순조롭게 성공 가도를 달렸다. 서울에도 성공적으로 상륙했다.
제주도 돼지고기, 해산물을 파는 곳을 중심으로 500곳 이상 제주맥주는 입점한 상태였다. 편의점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이런 대형 오프라인 행사에 매우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예산을 더 줄 테니 디지털 마케팅이나 IPTV에 예산을 쓰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제주맥주 측의 생각은 달랐다. 맥주는 저관여 상품인 동시에 습관 형성이 중요한 제품이다. 그래서 브랜드 노출을 늘리는 것보다 실제 먹어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먹어보는 것 이상의 브랜드 노출이 필요했다.
맥주를 사 마시면서 동시에 브랜드까지 노출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 결과물이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이었다. 일반 광고보다 훨씬 더 효율적, 효과적일 수 있는 페스티벌.
2. “서울 곳곳을 제주로 물들이자”: 팝업스토어가 아닌 페스티벌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은 팝업스토어로 알려졌지만, 제주맥주 내부적으로는 ‘페스티벌’이라 생각했다. “서울 곳곳을 제주로 물들이자”는 슬로건 아래, ‘제주도 그 자체’를 가져오는 페스티벌을 기획했던 것이다. 현실적으로 서울 전체를 할 수 없으니 우선 한 지역을 선택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남동이 선택됐다.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도 고려대상이었으나 제주도를 즐기기에는 연남동과 큰 차이가 있었다. 제주도에는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이 있다. 길이 좁고 사람들이 부딪히듯 걸어야 하는 곳과 달리, 연남동은 중간에 넓은 잔디밭이 있었다.
또한 연남동은 유동인구가 많았고, 그중에서도 젊은이들이 많은 공간이었다. 자연 친화적이고 한적한 제주의 느낌과 잘 맞았다.
페스티벌을 위해서는 팝업스토어 한 곳만으로는 부족했다. 연남동에 있는 수많은 술집을 섭외해야 했다. 업장의 벽면을 현수막을 통해 민트색으로 물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부터 연남동과 상생을 추구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페스티벌 기간 제주맥주와 함께한 업체에 많은 혜택을 줬다.
3. 연남동을 민트색으로 물들이기 위한 노오오오오력
연남동을 제주맥주의 상징 민트색으로 물들이기 위해서는 각 맥줏집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협의는 정말 어려웠다. 수입 업체도 아닌 이름 없는 국내 업체의 프로모션 제안에 업주들은 손수이 반기지 않았다. 현수막을 붙이는데 비용을 지불하는 등, 돈으로 해결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모자랐다.
방법은 없었다. 그냥 노오오오오력이었다. 제주맥주 직원들이 직접 하나하나 업장을 방문해 협력을 간청했다. 연남동을 제주도로, 제주맥주의 거리로 만들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상권이 훨씬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돈은 못 줘도 SNS 홍보, 각종 프로모션 등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목표의 절반 정도인 10곳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2개월의 시간 동안 많은 업장의 허락을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4명의 인원으로 10곳이라도 허락을 받은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4. 소셜미디어를 통한 엄청난 바이럴
그러나 정작 페스티벌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돌아섰다. 제주맥주 팝업스토어는 물론 연남동 전체가 핫플레이스가 됐다. 그러자 오히려 힘들다고 했던 업체들에서 다시 찾아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페스티벌에 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설치할 시간이 없어 무산됐을 정도로 연남동은 터져나갔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이유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바이럴이다. 행사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에서의 #제주맥주 태그는 2만 개를 돌파했다(2018년 8월 기준 약 2만 7,000개). 다른 신생맥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바이럴이다. 그리고 그 해시태그의 상당수가 연남동 팝업스토어의 사진이었다.
보통의 팝업스토어는 안쪽을 크게 신경 쓰지만, 제주맥주는 달랐다. 처음부터 팝업스토어 건물 자체가 눈에 잘 들어오는 것을 제1의 조건으로 삼았다. 민트색만 해도 충분히 튀는데 거기에 독특한 폰트로 ‘제주맥주’,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궁금한 사람들이 접근하고 자기도 모르게 줄을 선다. 그리고 계속해서 사람이 늘어난다. 이 모든 장면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올라간다.
하지만 제주맥주 측에서 이런 바이럴을 위해 큰 노력을 들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일부 이벤트를 시행하긴 했지만, 오히려 어떻게 하면 자발적인 공유를 하게 할 수 있을지에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첫 번째는 크고 예쁜 건물이었다. 그 자체가 대형 BTL 마케팅이었던 셈이다.
5. 치트키: 피크닉 돗자리
여기에 돗자리는 그야말로 치트키 역할을 해줬다. 서울 안에서도 사람들은 한강에 나가 돗자리를 펴고 여유를 즐긴다.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을 통해, 서울 도심에서 펼쳐지는 최초의 돗자리 피크닉이 연출됐다.
기존 피크닉에서 맥주는 거들 뿐이었다. 맥주는 더위를 식히거나 소맥을 만들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그런데 제주맥주가 들어오면서 페스티벌의 주역으로 올라섰다. 하이네켄처럼 거대 자본을 등에 업지 않고도, 이 피크닉 돗자리 세트 하나로 말이다.
피크닉 세트로 민트 물결이 연트럴파크에 가득 찼고, 사람들은 제주도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밤에도 돗자리에서 제주맥주를 마시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서로 어떻게 하면 이 예쁜 피크닉세트를 더 예쁘게 인스타그램에 올릴지 머리를 쓰며 사진을 찍었다.
6. 디테일, 디테일, 디테일…
팝업스토어의 외관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고 해서 내부를 무시한 건 아니다. 팝업스토어 내부는 모두 하나같이 제주도와 연관을 가졌다. 제주맥주 직원들은 제주맥주가 제주도 태생인 동시에 제주도를 담은 브랜드라고 항상 되새긴다고 한다.
그래서 팝업스토어 내부는 무척이나 디테일하다. 푸드페어링도 그냥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제주 로컬 맥주에 잘 어울리는 제주도 로컬 푸드다. 잔디밭에서 한잔할 팀을 위한 피크닉 세트를 구성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공간과 관련해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인증 후 제주맥주 전용 잔을 주기도 했고, 우체통과 편지를 배치해서 여행지에서 자기에게 편지를 쓰는 느낌의 이벤트도 마련했다. 처음에는 뭔지 궁금해서 왔다가 제주도, 제주맥주와 관련된 경험까지 하고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7. 너무 잘 돼서 욕까지 먹었던 페스티벌
한편으로 장사가 너무 잘되다 보니 경계, 견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제주맥주 피크닉 세트를 깔고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이를 두고 불법인 것처럼 보도가 되기도 했는데, 돗자리 깔고 술 마시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 후 개가 돼서 행패를 부려야 불법이지(…) 이미 제주맥주가 들어오기 전 경의선 주변 펍들은 돗자리를 내주며 운영해왔다. 다만 제주맥주는 이를 브랜드로 정말 강화한 것이다.
초기에는 제주맥주 측에서도 예상치 못한 논란에 상당히 당황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간을 빌려준 카페 빵꼼마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팝업스토어 운영 후 연남동 주민공동체, 연남자원봉사캠프 등이 주최하는 경의선숲길 공원문화 캠페인에 참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8. 결과는 브랜딩 브랜딩 브랜딩
결국 제주맥주 팝업스토어는 단순 팝업스토어가 아닌 페스티벌로 멋지게 마무리됐다. 수많은 맥주 펍을 비롯한 식당들에서 입점 요청을 해 오히려 제주맥주 양조장의 물량이 모자라서 제때 처리하기 힘들 수준이다.
또한 연남동 상권에서는 팝업스토어를 좀 더 길게 가져갈 수 없는지 문의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맥주 측에서는 약속된 날로 팝업스토어를 종료할 거라 못을 박았다. 제주맥주는 어디까지나 제조, 유통사이며 그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을 제주로 물들이자’라는 기치처럼, 다른 지역에서 또 다른 팝업스토어를 할 생각은 있다고 밝혔다.
이 행사의 성공은 무엇 때문일까? 앞서는 예쁜 외관을 통한 인스타그램 바이럴, 팝업스토어 내부의 디테일함, 피크닉세트라는 치트키, 그리고 뻔하지만 제주맥주의 맛 등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제주맥주라는 회사와 브랜드, 서비스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일치된 감정이 아닐까 싶다. 한 직원은 제주맥주 직원들이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모두들 말해요. 좋은 맥주를 만들자고. 저렴한 원료로 이윤을 많이 남기는 걸 목표로 삼는 사람은 없어요. 대표님도 이렇게 말해요. 망할 땐 망하더라도 좋은 맥주를 만들어 보자고. 그 방향이 맞는 분들이 입사하시는 것 같아요. 본질적으로 좋은 원료를 써서 좋은 마음으로 만들자, 하는 분들이 모이는 것 같아요.
※ 해당 기사는 제주맥주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