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스물아홉살의 한 청년은 아르헨티나로 휴가에서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봤다. 아이들의 발에는 물집이 잡혀 상처가 나 있었다. 봉사단체의 기부에만 의존하다 보니 신발 수요에 공급을 맞출 수 없었고, 아이들한테 맞는 사이즈의 신발을 줄 수 없었다.
청년은 새로운 종류의 알파르가타를 만드는 신발 사업을 구상했다. 신발이 한 켤레씩 팔릴 때마다 신발이 없는 아이들에게 새 신발을 한 켤레씩 주기로 했다. ‘내일의 신발(Tomorrow’s Shoes)’라는 뜻의 신발회사 탐스(TOMS)의 시작이었다.
결과는? 1년이 지나지 않아 그는 아르헨티나의 아이들에게 1만 켤레의 신발을 기부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7년 후인 2013년 7월, 탐스가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에게 나눠준 신발은 1000만 켤레를 넘어섰다. 하나가 팔리면 하나를 기부하는 기부 프로그램이니, 전 세계에서 1000만 켤레의 탐스슈즈가 팔렸다는 뜻이다.
탐스에 대한 비판: 기부를 하면서 현지 산업기반을 무너뜨린다?
‘원 포 원(하나를 위한 하나, One for One)’라고 불리는 탐스슈즈 기부 프로그램은 유사한 사업의 유행을 낳았다. 국내 창업지망생들 중에서도 안경 혹은 콘텐트렌즈를 하나 사면 저개발지역에 하나씩 보내준다거나, 시리얼을 한 봉지 사면 저소득지역의 아동센터에 시리얼을 한 봉지 보내준다거나 하는 아이템으로 사회적기업을 세우겠다는 사람들이 생겼다.
탐스는 지금도 ‘사업으로 좋은 일을 하겠다’는 열정을 지닌 사업가지망생에게는 열정과 낭만을 일으키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데 이런 탐스가 사회문제를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
“좋은 의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좋은 의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라는 기부 컨설팅 사이트 운영자, 손드라 시멜페니크는 “기증된 물품은 그 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을 지니고 이로 인해 현지의 산업기반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하며 탐스의 원 포 원(One for One) 마케팅을 비판한다. 나이지리아에선 기증된 헌 옷 때문에 1992년부터 2006년 사이 일자리가 54만3000개가 사라진 것이 근거란다. 시멜페니크의 주장을 전하면서 한 경제일간지는 이렇게 썼다.
신발 기부는 대증적(주: 표면적 문제에만 대처해 진짜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이다. 신발을 받은 아이는, 다른 상황에 변함이 없다면, 다음에도 신발을 받아야 한다. (중략) 탐스슈즈는 사회적 기업이라기보다는 자선을 마케팅에 적절히 이용한 영리한 기업이라는 결론에 가까워지게 된다. – ‘착한 신발’ 탐스슈즈는 그리 착하지 않다 <아시아경제>
탐스슈즈가 사회적기업이냐, 아니냐는 아주 중요한 논점은 아니다. 탐스슈즈에 대한 비판에서 놓치면 안 될 핵심은 이것이다. ‘어떤 사업이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것이고, 또 하나의 논점은 ‘좋은 의도’에 대한 것이다. ‘좋은 의도로 한 일이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를 가져올 때 사업가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 1000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을 만들었는데 1만 명의 삶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를 일으켰다면? 굶주리는 아이들을 먹이려고 밀가루를 대량으로 나눠줬는데 그 지역 밀 농삿꾼들이 망할 지경이 되어버렸다면?
이러한 질문은 소셜비즈니스뿐 아니라 일반기업의 영리사업, 정부의 공공사업에도 똑같이 제기될 수 있다. 의도가 좋냐, 나쁘냐와 관계없이 모든 사업-실은 인간이 하는 모든 일(業)-은 사회와 환경에 영향을 준다.
기업의 자선 기부금이 사회에 끼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
비즈니스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경로는 기업 운영 자체다. 사업은 그 자체로 사회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두 번째 경로는 공급자, 유통업체, 비즈니스 파트너, 최종소비자에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을 통한 영향이다. 이건 간접적이지만 좀 더 범위가 넓고 영향이 크다.
<세계 최고 기업들의 기업시민활동>에서는 평균적으로 대기업 영업 매출 중 2/3가 공급업체에 원재료, 물품, 서비스 구매로 나간다고 분석한다. 기업이 생산하는 부의 상당 부분은 임직원 봉급, 정부에 내는 세금, 주주 배당금으로 나간다. 저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자선 기부금이 사회에 끼치는 경제적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단언한다.
탐스슈즈 사례로 돌아가 얘기해보자. 연간 2700억 원 매출 규모의 기업이 공급업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구긴스 교수의 가정에 따라 계산해보면 연간 1800억원에 이른다. 저개발국에서 파는 신발 한 켤레에 5000원이라고 치면-굳이 소비자가가 5만 원이 넘는 탐스슈즈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500억 원이면 1000만 켤레를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단순히 숫자로만 비교해도 공급망을 바꿔 저개발국 생산자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주는 것이 저개발국 아이들에게 신발을 직접 주는 것보다 더 큰 사회, 경제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즉, 기증보다는 공급망의 변경이 ‘더 좋은 일’이다.
사회공헌보다 영향이 큰 가치 사슬
탐스는 기증품 즉 무료신발을 풀어 저개발국의 신발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터. 탐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뭘까?
일단, 탐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판매용 신발은 기존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되, 기부용 신발은 신발을 많이 기증하는 지역에 공장을 세워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탐스가 신발을 가장 많이 기부하는 지역인 남미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기부용 신발공장이 설립됐다. 이를 통해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했다.
또 신발 이동 경로를 줄여 물류비를 줄였다. 배와 화물트럭의 이동경로가 줄었다면 아마 그로 인해 발생했을 온실가스도 줄였을 것이다. 또, 기증품이 정말 필요한 아이들한테 가도록 신발을 나눠줄 비영리단체의 선발 심사를 강화했다.
여기서 기존의 판매용 신발 공급망까지 바꿔 가난한 아이들의 부모한테 괜찮은 일자리까지 만들어냈다면, 그래서 아르헨티나와 에티오피아의 빈곤 퇴치에 이바지했다면, 마이코스키는 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마이코스키는 그 방법을 찾아낼까? 앞서 본 일기장에 썼듯, 그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신발을 계속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보인다.
탐스는 이미 공유가치기업으로 명성이 높다. 탐스가 전파하는 메시지, ‘신발을 신지 못하는 저개발국 아이들에게 신발을 보내주자’는 메시지는 많은 소비자한테 공감을 일으켰다. 물론, 대부분의 소비자는 기부 연계가 아니라 ‘힙(Hip)’한 디자인과 편한 착용감, 이걸 신으면 ‘생각있는 사람’으로 비춰진다는 이미지 때문에 탐스슈즈를 구매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어쨌든 탐스슈즈는 기부연계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이 함께 공유하는 가치를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하는 데에 성공했다.
탐스슈즈가 사회적기업이든, 사회책임기업이든, 공유가치기업이든, 그냥 영리한 영리기업이든 마이코스키가 괜찮은 벤처기업가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 꽤 멋지고 재미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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