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시가총액 Top 10은 대부분 석유 관련 기업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7년에는 시가총액 Top 10 안에 들어가는 기업 대부분이 IT/플랫폼 등 데이터를 왕창 먹는 기업이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Data is the New Oil)’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석유를 가진 다국적 회사가 세계를 제패했다면, 지금은 데이터를 가진 자가 세계를 제패한다.
사실이 이렇다 보니 전 세계 메이저 기업은 모두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엄청나게 건설 중이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회사는? 삼성그룹 아닌가? 그 삼성그룹의 삼성SDS가 최근 상암동에 초 울트라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아래 사진과 같이 웅대하게 건설했다.
무려 11만 스퀘어 피트(sq ft)만 하게 말이다. 국내 최대 규모. 멋지지 않은가. 그런데 미국 버지니아에서는 삼성SDS보다 14배 더 큰 148만 스퀘어 피트짜리 데이터 센터를 건설했다. 게다가 지금 중국 차이나 텔레콤(China Telecom)은 1,080만 스퀘어 피트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1,080만 스퀘어 피트면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 센터의 100배다.
지금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이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데 초 울트라 집중한다. 왜 데이터 센터가 필요할까? 지금 당신이 쓰는 핸드폰만 하더라도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쓰는가. 불과 3~4년 전에 썼던 데이터양과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동영상 보는 지금의 데이터양을 비교해보라. 엄청 늘었다.
전 세계 IT 시장은 클라우드로 재편되었다. 최근 1년 사이에 두 배로 주가가 날아간 아마존이 그 중심에 있다. 그 아마존이 최근에 부동산 투자를 작년 대비 250%나 늘렸다. 왜? 현대차처럼 100층짜리 빌딩 올리려고? 아니다. 데이터 센터 건설하려고 땅을 사 놓은 것이다.
아마존은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데이터 센터를 때려 짓는다. 영국 브룩랜즈의 구 테스코 물류 창고 자리에 데이터 센터를 대단히 크게 지었고, 미국 노던 버지니아에는 신규 데이터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럼 그 데이터 센터에는 뭐가 들어갈까?
최근에 가장 크게 오른 미국 주식이 엔비디아(NVIDIA)라는 걸 잘 아실 것이다. 엔비디아는 데이터 센터용 칩이 CPU가 아니라 GPU로 들어가고, 아마존에는 FPGA라는 칩이, 그 유명한 알파고에는 TPU라는 칩이 들어간다. 그 칩은 어떻게 설계되어 있냐고? 나야 모르지. 딥러닝 하는 소스를 공개하지 않으니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은 이런 여러 칩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반도체라는 것이다.
DRAM. 바로 그 DRAM이 허벌나게 많이 필요하다. DRAM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금과 같은 호황을 계속 누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초 울트라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를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때려 짓기 때문이다. DRAM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그러니 DRAM을 만드는 업체, 즉 SK하이닉스는 어마어마하게 좋을 것이다. 레버리지 효과 때문이다.
제품 원가가 500원이라면 판매가격이 600원, 700원, 1,000원 이렇게 올라가도 제품 원가는 여전히 500원이다. 그래서 판매가격이 두 배로 올라가면 영업이익률 50%도 나올 수 있다. 신규 경쟁자가 진입하면? 신규 경쟁자가 진입하려고 이 시장에 뛰어 들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3~4년이다. 3~4년 동안 수십조 원 투자해서 DRAM 만들기 시작하면 데이터 센터 다 지었다.
이제부터 AI, 머싱러닝, 딥러닝 등 소프트웨어 쪽으로 간다. 3~4년 동안 투자해서 만든 DRAM은 한물간 제품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신규 진입이 어려운 상태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DRAM이 좋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SK하이닉스가 오른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길이 고속도로처럼 편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포장도로에 웅덩이도 있고 울퉁불퉁하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올해 PER이 5~6배 수준이다. 장비주들이 이보다 더 싸겠는가.
지금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큰 흐름을 먼저 잡고 개별 기업을 봐야 한다. LCD의 경우 중국이 10.5세대 때려 짓는데 8세대 라인으로 경쟁해보겠다는 LG디스플레이를 보면 안쓰럽다. 그런 LG디스플레이를 저점 잡겠다는 것을 보면 시대의 큰 흐름을 잘 못 잡는 친구이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
지하철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는데 신문 만들어서 팔아 보겠다? 책을 만들어서 팔아 보겠다? 가능할까? 그것이 쉬운 일일까? 모두가 동영상과 실시간 SNS에 익숙해진 지금 아직도 인터넷 카페에 좋은 분석 글이 올라온다? 혹은 올라올 것이다? 익명성에 숨어 자기 내면의 사악한 본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인터넷 카페라는 플랫폼은 이미 낡은 플랫폼이다.
증권사 리포트 몇 개 읽다 보니 이런저런 잡생각이 나서 적어보았다.
원문: 김철광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