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복원을 외치지만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의 문화재
문화재들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모두 늙고 죽는다. 하지만 기억하고 보살피는 한, 문화재는 스스로의 생명력을 가지며 완전하게 사라지기도 어렵다. 만약 물리적인 형체가 사라지더라도 그 문화재에 대한 누군가의 기록과 기억이 남기 때문이다.
문화재의 ‘형체’는 가치가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인간은 글자로 만족하지 못하고 눈으로 보려 하기 때문이다. 그 문화재들이 치료를 요구하고 있다.
1965년 울산 반구대 암각화 인근에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반구대 암각화는 침수와 노출이 반복되어 훼손이 가속화됐다. 지난 10여 년간 문화재계 안에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관한 갈등이 있었다. 암각화 주변의 공룡 발자국 화석 보존을 위해서는 카이네틱댐(가변형 투명 물막이)을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카이네틱댐에 대한 과학적·기술적 타당성에 대한 검토, 댐으로 야기될 수 있는 환경훼손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엇갈렸다. 그러나 보존을 위한 수십억의 예산통과가 매우 어려웠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760년의 역사를 지닌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경판 일부가 좀이 슬고 뒤틀림이 있는 등 안전한 보존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문화재급 한옥인 안동 하회마을 안의 번남고택은 3년 전 화재로 반 정도가 불탄 이후 예산의 부족으로 지금껏 방치되고 있다.
이 많은 보존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모든 유물을 다 제대로 관리하기에는 현재 문화재청의 예산과 규모가 턱없이 모자라다. 정부 재정난으로 보존관리예산은 더 줄어들고 있다.
해외의 문화재복원, 처음부터 완벽했던 건 아니다
문화재 강국이라 불리는 국가들도 처음부터 선진적이고 모범적인 복원을 해내진 못했다. 지금의 모습은 과거 수많은 시행착오에 따른 사필귀정이라 할 수 있다. 아래의 사진은 베니스 베니스 산 마르코 광장의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이다. 9세기 건설된 베네치아 총독의 관저. 16세기 두 차례의 화재로 소실되어 복구됐다. 당시 현재와 같은 복원 개념은 정립되지 않았기에 사라진 부분을 새롭게 메꾸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에서는 지난 몇년 간 ‘검투사의 집’, ‘도덕주의자의 집’ 등이 붕괴됐다. 붕괴의 이유는 국지성 폭우와 관리의 소홀함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차 대전 당시 손상된 폼페이 건축물을 1940년 말 졸속으로 복구한 것 또한 중요 요인으로 파악되었다. 2000년 된 벽이 시멘트로 복구된 무거운 지붕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프 랑스에서도 문화재 관리에 소홀하여 발생한 일이 있다. 파리 근교 ‘샹 시르마른 (Chateau de Champs-sur-Marne)’ 성은 동쪽의 베르사유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화려한 성이다. 1706년 완공되었으며 루이 15세가 머물렀던 저택이다. 잦은 개조 때문에 곰팡이나 비가 새는 등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성 바로 옆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2006년 9월 ‘중국 방’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가 크리스토퍼 유에(Christophe Huet)의 그림이 그려진 천장이었다.
정권을 위한 복원이 아닌 역사를 위한 복원
하지만 문화 선진국은 이런 역사를 반복하지만 않았다. 예로 그 후 6년간의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쳐 2012년 샹 시르마른성은 다시 개장되었다.
교토의 금각사는 1397에 지어진 일본의 대표 건축물이다. 3층의 사리전 금각탑은 1950년 화재로 붕괴했고, 3년간 서둘러 복원한 탓에 건물 외벽 군데군데 금박이 떨어져 나가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 후 1987년에 2년에 걸쳐 2차 복원공사를 하였다. 이때 가로·세로 10cm의 두꺼운 금박 20만 장을 접착력이 강한 칠로 붙였다. 1998년에는 누각 지붕의 널을 전면 교체했다.
비록 , 복원된 금각탑은 금빛이 너무 찬란하여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이 공사는 결코 날림이 아니었다. 전체 복원 작업에는 5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반세기에 걸쳐 보완을 거듭한 진정성은 많은 교훈을 남긴다. 문화재가 권력의 치적으로 오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정권 내에 문화재를 복원하려고 하는 한국에 많은 교훈을 가져다 주는 부분이다.
이제는 대기업이 앞장서 복원에 힘쓰는 이탈리아
<글래디에이터>로 잘 알려진 콜로세움은 로마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문화재다. 하지만 제아무리 잘 만든 건축물이라 해도 2000년의 세월을 버티기는 힘들었다. 인근 교통량과 내부 균열 탓으로 2011년 남쪽으로 40cm가량 기울어진 현상이 확인되었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에 처한다. 이에 2012년 패션잡화브랜드 토즈가 약 390억 원에 달하는 복원비용을 대어 73년 만의 보수공사에 착수했다.
공사는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2015년 말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을 들이기로 했으며, 외벽 보강과 청소는 물론 휴게소 등을 갖춘 서비스 센터까지 갖추기로 했다. 공사 완료 후 관광객 수용 공간은 지금보다 약 25% 넓어진다. 단순히 예전 모습을 살리는 것을 넘어, 그 가치를 키워가려는 거시적인 시각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로마의 명소 트레비 분수도 현재 노후화가 심각하여 보수가 필요하다. 이 역시 펜디가 약 31억 원을 지원키로 하였고, 이와 함께 콰트로 폰타네 분수 재건비도 지원을 약속하였다. 이처럼 이탈리아의 대기업들은 예술 후원을 최고의 명예로 여기는 풍토가 있으며 특히 문화재 보존 예산을 대는 것에 매우 적극적이다.
한국의 문화재 복원, 이에 대한 의식부터 바뀌어야
앞서 살펴보았듯, 선진국의 문화재 복원 역시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앞서 여러 사례가 보여주듯 문화재 복원의 역사, 그리고 이를 둘러싼 고민과 투자가 있었다. 인류의 많은 과오들이 지금의 역사를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어떻게 하면 더 잘 복원할 수 있을지, 이에 앞서 무엇이 좋은 복원인지 묻지 않는다. 정부는 치적 남기기에 집중하며, 언론은 일본의 잔재를 벗어나야 한다고 부르짖고만 있다. 이러다가 서구 선진국들이 자국의 전통을 상품화하여 외화를 벌어들이는 사례를 보고 빨리 해내라 다그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그런 졸속적인 방식으로 남는 것은 한국은 안 된다는 냉소 뿐이다.
물론 복원 기술도 필요하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부적 자존심이나 자본의 논리로만 전통을 재단하기보다 내부 자성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burberry scarfugg classic boots Buying the Right Size UGG Cardy Boot On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