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 다시 말해 15~64세 인구 중에서 취업했거나 혹은 취업 의사를 가지고 직장을 찾지만 아직 취직 못한 실업자의 비율이 62.0%에 그쳤다.
100명의 성인 중 62명 만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나머지 38명은 일하려는 의사가 없거나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할 20~29세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3.4%에 그친 것이 문제다. 30~39세의 경제활동참가율 77.9%와 비교해보면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이 얼마나 낮은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렇듯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이유는 높은 실업률 때문이다. 한국 전체 실업률은 4.6%에 불과하지만, 20~29세 실업률은 9.6%에 이른다. 열심히 구직활동 해봐야 취직이 안 되니 자연스럽게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도 늘어난 셈이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어디에 있나?
이 의문을 푸는 데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간한 흥미로운 자료 “한국은 인적자본 일등 국가인가?”는 꽤 중요한 힌트를 준다. 한국 4년제 대졸자의 하위 20%, 2년제 대졸자의 하위 50%가 고등학교 졸업자들에 비하여 임금이 낮았다.
현재 진행되는 대학구조조정정책은 교육거품의 근본 원인인 부실대학 퇴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특히 하위권 부실대학의 퇴출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이주호·정혁·홍성창, 「한국은 인적자본 일등 국가인가?: 교육거품의 형성과 노동시장 분석」, KDI Focus 2014년 제46호).
인용 문구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아래 ‘그림’이 도움이 된다. 대졸자들을 소득 분위별, 다시 말해 소득 상위 10% 혹은 하위 20%로 나눠서 살펴보면 고등학교 졸업자에 비해 얼마나 많은 소득을 얻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즉 대학교 졸업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을 제대로 누리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한 것이다.
먼저 제일 위의 선(상위 1%)은 고졸에 비해 임금이 2배 이상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며, 또 1990년대 후반 이후 임금 프리미엄이 더욱 확대된다. 그러나 중간 아래로 내려가면 대졸자의 임금 프리미엄은 급격히 소멸한다. 특히 소득 하위 11~20% 계층의 경우에는 고졸자에 비해 임금이 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의 대졸자 중 상위 20%만 고졸자에 비해 의미 있게 더 높은 소득을 기록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상당수 대졸자들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찾기가 힘들다. 4년이라는 긴 시간, 그리고 값비싼 대학등록금을 투입했음에도 고졸자에 비해 연봉이 높지 않다면 취직하려는 동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대졸 프리미엄이 하락했을까?
다들 예측하다시피, 공급과잉 때문이다. 2017년 고등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률은 68.9%에 이르는데, 이는 2005년의 82.1%에 비해 그나마 낮아진 것이다. 이렇게 높은 진학률은 결국 ‘대학졸업자의 희소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고, 결국은 대졸 프리미엄의 하락으로 연결된 셈이다.
2015년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향후 10년간 대졸·전문대졸 인력 79만 2,000명 초과공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24년 중 대학 및 전문대의 졸업생이 약 79만 명 이상 초과 공급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풍년에 농민들의 소득이 줄어들 듯, 노동시장에 초과공급이 지속되면 높은 임금을 받고 취직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용노동부, 「향후 10년간 대졸・전문대졸 인력 79만 2,000명 초과공급 전망 –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 발표」, 2015.12.15).
높은 대학진학률만 문제일까?
그럼 대학의 입학 정원을 크게 줄여, 대학진학률을 떨어뜨리면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까? 그러나 쉽게 “예’라고 답하기는 어렵다. 전공별 미스매치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스매치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근로자와 대학에서 공급되는 졸업생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데서 생기는 문제를 의미한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공학계열과 의약계열은 졸업자에 비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즉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 전공이다. 대학 기준으로 공학계열은 21.5만 명이 부족하며, 의약계열은 4,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반면 사회나 인문 그리고 사범계열의 전공자들은 매우 심각한 공급 과잉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한국이 ‘수출’ 중심의 공업 국가이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은 세계 6위의 수출국으로 등극했는데, 한국보다 수출이 더 많은 나라는 중국과 미국 독일 등 세계적인 경제 강대국들이다. 인구 5,000만에 불과한 한국이 세계 6위의 수출 대국이 된 이유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고 또 정부도 적극적으로 이를 육성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이들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대학 입학정원의 확대 과정에서 공학 및 의약계열의 정원보다 인문, 사회 계열의 정원을 늘리거나 혹은 기존 정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이 결과 심각한 미스매치가 발생했고, 이런 미스매치는 손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공급과잉’이 존재하는 계열로 진학했던 사람이 다시 다른 분야로 전환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특정 분야는 인력이 부족해 쩔쩔매는 반면 다른 분야는 취직 못 해서 시들어가는 청춘으로 가득한 불균형이 심화한다.
인구가 줄면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까?
물론 일각에서는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곧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학령인구(6~21세 인구)는 2017년 846만 명에서 2027년에는 697만 명으로 줄어들고, 2040년에는 64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 학령인구는 미래 노동시장에 공급될 인구를 의미하니, 청년층 실업 사태는 인구 감소 흐름 때문에 점차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무엇보다 ‘미스매치’ 문제를 간과했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전공의 졸업자는 부족하고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 전공의 졸업자가 넘쳐나는데,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까? 두 번째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가 이미 2000년부터 시작되었음에도 청년실업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불황 때문에 학령인구 줄어든 것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근로자의 수가 더 크게 줄어든다면, 청년층 실업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니, 해결되기는커녕 일시적인 실업자가 ‘장기’ 실업자로 남아 실업사태가 더욱 만성화될 뿐이다.
결국 손쉬운 해결책은 없다. 대학 및 전문대학교를 구조조정하고 더 나아가 계열별 정원을 조정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및 연구기술 분야에 대해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뿐 아니라,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어야 할 것이다.
물론 세금 더 걷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청년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십시일반 조금 더 자기 몫을 덜어내는 게 어떠느냐고 설득하면 국민의 합의를 끌어낼 것으로 기대해 본다.
원문: 시장을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