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1961년 8월 15일 설립된 협동조합으로, 농업인을 위한 복지문화산업, 신기술 및 신품종 연구개발, 농업인 경제사업 지원, 농협 활동에 필요한 자금과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신용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농협이 없으면 대한민국의 농업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한국 농업의 핵심 기반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화가 가속화되며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농촌을 떠났고, 농협의 혜택을 입을 일이 없는 이들은 농협을 이상하고 촌스러운 광고를 만드는 금융기관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2014년 터진 NH농협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농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그야말로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이에 농협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자, 오랫동안 농업인의 벗으로, 디딤돌로 함께 했던 농협의 역사를 87년 민주화 이후 농협조합장 직선제 도입부터 조망하고자 한다.
1989년 농협조합장 선출제 전환
1980년대 민주화의 바람에 호응하여, 농촌에서도 박정희 정권 이후 정부가 임명해온 농협의 단위조합장을 다시 농민들의 손으로 뽑게 하자는 ‘직선제’ 요구가 빗발친다. 이에 1989년 드디어 단위조합장 직선제가 실시되었다. 직선제 실시 이후, 조합장의 비리와 부정선거를 수사해달라는 조합원의 진정 및 고소가 잇따랐다.
영광의 첫 민선 회장, 한호선
한호선은 전국 지협조합장들의 직선 투표를 거쳐 선출된 첫 민선 회장으로, .지금도 농업 관련 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등 농업계의 큰어른으로 계신 분이다. 그가 가장 언론에 주목받았던 해는 1994년인데, 수억 원을 횡령,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영광을 이어간 2대 회장, 원철희
농협은 대기업과의 적극적인 공조 측면에서도 돋보였다. 1999년 감사원은 농협에 대한 감사 결과, 농협중앙회가 농민 대출 대신 대기업 대출에 치중하며 신용거래 불량자에게도 대출을 하는 등의 사실이 적발되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단위조합의 48%가 자본금을 모두 까먹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산서류를 흑자로 조작하고 배당까지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2대 회장 원철희가 사의를 밝히고 물러났으나, 바로 다음해인 2000년 실시된 16대 총선에서 충남 아산 지역에 자민련 후보로 출마, 당선되었다. 그리고 국회의원 임기동안 농협 회장 재직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신나게 재판을 받다가, 2003년 대법원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자민련은 그를 2005년 재보궐 선거에서 같은 지역에 다시 공천했으며, 이번에는 낙선했다.
현재는 김종필(총리, 국회의원, 초대 국정원장 등을 역임)을 재평가하고 그의 활동을 기록하고자 모인 ‘운정회’의 감사로 있다.
검찰 수사 드러난 농협의 다양한 활동
99년 검찰은 전방위 수사를 통해 농협의 다양하고 이로운 활동을 널리 알리는 데 이바지했다.
당시 드러난 활동으로는 대출금고의 사금고화, 이권사업에서의 공공연한 뇌물 교환, 면세유 빼돌려 시중가로 팔아먹기, 쌀 생산지 허위 표기, 조직폭력배와의 결탁 등이 있었다.
두근대는 개표의 그 순간까지 농협이 함께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개표는 꽃중의 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기다리는 바로 그 순간. 그 순간이 또한 꽃으로 상징되기 때문일까, 농협은 여기에서도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겼다.
2003년, 대선 개표에 사용된 전자개표기를 납품한 모 업체가 중앙선관위 직원들을 상대로 뇌물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이 포착되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다. 여기까지만 해도 농협과는 아무 관계 없어 보이는 사건이었지만, 수사 과정에서 해당 업체가 농협에도 전산 관련 기기를 납품하여 수천만 원의 금품을 건넸다는 사실이 포착되었다.
선배들의 길을 나도 따르련다
2006년, 검찰은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일부를 현대차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정대근 농협 회장을 체포한다. 이렇게 농협은 민선 1, 2, 3대 회장이 모두 법정에 서는 쾌거를 이룬다. 2007년 대법원은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선배들의 길을 나는 앞서가련다
세종증권 매각비리는 2008년 전국을 뒤흔든 대형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대통령의 형 노건평과 그 후원자 박연차로부터 시작해 친노 정치인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정재계 로비 수사로 이어졌고, 결국 노무현의 자살이라는 21세기 한국 정치사 최대의 사건으로 끝맺음한다.
이 사건의 시발점도 바로 농협이었다. 농협이 세종증권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홍기욱 세종캐피탈 대표가 농협 정대근 회장 – 위의 그 정대근 회장이다 – 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건평 씨가 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 세종증권 매각비리 의혹의 초점이다. 실제로는 박연차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그로부터 발견된 전방위 로비, 휴켐스 헐값매수 의혹, 친노 정치인의 전방위 조사, 노무현의 소환과 자살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사건이 얽혀있지만, 농협의 역사를 다루는 이 글에서 여기까지 다루기엔 너무 글이 길어질 것 같다.
어르신들의 길을 우리도 따르련다
농협의 돋보이는 행보는 비단 어르신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군납 비리 문제였다. 2008년, 군에 납품되는 고기의 품질검사를 맡고 있는 농협 직원들이 저질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돈을 받고 정상품질인 것처럼 눈감아주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군납 농축산물을 둘러싼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2002년의 이른바 ‘고추비리’다. 당시 청송 진보농협이 판매업자 허 모씨를 통해 창녕농협 등에 불량 고추를 공급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를 묵인하는 댓가로 농협 직원 등 4명이 돈을 받았다는 것. 이 수사 과정에서 판매업자가 해외로 도피하고 2명의 농협 직원은 음독 자살했다. 이 사건과 관련, 창녕농협이 군부대 급식 책임자인 육군 중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골 지역을 중심으로 전·현직 임직원 자녀에게 취업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 단위농협에서 대출비리가 발생했다는 의혹 등이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농협의 이미지, 재고되어야
이처럼 농협은 한국사에 거침없는 족적을 남긴 조직이었다. 오늘날 이상한 광고를 하고 개인정보도 털리고, 북한 해커에게 허구헌날 털리는 농협의 한심한 모습은 사실 진짜 모습이 아니다. 농협이야말로 한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마다 그 주연으로 활약했으며, 한국 사회의 뒷면을 그야말로 가감없이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에 ㅍㅍㅅㅅ는 우리 모두가 농협의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바이다. 우리 모두 농협의 위대한 역사를 더 자세히 배우고 익혀, 농협이야말로 오늘날의 세태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최고의 조직임을 삼가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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