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노트북부터 디지털카메라와 게임까지. 한국의 아키하바라라고 불리는 용산전자상가에 가면 없는 게 없는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모여들었고, 상가는 계속 늘어갔다. 이곳은 세운상가의 뒤를 이어 1990년대 전자제품의 메카로 번성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인터넷 쇼핑의 등장으로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8년 현재에도 컴퓨터 주변 부품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지만 과거의 열기를 따라오지 못한다. 실제로 쇼핑몰을 기반으로 물품 창고 역할을 하는 사무실 겸 가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서울시에서는 올해 이곳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디지털 메이커시티이자 청년창업 플랫폼인 ‘와이밸리(Y-Valley)’로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은 이곳에 지난 6월 15일, 은하철도 999호가 정차했다.
『은하철도 999』는 1980~90년대 한국에서도 공개돼 많은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으로, 영원히 죽지 않는 기계의 몸을 갖기 위해 철이와 메텔이 999호에 올라 전 우주를 여행하면서 겪는 일을 담았다. 〈갤럭시 오딧세이: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는 원작자인 마쓰모토 레이지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한국에서 개막한, 특별한 전시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은하철도 999』 아카이브, 주인공 철이와 메텔이 될 수 있는 체험 공간, 국내 11개 팀이 오마주하거나 재창조해낸 마츠모토 레이지와 은하철도 999의 세계관을 볼 수 있는 섹션이다.
전시가 이뤄지는 곳은 용산전자상가 일부다. 이제까지 전시장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공간이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태어난 것이다. 양옆으로 연결된 공간들을 보다 보면 잠시 정차하는 기차역이나 열차 칸으로 연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원화를 소개하는 전시는 아니지만 만화 『은하철도 999』의 세계를 현대의 감각으로 재현해냈다. 다양한 체험 공간은 마니아들의 덕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과거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 느껴지는 용산전자상가에서 열리는 전시라는 점에서 특히 흥미를 끈다.
- 전시 기간: 2018년 6월 15일~10월 30일(9월 24~25일 휴관)
- 전시 장소: 용산 나진상가 12-13동
- 운영 시간: 월~수, 목, 일요일 12:00~20:00(입장 마감 19:30), 금, 토요일 12:00~21:00(입장 마감 20:30)
- 참여 작가: 하림, 디구루(From 이디오테잎), 송호준, 신남전기, 윤제호, 룸톤스튜디오,집시, 장인표, 길호, 유하다
- 입장료: 성인(만 19세~만 64세) 1만 3,000원, 청소년(만 13~18세) 1만 1,000원, 어린이 및 미취학 아동(만 12세 이하) 및 시니어(만 65세 이상) 9,000원
- VR 입장료: 5,000원(현장에서만 예매 가능)
- 전시 문의: 070-8837-0999
원문: 산업정보포털 i-DB / 필자: 정은주([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