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10주년이다. 얼마나 영향력이 컸던지 국내외에서 온갖 분석과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페이스북 때문에 사람들의 관계는 더 피상적이 됐고, 외로워졌으며, 불행해졌다는 냉소적인 연구결과에서부터 지난 10년간 이룬 성과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빨아주는’ 인포그래픽까지 온라인과 모바일 공간이 페이스북으로 왁자지껄하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10년간 페이스북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작년 연말 기준으로 월 활동사용자(active user)가 12억 3,000만명, 그 중에 휴대폰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9억 4,500만명으로 집계됐다. 하루평균 60억 개의 좋아요가 생산되고, 사진은 약 4,000억개가 업로드됐다고 한다.
10주년 기념, 고객에게 lookback 선물을 보낸 페이스북
이 정도면 천하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모바일 적응전략을 펼쳐서 연착륙에 성공했다. 주식시장 상장 후에 잠시 주춤했지만, 그때 이후론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추세면 소셜미디어 세상은 당분간 페이스북이 압도적인 지위를 누릴 것 같다.
페이스북은 10주년을 맞이해 두 가지 서비스를 내놓았다. 하나는 페이퍼(paper)앱이고 다른 하나는 룩백(look back; 과거를 되돌아봄) 동영상이다. 전자는 플립보드 느낌이 나는 새로운 형태의 뉴스읽기 앱으로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미국계정을 가진 아이폰 유저만 사용할 수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제한적인 숫자만 체험할 수 있었다.
후자는 페이스북 이용자의 타임라인을 자동 편집한 1분짜리 동영상이다. 지금 룩백 사이트로 이동하면 자신의 지난 타임라인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가입 시기부터 초창기 활동, 좋아요를 많이 받은 콘텐츠, 본인이 공유한 콘텐츠 등을 묶어서 보여준다.
5일에 공유버튼이 생기면서 급속하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불과 1분만에 상념에 젖어들었다. 동영상 아래 씌어진 ‘Mark & the Facebook Team’이란 서명이 눈에 들어왔다. 10주년을 기념해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 직원들이 모든 이용자들에게 주는 ‘선물’이었던 것이다.
한국 대기업, 고객의 마음에 다가가고 있는가?
문득 페이스북 정도 되는 명성과 재력을 가진 우리나라 기업 같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에 육박한다. 10년 동안 이룩한 엄청난 업적을 삐까번쩍한 인포그래픽이나 휘황찬란한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지 않았을까? 풍성한 고객사은 이벤트를 기획해 4대 매체에 광고로 쏟아붓지 않았을까? 엄연한 실적이 있고, 상장까지 된 기업이니 당연히 그러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주커버그는 자기네 회사를 자랑하는 대신 고객들 ‘개개인의 마음’에 다가서기로 한 것 같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지난 몇 년간 당신의 모습이 참 근사했노라고,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노라고 격려하는 듯했다. 10주년을 맞은 페이스북이 아니라 거기에 있는 ‘나 자신’을 보게 한 것이다.
12억명이 넘는 엄청난 사람들이 지금 페이스북에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비판과 부작용에 대한 소식들에도 불구하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왜일까? 페이스북이 요물이어서? 서비스가 뛰어나고 테크놀로지가 현란해서? 아니면 개인의 심리를 교모하게 파고드는 관계중독 때문에?
이번 룩백 서비스가 보여준 통찰은 바로 ‘거울’이지 싶다.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들과의 소통 속에서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닐까? 소셜미디어 시대의 최대 화두인 이른바 인게이지먼트란 건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 아닐까? 마크와 페이스북팀이 지난 10년간 발견한 것이 바로 이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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