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 이용자들에게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존재가 있다. ‘옥뮤다 삼각지대’ ‘지옥천’라 불리는 옥천 허브(HUB)다. 옥천 허브는 CJ대한통운의 허브 터미널로, 택배가 이 터미널만 거치면 지연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라지기까지 한다는 흉흉한 소문이다. 옥뮤다 삼각지대라는 이름은 항공기나 선박이 미스터리하게 사라진다는 대서양의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따왔다.
전 버섯이 옥천 다녀오더니 고…ㅁ팡이가 되어서ㅠㅠ 업체에서 재발송해줬어요;;.
옥천 허브 들어간 택배 기다리는 게 군대 간 남친 기다리는 것보다 힘들어요.
옥천 허브 농담인 줄 알았더니 너무 심해요… 옥천에서 딴 데로 갔다가 다시 옥천으로 들어가고. 다른 택배사면 1~2일이면 올 거 옥천 거치니까 기본 3~4일이네요.
광명에서 부천 오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걸 왜 굳이 충북 옥천까지 가야 하는지?
내 택배는 옥천 허브에서 한 3일 지내고 음성에 하루 놀러 갔다 옴. 음성은 왜 갔을까…
서울 용산에서 공덕으로 보낸 택배가 왜 이틀이나 옥천 허브에 있어야 하는 건가요.
소비자들의 궁금증은 왜 택배가 허브 터미널을 거치느냐다. 앞선 사례처럼 용산에서 공덕으로 택배를 보낼 경우 곧장 가면 훨씬 빠를 텐데 왜 충북 옥천까지 가는 것일까? 이유를 알려면 택배 물류 처리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택배회사는 한 사람의 택배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하루에만 평균 270만 박스의 택배를 처리한다. 그러니 택배를 한데 모았다가 배송지역에 따라 재분류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 허브 터미널에서 이런 역할을 한다.
최소 3곳의 터미널을 거치는 택배 배송 과정
이 같은 시스템을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 모델이라고 부른다. 국내 최대 택배사인 대한통운은 전국에 다섯 개(대전, 옥천, 청원, 용인, 군포)의 거점을 가지고 있다. 옥천 허브도 여기에 포함된다. 허브 터미널에서 분류를 마친 택배는 서브 터미널이라는 지역 거점으로 이동한다. 국내 대다수 택배회사가 이 같은 허브 앤드 스포크 모델을 채택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허브 앤드 스포크 모델을 채택하면 운영 비용 및 상품 분류, 보관, 배송 등 택배 서비스 전반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델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은 업체 측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현재로서는 대체할 만한 모델이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인 문제로 택배는 하루라도 지연될 경우 타격이 커 네트워크 운영방식을 단번에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왜 옥천 허브에만 가면 택배가 지연되느냐
허브 터미널 지연 및 분실은 사실 옥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HUB, 군포HUB로 검색해봐도 비슷한 사례는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옥천 허브가 유독 부각되는 것은 이 터미널이 CJ대한통운에서 가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에서 취급하는 택배의 70%는 옥천 허브에서 처리한다. 그러니 CJ대한통운에서 지연이나 분실 사고가 발생했다면 옥천 허브에서 일어났을 확률이 높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택배보다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업체가 직접 소비자 집 앞까지 물건을 가져다주는 직접 배송을 고수하거나 핵심 전략으로 쓰는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에서 대형가전을 구입하면 전문 설치기사가 배달부터 설치까지 해준다. 쿠팡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로켓배송도 마찬가지다. 택배보다 직배에 신뢰를 가지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원문: 산업정보포털 i-DB / 필자: 이혜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