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5일자 경남도민일보 ‘데스크칼럼’으로 실은 글입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은 멋진 드라마였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감격했다. 60년 넘는 세월을 전쟁 위기와 긴장 속에 살아온 백성이다 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해외동포도 마찬가지였다. 알고 지내는 재일동포 2세 한 분은 평소에도 남북 간, 북미 간 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늘 말했다. 남북과 미북의 극단적 대결과 그에 따른 북한 핵 개발이 재일동포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얘기해 주곤 했다. 모국의 분단과 대결은 그 자체로 일본 사람들이 재일동포를 얕잡아보는 차별의 원인이었다. 분단을 메우고 대결을 허무는 남북정상회담에 재일동포들이 얼마나 감격했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카자흐스탄에 사는 한 친구도 남북정상회담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고려인들까지 관심 깊게 지켜보게 되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캐나다에 이민 간 친구 또한 현지인들로부터 앞으로 사우스와 노스 코리아가 사이좋게 지내게 되는 것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날마다 듣는다고 했다.
6월 12일에는 북미정상회담도 열린다. 한반도 비핵화, 종전, 평화 정착, 남북 교류, 경제협력… 순조롭게 진행되면 꿈만 같은 일들이 줄줄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는 이 꿈 같은 현실을 앞두고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다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변수가 튀어나와 판을 뒤집어엎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긴장이다.
앞으로 최소 한 달은 지속될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이번 호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국보급 어깃장을 연출하고 있다. 온갖 비난을 뒤집어쓰면서도 ‘위장평화쇼’라 억지를 부린다. 북미정상회담도 ‘지방선거를 위하여 하루 전에 날 잡았다’고 헛소리를 해댄다.
홍준표 대표는 대북 적대로 일관하면서 북한과 김정은에게 악마 이미지를 끊임없이 덧씌워 왔다. 북한의 악마 이미지는 여태껏 그이들에게 정권 장악과 집권 연장의 보증수표였다. 하지만 이번 두 정상회담을 맞아 실체가 확인되면서 악마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맥을 못 추는 까닭이다. 그래서 조급증이 더욱 커졌나 보다.
얼마나 조마조마하고 심장이 쫄깃해졌으면 저럴까 싶다. 말이야 같은 불안이고 긴장이라지만 무늬와 색깔은 사뭇 다르다. 한국 국민과 해외동포 대부분은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하면 어쩌나 불안하지만 홍준표 대표는 성공하면 어쩌나 긴장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나라와 민족의 안녕 발전보다 개인과 파당의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두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는 까닭은 하나가 아니다. 첫째는 당연히 한반도 전쟁 위험과 갈등을 없애거나 최소한 줄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홍준표 대표처럼 말도 안 되는 나이롱 보수를 단숨에 날려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도 나이롱 보수더라.
원문: 지역에서 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