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매직존슨에게 1:1로 보고한 한국인 애널리스트
리(이승환 ㅍㅍㅅㅅ 대표): 르브론 제임스가 일하던 레이커스로 왔는데 어떠세요?
김(김재엽 LA 레이커스 데이터 애널리스트): 사실 레이커스를 곧 그만 두기로 해서 잘 모르겠어요. 르브론 오는거랑 제 인생이랑 별 상관도 없고… 사실 르브론이 슈터한테 패스를 되게 많이 하는데 팀에 슈터가 없어서… 팀에서 알아서 잘 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리: 그 들어가기 힘든 레이커스는 왜 관둔 거죠?
김: 일은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회사에 고용돼서 일하는 게 그리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 갈 생각이에요. 어차피 그동안 해온 농구를 비롯한 스포츠 데이터 분석은 병행 가능하고요. 혹시라도 리모트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계속 할 생각도 있어요.
리: 쉽지 않은 기회인데, 떠나는 게 아쉽진 않습니까?
김: 조금 그렇긴 하죠. 미국 스포츠 팀은 진입 자체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관둔다 할 때 레이커스 팀 사람들도 놀랐어요. 그래도 제 성향상 아쉬움이 별로 없어요. 회사에 고용된 피고용인 입장에서는 어디서나 비슷하다는 생각이에요.
리: 예전에 르브론이 팀에 올 확률이 51%라는 말을 챗에서 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던 거예요?
김: 구단주 지니 버스의 성향을 보면 답이 대충 나왔어요. 구단주가 다음 시즌부터 슈퍼스타를 절실히 원했어요. 그 중에서도 애매한 폴조지 같은 애들보다 진짜 르브론, 카와이 같은 MVP급을 원했죠. 그래서 매직존슨이 직접 르브론 찾아간 거죠. 결과적으로 매직존슨 빨로 르브론 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긴 해요.
리: 애널리스트라는 위치 때문에 아직 뭔가 자기 의견을 표출하기 애매하진 않았나요?
김: 아니오. 데이터 분석은 저 혼자 거의 다 했어요. 코치랑 단장에게 직접 브리핑했죠.
리: 매직존슨(사장)에게 직접 한 적은 없나요?
김: 몇 번 있긴 하죠. 그런데 팀에 잘 안 와요. 그 분은 LA의 왕이기 때문에… 트레이드할 때 불러서 물어보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리: 와. 그래도 평사원이 사장 앞에서…
김; 우리나라 식으로 생각하면 직장 서열은 없었어요. 미국이라 다 그런 건 아니고, 농구팀마다 문화가 되게 달랐어요. 사실 제가 하는 일은 보스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잘리고 결국 제가 다 했죠. 일종의 팀장 대리 역할이랄까.
리: 아니, 레이커스 분석팀에 둘밖에 없다고요-_-?
김: 이 분야가 자리 잡힌지 얼마 안 됐어요. 작년까지는 데이터 분석팀이 아예 없는 팀도 있었어요. 대부분 두어 명이고, 많은 팀이라 해봐야 5~6명일 거예요.
리: 어디가 제일 많죠?
김: 휴스턴이 제일 많죠. 단장인 대럴 모리가 데이터를 신뢰하는 사람이라서 부서 권한도 크고요.
리: 농구 데이터가 부족해서 아직 사람이 적은 건가요?
김: 생각하는 것보다 트래킹되는 건 많아요. 저도 야구 좋아해서 야구 쪽도 종종 보는데… 야구에 비할 수준까지야 아니지만, 현저하게 적지는 않아요. 최근 몇 년 사이에 농구 데이터가 엄청 발전해서 많은 걸 트래킹해요. 정적인 야구와 달리 농구는 다수가 동시에 움직이는 스포츠라서, 신체동작이나 팀플레이 관련 데이터는 오히려 농구 쪽이 훨씬 많죠.
NBA에서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자리잡기까지
리: 구단에서 데이터 애널로 일하면 돈은 좀 많이 받나요?
김: 천차만별이에요. 솔직히 스포츠 팀 문화가 매우 폐쇄적이라 저도 다른 구단 얼마 주는지 잘은 몰라요. 레이커스 경우는 그냥 그랬어요. 주니어 기준 대도시에서 10만불 언더니까 많이 주는 건 아니죠. NBA팀들은 콧대가 워낙 높아서 최소 몇 년 이상 신뢰가 쌓이기 전에는 돈 잘 안줘요. 돈 아예 안 줘도 열정페이 하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이에요.
리: 대체 어떻게 뽑혔습니까?
김: 얘네는 학위, 학교,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사실상 그냥 인맥이죠. 제가 있던 부서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팀에서 인맥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봐도 돼요.
리: 인맥이 좋으셨군요!
김: 그렇다고 친한 사람 있다고 막 취업되는 건 아니에요. 저 같은 케이스는 코치들, 데이터 부서장, 단장까지 다 같이 머리 맞대고 뽑았어요. 단순히 통계적 능력보다 농구인들에게 신뢰를 받을 만 한지, 이미 신뢰를 받은 농구인이 있는지, 그 사람이 얼마나 저명한 사람인지 등을 다 봐요. 다만 엔트리 레벨 분석가라면 지원시에 테크니컬 스킬이 제일 중요해요. 요즘에는 단장, 코치가 아니라 데이터 부서장이 알아서 뽑으니까요.
리: 그러면 코딩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R이나 파이썬은 언제부터 했죠?
김: 제가 코딩을 잘 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버클리 대학교 농구팀에서 일할 때부터 독학한 정도에요. NBA 들어가기 2년쯤 전부터.
리: 대학 때부터 농구팀과 함께 했어요. 대학에는 데이터도 거의 없지 않나요?
김: 로데이터가 적긴 한데, 어쩔 수 없죠. 대학은 드래프트나 트레이드가 없으니까 좋은 선수 데려오는 것도, 분석보다 리쿠르팅이 훨씬 중요해요. 세일즈에 가깝죠. 그리고 NBA와 달리 단장이 없어서, 감독이 왕이에요. 감독 이하 코치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주 업무였어요. 그 과정에서 데이터보다도 경기 전략, 코치들의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었어요.
리: 그게 NBA에서 일하는데 도움이 좀 됐나요?
김: 뽑힐 때부터 크리티컬하게 도움됐죠. 왜냐면 면접 보러 들어온 3명 중 한명이 코치였어요. 코치들은 5분만 이야기해보면 다 알아요. 얘랑 말이 통할 수 있을지 없을지. 실제 업무할 때도 얘 농구도 모르면서 들이댄다고 까이는 애널리스트들 엄청 많아요. 그때 대학 코치랑 엉겨붙으며 구른 게 많은 도움이 됐죠. 미국에서는 취업할 때 개인 추천이 정말 중요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레이커스에서 제 추천서 써준 코치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했더라고요.
리: 평가가 좋았나 봐요?
김: 대학 코치들이 좋게 이야기해줘서, 레이커스 사람들을 만나보기 전부터 신뢰를 얻었죠. 대학 농구팀에 있을 때, 코치 미팅도 들어가고, 선수들 물도 떠다주고 그랬어요. 연습할 때 옆에 있으면서 하나하나 챙겨줬죠. 그렇게 코치와 선수의 생리를 알게 된 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됐어요.
리: 인종차별이나 이런 거는 없었나요?
김: 제 마인드가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 있는 동안 인종차별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솔직히 덕을 본 것도 있어요. 스포츠팀 애들은 아시안이 안경 끼고 컴퓨터 들고 있으면 천재인 줄 알아요. 수학 잘하고 데이터 잘 다루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하는데, 그런 이미지를 좀 역이용한 것도 있어요. 물론 고위급으로 갈수록 인종이 중요해질 수도 있지만, 디렉터 이하에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것 같고요. 자기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인것 같아요. 인종차별에 너무 신경쓰면, 아마 뭘 하든 “난 지금 인종차별때문에 안되는거야” 이렇게 스스로 생각할걸요?
데이터 분석은 NBA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리: 야구에서는 데이터에서 몇 차례 혁신이 있었는데, 농구도 데이터가 게임을 보는 눈을 완전 다르게 한 적이 있나요?
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너무 달라요. 예를 들면 3점슛 수비는 운빨이냐? 통계분석하는 사람 중에서도 의견이 갈려요. 그렇다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도 있고…
리: 그러면 농구에서는 어떤 데이터가 통념을 뒤집었죠?
김: 오히려 신체 데이터 (body measurement) 같은 경우가 눈에 많이 들어오죠. 쉬운 예로, 센터에게 제일 중요한 건 키라고 생각해왔어요. 스카우터들도 그 관점에서 선수를 바라봤고요. 그런데 역대 퍼포먼스와 키를 분석하다보니 키보다 중요한 건 스탠딩 리치(손을 들었을때 발끝부터 손끝까지의 높이)라는 게 드러났죠.
리: 윙스팬(팔길이)은 어떤가요?
김: 오히려 스몰포워드 포지션에서 중요해요. 특히 수비 퍼포먼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카와이 레너드를 생각하시면 쉬워요. 얘 키가 199cm 인데 팔길이가 221cm 예요. 그 긴팔로 맘먹고 수비하면 공을 들고있기도 힘들어요. 분명 저 멀리 있는데 갑자기 팔이 훅 들어오고 공은 이미 없어져있…
리: 최근 10년간 농구가 급속도로 변화했잖아요. 그 흐름 속에서 샌안토니오의 패스워크, 마이애미의 스몰볼, 최근 골든스테이트까지 이어졌는데, 여기에도 데이터가 큰 역할을 했나요?
김: 샌안토니오나 마이애미 같은 경우는 슈퍼스타하고 역대급 감독이 개입해 있었잖아요. 이게 훨씬 중요해서 데이터의 역할을 논하기 힘든 측면이 있어요. 이런저런 분석보다 이들이 너무 압도적인 재능이라… 오히려 역사적으로 이런 분석은 가능하죠. 우승한 팀, 잘된 팀을 쭉 펼쳐놓고 슈퍼스타가 실제로 몇명 있어야 우승이 가능한지 등을 분석해보는 거죠.
리: 그렇다면 농구에 데이터가 들어오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김: 3점 슛이 엄청나게 늘었죠. 경기 페이스가 아주 빨라졌고, 자유투 시도도 늘었고, 미들슛은 현저하게 줄었고…
리: 별로 큰 변화가 아닌 것 같은데요?
김: 별 거 아닌 발견이죠. 그런데 데이터상에서 뻔해 보여도 실전에 적용하기까지 엄청 힘들어요.
리: 좀 더 자잘한 건 어떤 게 있을까요?
김: 픽앤롤이죠. 픽앤롤과 그에 따른 수비 방법이 엄청나게 다양해 졌어요. 들여다 보면 10년 전만 해도 스크린 지금처럼 잘 안 섰어요. 수비할 때도 매치업된 선수만 따라다니고… 지금은 데이터로 온갖 상황을 다 들여다볼 수 있어요. 어떤 선수끼리 짝을 지어줘야 픽앤롤 효율성이 좋은지, 그걸 스위치로 방어해야 하는지, 더블팀인지 등등… 스위치를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효율성이 좋다는 것이 드러나고 골든스테이트가 증명하면서 대세가 됐죠. 스위치 가능한 빠른 센터들의 몸값도 높아지고요.
리: 계속 이런 흐름이 갈까요?
김: 지금 골든스테이트, 휴스턴이 양강이라 당분간은 이 흐름이 이어질 것 같든데 모르죠. 결국 골든스테이트 파훼법이 나오고, 트렌드를 바꾸는 새로운 방식이 나오지 않을까요. 역사는 그렇게 진화하니까요.
리: 출전시간이나 부상도 데이터로 관리하나요?
김: 그걸 하긴 하는데, 아직은 주먹구구식인 팀이 더 많다고 봐요. 사실 데이터의 적용은 정치적 문제이기도 해요. 일부 데이터 팀에서 관리하는 곳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몸관리는 트레이너들의 몫이에요. 밥그릇 싸움이 될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예요. 다만 그쪽도 sports science를 강화하며 데이터를 점점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죠.
데이터 애널리스트가 구단을 변화시키는 법
리: 실제 일할 때는 분석할 때 로데이터를 직접 서칭해서 만들어 나가나요?
김: 리서치 때에는 종종 그런 케이스가 있긴 해요. 호기심에 정말 궁금해서 뭔가 연구할 때는 그렇죠. 데일리 리포트는 거의 자동화돼 있어요. 클릭 몇 번으로 어지간한 원하는 정보는 다 나오죠.
리: 데이터분석하는 사람은 2차 스탯을 얼마나 신뢰하나요?
김: 이것도 정말 사람 나름이에요. 데이터하는 사람 따라 천차만별이죠. 스탯만 들여다보며 2차 스탯 만들고 파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농구의 전통적 가치를 더 중시해서 2차 스탯은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저는 둘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으려는 사람이고요.
리: 밸런스라 한다면?
김: 2차스탯을 좀 참조로 본다 할까… 랭킹을 중시한다기보다 군집을 봐요. 간단히 PER을 예로 들면 ‘3위가 10위보다 뛰어나다’가 아니라, ‘우리가 좋은 선수라 생각하는 사람이 10위권에 있다면 신뢰도가 높다’ 정도죠. 우리가 눈여겨보는 선수 A가 PER 상위 10위권이네. 그런데 PER 상위 선수들을 보니까 실제로 스타급 선수들이네. 그러면 선수 A도 그 스타급 선수들과 비슷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겠네. 이런 식이죠. 반대로 우리가 안좋아하는 선수가 온갖 2차스탯 상위권에 있다면, 우리가 뭔가 놓치지 않았을까 의심해 보죠. 그런데 사실 스탯 따지고 하는 건 일하는 입장에서 핵심은 아니에요
리: 데이터 만지는 사람이 스탯이 핵심이 아니라 하면 어떻게 해요?
김: 코치, 단장과 너무 테크니컬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면 듣고 싶어하지도 않아요. 데이터 애널리스트들에게 있어서 숫자 잘 다루는 능력보다도 실권자인 코치, 그리고 단장과 얼마나 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가, 얼마나 인간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 이런 능력이 훨씬 중요해요. 그래도 제 이야기는 잘 들어줬어요. 팀장이 짤린 후 팀에서 나름 중요한 역할이기도 했고…
리: 선수들한테 이야기하면 좀 먹히나요?
김: 아마 이게 제일 오해 사기 좋은 질문인데… 애초에 선수들하고 이야기 할 일 별로 없어요. 팀마다 좀 차이는 있는데, 대부분 ‘선수들과 이야기 안한다’가 정답이에요. 우리는 선수를 분석하는 게 일이에요. 이걸 단장에게 보고하다 보면, 이 선수 잘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죠. 그렇기에 선수와 감정 섞이길 원하지 않아요.
리: 그러면 감독은 말을 잘 듣나요?
김: 대부분의 감독들은 데이터 애널들이 무슨 말을 해도 개소리로 들릴거예요. 이해는 가는 게, 감독처럼 농구 잘 아는 사람은 비선수출신이 무슨 말해도 뻘소리로 듣거든요. 제가 봐도 데이터 다루는 애들 리포트 중 농구의 기본을 이해는 하고 있는 건가 싶은 것도 있으니까.
리: 그러면 GM이 감독에게 잘 전달해야 하겠군요.
김: 말이 감독과 GM이지, 그쯤 되면 서로 관여를 잘 안해요. 위계상 상사는 단장인데, 서로 영역이 있으니 감독에게 우리 애널들이 이러더라 이런 말 절대 안해요. 그래서 오히려 데이터 애널리스트들에게 중요한 건, 직접적으로 감독 코치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가에요. 진짜 힘들어요. 농구 뭣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리: 힘드셨겠습니다…
김: 그래도 우리 팀은 클레이 모저라는 코치가 데이터 분석을 되게 좋아하고 잘 봐줘서, 그 사람 덕을 많이 봤어요. 쉬운 예로 제가 분석한 것 중 패스 회수와 승리의 상관관계 분석이었거든요. 우리 팀이 패스 회수가 310개 이상이면 승률이 높고, 290개 이하면 낮았어요. 이게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는 게, 패스 숫자가 낮은 건 보통, 오픈 찬스 안 나니까 아이솔레이션 들어가는 거잖아요. 이건 선수, 감독 그냥 다 직관적으로 아는건데, 데이터로 보여주고 설득하는건 전혀 다른 문제예요. 이걸 감독이 인정해주면 팀에 문화가 생기죠. 실제로 룩 윌튼 감독이 인터뷰 할 때마다 300회 이상 패스할 거라 여러 차례 말했죠.
레이커스 애널리스트에게 듣는 스포츠 데이터의 현주소
리: 데이터 분석가들이 예측한 대로 실제 성과를 내고 있나요?
김: 음… 뭐라 말하기 힘드네요. 드래프트를 예로 들면, 선수 하나 뽑으면 3년은 지켜봐야 한다고 해요. 그때쯤 포텐이 터지는 케이스가 많거든요. 레이커스에서 신인으로 포인트가드를 뽑을 거라고 저한테 분석해 달라고 해서, 제가 작년 마켈 펄츠, 론조 볼, 디애런 팍스를 분석해 줬어요. 아직 1년 지났는데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3년 이상 NBA 구단에서 데이터분석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별로 없어요. 아직은 더 두고봐야겠죠.
리: 그래도 뭐 연구해온 사람이 있으니 각종 2차 스탯이 나온 거 아닌가요?
김: 맞긴 한데요. 딘 올리버처럼 90년대에 처음 도전했던 사람이 아니라, 현재 팀의 고위급으로 일하는 애널 출신이 성과를 내고 있는지 봐야죠. 경력이 제일 긴 사람이 8년차에요. 저도 친한 양반인데 토론토에서 부사장급으로 있어요. 그리고 이 정도 올라가야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게, 바이스 프레지던트면 위에 보고할 사람이 둘밖에 없으니까요. 몇 안되는 이런 사람들이 점점 인정을 받으면 데이터 다루는 사람들도 더 잘 대접받겠죠.
리: 야구는 데이터 분석하는 사람의 입김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데, 농구는 어떤가요?
김: 농구도 그래요. 이제 모든 팀의 고위층에서 “데이터가 중요하구나” 정도는 인지하고있어요. 분석팀의 권한이 강한 팀들(휴스턴, 보스턴, 오클라호마 등)이 잘 하고 있기도 하고요. 물론 야구만큼은 아직 아니에요. MLB의 몇몇 야구팀은 심지어 1~9번 타순을 감독이 아니라 분석팀이 결정하기도 합니다. 150년 역사의 MLB에서 타순 배치는 감독만의 권한이었어요. 이걸 비선수 데이터전문가들이 뺏어갈 정도예요. 감독 입장에선 어쩌면 수치스러울 수 있는 정도죠…
리: 일반인들은 어떻게 농구 데이터에 접근하고 활용해야 할까요?
김: NBA 홈피 공개 자료만 해도 엄청 방대해요. NBA는 다른 리그에 비해 되게 오픈 마인드로 자료를 공개해요.
리: 와, 정말 대단한데요.
김: 사실 도박 염두하고 올린 거예요. 총재가 수완이 좋아서 이미 스포츠 도박 합법화를 고려하고 있는 거죠. 그 데이터를 가지고 자기들끼리 예측하고 난리 나겠죠. 아무튼 NBA 홈페이지 공식 데이터만 잘 활용해도 돼요. 또 NBA 공식 홈이나 ESPN에 올라오는 데이터하고 기사만 잘 공부해도 어지간한 수준까지는 올라갈 수 있어요.
리: NBA 팀에서도 NBA 공식 제공 데이터 쓰나요?
김: 솔직히 사람들 생각보다는 많이 써요. 물론 NBA에서 팀 클라우드에 따로 보내주는 데이터가 있긴 한데, 지금은 퍼블릭하게 공개하는 데이터와 큰 차이는 없어요. 대신 구단들은 구장 위에 트래킹 카메라 설치한 회사들이랑 따로 계약을 하죠. 1초에 25장씩 찍어서 만드는 위치추적 데이터는 퍼블릭하게 공개되진 않죠.
리: NFL 풋볼(미식축구)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김: 저도 대학 미식축구팀에서 좀 일해보고 프로에도 아는 사람이 있는데… 일단 데이터 수준이 좀 많이 낮고요. 거기는 풋볼협회 총재가 데이터 수집 자체를 좀 막고 있어요. 그런 풋볼조차도 다음 시즌부터 퍼블릭은 아니지만, 팀에는 공개하기로 방침을 바꾸긴 했어요. 그 전에는 팀들마저도 협회 데이터를 못 가졌을 정도죠.
리: 월드컵 기간인데 축구는 좀 어떤가요?
김: 축구… 좀 회의적인 편이에요. 축구, 농구, 야구, 미식축구, 하키까지 중 데이터를 적용하기 제일 난해할 거라고 봐요. 축구는 한 골이 갖는 가치가 너무너무 커서, 다른 팩터들을 골 하나로 다 뒤집어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90분 내내 서로 왔다갔다 하다가, 이상한 놈 하나 갑툭튀해서 골 넣어버리고 하면 끝이죠. 대신 어려운만큼 발전 가능성은 굉장히 높아요. 그래도 맨체스터 시티 애널하고 이야기해보니, 선수 움직임이나 부상 관련 데이터는 축구가 많이 앞서 있더라고요.
리: 많은 NBA 꿈나무 코리안들이 NBA에 취업하고 싶을 텐데 조언할 게 있다면?
김: 솔직히 영어가 일빠인데, 그거 된다는 전제 하로 이야기하면 2개죠. 코딩 실력과 농구 지식. 그런데 제 세대까지만 해도 엔트리로 들어와도 갖는 권한이 막강했어요. 코딩을 잘하지 못해도 농구지식으로 면접을 커버하기도 했고요. 저만 해도 애널리스트로 들어왔지만, 단장과 감독이 직접 뽑았죠. 하지만 지금은 보통 데이터 부서장이 혼자 뽑아서 구라 못 쳐요. 테크니컬한 역량이 많이 필요해졌죠. 엔트리 레벨에서 농구지식은 점점 덜 중요하고 코딩이 더 중요해지는 추세예요. 심지어 휴스턴은 공고 올릴 때 ‘NBA 몰라도 된다. 그런 건 와서 배우면 된다’고 써놓죠. 물론 들어온 이후에, 고위급으로 계속 성장하겠다고 하면 농구지식이 많이 필요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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