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부정적인 한국 경제, 여전히 기회는 있다.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분석들을 보면, 대체로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하고 있다. 경제 동력은 떨어졌는데, 이를 대처할 수 있는 임전 태세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이유로는 급속한 노령화, 사회 복지 등에 대한 분배 압력, 소수 기업에의 과도의 경제 의존성 등이 대개 단골 메뉴로 도마에 오른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러한 진단들이 모두 맞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진단은 너무 리스크만 강조한 나머지 균형적 시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한국 경제의 맥박을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부정적 요인뿐만 아니라, 긍정적 기회 요인도 함께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 경제의 기회 요인 1.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
한국의 노동력의 질과 일에 대한 충성도는 대단하다. 과도한 교육비 부담과 취업문제 등이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지구 어느 나라에 우리 젊은이들처럼 90% 이상이 대학 졸업하고 온갖 스펙 다 쌓고 있는가. 여기에 웬만하면 해외 어학연수 갔다 와서 외국어 및 문화에 적응력이 높다. 해외에 있는 유학생 숫자도 중국 다음으로 많다 .
또 강성노조에 불만도 많지만, 일에 대한 충성도가 아직도 높아 OECD 최장 노동이 가능하다. 빠른 제품 주기와 납기를 기반으로 하는 삼성 등 한국 기업의 힘은, 밤새워 일하는 양질 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고용주 입장에서 이런 양질의 노동력을 키우려면,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 데, 한국에는 이런 인력이 공급과잉 상태다 (물론 지역별, 업종별 미스매치이 일부 산업에 심각하게 대두하곤 있지만).
한국 경제의 기회 요인 2. 빠르고 정확한 실행력
“빨리빨리”로 요약되는 신속성이다. 특히 일단 결정된 일을 일사불란하게 신속하게 집행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이는 짜장면 시키면 금방 안다. 자장면을 신속 정확하게 배달 못 하면, 중국집 금방 망한다. 한국처럼 여권을 인터넷 신청한지 4일 만에 발급하는 나라 별로 없다. 여기다 IMF 위기 이후 행정 전산화와 지방 분권화의 진행과 함께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성, 효율성에 엄청난 개선이 있었다.
단 이러한 신속한 경영/행정 실행 능력을 경영/행정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과 혼동하지 마시라. 잘못된 의사결정을 건설적으로 교정 (correction)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동쪽으로 가야 할 일을 서쪽으로 가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까.
한국 경제의 기회 요인 3. 진취적 도전 정신
일제 강점기, 토지 개혁, 한국 전쟁과 함께 고도성장을 거치면서, 사회 경제적 수직적 계층 이동이 실현되었다. 특히 전전 세대와 베이비부머들은 계층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엄청나게 일한다. (물론 투자 대비 리턴은 전보다 훨씬 낮아졌지만). 해외를 나가보면, 어떤 오지를 가더라도, 열심히 일해 자수성가한 한국 사람들 많다 .
한국 경제의 기회 요인 4. 훌륭한 인프라
문제가 많네 해도, 한국의 사회 기반시설 (도로, 항만, 공항, IT 등)은 대단하다. 설명이 필요 없이 미국이나 영국 공항에 갔다 오면 금방 안다.
한국 경제의 기회 요인 5. 경제의 개방성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에 따른 위험을 걱정한다. 그러나 크게 보았을 때, 이런 개방성은 경제에는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이다. 개방성은 역설적으로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생존 경쟁을 하게 하여 한국경제의 체력을 강화하고 경제가 갈리고파스 섬의 날지 못하는 가마우지 신세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긍정적 면도 많다.
기회 vs 위기의 중요한 10년
이러한 기회 요인들의 이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인구 변화 추세를 보았을 때 항후 10년, 즉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인 인구에 편입되면서 노동인구의 감소가 가속화될 2020년대 중반까지는 이들 기회요인이 리스크 요인보다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10년, 우리에겐 중요한 시기이다. 2만 불 국민소득을 넘어 4만 불 시대로 가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고지가 많다. 크게 봐서 한국경제는 이의 개방성으로 말미암아 위험도 있지만, 좋건 싫건 치열한 글로벌 생존 경쟁을 해야 할 운명이기 때문에 갈라파고스 섬의 가마우지가 될 위험은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양질의 노동력, 신속성, 진취성, 사회 기반 시설 등의 기회 요인들을 잘 아울러 활용하기 위해선 향후 10년 20년의 비전과 밑 그림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의 상황은 자동차, 도로, 운전자는 좋은 데, 내비게이터가 시원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를 넘어선 내비게이터가 필요한 한국 경제
과거에는 내비게이터 역할을 정부가 하였는데, 민간, 정치권, 시민단체 등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봐야 뾰쪽한 답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민간과 정치권은 그의 영향력이 크게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이들은 정부의 역할을 분담할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민관정의 협조없이는 내비게이터를 만들수도 만들어봐야 작동되지도 않는다.
문제는 이들 민관정 3대 주체를 포용하여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합리적 의사 조정 결정 메카니즘이 미비하고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국회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국회 주도 경제정책의 발의가 활성화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균형성과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많다. 정부와 정치권간에 체크와 밸런스는 상실되어 요즘은 국회의원들이 고위 공직자에게 직접 정책적 지시를 내리는 상황이 되었다.
민간기업은 자기 앞길만 생각할 뿐,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 하고 있다. 요즘 경제정책의 리더쉽을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 재선제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으나 바른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 민관정이 내비게이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현재의 의사결정 조정 메카니즘을 정비하는 것이 요망된다.
* 본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서 아시아개발은행 (ADB)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편집/짤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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