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타임라인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예전부터 생각하던 문제인데 요즘 들어 더 심해졌다. 영상 중심인 유튜브나 이미지 중심인 인스타그램과 달리 텍스트 중심의 페이스북에는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분들이 많아져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긍정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자신이 공유하는 기사나 글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모른 채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자신만의 왜곡된 철학으로 무장된 코멘트를 남기는 분이 많아지는 모습은 부정적으로 보인다. 그럴 때마다 친구 사이는 유지하지만 게시물 팔로우를 조용히 취소한다.
최근에는 “나는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인터넷 검색으로만 지식을 습득한다.”는 말을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말하는 어떤 사람을 보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다. 처음 그분이 SNS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봤을 땐 국내외 기사나 자료들을 공유하거나 인용해 말하니 아는 게 많은 업계 전문가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말을 짜깁기해 자신이 믿는 편협한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데 사용됐을 뿐이었다. 오프라인에서 그분을 만나보니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귀를 닫고 일절 듣지 않는 얕은 지식을 통한 확신만 가진 채 일하고 있었다.
나는 책을 안 읽고 인터넷 검색만 해서 글을 쓰거나 말하는 분들과의 대화나 만남을 지양한다. 물론 그들과 만나서 하하호호 웃으며 밥 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깊은 대화는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런던대학 연구팀 조사의 맥락과 비슷하다. UCL 연구팀의 조사에 다르면 이런 분들의 검색 행동은 읽기의 목적과는 ‘정반대’인 행위로 배움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논쟁에서 이기거나 기존 자신의 믿음을 재확인하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과거에 읽었던 톰 니콜스의 『전문가와 강적들(The death of expertise)』 책 내용이 생각나서 타이핑하며 옮겨 본다.
사람들은 신문기사 제목이나 기사를 대충 훑어보고는 그 기사를 공유하고자 소셜 미디어에 올리곤 하지만, 사실 자신조차도 그걸 제대로 읽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똑똑하고 아는 게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서 그런 행동들을 한다.
특히 정치적 행위는 사태를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든다.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에게 있어 정치적 믿음은 확증편향과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된다. 정치 같은 주관적인 문제에 관한 믿음들은 좀처럼 주변의 영향을 잘 받지 않는다. 우리의 정치적 견해는 우리 자신의 자기-이미지와,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하여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믿음에 깊게 뿌리내리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우리가 믿는 바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떤 인간으로 보는지에 관한 중요한 무언가를 말해 준다. 따라서, 방금 우리 뒷마당에서 본 새가 무슨 새인지, 혹은 최초로 지구를 일주한 사람이 누군지를 틀리게 말했다면 흔쾌히 오류를 인정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지배하는 개념이나 사실에 관한 다른 사람들의 오류 판정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 126~128쪽
사실 인터넷 접속은 한 주제에 깊이 파고들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들을 더 바보로 만들 수 있다. 정보 검색이라는 행위 자체가 사람들로 하여금 뭔가를 배웠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그들은 자료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면서도 그 자료들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더 많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이런저런 웹 사이트를 넘나들며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더 이상, 눈앞을 스쳐 지나갔을 뿐인 것들과, 실제로 ‘알게 된’ 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글이 떠 있는 화면을 쳐다보는 것은, 그 글을 읽거나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다. 예일대학의 한 실험 심리학자 그룹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조사했다. “웹에서 정보를 찾는 사람들은 검색을 마친 뒤에 자신이 알게 된 정보의 양을 과장해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심지어는 그들이 검색한 것과 무관한 주제에 관해서조차 그렇게 생각했다.” 이것은 일종의 인터넷판 더닝-크루거 효과(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이다. 웹 검색을 하는 사람 중에 가장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이, 자신이 뭔가를 배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가장 깨닫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화석 연료’에 관한 정보를 찾는 사람들은 ‘공룡 화석’처럼 비슷한 용어들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는 페이지들을 훑어보는 것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른다. 충분히 많은 수의 웹 사이트를 대충 훑어보고 난 뒤에는, 내용이 어땠건 그들은, 주제에 관해서 자신들이 읽은 내용이 검색 전에는 사실상 몰랐던 내용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대신 그들은, 그냥 자신들이 똑똑해서 공룡과 디젤 연료에 관한 여러 가지 사실을 모두 다 이미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인터넷을 검색했다는 이유로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폭풍우를 헤치고 걷다가 비에 젖었다는 이유로 수영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다.
예일대학의 심리학자 그룹은 이 문제를 “아웃소싱한 지식을 내부의 지식으로 착각하는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마우스를 수십 차례 클릭하며 대충 훑고 지나가면서 본 것은 거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 톰 제이콥스가 관찰하고 말한 대로, 검색은 “자신의 지식에 대해 극도로 정당하지 않은 믿음을 촉발시킨다. 어떤 문제가 떠올라도 본능적으로 온라인에서 찾는 습관이 점점 일반화되는 최근의 상황은 실제로 약간 무섭게 느껴진다.”
이런 상황이 무서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말로 괴로운 현실이다. 습득한 지식에 대한 이런 식의 잘못된 확신은 전문가의 일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검색 엔진과 함께 아침나절을 보냈다는 이유로 10년은 걸려야 쌓을 수 있을 만한 지식을 습득했다고 믿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방법은 없다.
일반인과의 토론에서 “저도 조사를 좀 해봤답니다”라는 말을 듣는 때보다 더 심란한 순간은 없다. 삼투압 현상에 의해서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토록 많은 정보에 노출되는데도 불구하고 적어도 기본 지식조차도 전혀 늘어나지 않는 걸까? 어떻게 그렇게나 글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그토록 아는 게 없을까? 답은 간단하다. 자신이 찾은 것을 제대로 읽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거다.
런던대학(UCL) 연구팀이 발견한 대로,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접하게 된 기사를 사실상 읽지 않는다. 대신, 제목과 첫 몇 문장을 대충 훑어본 뒤에 그냥 다른 기사로 넘어간다. 연구팀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온라인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글을 읽는 행위를 한다고 볼 수 없다. 사실 ‘읽기’의 새로운 형식이 출몰한 것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새로운 정보를 신속하게 섭렵하기 위해서 제목, 전체 내용, 그리고 요약정리 부분을 수평적으로 ‘재빨리 훑어본다.’ 마치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읽기를 대신하기 위해서 온라인 글을 찾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사실 이것은 읽기의 목적과는 ‘정반대’인 행위로, 배움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논쟁에서 이기거나 기존의 믿음을 확인하기 위한 행위이다. UCL 연구팀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사회가 갈수록 우매해져 간다.”
- 215~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