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찬(이하 김): 보통 첫번째 질문이 정해져있는데, 이번에 어쩌다 출마를 하시게 된거에요?
유검우: 일단 제가 이 동네에서 정치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어요. 또 당선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기도 했어요. 이번에 당선이 된다고 자신할 수 없지만, 선거를 계속하는 동안 당선의 가능성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김: 2014년 지방선거에 이어 두번째 출마인데, 저번 선거에도 시의원으로 출마하신거죠? 저번 선거에는 득표율이 어느정도 나왔나요?
유검우: 2.6%요.
김: 저조하네요 (…) 이번 선거에는 바라보는 목표가 있는건가요?
유검우: 이번 선거 목표는 10% 돌파입니다.
김: 10%요? 시의원은 한 명만 뽑잖아요. 시의원에 당선되기 위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려면 적어도 30~40%는 되야할텐데…
유검우: 네, 지금 저희 선거구에 후보가 네 명 나와있기 때문에 제일 적게 잡아도 25%는 넘어야 유력 후보가 되겠죠.
김: 그럼 이번에 10% 달성하면, 다음 선거에도 시의원으로 또 나오시는거에요?
유검우: 네, 그럴 생각입니다.
김: 지금 나이가 만 서른 셋인데, 보통 작은 정당의 청년 정치인들을 보면 아예 사이즈가 큰 선거에 나가서 당선 가능성 보다도 당의 이름을 걸고 이를 알리는 방식으로 가던가, 아니면 구의원부터 시작해서 지역에서 기반을 다진다거나 이런 경향이 있거든요. 지금 동네 정치를 강조하시는데, 왜 구의원이 아니라 시의원으로 나오신거에요?
유검우: 동네 정치를 이야기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정치는 구의 영역에서는 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아요. 저희 지역을 보면 주로 서울시 기간 시설들이 많아요. 이것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제가 관심이 많고, 사실 구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게 너무 협소해요. 서초구를 보면 큰 도로가 많아요. 양재대로, 강남대로, 새로 짓고 있는 강남순환고속도로, 우면산 터널, 심지어 경부고속도로도 있죠. 서초구가 좀 이런 큰 도로들에 의해 시달리고 있는 구석이 있죠.
김: 그런 도로 문제들은 사실 구의 권한 보다는 시의 권한이라는거죠?
유검우: 아예 구청장이 되어서 권한을 행사하거나, 아니면 시 차원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다는거죠.
김: 이번에 시의원으로 두번째 출마를 하시는건데, 처음부터 그런 시의원의 권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출마하셨건가요?
유검우: 그건 아니구요. 제가 속한 노동당은 원래 진보신당이라는 이름이었다가 2013년에 노동당으로 재창당한 정당이에요. 노동당이 워낙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당을 알리는 차원에서 광역 비례의원 후보를 전국적으로 많이 내는 선거 전략을 채택했거든요. 저도 그런 후보 중 하나로 차출이 되서 (…) 출마했던거구요. 그 후에 그 선거를 계기로 시의원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거죠.
김: 사실 젊은 후보로 선거에 나선다는게 상당히 개인에게 부담이 많이 되는 일이잖아요. 지금 시의원 같은 경우는 기탁금이 얼마죠?
유검우: 300만원이에요. 선거비용까지 하면 뭐 돈이 상당히 들어가죠. 2014년 출마할 때는 2천만원 정도 썼고, 이번에는 총 1600~1800 정도 쓸 것 같아요.
김: 아니, 그럼 그 큰 돈을 본인이 어떻게 마련해서 선거에 나가는건가요? 젊은 나이에 상당히 부담이 되는 금액인데.
유검우: 사실 다 마련이 안되어 있는 상태구요 (…) 지금 돈이 기부가 되는대로 족족 쓰면서 버티는 중입니다. 2014년에는 그래도 당이 많이 준비를 해준게 있는데, 이번에는 쉽지가 않네요.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져도 정치로 활로를 찾는다
김: 서초구에서만 두번 출마를 하신건데, 원래 초중고 때부터 서초구에서 사신건가요?
유검우: 고등학교를 경문고를 나왔는데, 동작구에 있는 학교지만 서초구하고 걸쳐 있어서 서초구에서도 많이 진학하는 학교에요. 태어나기를 방배동에서 태어나서 유아 시절을 보내다가, 어린 시절은 과천에서 살았구요. 또 청소년기는 사당동 인근에서 살았어요. 대학 때는 여기저기 방랑을 많이 했고… 그러다 임대 주택에 당첨이 됬어요. 우면산에 있는 보금자리 주택이라고, 거기 당첨이 되면서 서초구에 뿌리를 박았죠.
김: 태어나기를 방배동에서 태어났으면 금수저 출신 아닌가요 (…)
유검우: 금수저 까지는 아닌데,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자본가 집안의 자손은 맞습니다 (…) 외할아버지가 해방 직후에 작은 제철소를 하셨고, 마포구에서 출판 공장도 하셨고. 그런데, IMF 때 집안이 박살이 나서 가세가 기울었죠. 어릴 때 과천에 살았잖아요? 거기도 비싼 동네였는데, IMF 이후 집안이 무너지면서 제가 외갓집에서 살게 되었죠.
김: 그럼 지금도 외갓집에서 살고 계신 거예요?
유검우: 네,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 돌아가시고 지금은 외할머니랑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 아니 그런 환경인데 정치를 (…)
유검우: 정치를 해야 됩니다. 제가 살아가기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제가 만들어야 하는거죠 (…) 사회 보장이 많이 안되고 있다는걸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임대주택이 되긴 했지만 말이 임대주택이지 사실 제 형편에서는 등골 빠지는 임대료를 내고 있기 때문에…
김: 그럼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정치를 시작하신거에요? 원래 전공은 뭐였나요?
유검우: 제가 학부 때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했는데요, 졸업하기 전까지는 교수님이 하는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살았어요.
김: 대학원 노예였구나 (…)
유검우: 가장 하층 노예죠 (,,,) 학부생 랩원이었으니까. 졸업하는데 오래 걸렸어요. 사실 2014년 지방선거를 나갔을 때도, 아직 졸업을 못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만으로 28살이었는데. 학교를 11년을 다녔어요 (웃음)
김: 그건 뭐 학생운동을 하다가 그렇게 된건가요?
유검우: 그게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중간중간 휴학도 많이하고, 아르바이트를 했어야 해서 학업을 소홀히 했죠. 학고 다섯번을 받고, 한번 잘렸다가 졸업했죠.
김: 그럼 어쩌다가 좌빨의 길로 들어서게 된거죠?
유검우: 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난이 심하잖아요. 당시 오세훈 시장이 만든 서울시 청년창업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그때 제가 IT 개발자니까, 고등학교 동기가 제안을 해서 창업 지원 대상으로 선발이 되었어요. 스타트업을 시작한건데, 여러모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역량의 벽에 부딪혔어요. 사업이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제일 문제가 되었던게, 투자를 받아서 사람을 써야하는 상황인데 사람 쓰는게 너무 겁이 나는거에요. 사용자로서 사람을 관리한다는게… 제가 그런걸 잘 못하는 인간이어서 거기서 주저앉은거죠. 일을 벌리는건 적성에 맞는데, 노사관계에 있어서 사용자 위치에 있는게 너무 어려운거에요. 막상 해보니까 사람 할 짓이 아니다…
김: 사업하실 때는 어떤 사업이었어요?
유검우: 당시 트위터를 중심으로 SNS가 한창 폭발적으로 나오던 때라 저도 SNS 쪽으로 개발을 했죠. 언젠가 세상이 좋아지면 다시 해보리라 생각 중입니다.
김: 아니 근데 들어보면 은근히 사회가 해준게 많은데요? 임대 주택도 된거고, 창업 지원도 받은거고…
유검우: 제가 어릴 때부터 형편이 안좋다보니까, 계속 머리가 그쪽으로 돌아가서 지원 정책이 뭐가 있나 계속 찾아보고 그랬어요. 복지를 찾아다니는 매의 눈 (웃음) 근데 제가 항상 생각하는게 뭐냐면, 복지 서비스가 실제로 그 지원을 받아야할 사람들과 잘 연결이 안되잖아요. 전달 체계가 좋지 않은거죠. 송파 세모녀 사건도 그렇고. 그런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많이 느꼈어요.
저는 젊고 정보력이 있는 편이라서 찾아보고, 활용할 수 있는거죠. 임대주택도 엄청 어렵게 들어갔거든요. 청약 통장도 있어야 하지만,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임대주택이 있는 곳과 동일한 자치구여야 해요. 이런 조건을 갖추는게 사실 힘들거든요. 하나하나 챙기기 어려운건데, 저는 머리를 잘 써서 조건을 맞췄죠. 그런데 만약 저희 할머니였다면, 엄청 복지가 필요해도 그걸 찾고 활용하기 어렵잖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조건 없는 보편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김: 보통 청년 후보들 만나면, 청년 일자리 정책 이야기를 할 때 창업 지원 위주의 정책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많이 해요. 바로 그 창업 지원 대상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검우: 대단히 문제가 많죠. 저는 오세훈 시절, 비교적 초창기에 선발이 된건데 지금은 그나마 좀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방향 모색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때는 그야말로 돈만 던져주고 빠른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하는, 전형적인 국책 사업 같았어요. 적은 돈을 주면서 빠른 성과를 원하는 그런 상황이었죠. 그래서 말도 많았어요.
이렇게 모든걸 대상자에게 떠맡기고 결과를 내놔라고 하는게 아니라, 애초에 창업 지원 대상 큐레이션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고 봐요. 어떤 사람을,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것인가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그렇게 개발자로 일하다가, 어떻게 정치를 하게 된건가요?
유검우: 원래 나름대로 정치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 친가가 전남 벌교고, 외가가 경북 안동이에요. 지역주의의 양극단에서 김대중 선생님과 김영삼 총재님의 격전을 보고 자라서 (웃음) 심지어 초등학교 때 일기장 보면 문민 정부 이대로는 안된다 이런 내용도 있어요.
그러다가, 제가 고등학생 때 민주노동당이 생겼어요. 당시 공부 잘하던 제 친구들 보면, 그 부모님들 성향이 왼쪽이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학원 선생님들도 보면 386 출신이고. 그러다보면 이래저래 얘기를 듣는거죠. 진보 정당이라는걸 알게 되고. 그러다 대학을 가니까 진보신당이라는게 생기는거에요. 참신하다, 멋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호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도 저는 노무현 지지자여서 단순히 관심만 가지고 있었죠.
김: 진보신당을 보니까 민주노동당 때와 다른 느낌이 있던거에요?
유검우: 네, 우선 NL이 없고 (…) 그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 시민이었는데, 2011년이 되니까 진보신당이 개박살이 나더라구요. 당시에 트위터를 하면서,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보면서 아, 괜찮은 당 같은데 이대로 가면 없어질 것 같다, 이런 생각에 입당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당이 뭔지도 잘 몰랐기 때문에, 당원이 되면 일단 선거를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사는 서초에는 당시에 후보가 없었어요. 근처인 동작구에는 후보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동작구에서 활동하던 당시 진보신당 부대표 김종철 후보의 총선을 돕게 되었죠.
김: 그렇게 관심만 있다가, 입당을 했는데 2012년 이후에도 계속 진보신당이 어려워졌잖아요. 그 상황에서 정의당이나, 당시 통합진보당이나 그런 당이 아니라 계속 망하는걸 보면서도 이 당에서 선거에 나가는건 어떤 이유인가요?
유검우: 처음에는 그냥 선거나 도우면서 활동하다가, 생각이 든게 당직자로 일하자는 거였어요. 원래 개발자로 일했기 때문에 입당하자 마자 당 홈페이지 리뉴얼하는걸 돕기도 했고. 2013년에는 아예 중앙당 당직자로 채용이 되었죠.
김: IT 개발자가 정당에서 무슨 일을 해요?
유검우: 홈페이지 개발하고 관리하고.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가 원래 창업을 하면서 하고 싶던게 SNS 개발이잖아요? 제가 당시 고민하고 있던게 SNS를 정치하고 결합시켜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플랫폼이었어요. 요새 얘기 나오는 와글이라던가 그런 비슷한 것. 그래서 실제의 정치를 경험하고, 연결시켜서 개발을 해봐야겠다 해서 진보정당 당직자가 된거죠. 그런데 실제로는 홈페이지 개발하고 보수하는 일 밖에 못했구요. 하지만 당직자로 일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긴 했어요. 이제는 어떤 플랫폼, 기술에 의해서 사람들이 기존에 하던 정치적 활동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활동을 만들어내는건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 유럽에는 해적당이라던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서 정치를 바꾸는 전자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이게 한계가 있다는거죠?
유검우: 일단 유럽하고 우리나라는 IT 환경 자체가 많이 달라요. 한국의 IT 환경 자체가 훨씬 좋기 때문에 역으로 네트워크 상의 의견 교환이 가지는 의미값이 떨어져요. 상당히 가볍다고나 할까. 인터넷 상의 의사 교환을 엄청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굉장히 휘발성이 높고. 그래서 실제의 정치적 동력으로 이어지지가 않아요. 사실 그게 가능했던 시기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 때죠.
김: 당시 인터넷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이런 얘기도 있었으니까요.
유검우: 네, 노무현 이후로는 인터넷이 정치 영역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정치적 활동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고 봐요.
김: 이번에 드루킹이라던가, 댓글 매크로라던가 사례는 있잖아요.
유검우: 그런 식으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조작하는건 가능할 수 있는데 사람들을 직접 정치적 활동으로 뛰어들게 만드는 역할은 하지 못하는거죠. 지금 청와대에서 하는 온라인 국민 청원 보면, 말하자면 다음 아고라를 청와대로 가져간 거잖아요. 여기에 많은 의견이 올라오지만, 그것이 실제로 정치적 운동으로 이어지는건 아니고. 온라인 상에서 한번 우~ 하고 마는. 그런 상황인거죠.
인터넷 민주주의를 통해서 훨씬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를 바꾸는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군소 진보정당 노동당을 지키는 까닭
김: 인터넷 공간 보다는 현실정치에서 영향력을 더 가지고 활동해야한다는 것 같은데, 사실 지금 현실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정당의 후보는 아니시잖아요. 노동당이라는 당이 워낙 작잖아요. 그런데 왜 이런 작은 정당에서 활동을 하는거죠?
유검우: 노동당이 작은 당이지만 정당이에요. 요건을 다 갖추고 있는 정당인데, 작다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요. 그만큼 정치적 의지와 열정을 가진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고, 또 제가 생각하는 정치적 의제와 방향을 당 내에서 관철시키기 유리한 것이죠.
김: 그런데 마찬가지로 작은 당이라도, 정의당이나 녹색당, 민중당, 우리미래당처럼 진보적인 색채가 유사한 다른 당들도 있잖아요?
유검우: 저는 노동당이 나름대로의 정치적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정당들도 각자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노동당이 정책적 실험이나 활동가들의 다양성에 강점이 있다고 봐요. 민주노동당 때부터 이어져 오면서 20년에 가까운 역사와 경험도 있구요.
김: 그런데 민주노동당 때부터의 경험이라면 인적 구성 측면에서 정의당이나 민중당도 마찬가지잖아요?
유검우: 정의당과 민중당하고는 노선 차이가 있구요.
김: 일반 시민들이 봤을 때는 그게 그거 아닐까요. 똑같은 좌빨끼리 뭘 그렇게 쪼개졌냐 (…)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이런 얘기도 있는데, 시민들이 봤을 때 다 노동 강조하고. 굳이 뭐가 다른가 싶을 수 있거든요.
유검우: 제일 핵심적인 부분은 민주당, 리버럴 정치 세력과의 관계 설정에서 차이가 있다고 봐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의당은 민주당과 협력과 조율을 통해 자신의 정치를 하고자 하는 당이라고 보고. 민중당의 경우는 대북 정책, 통일 정책에 있어서는 민주당하고 정치적 연계를 하는 역사가 있다고 보구요. 하지만 노동당의 경우 여러 분야에서 민주당과 각을 세우고, 일관적으로 굽힘 없는 정치를 한다고 생각해요.
김: 아니, 정치라는게 때로는 협력을 하고 연계를 해야하는거 잖아요. 단순히 각을 세운다고 해서 정치가 되는건 아니잖아요. 그건 오히려 사회운동에 가깝지 않을까요?
유검우: 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독자적인 노선을 분명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무엇보다도 민주당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작은 목소리들을 계속 이야기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목소리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항상 제가 표현하기를, 노동당이 고수한 노선은 진보정당의 독자 성장 노선이라고 해요. 독자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우리의 담론을 지키고 실현시킬 수 있다고 봐요.
사실 민주당과 협력이 필요한 순간이 언젠가 올 수도 있겠지만, 지나온 역사를 보면 협력을 한다고 해서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과실을 빼앗기는 결과만 가져왔다고 보거든요.
김: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도 계속 그럴까요? 현 정권은 전향적인 대북 정책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데.
유검우: 대북 정책, 통일 정책에 대해서는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외교의 신이라는 말도 있고. (웃음) 박수 칠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 되는 분야도 있는거죠. 최근 최저임금 산입 범위 변경이 있었잖아요?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 분을 삭감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개정안인데, 이건 노동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참여정부 시절의 노동 정책을 떠올리게 하는거죠.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겠다고 하더니 오히려 비정규직법, 파견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했던. 이런 부분은 실망스러운 모습이고, 현재 임기가 1년 지난, 아직 초기라고 할 수 있는데 향후에 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죠.
김: 지금 당 이름이 노동당이잖아요? 그래서 더 노동 문제에 대해 민감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노동조건 향상도 일단 일자리가 있어야 가능한거잖아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일자리 감소를 불러온다거나,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거나 이런 문제도 있는거잖아요. 물론 최저임금 올리는건 좋지만, 어느 정도 고용 문제를 생각하면서 천천히 올려야한다는 이야기도 많은데요.
유검우: 이미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이야기를 했던거잖아요? 그 과정에 있어서 고용 감소 효과가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거든요. 저는 지금도 충분히 한국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임금 인상 수준이라고 생각하구요. 중소기업 같은 경우는 일자리 안정 자금을 통해서 임금 압박을 완화하고 있기도 하구요.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사실 최저임금 보다도 더 문제가 되고 있는건 임대료 문제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같은 문제라고 보거든요. 최근에 큰 사건이 있었잖아요. 순식간에 임대료를 네 배 올려서 건물주하고 임대인 사이의 갈등이 폭력 사태까지 번진. 최저임금을 다시 건드린다기 보다는 임대료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게 사실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건설적인 방향이죠.
교통 문제 해결로 쾌적한 서초 만들기
김: 지금 서초 지역에서 나오신거잖아요. 현재 서초구 일대의 주요 문제라고 생각하는건 뭐에요?
유검우: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교통이에요. 현재 정보사 터널 문제도 있고. 우면산 터널, 양재대로 이런 곳이 출퇴근 시간대 정체가 엄청 심하거든요. 강남대로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서초구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이야기하는데, 이 것 역시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캄캄한 상황이에요. 지금 도로 체계를 계속 바꿔가고 있는데, 이 효과가 제대로 시뮬레이션이 안되고 있거든요. 정보사 터널 같은 경우만 해도, 개통 후에 동작대로의 통행량이 서초대로와 연결되면서 혼잡이 예상되고 있고, 이게 또 우면산 터널의 통행과 마주치게 되거든요. 서초역 사거리가 교통지옥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지금 서초 남쪽인 과천에서도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서 인구가 확 늘어나고 있는데, 그쪽에서 서울로 몰려올 이동량도 감당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문제에요. 특히 우면동에 있는 저희 집 앞에서 강남역까지 가는데 원래 안 막히면 15분이면 가요. 그런데 출퇴근 시간에는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상황이에요.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지겠죠.
김: 그런 교통 문제에 대해서 서울시의원으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죠?
유검우: 저는 교통혼잡은 기본적으로 차가 도로로 나오는 수량을 줄이는 것으로 해결해야한다고 봐요. 그걸 위해서는 당연히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야 되는데, 그에 대한 문제가 있잖아요. 대중교통 노선 불편이라던가, 버스 차량 대수가 부족하다거나, 휠체어 장애인이나 유모차 등이 탈 수 있는 저상버스가 너무 적다거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전면 무상 교통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로드맵을 짜는게 제 공약이에요.
김: 서초구가 대중교통 노선이 그렇게 안좋나요?
유검우: 특히 서초구 남쪽, 양재, 우면, 내곡 이쪽이 어마무시하게 불편해요. 주민들이 어이가 없어할 정도인데, 우면동에서 대중교통을 통해 한번에 내곡동으로 넘어갈 수가 없어요. 우면동에서 양재역으로 올라갔다가, 거기서 버스를 갈아타야만 내곡동에 갈 수 있어요. 양재2동도 대치동으로 가는게 없어요. 도곡동 쪽으로 빠져야 대치동으로 넘어가는거죠. 가까운 거리임에도 대중교통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없는거죠.
김: 무상교통 이야기하셨는데, 지금도 지하철 노인 분들의 무료 승차가 지하철 재정에 부담을 가하는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잖아요. 그런 재정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유검우: 물론 전면적 무상교통이 되려면 많은 재정이 필요하죠. 단계적으로 요금동결부터 시작해서, 현재 민간 운수사들의 불투명한 재정 상태를 개선해야 해요. 서울시가 버스 표준 운송 원가를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거나 연료비를 지급하는데 이 원가 검증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에요. 운수업체가 운송 원가를 제대로 산정할 만한 자료를 내놓지도 못하고 있고, 운수업체의 재정 운용 자체가 불투명하고. 그러다보니 운수업체 버스 기사 분들이 노동 착취나 안전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는 거구요.
또 무상교통 정책이 가져올 후생 효과도 고려해야해요. 세금이 더 많이 쓰인다고 하지만, 모두가 차를 끌고 다닐 때 발생하는 교통체증, 그에 따른 시간 비용이 줄어들 수 있는거죠. 또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데,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나면서 이 문제가 완화될 수도 있는거구요. 공공서비스의 무상화는 일정 부분 부의 재분배 효과를 가져오기도 해요. 보통 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세금을 통해 서민들의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거죠. 이런 사회적 효과를 고려했을 때 마이너스 보다 플러스 효과가 더 크다고 봐요.
김: 서초구의 교통 문제 말고 다른 문제는 뭐가 있을까요? 서초 지역의 산업적인 문제라던가, 일자리 문제는 어떤 상황인가요?
유검우: 서초구에는 대기업 본사가 많이 있어요. 그리고 R&CD 특구를 양재 일대에 지정해서 육성을 하고 있어요. 제가 과거에 참여했던 사업하고 비슷한 방향에서 대기업과 협력하는 업체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건데요, 현 단계에서는 사실 특구가 일자리를 직접 창출하는데 기여하는 단계는 아니에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문제 중 하나는 특구에서 대기업의 자본을 유치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좀 우려가 되요. 지역민에게 바로 이득이 돌아오지 않거든요. 원래 LG하고 KT가 있었고, 삼성을 끌어오는게 큰 과제였는데 지금은 결국 끌어오긴 했죠.
그런데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역 경제와 연결되는 부분이 적어요. 단적으로, 밥을 먹어도 주변 식당에서 먹지 않거든요. 단지 내에서 외주 식당 업체로 해결하니까. 특구가 저희 동네라서 좀 살펴보면, 삼성 R&D 캠퍼스 근처 상가들을 보면 식당들이 평일 낮에만 반짝 장사를 하고 주말에는 손님이 없어요. 그런데 새 단지 프리미엄이 형성되서, 여기 들어온 식당들은 다 그 프리미엄을 부담하고 장사하다 보니 엄청 어렵죠. 1년이 채 안되서 가게가 다 바뀌고. 무조건 대기업을 유치한다, 이런 방향으로 서초구의 정책이 맞춰져서는 안된다는거죠. 오히려 교통 혼잡은 가중되고.
김: 그럼 어떤 방향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요?
유검우: 지금부터라도 지역 사회 기반의 특구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봐요. 오히려 교육 분야에서부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산업단지의 상을 그려야 한다고 봐요. 방과 후 프로그래밍 교육이라던지, 직업 역할 모델을 제공한다던지. 기업에게도 사회적 공헌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지역에서도 특구 단지의 특성들이 살아날 수 있게 하는 방향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봐요.
서초를 더욱 진보적인 동네로!
김: 서울시의원으로 출마하셨는데, 서울시 박원순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유검우: 100점 만점에 65점 정도.
김: 짠 건지 안 짠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박원순 시장의 장점과 단점을 꼽으라면 어떨까요?
유검우: 장점은 시민과의 소통에 강하다. 마을 공동체 사업을 많이 했는데, 나름대로 그 방향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봐요. 근데 세부적 정책 실현 과정에서 여전히 관 주도의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다보면 결과에 집착하는 성과주의에 매몰되는 측면이 생기거든요. 몇 가지 우수한 사례를 빼고는, 마을 공동체 형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가 의문이 있어요. 좀 더 여러 곳에서, 작고 지속적인 마을 공동체 형성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 다른 청년 정치인들을 인터뷰하다보니, 청년 허브라던가 서울시 청년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청년 후보로서 본인은 어떻게 보세요?
유검우: 긍정적인 방향이죠. 실제로 청년들이 지역 사회와 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구요. 다만 아쉬운건 이러한 경험을 하는 청년들이 너무 소수 집단화 되고 있다는 건데, 더 일반적으로 청년들이 그러한 청년 지원 정책을 경험하고, 공유하면서 동 세대의 사회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루트가 부족하다고 봐요. 앞서서 보편 복지를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청년 세대의 공통적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지원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직은 정치적 효능감이 한정적인거죠.
김: 사실 많은 청년 후보들이 청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내세우는 편인데, 그런 부분은 좀 덜한 것 같아요.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유검우: 서초구의 경우 교통 문제가 심각하다보니 주로 그 문제에 대한 공약을 제시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는 노동과 복지, 여성이에요. 이런 의제에 대한 공약들을 많이 준비하기도 했구요. 고령화 사회를 맞이해서 노인 복지 얘기를 많이 하지만 사실 노인이라고 해서 다 같은 노인이 아니거든요. 50~60대 시니어 세대, 70~80대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노인 복지의 내용이 다 달라요. 노인 복지에 있어서도 생애 주기별로 특성화된 노인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했고.
서울시 정책 전반에 성별영향분석 평가를 확대한다거나 공공기관이 성인지적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쉽게도 돈이 부족하다보니 공보물 페이지 수가 적어서 준비한 공약들을 전부 다 공보물에 녹여내지는 못했어요.
김: 돈이 부족해서 그렇다니 슬픈 얘기네요 (…) 지금 사실 서초라는 지역이 진보정당이 득표하기 쉬운 곳은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서초에서 계속 지역 정치를 하겠다는 신념이 있는건가요?
유검우: 그렇죠. 평생 서초에서 정치를 해야할 것 같은데, 정치적 가능성을 보고 다른 지역에서 정치를 하기에는 제가 임대 주택에서 계속 사는 형편으로는 이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가는 것도 돈이 필요한 일이라… 그런 것보다도 일단 서초구라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크구요. 제 선거구인 서초3선거구의 경우, 보금자리 주택 정책으로 서초구의 기존 인구 구성에 없던 분들이 많이 유입이 되었어요. 향후 역세권 청년 주택으로 많은 청년들이 유입될 예정이기도 하구요.
이렇게 제가 이야기하는 복지 정책과 친연성이 높은 방향으로 서초구가 변화할 가능성이 높고. 양재동 같은 경우도 원래 새누리당 지지 일색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세도 강하고, 진보정당에 대한 색깔론이 있는 지역이 아니에요. 그런 지역이기 때문에 제가 앞으로 활동을 통해서 시민들에게 좀 더 진보적인 의제를 알려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김: 이번 선거에서 만약 당선이 된다면, 주민들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이 되고 싶으세요?
유검우: 화끈하게 일 잘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네요. 지금까지 서초구에서 이슈화 되지 않았던 문제들을 정치적으로 이슈화 하고 싶고. 오랜 기간 정치적으로 정적인 동네였어요. 그런 상황에 변화를 가져오고 싶습니다. 사실 당선이 되어도, 낙선이 되어도 제 활동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교통 문제를 비롯해서 도시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주민들이 지역에서의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는 권리를 위한 지역 시민단체 활동을 구상 중에 있어요. 서초구는 강남구와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동네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지역을 보다 진보적인, 그리고 시민들이 상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운동들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