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ㅍㅍㅅㅅ 소속, 이하 최): 누구세요?
서주형(이하 서): 회계법인 EY의 스웨덴 스톡홀롬 오피스에서 컨설팅 본부 매니저 일을 하고 있는 서주형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I생명, L그룹,삼X회계법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EY에서 일했었습니다. 1982년생이고요.
최: 어떻게 스웨덴까지 가서 일하고 있죠?
서: 원래 한국 EY에 다니다가 런던 법인이랑 같이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어요. 그런데 시차도 그렇고 멀리 있으니까 일이 비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거예요. 그래서 ‘기왕 이럴 거, 제가 영국 넘어가서 일하겠다’라고 제안했고, 통과되어서 출장을 가게 됐는데.
최: 그랬는데?
서: 거기서 한 달 반 정도 일하다가 알게 된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는 스웨덴에서 파견 나왔어요. 나이도 비슷하고 얘기도 잘 통해서 친해졌는데, 혹시 저보고 해외에서 일하는 데 관심 있냐는 거예요. 괜찮으면 자기 스웨덴 오피스에 자리 날 때 연락하겠다고. 저는 예의상 하는 말인 줄 알고 그냥 지내고 있었는데, 진짜로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뷰를 보고 합격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최: 왜 떠나고 싶었나요? 왜인지 알 것 같긴 하지만…
서: 확연히 달랐어요. 한국에서 일할 때는 불합리하다, 너무하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왜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일 없어도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거지? 그런데 런던에서 한 달 일할 때는 그런 게 전혀 없는 거예요. 윗사람 눈치 안 보고 본인 할 일만 해도 돼요. 그러다 보니 업무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게 가능해요. 나머지 시간은 본인이 자유롭게 쓸 수 있고요. 회의도 위아래 사람 할 것 없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고, 아래 사람들 의견이 받아들여 지는 빈도도 높아요. 눈으로 보고 직접 겪으니 이런 데서 좀 더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왔으니 질러 버린 거죠.
잘 생각해라, 스웨덴의 면접은 한국과 다르다
최: 한국은 안 그렇나요?
서: 음… 아시겠지만… 제가 세 군데 정도 회사를 다녔는데, 전반적으로 경직되어 있다는 인상이 강하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단적으로, 한국 회사는 수직적이죠. 회의도 윗사람이 주로 이야기하고 아랫사람은 받아적어요. 사원, 대리급의 주니어는 의견을 내기 어렵고, 힘들게 의견을 내도 반영되지 않아요. 무엇보다 업무를 조절하거나 휴가를 원하는 때 내는 게 정말 어려운 분위기예요. 스웨덴이 유독 자유롭다는 걸 반영하더라도, 부부가 아이 학교 데려다줘야 해서 1주일에 2~3일만 일하는 건 한국에서는 아예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최: ㅠㅠ 아이 아빠로서 그 심정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채용 절차의 차이는 어땠나요?
서: 절차 자체는 한국과 유사해요. 스웨덴은 ‘트레이니 프로그램’이라는 걸 운영하는데, 학부 3~4학년을 모집한 뒤 6주 정도 OJT를 진행하여 이 친구에게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확인해서 채용해요. 그 이외에도 다양한 인턴십, 신입 공채, 경력 수시 모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한국과 채용 제도와 절차는 거의 유사해요. 다만 사람의 어디에 포커스를 두느냐, 이 부분은 달라요. 출신 학교나 학점 등 명시된 숫자를 보기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주로 평가해요. 어떤 배경에서 자라왔는지, 학교에서 해왔던 활동이 회사의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지 중점적으로 질문하죠.
최: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서: 한국 경력직 면접의 경우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이거죠. “회사를 왜 이리 많이 옮겼나요? 왜 옮겼나요?” 이걸 가장 먼저 물어보죠. 이 사람이 조직 생활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평가하는데, 이직이 잦을수록 단점에 가깝게 생각하죠. 끈기가 없다고 판단하니까요. 스웨덴도 회사 옮긴 것부터 언급하는 건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다른 건, 회사를 많이 옮긴 걸 긍정적인 요소로 판단해요.
최: 그래요? 완전히 새로운 시각인데요.
서: 이직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고 판단하는 거죠. 그래서 회사마다 어떤 경험을 했는지 중점적으로 질문해요. 같은 질문이라도 파악하고자 하는 내용이 다르다 보니, 한국에서는 방어적인 자세로 ‘내가 문제가 없는 사람이다’라는 측면에서 말하게 되지만, 스웨덴에서는 ‘내가 이런 장점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걸 어필할 수 있어요.
최: 구체적인 채용 절차는 어땠나요?
서: 제 경우에는 1차에서 차장급에 해당하는 매니저를 만났어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왜 오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그다음에는 본인이 역으로 해당 포지션을 굉장히 자세하게 소개했어요. 서로 알아가는 소개 시간이라고 보면 돼요.
2차는 이사급의 임원을 만났어요. 그리고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죠. 컨설팅이 뭐라고 생각하냐? 컨설턴트로 본인의 장점은 뭐냐? 어떤 프로젝트를 해 봤냐?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했냐? 왜 하필 스웨덴이냐? 이런 업무적인 스킬과 자세를 질문했어요.
3차도 이사급이었는데, 이 분은 1, 2차 결과를 리뷰하고 그에 대한 추가 질문을 진행했어요. 거기에 개인 성향을 한 번 더 검증하고 왜 오고 싶은지 내용을 확인하는 검증 면접을 진행했고요.
마지막이었던 4차는 파트너 임원과의 면접이었는데, 사실상 결정된 상태에서 최종 가/부만 결정하는 면접이었습니다. 1~4차를 관통하면서 꾸준히 들은 질문은 ‘왜 오고 싶냐’였어요.
최: “왜 오고 싶냐”는 질문에는 뭐라고 답하셨죠?
서: 한국의 경험을 타 국가에 적용해보고 싶다. 글로벌 업무 경험을 원하고,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싶다. 북유럽 국가에 있는 한국 회사를 돕고 싶다. 또 강조했던 건, 한국에서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없었지만 영국의 경험을 들으며 스웨덴에서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들었다. 마지막으로 제가 조직을 이래저래 만들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면 더 좋은 성과를 귀사에 알려드릴 수 있다는 제안까지 했죠.
최: 확실히 한국 회사에서 좋아할 만한 답은 아니네요… 본인을 받아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서: 이쪽 사람들은, 소위 ‘빅 픽처(Big picture)’라고 하죠? 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팀을 만들어 주도적으로 일을 하겠다는 제 목표를 좋게 봐준 것 같아요. 또 여러 산업을 경험한 것도 장점이었고, 필요로 하는 인력의 연차도 맞아떨어졌어요. 영어권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잘 생각해라, 스웨덴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최: 스웨덴에서 일하는 게 좋은 점만 있지는 않을 텐데요…
서: 스웨덴만의 특성일 수도 있는데요, 다수의 인원이 합의하는 것을 좋아해서 회의가 굉장히 많아요. 하루에 7~8개 회의가 열린 적도 있어요. 그런 날은 회의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가는 거죠. 다수가 합의하는 것을 원하다 보니 의사결정 자체가 느려져서 한국과는 또 다른 형태의 의사결정 지체가 생겨요. 한국에서는 보고에 보고에 보고를 거듭하다 의사결정 지체가 생기는 거라면, 여기는 설득하고 협의해서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식이에요. 강력한 리더가 ‘그냥 이렇게 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없거든요.
또 하나는 유럽 특유의 개인적인 성격이 강해요. 낯선 이가 본인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한국처럼 업무적으로 알게 되어서 밀접하고 친밀한 인간관계로 발전하는 게 아주 어려워요. 또 언어의 문제가 있어요. 스웨덴인들이 영어를 굉장히 잘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국어는 스웨덴어예요. 스웨덴어를 하지 못하는 이상 그 나라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최: 생활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서: 미디어에서는 북유럽국가를 천국처럼 묘사해요. 하지만 한국에서 온 이민자의 입장에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건 공영 서비스의 속도에 적응하는 것이에요. 의료도 공영이다 보니 대기시간이 어마어마한데, 동네 병의원 가서 약 한번 받는 데도 한 달이 걸려요. 2~3주 기다려 수련의 같은 주니어 의사를 먼저 만나 진료를 받고 또 2~3주 기다려야 전문의를 만날 수 있어요. 기다리다 낫는 경우가 태반이죠…
최: 그 부분은 확실히 불편하겠네요…
서: 물가, 세금도 엄청나요. 가게들도 꽤 일찍 닫아요. 여기 사람들이 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게, 일과 후에 갈 곳도 할 것도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가족과 함께할 수밖에 없죠.
최: 우리나라는 기승전치킨집인데… 자영업자도 많이 없겠네요?
서: 자영업을 국가적으로 억제하고 있어요. 노동법이 강력해서 웬만하면 정년까지 쭉 다녀요. 60세 넘어서도 이직이 잦구요. 또 은퇴 후 연금이 높아서 생활 유지가 가능해요. 상속세도 없어서 부모님께 집 물려받고 연금 받으면 생활은 큰 문제가 없죠. 생계형 자영업 같은 것도 굉장히 드물어요. 구멍가게, 소매점이 별로 없죠. 편의점도 10시면 문을 닫고요.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말에 미리 사재기를 해야 할 정도예요.
최: 술은 많이 마시나요?
서: 1인 1캔은 하는 듯해요. 평일에는 퇴근하고 팀 멤버와 짧게 마시거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로 많이들 소비하죠.
최: 친구들 집에서 술 마시면, 집에는 어떻게 가죠? 대리운전?
서: 대리운전은 없어요.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고, 시내 자체가 작아서 끝에서 끝까지 택시로 30분 정도 걸리죠. 그래서 자가용이 없는 경우도 많고요.
최: 애들 키우기 좋다고 난리인데, 정말인가요?
서: 부부총합 480일은 육아휴직을 써야 해요. 남자는 무조건 3개월 사용해야 합니다. 소위 ‘라떼파파’가 정말 많아요. 제도적으로 잘 되어있는 부분이죠. 저희 팀에서도 3~4명은 육아 휴직 중이거나 앞으로 갈 예정이에요. 회사에서도 무척 잘 용인해줘요. 아이 데리러 일찍 가야 한다, 가족이 아프다 등의 문제에 대해서 회사가 굉장히 관대해요. 재택근무도 문제없고요.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가족이 최우선시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미세먼지도 없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공교육의 질은 그리 높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웨덴은 잘하는 사람을 더 잘하게 만드는 교육이 아니거든요. 못 하는 사람을 평균으로 맞추는 교육에 가깝죠. 개인의 학업 성취도를 중요시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불만이 있을 수 있죠. 선생님들도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편이 아니에요. 저학년은 밖에서 놀게 하는 게 대다수죠. 그래서 주재원처럼 머물며 몇 년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부모들은 불안해하기도 해요.
최: 배우자들은 주로 뭐하나요?
서: 맞벌이가 아닌 분들이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날씨도 안좋고, 교민 사회도 작고요. 새로운 사람 만날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고. 시간은 넘치는데 할 것이 부족하니 심심해하고 우울해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스웨덴의 경우에는 세금을 내는 사람의 배우자는 학비가 무료여서 조건만 잘 맞으면 학교에 가거나 스웨덴어를 배우는 게 일반적이에요. 하지만 영어를 잘한다면 다른 기회가 있을 수도 있어요. 모국어가 영어 아닌 나라 중에서 토플 1위를 하는 국가는 스웨덴이에요. 그만큼 스웨덴 사람들은 영어를 잘해요. 그러니 영어를 어느 정도 하면 파트타임 업무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최: 치안은 어때요? 총 맞을 걱정은 안 해도 되나요?
서: 괜찮은 편이에요. 스웨덴이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난민을 많이 받아들여 져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총도 사냥용 총을 면허제로 발급해서 총소리를 들은 적도 없어요. 다만 인종 차별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최: 본인도 당한 적 있나요?
서: 일하면서 느낀 적은 없어요. 스웨덴 사람들은 겉으로 나이스, 쿨해보이려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20대 젊은 애들이 모이면 술 취해서 지나가다 동양인을 막 쫓아오기도 해요. 통유리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하고 있는데 유리 밖에서 동물원 원숭이 보듯 폰으로 촬영하기도 하고요. 그런 일들이 흔치는 않지만 있죠.
잘 생각해라, 스웨덴은 지상낙원이 아니다
최: 스웨덴에 눌러앉을 생각인가요?
서: 가능하면 있고 싶어요. 하지만 은퇴하고 싶지는 않아요. 스웨덴은 겨울이 굉장히 길고 해가 짧거든요. 점심 먹고 있으면 해가 져요. 그래서 국민들 중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비율이 높다고 해요. 햇빛이 나면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오죠. 비타민 D도 꼭 챙겨 먹어야 하고… 당분간은 머물고 싶지만, 날씨 때문에 평생 살기는 싫습니다.
최: 해외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서: 우선 언어는 기본이죠. 토익/토플 점수 높으면 물론 좋긴 한데 이력서에 써봐야 아무도 안보고요. 말을 잘 이해하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중점적으로 봐요. 조금 더듬더라도 묻는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제대로 답하는 것. 유창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듣기만은 확실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고자 하는, 살고자 하는 나라에 대해 확실히 알아둬야 합니다. 문화, 생활, 기후, 세율, 교통, 집값, 물가 등을 미리 잘 살펴보고 본인에게 맞는지 아닌지 잘 판단해야 해요. 그 부분을 소홀히 하고 넘어온 이민자들 중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분들을 엄청 많이 봤어요.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을 뽑는다는 건 회사 입장에서도 큰 리스크예요. 자국에도 일할 사람은 충분히 있죠. 해외에 있는 사람을 뽑는 데는 비용도 추가적으로 들어갈 수 있고, 적응 못 해서 금방 그만두면 그것도 손실이에요. 그럼에도 이 사람을 뽑을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해요. 자신이 해외로 오고 싶은 이유를 앞으로 할 업무와 연관 지어서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가장 중점적으로 확인해요. 그 부분에서 믿을 만한 답을 하면, 기술적인 질문은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을 잘해야 합니다. 스웨덴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일 텐데 해외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성과로 평가받고 인정받으니깐요. 한국에서는 신입사원으로 들어가면 사수가 가르쳐주고 보고 배우며 좌충우돌하는 시간을 기다려 주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용병’이거든요. 프로야구 용병처럼 못하면 바로 퇴출되지는 않지만, 계속 일하기 어렵죠. 사실 일반적인 직장인이 한국에서처럼 일하면 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본인의 생각을 주저 없이 말할 수 있고, 시키는 일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이런저런 개선점을 찾고 먼저 제안하는 사람이어야겠죠.
최: 본인이 가장 열심히 준비한 건 무엇이었나요?
서: 가장 공들여서 준비했던 답변은 역시 ‘왜 스웨덴이냐’는 질문이에요. 스스로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한국어로 정리하고 영작해서 연습하고, 영작한 내용은 계속 수정하고, 구어체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엄청 많이 고쳤고 또 연습했어요. 면접장 이미지 트레이닝도 꽤 도움이 됐고요.
물론 면접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기도 해요. 그런데 그 부분은 약간 버벅대긴 해도 모국어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는 이해해 주더라고요. 추가적으로 면접 때 영어가 아닌 그 나라의 언어로 자기소개 정도 한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스웨덴어겠죠.
최: 본인이 생각하기에 스웨덴 사람들은 어떤 것 같나요?
서: 합리적이에요. 기본적으로 오픈 마인드고요. 다른 의견을 수용하려 하고, 설득하려 해요. 그 부분이 굉장히 좋아요. 갑을 관계에서도 갑질이 없고, 지식산업에 대한 존중이 있고, 전문가를 대우해 줘요. 그래서 일하기 매우 좋죠.
최 : 정말 스웨덴 사람들 정말 많이 쉬나요?
서: 네. 그건 확실해요. 잘 쉬게 해줘요. 스웨덴 회사들은 대부분 6주(30일)의 휴가를 주는데요, 국경일 전날에는 오전만 근무하는 것도 특이했어요. 주말 다 포함하면, 150일 정도가 빨간 날인데, 어쩔 수 없이 야근한 날에는 그다음 날 늦게 출근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죠. 보통 7월 1~2주에 한 달짜리 휴가를 가요. 당연히 메일체크 안 하고요. 또 6월부터 9월까지는 하계기간이라고 해서 주 35시간만 근무하고…
최 : -_-;; 일은 언제 하죠?
서: 일하는 양 자체가 적긴 해요. 그런데 업무적인 결과물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더라고요. 한국에서 공들여서 하는 작업 중에 ‘보고서 꾸미기’라는 게 있어요, 행간, 자간, 폰트, 배경 색 등을 최대한 이쁘게 보이게 하는 거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과 함께 그 작업에 드는 시간이 만만치 않죠. 또 일주일 뒤에 고객사 대표 보고가 갑작스럽게 하루 뒤로 바뀐다던지, 추가적으로 일을 더 요구하면서도 일정과 비용은 그대로여서 어쩔 수 없이 야근과 밤샘을 해야 되는 경우도 컨설팅 업계에서는 비일비재한데, 여기선 그런 게 없거든요. 이런 일들에 드는 시간이 없다시피 하고,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요시하고 사전에 협의한 일정과 범위는 반드시 지키며, 추가적인 요청과 요구는 반드시 추가 비용을 주고 받아요. 을이지만 충분히 존중받는다고 할까요?
최: 존중 받는다라…
서: 전반적으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배어있어요. 한국에서는 누군가가 업무적으로 치고 나가면 부러워하거나 질투하거나 하고, 또 경쟁을 붙이면서 조직 전체를 그 페이스로 끌고 나가려 하는 리더도 있고, 하는데.. 이게 스웨덴에서는 누군가 성과를 내면, 모두 좋게 보고 칭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페이스를 잃지는 않거든요. 각자의 속도와 성과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요.
최: 그렇다면 스웨덴에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이 있을까요?
서: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면만 보여지지만, 스웨덴은 미지의 세계예요. 우리나라에서의 이미지는 복지 천국, 세금, 추위 이 정도죠. 그 부분은 전혀 모른 채 좋은 면만 알고 오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모든 외국이 그렇겠지만 환상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오면 안 돼요. 천국은 아닙니다. 장점 있지만 단점도 뚜렷해요. 새로운 것에 열려 있는 분들, 여유로운 생활이 필요한 사람이 오면 좋겠지만, 막상 다짐하고 와도 힘들 수 있어요. 시간이 많은 것에 비해 할 만한 게 없을 수 있거든요. 오히려 한국에서의 정신없는 나날이 그리워질 수도 있어요. 한국의 일반적인 기업문화를 힘들어하는 사람은 편할 수 있겠네요.
- 일시: 2018년 7월 3일 화요일 / 19:30-21:30
- 장소: 코지모임공간
- 대상: ‘탈조선’을 꿈꾸는 대한민국 청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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