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5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다시 강조하며 진돗개 정신을 거론했다 하더군요. “불독보단 진돗개가 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는 이야기를 언급하며, “진돗개 정신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하셨더군요.
진돗개는 영리하고 용맹한 우리나라의 토종개로서 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진돗개는 좋은 개인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ㅍㅍㅅㅅ에서 긴급히 애플을 사랑하는 정체불명의 수의사 Y를 모시고 함께 박근혜의 ‘진돗개 정신’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논의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 결과물을 글로 옮깁니다.
1. 잘 물긴 하지만 아무나 물어댄다
진돗개는 실제로 잘 문다. 문제는 너무 잘 문다는 것이다. 충성심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충성심 때문에 낯선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는 경우도 있다. 주인 외에는 밥을 주는 사람도 물고, 진료 보는 수의사도 물기 때문에 수의사들이 좋아하지 않는 개 중 하나라고 한다.
또한 용맹한 성격은 곧 사나운 성격과 일맥상통한다. 종종 노약자나 다른 동물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잘 문다. 힘 좋은 중형견이라는 장점은 한 번 물리면 그만큼 큰 상처를 입게 된다는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실제로 진돗개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엄마와 아이들을 물어 기사화되기도 했다. 사냥꾼으로서는 좋은 성격이지만, 오늘날 반려견으로 기르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2. 영리하지 못하고 팀워크가 부족하다
개의 영리함이란 개념은 사실 애매하다. 인간 입장에서, 인간의 명령을 잘 듣는 것을 영리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단 관례적으로 쓰이는 의미대로 짚어보자면, 진돗개를 그렇게 영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LA 경찰에서는 진돗개를 경찰견으로 육성하려 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2010년 당시 언론의 화제가 되며 LA로 건너간 진돗개들은 ‘기분 전환이 급격하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견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훈련에서는 뛰어난 면을 보였으나 실제 임무에 투입되면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 또한 경찰견의 필수 요소인 팀워크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3. 훈련이 잘 되지 않아 엉뚱한 일을 하기도 한다
한국 수색견 분야에서 손꼽히는 인재로 불리는 서울경찰청의 양희재 경장이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진돗개가 수색견으로 부적합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조건화 훈련이 되지 않는 데다가, 훈련이 잘 되지 않아서 현장에 투입됐을 때 수색을 하는 대신 실제 노루나 토끼 등을 쫓는 데 정신이 팔린다는 것.
어떤 사람들은 주체적이고 저돌적으로 스스로 할 일을 찾는다는 점에서 진돗개의 영리함을 칭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훈련이 필요한 군견, 맹인안내견 등으로는 부적합한 특성인데, 주인이 시키기도 전에 개가 먼저 움직여버리기 때문이다.
4. 외모의 특징이 적어 진짜인지 파악도 힘들다
진돗개의 외모는 그리 특징적이지 않다. 색이 흰 것, 누런 것, 검은 것, 잿빛인 것, 누런 빛에 검은 무늬가 들어간 것 등 각양각색인데다, 같은 혈통에서 다른 색의 진돗개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꼬리의 형태도 낫꼬리와 말린꼬리 등 같은 진돗개끼리도 다르다.
순혈의 진돗개도 외모상의 특징이 뚜려하지 않다 보니, 실제로 진돗개가 믹스견으로 오인되어 보신탕으로 잡아먹히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에 애플을 사랑하는 정체불명의 수의사 Y는 “육안으로는 수의사도 진돗개를 구분하지 못한다”며, “결국 주인이 말하는 대로 믿는 것이다. 주인이 진돗개라고 하면 차트에도 진돗개라고 적는다”고 말했다.
5. 충성심 과잉으로 사고를 치기도 한다
진돗개의 충성심은 진짜다. 하지만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너무 강해 주인 이외의 존재에게는 적대심을 드러낸다. 심지어 주인이 명령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기도 한다. 그래서 집을 지키는 용도라면 모를까, 사냥견으로는 부적합하다.
진돗개 정신에서 알 수 있는 박근혜식 개혁
이상의 이야기를 들은 바, 박근혜 대통령의 ‘진돗개 정신’이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1. 성격이 사나워서 잘 물긴 하는데, 막 문다. 호오를 가리지 못하고 마구 물며, 노약자도 문다.
2. 기분 전환이 급격하고 팀워크가 없다.
3. 훈련이 잘 되지 않아 엉뚱한 일을 한다.
4.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5. 충성심 과잉으로 종종 사고를 일으킨다.
이런 정신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꾀하다가는, 정상조차도 비정상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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