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 가져다 놓은 조깅화가 다 낡아서 새로 하나를 사려고 보다가 각 운동화 메이커가 내세운 기술들에 의심이 들었다.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나이키의 에어맥스 기술, 아식스의 겔 기술, 뉴발란스의 솔쿠션 기술 등을 비교해 놓은 사이트 또는 논문조차 없다는 점이 이상했다.
그나마 시장 1위 업체인 나이키에 대한 자료가 많을 것 같아 나이키 에어맥스에 대한 특허 및 그 변천사에 대한 글을 찾던 중 기즈모도의 기사 「The Absurd History of Nike Air Technology」를 찾았다. 참… 운동화 하나 사는데 별 리서치를 다 한다고 생각이 들지만 어쩌랴 내가 그런 사람인걸…ㅎㅎ
보통 나이키에 관련해 떠오르는 것은 마케팅이고, 그에 관한 책은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Shoe Dog)』이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케팅 서적 좋아하지 않아서 읽어보지 않았다. 마치 승자가 쓴 역사처럼 진정한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않을 거라는 개똥 믿음 때문에…
슈독에 대한 조선북스 리뷰는 “이후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공격적 마케팅, 와플형 밑창과 에어 쿠션 등의 제품 혁신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으며 업계의 1인자로 올라선다”고 전한다. 즉 혁신형 제품 개발이 성장에 큰 원동력이었다는 것.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사업이라도 해보면 모든 게 공식대로, 정해놓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 변화나 작은 실패에 얼마나 유기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성공의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즈모도의 기사는 그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슈독의 리뷰보다 이 기사가 더 일리 있어 보이고 맞는 나이키의 성장사 같다. 아래에 기사 원문을 간략히 번역 및 요약했다.
1978년 나이키가 에어 테일윈드(Air Tailwind)를 내놓았을 때는 운동화 밑창 중간부(mid sole)를 공기가 찬 에어포켓으로 만들어 숨겨놓았다. 그때까지는 보이지 않는(invisible) 기술이었다.
나이키는 에어포스 1(Air Force 1)과 에어조던으로 세계 농구코트를 휩쓸면서 엔지니어링에 변화를 주었다. 즉 숨겨진 에어포켓 기술을 보이게(visible) 만든 에어맥스 1(Air Max 1)을 출시한다. 이건 기술지향 회사로의 브랜딩 전략이기도 했지만, 소비자로 하여금 손가락으로 찔러볼 수 있게 하고 ‘와, 이걸 신으면 충격 없이 달리고 걷겠구나’ 하는 환상을 심어준다.
우선 이런 기술이라는 것을 물리적인 유저 인터페이스로 내세울 수 있었던 자신감은 프랑스의 조르주 퐁피두 센터(건물의 모든 서비스 기관을 공간 밖으로 밀어낸 디자인, 즉 파이프가 건물 밖으로 나와 있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드러낸 디자인’이 나이키를 과학에 근거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회사로 포지션하게 해주는 효과를 줬다.
나이키는 에어맥스를 보조기술을 활용하던 단계를 넘어서 운동화 밑창 전체를 대체하는 핵심공정으로 발전시킨다. 예전에는 에어포켓이 부품이었다면 지금은 마케팅에 기반 둔 선택형 핵심공정이다. 맞춤형 운동화의 가장 큰 시작은 이 밑창이다. 밑창은 자동차의 하부 프레임과 같이 맞춤형 디자인을 지원할 수 있는 코어공정이 된다.
한편 이런 에어 기술이 정말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줬을까? 재밌는 것은 나이키 에어맥스 360을 지원한 스탠포드 육상선수들이 훈련에서 보인 가장 좋은 기록은 맨발로 뛰었을 때라는 점이다. 이게 맨발운동 동호회 본 투 런(Born to Run)에 소개되었고 그때부터 과도한 운동화의 쿠션이 오히려 부상과 무릎 상태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보도가 되기 시작했다.
이에 나이키의 대응이 걸작. 기존의 에어맥스를 강조하던 방식에서 변화를 줘 나이키 에어프리(Air Free) 시리즈를 내놓는다. 에어프리 3.0은 에어포켓이 거의 안 들어가 거의 맨발로 뛰는 효과를 느끼게 해주는 반면 에어프리 7.0은 많은 에어포켓이 들어간 디자인으로, 선택의 옵션을 준 것이다. 이게 약 2005년이다.
이후 경쟁사들이 기능에서 패션으로 운동화 광고의 방향을 전환하면서 나이키도 기존의 스포츠 스타에 기반한 유행형(sensational) 광고와 디자인에서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을 최대한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감각적(sensible) 광고와 디자인으로 전환한다.
거기엔 나이키 팬들의 광활한 바다가 있다. 그들에게 운동화 기술이 단지 달리기에 대한 것이 아니다. 패션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여러 다른 이유로 신발을 사고 나이키는 에어맥스 시리즈의 오래된 운동화를 다양하게 재발매한다. 또한 클래식 에어 맥스 기술을 새로운 디자인에 재편하며, 에어맥스 기술을 나이키 프리 솔즈로 분사한다.
And then there’s the vast sea of Nike fans for whom sneaker technology isn’t just about running. It’s about fashion. People buy shoes for a lot of different reasons, and Nike is reissuing old sneakers from the Air Max lineup left and right. The company is also reincorporating classic Air Max technology into new designs and even splicing Air Max technology into Nike Free soles.
결국 취향 저격의 시대라는 뜻이다. 그런 게 나이키 웹사이트를 보며 혼자서는 뭐가 뭔지 몰라 운동화를 고르지 못하고, 조깅화를 찾으면서 스케이트보드 운동화를 고르는 현상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나이키의 성장은 기술과 마케팅의 유기적인 대응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가 아닌가 한다. 어느 전자업계는 아직까지도 본인들이 해오던 것을 버리지 못하고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지 못해 고생한다. 만약 나이키가 미연방우주항공국(NASA) 출신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아 에어맥스 밑창을 유연하게 개발하지 못했다면, 또한 현대화된 마케팅에 대응하지 못했다면 벌써 저세상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게 언더아머의 성장을 막는 요인일지도 모른다. 스포츠 선수 출신 회장이 만들고, 그의 고집이 철학으로 굳게 자리한 그 브랜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