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V(ㅍㅍㅅㅅ 소속, 이하 S):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도현(ㅍㅍㅅㅅ 소속, 이하 김): 안녕하세요, ㅍㅍㅅㅅ에서 콘텐츠 팀장을 맡고 있는 김도현이라고 합니다.
S: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지 자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김: 대표님이 맨 처음 명함을 주셨을 때 ‘잡부’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ㅍㅍㅅㅅ 특유의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이었습니다.
S: ….
김: 광고 콘텐츠 총괄을 중심으로 급하면 콘퍼런스 운영까지, 지금 당장 회사에서 해야 하는 것은 모두 다 하고 있습니다.
S: 웹진 ‘트웬티스 타임라인(이하 트탐라)’도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그건 몇 년이나 된 프로젝트인가요?
김: 그건… 제가 큰 꿈을 가지고 5년 반 전 런칭했다가 아직까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일종의 지나치게 거대한 취미생활 같은 것이죠…
S: ……
김: 지금은 사업적인 부분은 거의 없고요, 미디어적인 부분에서만 여전히 이것저것 꿈틀거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S: 거기에 대학원도 다니시고… 여태 픗픗이 인터뷰한 정치인들과 비슷한 수준의 바쁜 생활을 하고 계신 게 아닌가…
김: … 그 정도는 아니고요. 다만 대행사의 긴급한 연락 및 8시 출근 거래처들의 아침 연락을 모닝콜로 받는… 그야말로 광고주님과 함께 동거동락하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S: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시사하는군요. 콘텐츠 에디터 일을 하면 아침 8시에 대행사의 전화로 잠을 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김: 그렇죠… 콘텐츠 에디터는 환상적인 작가의 세계가 아니니까요. 예술적인 삶보다는 마치 거대한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 있는, 볼트와 너트를 끼우는 그런 삶을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는 게 이 업계에 진입하기 위한 가장 큰 명제라고 생각합니다.
S: 수업을 팔아야 하는 인터뷰인데(…) 그런 말씀 괜찮을까요?
김: 아 근데 사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저는 이 부분에 말씀드리는 과정이 정말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굶어 죽기 딱 좋은 문창과를 나왔는데, 거기서 배운 게 있다 보니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거죠. 이뻐야 하고 완벽해야 하고… 그런데 이건 예술이 아니라 콘텐츠 ‘사업’이잖아요? 콘텐츠 ‘시장’이고. 낭만적이고 지나친 가치 부여가 발전에 도리어 독이 돼요. 그 사실을 깨닫는 데 정말로 오래 걸렸어요.
S: 콘텐츠는 작가라기보다는 노동자의 아이덴티티를 갖춰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수업에 임하는 게 좋다는 말씀이시군요.
김: 네. 그래서 저는 할 말이 명쾌하죠. 제 수업은 콘텐츠를 만들 때 기본적인 루틴을 말씀드리는 수업입니다. PT로 비유하자면 기초적인 운동법을 가르쳐 드리는 거죠.
S: 굉장히 명쾌하시네요.
김: 제가 5년 반 정도 사업을 했는데, 나름 편집장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보니까 강연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기획이란 무엇인가, 콘텐츠란 무엇인가’ 이런 주제들에 대해 썰을 막 풀곤 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러운 게, 실무적인 알맹이 없이 그럴싸한 말만 했던 것 같아요. 뉴미디어가 어쩌구, 새로운 시대의 레거시 미디어가 어쩌구…
그런데 머리를 한 대 푹 맞은 날이 있었어요. 블로거 기자단 강의였어요. 그 날도 그렇게 그럴싸하게 시장이 어떻고 스타일이 어떻고 하는 썰을 풀고 나오는데, 한 블로거 분께서 손을 들고 말하시는 거예요. “강사님,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그 말씀이 확 박히더라고요. 그러게, 그래서 이런 말을 해서 뭐 어쩌자는 거야? 그때부터 번드르르한 말을 할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한 걸 확실하게, 날카롭게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트웬티스 타임라인: 시작이자 ‘실패’이고, 여전히 자부심인
S: 트탐라로 돌아가서… 웹진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문학계의 시스템이 이해가 안 됐어요. 등단을 통해서 소설이 뽑히고 등단이 되는데, 뭐 얼마나 더 월등해서 이미 충분히 좋은 글들을 제치고 아주 소수의 사람만 작가라는 칭호를 가져가는지 의아했던 거죠. 그래서 제대하자마자 ‘바로그찌라시’라는 잡지를 만들었어요. 트탐라의 전신이라 보시면 되는데, 딱 한 장의 ‘찌라시’ 형태로 배포하는 잡지였죠. 다양한 생각을 담아서 찌라시처럼 뿌리겠다는 모토로 운영했어요. 규모도 생각보다 꽤 나왔어요. 월 매수 2,000부씩 찍고 배포처는 전국 37곳 정도 되었고, 총 18호까지 냈어요. 구독료도 1만 원씩 받았죠. 그런데, 점점 한계가 뚜렷해지더라고요.
S: 듣기만 하자면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은데요?
김: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던 건 ‘플랫폼’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종이 한 장은 너무 작잖아요. 일단 작고, 종이이기 때문에 빠르지 않고. 당연히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없고. 성장의 한계점이 분명했던 거죠. 그래서 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자고 생각했는데, 그때 페이스북을 바탕으로 한 미디어, 훗날 ‘뉴미디어’라 물리는 것들이 나올 즈음이었어요.
S: 왜 굳이 20대 타깃이었을까요?
김: 확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특정 계층을 공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면, 마침 내가 20대이니, 내가 잘 말할 수 있는 20대들을 위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그래서 20대 매거진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슬로건은 ‘20대의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로 하기로 했고요. 최종적으로 그 고민들이 완성된 형태가 트탐라입니다.
S: 트탐라에서 지난 5년 동안 60명쯤 뽑으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매 기수마다 뽑아 가르쳐서 에디터로 만드셨을 텐데, 그 과정이 이 수업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교육하는 데 어떤 점이 어려우셨나요?
김: ‘글을 어설프게 써 온 사람’이 제일 힘들었어요.
S: 어설프게?
김: 운동도 집에서 어설프게 홈트레이닝 한 사람들이 제일 힘들거든요? 헬스장 갔을 때 트레이너와 싸우는 사람들은 주로 그런 사람들이에요. 나름대로 운동은 했는데 안 좋은 버릇을 가지는 바람에 그걸 고쳐야 하는 사람들. 하지만 아예 운동과 담쌓고 살았던 사람들은 아무 말도 안 해요. 알거든요, 자기가 운동 못 하는 거.
S: 그러면 아예 처음부터 가르치는 게 편한 건가요?
김: 어설픈 습관이 있는 사람보다는요. 더 좋은 사람은 자기가 정확히 무슨 말을 하고 싶다, 이런 부분이 뚜렷한 사람이에요. 일단 기본적으로 ‘쓰고 싶다’는 동기가 있으면 어떤 자세든 버틸 수 있는 큰 동력이 되잖아요.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은 효과를 보고.
S: 트탐라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좋았던 점은 뭐가 있을까요?
김: 힘든 걸 말하면 끝도 없지만…
S: 없지만…
김: 그쵸… 돈이라든가…
S: ㅎ
김: ㅎㅎ
저 같은 경우는 팀 내에서 피드백을 주는 동시에 원고료를 줘야 하는 사장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편집장인 동시에 영업사원이자 에디터의 일을 했어야 했죠. 덕분에 대기업 콘텐츠 제작부터 각종 페이지 운영까지… 정말 많은 것을 했죠. 그때 진짜 콘텐츠 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후려치기를 많이 겪었습니다. 얼마나 심하게 후려쳤냐면, 페이스북 페이지에 한 달에 20개의 콘텐츠를 올려야 하는데 받는 돈이 고작 100만 원인 거예요.
S: 어우…
김: 그래도 원고료 줘야 하니까, 참으면서 꾸역꾸역 다 한 것 같아요. 광고주가 “트탐라도 가능해요?”라고 물어보면 저는 절박하니까 알든 모르든 “아, 가능하죠”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미팅 장소에서 나오자마자 열심히 공부 시작하고. 결과물이 후달리지 않기 위해서. 체크하고 수집하고 자기화시켜서 어떻게 미팅 가서 썰을 풀고 팔았어요. 그때는 엄청 힘들었는데 추억은 미화된다고 지나고 나니 그것들이 도움이 되네요.
S: ㅎㅎ 그때로 돌아가도 다시 할 거예요?
김: (정색) 아뇨, 절대 안 할 겁니다. 반드시 이과에 가서 취업을 할 겁니다.
S: 그런데 대학생이 이런 사업을 하면 지원사업이 꽤 많지 않나요?
김: 국가지원사업도 응모해서 좀 받았어요. 그 과정에서 hwp의 모든 기능을 알았습니다. (웃음) 그런데 민간 쪽은 하나도 된 게 없어요
S: 차이가 있나요?
김: 국가는 지원 업체를 결정할 때 어느 정도는 ‘가치’를 봐 주는 편이에요. 근데 민간 쪽은 그런 거 없어요. 무조건 팔릴 만한가 보죠. 그 앞에서 내가 아무리 어떤 가치와 명분을 추가한다고 해도 “그래서 이게 팔려?”라는 검증의 문장에 있어서는 아무 할 말이 없는 거예요.
S: ㅠㅠ 눈물이…
김: 좋은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S: 여태까지의 트탐라 게시물 중 가장 반응이 핫했던 콘텐츠는 보통 어떤 내용이었나요?
김: 공감물이나 패러디 같은 것들이 압도적으로 높죠. 콘텐츠를 만드는 공식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S: 왜 패러디나 공감물이 먹힐까요?
김: 낯설지가 않으니까. 이미 친밀한 문장과 소재와 느낌을 전달하다 보니 “이거 내가 아는 얘기야” 이렇게 거리감을 좁혀서 다가갈 수 있죠. 그렇다고 ‘대학생 공감 BEST 5’를 만들라는 게 아니라, 독자들과의 거리를 충분히 좁힐 수 있는 소재가 무엇인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S: 또 다른 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 대학생들은 언제나 ‘장학금’이 큰 이슈죠. 그런데 장학금 관련 기사는 이미 수십 건, 수백 건씩 있잖아요? 그것들 중 하나가 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소재를 가져오더라도 ‘나’만이 쓸 수 있는 기사가 더 힘이 있죠.
예시로 최근에 데스킹했던 「그들은 나의 고통을 증명하기를 바랬다」라는 기사도 그런 경우에요. 실제 장학금을 받기 위해 애썼던 에디터의 경험을 인용해서 최근의 장학금 제도의 모순을 풀도록 의도했죠.
S: 특별하게 광고주에게 잘 먹히는 문서 기획의 특징이 있을까요?
김: 광고주에게는 실제 형태를 보여주는 게 제일 빨라요. 이승환 대표님께서 항상 저에게 말씀하시는 것들이기도 한데, 서론 본론 결론 목적 당위성 이런걸 주루룩 보여드리는 것보다는, 약간 러프하더라도, 첫 문단이라도 실제 콘텐츠를 써서 보여드리는 걸 제일 선호하세요.
S: 무슨 형태인지 볼 수 있게…
김: 어차피 기획서는 콘텐츠로 가는 중간 단계잖아요. 내가 콘텐츠로 하고 싶은 말은 A인데 어설픈 문서화를 통해 A-로 바뀌고, 컨펌 단계를 한 번 더 거치면서 B가 되어버리는 그런 과정이 너무 싫어요. 그러니 아예 A의 모습을 가급적 가깝게 보여주는 거죠.
ㅍㅍㅅㅅ, 쌓아온 능력을 실전으로 검증한 시간
S: 다시 ㅍㅍㅅㅅ로 건너뛰겠습니다. 플랫폼을 기획하는 총괄의 위치에 있다가 최전방에 있는 에디터로 들어온 건데, 어떠십니까?
김: 아, 전 되게 좋았어요.
S: 엥? 좋았어요?
김: 왜냐하면 제가 5년 반 사업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고민이, 저의 가치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죠.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지, 어떤 레벨인지에 대한 측정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계속 주눅 들게 되는 거예요. 아까 말했던, 20개 만들어 100만 원 받는 케이스도,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 되거든요?
S: 그렇죠… ?
김: 그런데 저는 화가 나다가도 납득하는 거예요. 결국 내가 이만큼인 거겠지, 이것밖에 안 되니까 100만 원 받는 거겠지. 잘 나가는 콘텐츠 기획자를 보면 아, 쟤는 잘났으니까 자기를 잘 증명해서 그 가치를 받는 거고, 난 잘하는 게 없으니까 이런 취급을 받는 거겠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 와중에 프픗에 왔고, 처음으로 결과로 증명한 것이 「일본에서 매년 8만 명이 사라지는 이유」일 거예요. 조회 수가 20만을 넘었죠.
S: 영상도 기획하시지 않나요?
김: 우선 대뜸 영상을 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허락해주신 대표님께 참 감사드리고요.
S: 이 무슨 연말 시상식 소감 같은…
김: 대표님 사랑합니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제일 잘 나온 건 ‘삼분의일’ 광고 영상이 있습니다. ㅍㅍㅅㅅ 와서 첫 기획인데도 재밌게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너무 유능한 스탭들의 도움도 받았고.
S: 호오…
김: 이런 결과들이 있다 보니, ㅍㅍㅅㅅ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자존감 회복의 시간이었어요. 5년 반 동안 쌓아온 것들을 검증할 수 있었죠. 얼마나 많이 팔릴 수 있는가? 이건 버려야겠다. 이건 나쁘지 않네? 조금만 고치면 되겠다. 이렇게 스스로 테스트를 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하고 있고요. 내가 어디까지 제안할 수 있는가? 어느 것들이 좀 더 부족한가 등등…
S: 노예 마인드 아닌가요…
김: …
S: 필자들에게 맡기는 원고도 관리를 하시죠?
김: 네. 광고주 요청에 따라 필자분의 글을 올리게 되어도 원문을 그냥 내지 않습니다. 이미지라든지 소제목, 문단 흐름이나 제목 같은 것들을 손대는 편이에요. 이렇게 해야지 팔린다는 나름의 기준에 따라서요.
S: ㅍㅍㅅㅅ 기사를 진행하면서 ‘팔리는 감각’을 파악한 건가요?
김: 아직 정답은 모르지만 ‘적어도 이러면 되는구나’라는 저만의 기준이 생긴 거죠.
S: 제가 2016년에도 트웬티스 타임라인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보다 지금이 더 반응이 좋아요. 픗픗은 떨어졌는데(…)
김: 옛날에 지었던 제목은 지금도 자부심이 있어요. 되게 예쁜 제목이거든요. 그런데 예쁜 제목의 글은 팔리지 않아요.
S: 어떤 제목이 팔리는 제목인가요?
김: 최근에 올린 콘텐츠의 경우도 그랬어요. 원래 제목은 「위기탈출 스타트업: 법인 전환」 같은 것이었는데, 이걸 이렇게 바꿨어요. 「개인사업장에서 법인으로 전환했더니 대표님이 죽어버렸다!」
S: 아… 자극적이야…
김: 또, 저는 제가 쓴 제목을 입으로 읽어보는 편이에요. 읽어본다고 다 잘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입에서 거슬리는 문장은 이상하더라고요. 이렇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풀려고 하는 편입니다.
S: 그러면 바이라인과 제목이 도달에 미치는 영향은 퍼센티지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요?
김: 평범한 글이 1이라면, 글과 제목에 따라서 최고 100배까지 차이 난다고 봅니다.
S: 네? 그 정도로요?
김: 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전부’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그런 거죠. 커뮤니티 게시물을 보면, 제목부터 끌리는 걸 보잖아요. 제목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전부인 거죠. SNS 타임라인도 마찬가지예요. 수백 개의 게시물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누르는 것은 한정되어 있고, 사람들은 그것만 소비하죠.
S: 예시가 있을까요?
김: 작년에 나간 글 중 보건복지부 캐릭터 캠페인이 있는데, 마침 카카오뱅크 캐릭터가 뜰 때였어요. 그때 제가 생각한 게, 카카오뱅크를 언급하면서 해당 메시지를 믹스하는 거였어요. 이슈에 맞춰 “카카오뱅크가 왜 떴을까?”라고 언급한 다음, 보건복지부 캐릭터의 경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거죠.
S: 궁금한 게, 자기 이야기로 콘텐츠를 쓰는 게 잘 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광고와 연결시킬 수 있는 거죠?
김: 앞에서 말했던 거랑 섞어보면, 우선 제목을 정해야죠. 사람들이 관심 가질 수 있는 주제로. 최근에 진행한 광고의 제목은 「우리는 왜 ‘나 혼자 산다’처럼 깔끔하게 살지 못할까?」였어요. 동시대 프로그램이니까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을 부를 수 있죠. 그런데 알맹이가 필요하잖아요? 이때 필자의 ‘청소 경험’을 넣으면 풍부하죠. 그래서 필자 선정 단계부터 ‘자취 경험’이 있는 사람을 구했어요. 자취하며 느꼈던 청소에 대한 사유를 잘 끌어낼 수 있었다는 기대가 있으니까. 실제로 콘텐츠의 반응도 꽤 좋았습니다.
콘텐츠를 업으로 결심한 이들이여, ‘노동’으로 단결하라
S: 그런데 자기 경험이나 이야기는 쓰다 보면 고갈되지 않나요?
김: 네. 85점 단계까지는요.
S: 85점이요?
김: 제가 항상 하는 말 중에 하나인데, 코칭을 통해 85점까지는 만들 수 있어요. 자신할게요. 85점 단계까지는 충분히 학습으로 가능한 부분이니까. 하지만 85점 이상은, 말하자면 프로의 범주예요. GQ 이충걸 편집장이나 허지웅 같은 사람들이요. 그런데 문제는, 아직 85점도 되지 않는 분들이 ‘프로 칼럼니스트’의 글을 워너비로 삼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의 좋은 문장을 보며 쓸데없이 좌절하죠. 나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S: 음…
김: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좋은 문장은 좋은 글이 아니다. 글이라는 것은 문장의 덩어리이고 당신이 해야 할 것은 문단에 어떤 내용을 넣을 것이다. 그리고 이 문단이 모여서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구조적으로 조립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제발 문장부터 쓰려고 하지 말라. 그런 의미에서 85점까지는 충분히 자기 경험을 소모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도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S: 그 이상의 레벨은?
김: 제가 말했던 85점 위가 그런 단계 같아요. 거기까지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위의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좀 더 개인적인 노력과 수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85점까지.
S: 콘텐츠는 되게 종류가 많잖아요. 페이스북이라는 채널 안에도 카드뉴스가 있고 동영상이 있죠. 그런데 굳이 텍스트 기반 콘텐츠만을 콕 집어 말씀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김: 저는 언제나 ‘글’이 가장 기초가 된다고 생각해요. 영상도 다짜고짜 찍지 않잖아요? 일단 글로 나열했을 때 말이 돼야지 좋은 콘텐츠가 돼요. 카드뉴스도 그렇고요. 각 장에 어떤 이미지가 들어가는지에 앞서, 어떤 글이 들어갈지 나와야 진행이 되는 거죠. 저는 그 모든 것의 기반이 되는 텍스트라는 이름의 기초적인 체력을 길러 드릴 생각이에요.
S: 그러면 이번 강의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기획하고 써내는 데 중점을 두는 건가요?
김: 네, 그래서 무조건 하나의 아티클, 기사를 써내는 걸 목적으로 할 겁니다. 그리고 이게 4주 차 과정인데, 마지막 주에는 실제 콘텐츠에 대해 검증을 해주실 실제 광고주님을 모실 거예요.
S: 리얼 광고주님이요? (…)
김: 네. 단순히 제가 말하면 무슨 권위와 힘이 있겠어요. 그래서 각 기사에 대해 광고주 만족 여부까지 피드백 단계에 포함시키고자 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뉴미디어니 레거시 미디어니 이런 말은 아무 소용 없고, 실제로 써보고 빨리 까이는 게 무조건 많이 늘어요.
이론에서도 쓸데없는 말 안 할 거예요. 첫 주에는 ‘여러분의 글은 예술이 아니고 산업이고 마켓이다’를 말하기 위해 타깃팅 등의 개념을 설명할 거예요. 2주 차에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템플릿을 드릴 거고요. 글 종류는 수도 없이 많지만, 장르화하면 ABCDE로 나눌 수 있거든요. 어떤 아이템이 오든지 간에, 몇 가지 탬플릿 안에서 발상을 시작하면 적정 수준의 글이 나온다. 그렇게 빨리 쓴 만큼 더 많이 까이면서 디테일을 발전시켜야죠.
S: 호오…
김: 제가 대학원을 간 이유가, 제가 근본 없이 살았기 때문에(웃음) 그걸 정리하고 싶었어요. 이제 곧 졸업반인데, 그 시간들이 되게 좋았거든요. 이론을 들을 때마다 제가 그동안 실무적으로 했던 것들이 접목되는 거예요. 그런 경험을 하다 보니, 이론은 적게 필요한 드릴 거고 실무의 과정으로 빨리 넘어갈 거예요. 그리고 계속 권유할 거예요. 더 많이 까이시라고.
자신의 한계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격한 물량을 겪어보는 게 제일 좋아요. 그리고 그때야 눈에 들어와요. 아, 내가 이론만 팔 때가 아니었구나. 30일 넘게 콘텐츠 만들어서 좋아요 10개 이하로 받는 콘텐츠 무슨 의미가 있었나. 결국 콘텐츠와 집필은 다르구나… 뭐 이런 것들에 대한 자극이 오갔으면 합니다.
S: 정말 5년이라는 시간이 넘도록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하고 봐오셨던 건데, 어떤 부분이 그렇게 진득한 흥미를 이끌었나요?
김: 사실 제 꿈 중에는 영화감독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쪽으로 나가지 않은 게, 영화는 너무 투여되는 자본이 많은 거예요. 즉 감독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닌 거죠. 투자사의 마음도 있을 것이고, 비가 오는 걸 찍어야 하는데 비가 안 올 수도 있는 등등의 변수가 많잖아요. 하지만 글은 펜과 종이만 있으면 나의 세계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요. 그런 게 좋아요.
S: 다른 분들은 사실 인터뷰를 읽었을 때 “그래서 강연 때 뭘 말하겠다는 거야?”라는 물음표가 뜰 때가 있어요. 그런데 도현님은 정말 명확하게 떠오르네요.
김: 저도 여러 강의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한 100개 들었다 치면, 그중에서 한 94개 정도는 별로인 거예요. 왜냐하면 다 자기 자랑, 책 자랑이니까. 또, 소위 ‘뽕’을 채워주는 강의가 있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최고의 당신! 글 위에서 꿈을 펼쳐라!” 뭐 이런 건데, 들을 때는 좋아요. 하지만 다음 날 막상 콘텐츠를 쓰려고 앉았을 때 뭐가 남느냐는 거죠. 그러니 그런 뽕 같은 것들은 따로 알아서 맞으시고, 저는 진짜 한 개라도 배웠다 싶은, 마감 전날에 당장 쓸 말이 떠오르는 그런 강의를 진행하려고 해요.
우리 아이… 아니, 우리 도현 님이 부끄러움이 많아서 큰일입니다…
S: ㅍㅍㅅㅅ의 실무형 강의에 딱 맞는 인재…. 그런데 저는 사실 본인 자랑하시라고 판 깔아드리고 싶었는데, 계속 실무적인 이야기를 하시네요.
김: 저도 인터뷰를 만드는 입장이고 많이 보기도 봤는데, 저는 사실 내세울 게 없잖아요… 무슨 팔로워가 10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나가는 ㅍㅍㅅㅅ 직원: 봐봐, 아직도 뭔가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S: 조금 더 프라이드 있게 소개해 보세요. 우리가 20대의 마음을 얼마나 잘 대변하고 있는지. 아니면 최소한, 나는 지금 30대지만 20대 애들과 팔팔하게 잘 놀 수 있다든지.
김: 근데 사실 그것도 이제 좀… 모르겠어요…
ㅍㅍㅅㅅ 직원: 아이고, 부끄러워하신다.
김: 아니 그게… 그래요, 트탐라 같은 경우는 내재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저의 어떤 자부심이 있죠. 첫 번째로 저희 팀 출신들이 항상 이런 말을 해요. 트탐라에서 배운 것들이 많이 쓰이더라. 단순히 대외활동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실무적인 부분이 많이 도움이 되더라. 또 저희는 6개월에 한 번씩 면담을 하거든요. 그러면 이런 말을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엄청 많았는데 여기 와서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배웠다. 그게 너무 좋았죠.
S: 또또또? (강요)
김: 어… 트탐라는 아는 업계 분들도 그런 말씀을 하세요. 뻔하지 않아서 좋대요. 단순히 좀 더 크리에이티브하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똑같은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특색이 나온다는 거죠. 똑같은 소재가 100개가 있더라도 색다른 포인트를 집어낼 수 있다는 점, 그런 평가도 저를 기쁘게 한 것 중 하나죠. 아무래도.
S: 이 수업을 들을 사람들에게도 그런 말씀을 들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수업을 들을 분들께 한 말씀 하신다면.
김: 글로 적었을 때 말이 되어야지 그 뒤엣것들이 나와요. 수업을 들으신다면 단순하게 문장, 기사만 잘 쓰는 게 아니라 모든 창작의 기본이 되는, 그야말로 ‘말이 되게’ 하는 부분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체계적인 수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S: 맞습니다. 잘 가르쳐주세요.
김: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