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현재 전력분석관으로 일하고 계신데요, 전력분석관과 스카우터는 어떻게 다른 개념인가요?
배태한(축구 전력분석관): 선수들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나름 객관적인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일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죠. 하지만 스카우터는 팀에 필요한 외부 선수들을 선발하기 위한 탤런트 아이덴티피케이션(Talent Identification)에 집중을 하는 반면, 전력분석관은 팀과 선수의 경기력을 향상하는 데 시간을 소요해요. 하지만 하는 일 자체는 비슷하기에 서로 섞여 일할 때도 많습니다.
리: 선수의 가치를 결정하는 회의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배태한: 팀마다 다르겠지만, 선수의 가치라는 건 결국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인가’라는 기준에 의해 결정돼요. 그래서 팀 철학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철학에 따른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맞게 분석을 하거든요. 보통은코치, 골키퍼 코치, 피지컬 코치, 스트레스 앤 컨디셔닝 코치, 전력분석관까지, 선수를 둘러싼 다양한 전문가들이 회의를 통해 평가합니다. 그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을 윗선에서 내리는 식이죠.
리: 그러면 결정권은 누가 가지나요?
배태한: 결정권은 감독님이나 테크니컬 디렉터, 혹은 임원진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리: 축구는 너무 많은 선수가 동시에 뛰어다니다 보니 개인의 능력 측정에 상대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배태한: 이를 위해서 다양한 코칭 스태프가 존재합니다. 이들이 선수 개개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하고 분석해서 종합적인 평가를 내립니다. 또한 개인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팀 철학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리: 그래도 양적 지표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슈팅 스피드나 방향 전환, 스퍼트 속도 등의 지표가 있을 텐데, 어떤 것을 주로 참고해 선수를 평가하나요?
배태한: 사실 지금 주신 질문은 저보다 스포츠 과학자(sports scientist)나 피지컬 코치 분들께 해당하는 지표라 제가 이야기드리기 조심스럽네요. 일단 말씀 주신 지표가 오류의 범위가 적다면 충분히 활용될 가치가 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영상과 함께 볼 수 없는 양적 지표라면 크게 신뢰하지 않아요. 경험상 워낙 많은 데이터 상의 오류를 봐왔기 때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 같습니다.
리: 데이터에 부정적이라니!
배태한: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닙니다. 축구에서 전력 분석은 체력적인 측면보다 전술적, 기술적인 측면을 주된 관점으로 경기를 분석합니다. 최근에 중시되는 기준은 공-수, 수-공 전환상황 그리고 1대 1에서 대처하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이를 관찰할 수 있는 데이터라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객관적이라고 이야기되는 양적 지표들 역시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집니다.
데이터요원들이 얼마나 축구와 팀 철학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 실제 훈련을 보았는지 등등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결국 허수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영상이 좀 더 많은 걸 설명해준다고 생각해요. 저도 며칠이 걸리더라도 영상으로 일일이 확인합니다.
리: 축구는 한국에서 그럴만한 데이터가 별로 없지 않습니까?
배태한: 조금씩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단계죠. 외국 수준으로 쌓아둔 데이터도 많이 없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외국처럼 각 팀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기준이나 철학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우리도 이제 그런 과정에 들어갔고, 그런 점에서 제가 보는 관점이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리: 해외축구의 인기가 올라가며, 많은 분들이 전력 분석을 꿈꿔요. 그쪽으로 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배태한: 아무래도 저하고 조금 다른 게, 저는 일단 코칭을 공부했거든요. 그게 제 백그라운드예요. 그래서 사실 저 같은 경우는 지금 축구 전력분석을 꿈꾸는 분들한테 항상 이런 말을 해요. 축구 코칭 경험이나 관련 학위, 혹은 축구 코치 라이선스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고. 코칭 프로세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팀과 선수를 평가하는 데 큰 오류를 범하게 돼요.
리: 꼭 과정을 거쳐야만 하나요?
배태한: 코칭 라이센스가 없거나 코칭과 관련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유럽, 특히나 프리미어리그 같은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경력으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수학선생님이 되려면 수학을 알아야 하고, 수학을 풀어봐야 하는 것 같은 거죠.
리: 타 종목의 경우 선수출이 코치나 전력분석을 거의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선수 출신이 코칭을 배운다고 해서 쉽게 축구계에 입문할 수 있나요? 아무리 그래도 감으로 경기를 읽는 레벨이 다를 것 같은데…
배태한: 축구도 마찬가지에요. 선출 분들이 갖고 있는 그런 경험들, 축구를 즉각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템포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저도 엘리트 축구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한국과 잉글랜드에서 생활체육으로 축구를 해왔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커버가 되죠.
리: 그러면 전력분석관도 1부리그에서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선수출신인 건가요?
배태한: 그렇지는 않습니다. 선수 출신 여부보다는 코칭 라이선스와 경험을 따집니다. 유럽은 축구 산업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지역에서부터 스포츠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전업, 또는 파트타임으로 코칭을 해요. 지역대학교와 지역 팀이 연계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특히 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죠. 훈련을 잘 만드는 사람은 전문 코치로 가고, 상대팀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며 우리 선수의 장점과 향상되어야 할 지점을 잘 알면 전력 분석 일로 가는 거죠.
리: 유럽은 지역의 작은 축구팀이 조금씩 올라가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코치도 바닥에서부터 올라오고 그런 시스템인 건가요?
배태한: 그렇죠. 특히 영국은 24부 리그까지 있어요. 잘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어서 다음 리그로 올라가고, 또 다음 리그로 올라가면서 포트폴리오가 생기는 거죠.
신통하고 방통한 유럽 축구 전력분석의 세계
리: 1부, 2부 정도면 선수들에 대한 데이터가 많을 거잖아요? 그런데 유소년이나 낮은 리그는 그런 데이터가 없어서 분석이 힘들지 않나요?
배태한: 아뇨, 있습니다. 물론 제가 있던 웨스트햄이라는 팀이 프리미어리그 팀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긴 하겠지만, 유소년 선수들도 모든 훈련이나 경기를 영상으로 남겨요. 심리적, 사회적인 분야에서의 분석을 위해 아이들이 토론하는 모습, 프레젠테이션 하는 모습까지 영상으로 남기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선수들의 습관, 장점, 향상시켜야 할 점, 개인 포트폴리오를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영상화시켜요. 그래서 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숫자가 아니라, 훈련과 경기, 미팅 영상, 그리고 선수들 및 코칭 스태프들과의 대화 내용이에요.
리: 이 동네는 정량적이지 않아도, 수집할 수 있는 모든 걸 수집하네요?
배태한: 제가 느끼기에 기본 뼈대는 ‘구성주의적 학습론’이에요. 주체적으로 학습하는 걸 돕는 거죠. 선수 한 사람을 관리할 때도 기술, 전술, 심리, 사회 다양한 측변에서 관찰합니다. 이런 자료를 각 연령대와 포지션 가이드라인에 따라 분석하죠.
리: 축구에서는 선수 관리를 무진장 빡세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배태한: 체력 관리는 전력분석보다는 피지컬 코치 혹은 스포츠 사이언티스트의 영역이에요. 축구가 한 경기 90분에 경기 수도 워낙 많고 장거리 이동도 잦아요. 그런데 가용할 수 있는 선수 수는 일정하잖아요. 그래서 선수의 몸을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죠. 심지어 웨스트햄은 유소년팀에서도 어떤 물을 얼마나 마시는지까지도 관리했어요. 염도에 따라 선수의 컨디션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추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조금이라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기록하려고 노력하죠.
리: 별 걸 다 하는 동네로군요. 유럽에서 나라별로도 분석이나 육성 면에서 차이가 있나요?
배태한: 그건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산업 규모 자체는 영국, 독일이 제일 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연구에 대한 투자도 많죠.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있는 팀은 유소년 전력분석관이 10-15명이에요.
리: 정말 대단하군요. 유소년 팀에 한국 프로야구 팀보다 전력분석원이 많네요.
배태한: 사실 국내 프로축구팀들에서조차 유럽에서 이야기하는 전력분석관 자체가 있는 팀이 많지 않아요. 많은 분들이 노력 중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만으로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부족하죠.
리: 영국은 어떻게 그렇게 세심하게 잘 발전을 한 거죠?
배태한: 방송을 통해 시장이 커지면서 가능했죠. 영국에서도 축구가 훌리건, 인종 차별, 여성 차별, 노후화된 축구장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 때문에 7~80년대까지는 산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중계권을 통해, 축구를 엔터테인먼트 산업화시키는 데 성공했죠. 이후 외국인 선수도 많이 받도록 하는 보스만 룰 같은 제도 역시 잉글랜드축구가 상업화가 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고 봐요.
리: 유소년부터 키운다는 발상 자체가 대단한 것 같아요.
배태한: 독일이 유로2000에서 조별 탈락한 이후 유소년을 확실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각 팀에서 유소년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세웠죠. 나중에는 관련 시설도 몇 개씩 있어야 한다는 게 규정으로 만들어졌어요.
비슷한 2000년대 중후반에 영국도 리그는 커지고 외국인 선수들도 많이 오는데, 정작 자기 선수들은 별로 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이후 유소년 교육을 잘 하는 네덜란드, 독일에서 시스템을 받아와서 2011년부터 규정화했어요. EPPP라는 걸 만들어서 잉글랜드 리그 내의 리그 수준을 관리하고 팀 규모에 따라 선수들의 교육 방침, 관리 방침 등을 철저하게 관리한 거죠.
리: 정말 신기한 나라군요…
배태한: 돈이 되고, 그만큼 축구를 사랑하니까요.
대체 유럽은 왜 그렇게 축구를 잘하는 것인가: 한국이 죽쑤는 이유
리: 타 스포츠에 비해 덜하지만 축구도 피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죠?
배태한: 조심스럽지만 정확한 진단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물론 신체적 면 등에서 아시안들이 부족한 점이 없잖아 있기는 한데, 어린 친구들 공 차는 거 보면 일본 애들이 공을 잘 차요. 남미나 유럽, 아프리카 친구들의 신체적 특성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갖는 이득이 더 크다는 거죠.
리: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배태한: 유럽이나 일본은 어릴 때부터 축구할 때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도록 유도해요. 예를 들어 우리는 어릴 때 원 안에서 리프팅 1천개를 하면 기술적으로 뛰어나다고 칭찬해요. 반면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리프팅을 다 못 채우더라도 상황에 맞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면 뛰어나다고 판단해요. 그러니까 우리에게 메시라는 선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게 아니라, 선수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교육적인 측면에서 우리와 다르다는 거죠.
리: 그냥 너희 맘대로 축구해라?
배태한: 유럽은 제가 겪은 한에서는 자유로웠어요. 경기장 안에서도 아이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끔 그냥 둬요. 그런 점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이 다른 거죠. 훈련 자체도 달라요. 우리는 조금 더 좋은 훈련법이 무언지를 찾으려고 하지만, 유럽은 아이들에게 맞는 훈련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러니 나이가 들었을 때 스스로 무언가 해본 아이들과 도움을 받아온 아이들이 가지는 창의력과 역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해지지요.
리: 성인 훈련에서도 그런가요?
배태한: 성인 훈련도 비슷하죠. 다만 템포가 달라요.
리: 성인 훈련이 유소년 훈련과 비슷하다고요?
배태한: 우리나라에는 창의적인 선수가 없다고들 하잖아요? 어릴 적 뽑을 때부터 대학을 보내야 하니까 키 크고 빠른 선수 위주로 뽑아요. 물론 지금은 많이 바뀌어가곤 있지만, 아직도 그런 인식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진학을 위해서는 성적이 중요하니깐요.
리: 사실 피지컬이 개짱짱 아닙니까.
배태한: 그런데 유럽은 피지컬을 잘 신경을 안 써요. 완벽히 안쓴다기보다는… 이 선수의 부족한 피지컬을 감수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전술적으로 뛰어난 판단 능력이 있는가? 경기를 읽는 능력이 있는가? 그걸 바탕으로 자기 스스로 90분 내내 자기의 체력을 스스로 관리하면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창의력이 있는가? 그 여부를 봐요. 즉 종합적인 능력안에서 피지컬을 바라보는 것이지, 피지컬 자체가 스카우팅의 우선요소는 아닌거죠.
리: 어떻게 보면 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이 굉장히 강하게 녹아있네요. 계속 뛰면서 판단해야 되고 이러니까…
배태한: 그래서 야구에서 바라보는 것과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야구는 한 번 던지고 나서도 코치가 지시를 내릴 수 있고, 그에 따라서 포수와 투수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지속적으로 가능한 시간이 있잖아요. 그런데 축구는 코치가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을 해야 해요. 22명의 선수가 지속적으로 움직이면서 어느 공간이 필요하고,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하죠.
리: 흐음…
배태한: 사실 우리 교육의 문제이지, 우리 선수 자원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12살, 13살 때부터 한국에서 리프팅 잘하는 걸로 유명했던 선수들이 유럽 가면 전부 메시 왔다고 난리예요.
리: 진짜요?
배태한: 네, 그 정도예요. 그런데 실제로 그런 기술을 써먹지 못해요. 축구를 잘 하는 게 아니라 공만 잘 찼던 거죠. 그게 메시가 나오지 못했던 이유였고, 그래서 제가 한국 교육에 신경을 쓰는 이유이기도 해요.
리: 성인 축구랑 유소년이랑 둘 다 어느 정도 코칭에 발을 담궈봤을 텐데, 연습 시간으로 따지면 한국하고 유럽이 어때요?
배태한: 한국이 많죠. 과거에는 하루에 두 탕도 뛰고, 세 탕도 뛰었어요. 세 탕이 뭘 뜻하냐면, 새벽에 2시간, 오전에 한 번, 자기 전에 밤에 한 번 연습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유럽에 연수를 다녀온 젊은 지도자 분들이 많아지면서 그런 점들이 많이 없어지기는 했어요. 유럽에서는 보통 하루에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훈련을 하죠.
리: 성인이 꼴랑 2시간?
배태한: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2시간 이상 하면 피로가 누적되어서 좋지 않아요.
리: 웨이트나 이런 건 제외한 거죠?
배태한: 네, 제가 말씀드리는 건 공을 가지고 하는 전술적인 훈련을 말하는 거예요. 물론 공을 가지고 하는 훈련 말고도 먹는 것, 자는 것도 훈련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교육하고 있어요. 예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경우에는 어떤 침대에서 어떤 자세로 잠을 자는지까지 보려고 수면 코치도 썼으니까요.
리: 남는 시간에는 뭐해요?
배태한: 할 게 많아요. 학교도 가고, 전력분석도 해야 하고요.
리: 자기들이 스스로 비디오 보면서 분석하고 그래요?
배태한: 그렇게 시키죠. 가장 좋은 학습은 자기가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영상을 보고 생각하게 하는 거예요. 저는 분석관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서포터로서 그 친구가 어떻게 생각할지 질문하는 역할을 주로 했죠. 제가 웨스트햄에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도 웨스트햄의 교육철학과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리: 그러면 성인들은 남는 시간에 뭐해요?
배태한: 성인들은 이제 성인이니까 스스로 해야죠(웃음) 잠을 더 자거나 음식을 먹거나, 필요한 경우 개인 트레이너가 웨이트를 더 시킨다거나. 사실 휴식을 하는 것도, 회복을 하는 것도 중요한 훈련이니까요.
한국의 축구현실, 나아질 수 있을까?
리: 국제대회에서 반짝 스타가 많이 탄생하죠. 예로 이번 월드컵에서도 한국의 조현우 골키퍼가 큰 주목을 받았죠. 이들의 단기 성과는 평가가 쉽지 않을 듯한데, 어떠합니까?
배태한: 조현우는 국내리그에서 오랜 시간 동안 리그를 대표하는 골키퍼로 활약한 선수예요. 그래서 리그 팬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높았죠. 물론 월드컵 3경기를 바탕으로 그 선수를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 선수가 리그에서 보여준 모습에 대해서는 충분한 평가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표팀에서도 월드컵 주전으로 뛸 수 있었던 거지요. 이름이 이제야 부각될 뿐이지 월드컵 전의 조현우도 훌륭한 평가를 받아왔던 선수입니다.
리: 월드컵에 나섰다는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 공인된 실력이다…
배태한: 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예요. 애초에 월드컵 무대에서 각자의 나라를 대표하며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그 나라에서 축구를 제일 한다고 평가받는 23인에 포함되는 사람들이에요. 그 결과를 위해 여러 스태프가 가용 가능한 선수들에 대한 조사를 충분히 진행해 왔죠. 다 오랜 기간 평가를 받아온 사람들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리: 한국은 절대적인 전력분석관 수가 부족한데요, 실제 과학적인 전력 분석을 통해 효과를 보고 있는 구단은 어디가 있을까요?
배태한: 제가 리그에 있는 모든 팀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대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행하고 있는 정도의 전력 분석을 하고 있는 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잉글랜드의 경우 정말 많은 수의 전력분석 전문 인력의 꾸준한 연구가 매일매일 진행되고 있거든요. 전력분석관으로 일을 하기 위한 조건 자체도 한국에 비하면 많이 까다롭고요.
리: K리그 어쩌죠…
배태한: 긍정적인 전망이 있다면, 현직에 있는 분들께서 한국 축구산업이 가진 한계를 넘어 유럽에서 이루어지는 분석을 배우고 싶다, 이에 대한 정보나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는 분들도 많고 실제로 공부를 하시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점차 중요성이 높아져 가리라 믿습니다.
리: 각 종목마다 사람이 나이 먹어 터질 가능성이 다릅니다. 축구는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까요? 갑자기 터지는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진행되나요?
배태한: 선수의 잠재력을 측정하는 건 확실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유럽의 경우에는 어리고 재능 있는 선수를 찾기 위해 많은 스카우터들이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어요. 갑자기 기량이 만개한 선수를 발견하는 것보다는, 어린 나이에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를 발견하여 자신의 팀 철학 안에서 육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리: 막상 데려왔는데 생각만큼 안 터지는 케이스도 많지 않나요?
배태한: 아직 잠재력이 다 폭발하지 못한 선수가 있다면,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건 이 선수가 지금까지 잠재력이 발휘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겁니다. 심리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어릴 때 운동을 해왔던 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고, 발목이 유연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일수도 있지요.
프로무대까지 올라온 선수라면 충분히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겁니다. 적어도 순간순간 번뜩이거나 우리 팀에 필요한 역량을 보여줬다는 거죠. 그런데 그 빈도가 적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다각도로 연구를 해봐야겠지요.
리: 개인 평가 이상으로 각 선수간의 조합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A선수를 데리고 왔을 때 B와 잘 맞을 것인가, 이런 건 어떻게 평가가 가능할까요?
배태한: 이론상으로는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고 봐요.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축구 역시 컴퓨터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내외부적인 조건들로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느끼게 되더라고요. 조금 어긋나는 대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가장 좋은 감독은 뛰어난 전술가가 아니라 선수들과 소통을 잘 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와닿는 것 같아요.
리: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 드립니다.
배태한: 제가 강의를 하고 나면 이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됐다고 대부분 그렇게 판단을 하더라고요. 그보다는 상호간에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이 인터뷰를 한 번 참석자분들이 꼭 읽어오시고, 한국 축구와 전력분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정리해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NBA/EPL/KBO 팀원에게 듣는 스포츠 데이터 전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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