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선거 막판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해낸 용기와 담대함에도 진심으로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나는 처음부터 북미정상회담 못지않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여배우와의 스캔들’이 못마땅했습니다. 진위여부를 떠나서 지극히 사적 영역을 가장 중요한 공적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 사람들이 훨씬 더 문제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거짓말 논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의 진위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논리 자체가 성립이 안 됩니다.
설혹 김부선 씨의 주장이 모두 맞다손 치더라도, 애당초 공적 영역의 문제가 아닌 것을 공적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 다음 ‘불륜보다 거짓말이 문제’라고 하는 것은 전제 자체가 틀린 것이기에 그 결과로 나온 ‘거짓말’이라는 비난 지점은 잘못된 것입니다. 나는 논란 당시부터 시종일관 이런 입장을 견지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MBC와의 인터뷰는 이재명이라는 후보를 찍고 온 지지자로서 참 당혹스러웠습니다. 아무리 기레기라는 소리가 만연할 만큼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이라지만, 그 언론을 나무라고 꾸짖는 것은 정치지도자의 몫이 아닙니다.
시민 다수는 언론이 무엇이라 하건, 진실을 판단할 역량을 갖추었고 그것은 촛불혁명과 선거결과가 증명합니다. 그러므로 언론을 정화해가는 일은 언론 보도의 피대상자인 정치인의 몫이 아니라, 언론을 지켜보는 시민의 과제입니다.
논란이 되었던 일이므로 언론은 충분히 좀 불편한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당선자에게는 대답하기 싫은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을 권리만 있는 것이지, 인터뷰 자체를 통째로 거부할 권리는 없는 것입니다. ‘여배우와의 스캔들’이라는 사적 영역을 시민의 알 권리라 주장한다면 그것은 논란거리가 되겠으나, 1300만 경기도민에 봉사해야 할 신임도지사 당선자가 앞으로 도정을 어떻게 이끌 건지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일은 도민에 대한 너무도 당연한 의무입니다.
지사께서는 이 의무를 너무 쉽게 방기하셨습니다. 1300만을 이끄는 도지사가 소통을 SNS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밉건 곱건 여전히 수많은 시민은 언론을 통해 정치인의 일과 실천과 생각을 접합니다.
얼마 전 자신에 관련된 기사를 서슴없이 왜곡하는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모두가 언론인 여러분의 덕’이라고 말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굴해서는 안되겠으나 정치지도자가 언론을 대하는 자세는 저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던 그들의 질문은 곧 국민 일반의 질문이고, 그래서 적어도 모든 사실이 날것으로 전해지는 기자회견이나 생방송 인터뷰에서 정치인은 담백하게 끝까지 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소통’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질문만 받고, 나머지는 아예 대화 자체를 안 하겠다는 지도자가 어찌 되었는지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절절히 보았습니다.
물론 나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자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4년 후의 대선에서 역시 이재명 지사의 지지자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변을 설득했던 당선자의 지지자이고, 경기도정에서도 무한 응원을 마다하지 않을 신임 도지사 지지자입니다.
이재명 지사님은 이미 기득권 연합으로부터 공격당하는 피해자도, 약자도 아닙니다. 당과 당원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은 수혜자입니다. 국민으로부터, 대통령의 폭발적 지지로부터도 덕을 입고, 도민으로부터 인정받아 1300만 경기도정을 이끌게 된 강자입니다.
이제 지사님께서는 약자의 소통방식이 아니라, 강자의 소통방식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강자의 소통방식은 겸손과 인내입니다. 싫어도 듣고, 허심탄회하게 소회를 밝히는 일입니다. 내 말보다 상대의 말을 먼저 듣는 예의입니다.
16년 만에 되찾은 경기도 정권, 거의 100%에 가까운 우호적 도의회. 이 기막힌 발판에 진정성 어린 소통을 기반삼아 진심으로 성공하는 도지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원문: 김환근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