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어떤 민족일까? 배달의 민족이라 생각하면 정규교육을 너무 열심히 받은 것이다. 바로 연애의 민족이다.
보다시피 게임을 제외한 최고매출 앱 순위 대부분을 데이팅 앱이 차지하고 있다. 이쯤 되면 연애의 민족을 넘어 ‘연애의 종족’이라 부를만 하다.
틴더의 역습
틴더는 매출 20위권에 겨우 올라있다. 하지만 그 파급력은 엄청나다. 틴더는 타 어플에 비해 돈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타 어플은 돈을 쓰지 않으면, 하루 한두명에게 관심을 표하고 끝이다. 하지만 틴더는 한푼도 들이지 않고도(!) 이성에게 계속해서 하트를 보낼 수 있다.
물론 결제를 하면 좀 더 많은 부가기능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조차도 월정액인 틴더 플러스(월 15,000원 내외), 틴더 골드(월 20,000원 내외)로 충분하다. 한 번 결제할 때 40~50% 할인을 빌미로 10만 원 이상을 뜯어가는 앱에 비하면 그야말로 양심적인 앱이다.
그런데도 틴더로 매칭이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다. 각종 해외 자료를 분석하고 추가로 약 50명의 틴더 사용자와 간단 인터뷰를 했다. 이를 통해 몇 가지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데이트 앱에서 매칭이 잘 안 되는 이유: 그대, 진심과 성의를 다하였는가?
취업 시즌을 떠올려 보자. 정말 애타고 힘들었던 날들이었다. 연애 역시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데이트 어플에는 그렇게까지 공을 들이지 않는다.
취업을 위해 자소서를 쓰던 그 순간을 떠올려 보자. 정말 한 문장 한 문장에 혼을 실어,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기 위해 노력했던 그 순간…
그런데 우리는 정말, 연애를 위해 그만큼 힘쓰고 있는가? 자기소개서 한 문장을 고심했듯, 틴더의 자기소개를 썼는가? 없는 통장 털어 사진 잘 찍는다는 곳을 찾아가 증명사진을 찍었듯, 틴더에 올리는 사진에 신경 썼는가?
물론 취업과 연애의 무게는 다르다. 연애야 못하면 그냥 좀 외롭고 (혼자 국밥집에서 소주를 마시다가 배게 끌어안고 울며 구여친에게 전화할까 말까 망설이다 “자니” 카톡 때린 후 다음날 이불킥하고) 끝이지만, 취업을 못하면 밥을 굶게 된다.
데이팅 앱: 약간의 이력서 업그레이드로 취업이 가능하다
다만, 이 한 가지는 알아둬야 한다. 데이팅 앱 시장은 취업 시장만큼이나 경쟁률이 빵빵하다. 한 여성은 1주일간 틴더에서 3,700개의 하트를 받았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말한다. “너무 많은 서류가 들어와서 어떻게 걸러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게 틴더를 사용하는 여성들의 마음이다. 더군다나 여성들은 일부 피곤한 남자들의 메시지로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소식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개팅 앱에 그렇게 큰 힘을 들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약간의 노력만 해도 훨씬 더 잘 먹힐 수 있다. (그리고 다행히 상대방은 당신의 실물을 모른다!)
틴더에는 5가지 항목이 보인다. 나이, 직장, 학벌, 사진, 자기소개이다. 겨우 이 5가지 항목만으로 당신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 그런데 괜찮지 않은가? 취업처럼 쓸데 없이 입사동기, 입사 후 포부 같은 걸 쓸 필요는 없으니.
1. 일단 사진을 바꿔라
사진은 사실상 틴더의 전부다. 일단 화면을 뒤덮는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할 필요가 없다. 너무나 중요한 부분인 만큼 개인의 의견이나 조사보다 GQ의 기사를 인용하겠다.
- 정장, 청바지, 뭐든 자신을 잘 표현하는 걸로
- 미소짓는 사진은 당신을 더 친근하게 보여준다
- 귀여운 동물은 언제나(!) 옳다
- 스포츠, 음악 활동 사진: 무조건 좋다 (단 옷 벗은 헬스 사진은 X)
- 대화의 소재가 되는 사진: 해외 명소, 스카이다이빙 등은 관심과 이야기를 낳는다
취업에서는 모두가 예쁜 이력서에 골몰하기에 당신의 노력이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팅 앱에서는 약간의 노력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다.
2. 나이는 그냥 솔직하게 써라
나이는 숨기는 기능이 있지만 굳이 숨기지 않기를 권한다. 한 번은 이런 대화가 오간 적이 있다.
물론 당신은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주변에 친한 여성 중 가장 어린 분께 물어보자. 너는 몇 살까지 커버되냐고. 아마 당신 나이는 레인지에 없을 것이다. 인정하면 편하다.
3. 자기소개 좀 써라
남자들은 그냥 여자 외모만 보고 왼쪽 오른쪽 스와이프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의 자기소개를 충실히 보는 편이다. 틴더에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워낙 이상한 사람도 늘어난 상태, 그녀들은 항상 낯선 대상에 경계할 수밖에 없다.
화려하게 쓸 필요 없다. 인기를 끌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저 대화의 소재를 찾아라. 만나고 싶은 인물상, 상대가 흥미를 느낄만한 나의 포인트, 약간의 취미 활동 정도면 충분하다. 일단 써라.
실제 연구에 따르면 남자는 여자의 자기소개가 있든 없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여자는 프로필이 있어도 까다롭고, 없으면 무려 4배는 더 까다로워진다.
4. 자기소개에서부터 타깃팅을 해라
틴더는 다른 데이트앱보다 매칭되는 수가 압도적으로 높다. 37세 아저씨(본인)도 슈퍼라이크를 좀 뿌리니 하루에 평균 5건씩(!)은 매칭이 됐다. ‘나 아직 먹히는 거야…?’라는 생각이 막 솟아날 정도다.
그러나 실제 만남까지 이어지는 건 쉽지 않다. 여성들은 꽤 까다롭다. 아래 그래프는 남성들은 온갖 여성들에게 하트를 날리지만, 여성들은 소수의 매력적인 남성에게 하트를 날림을 보여준다.
너무 슬퍼하지 말자. 30% 안에만 들면 충분한 하트를 받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프로필을 좀 더 관리하자) 그렇다면 너무 다수의 여성들에게 어필하기보다는, 분명한 취향을 가진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5. 연애하려 하지 말고 일단 재밌게 이야기해라
다른 데이팅 앱에는 연애하고 싶은 사람, 연애하고 싶은 사람, 연애하고 싶은 사람, 원나잇하고 싶은 사람, 연애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반면 틴더는...
- 연애하고 싶은 사람
- 편하고 재밌는 친구가 필요한 사람
- 외국인과 언어교환을 하고 싶은 사람
- 원나잇하고 싶은 사람
- 그냥 신기해서 가입한 사람 (아마도 가장 많을 거다!)
...등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다. 그러다 보니 맞추기가 굉장히 힘들다. 다른 데이팅 앱은 연애라는 목적이 뚜렷하지만, 틴더는 상대의 목적을 알 수 없다. 어설프게 이성으로서의 관심을 드러내면 떠나갈 사람이 더 많다. 최대한 가볍게 말을 걸자. 너무 긴장하지 말라. 이미 상대방은 당신과 하트를 주고 받아서,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으니.
덧. 해외 매체에서 말을 (그나마) 끊어지지 않게 하는 몇몇 방법을 발견했다. 1. “안녕하세요” 로 끝나지 말고 상대의 자기소개와 사진을 활용해 왜 말을 걸었는지 이야기하자. 이쪽이 반응이 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 매칭이 됐으면 되도록 빨리 말을 걸자.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의 기대도 식는다. 3. 정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상대가 했던 말을 반복한 후, “어머, 정말?” 정도 붙여주며 공감하자.
6. 직장과 학벌은 중요하지만...
인터뷰에 따르면, 남성의 학벌과 직업이 좋을수록 매칭 확률이 확실히 높아졌다. 물론 여자의 경우에 그런 거 없다. 그냥 얼굴만 보고 스와이프하는 우리 행동력 있는 남성들… 알아서 잘 쓰기를 바란다(...)
7. 관리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연동하라
역시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자료. 여성은 정말 까다롭다. 당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추가 정보를 알아냄은 물론, 좋아요를 누른 페이스북 페이지도 그녀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인스타그램을 좀 멋지게 꾸미자. 이상한 페이지 좋아요 누른 거 당장 취소하자. 그리고 뭔가 있어보이는 페이지의 좋아요를 늘리자.
남자가 가오가 있지 않냐고? 처음에 쓰지 않았던가… 우리는 면접을 보고, 그녀들은 우리의 면접관이라고…
마지막. 쪽팔림을 두려워하지 마라
인터뷰를 하며 굉장히 많이 들었던 이야기. 틴더를 지운 이유가 “아는 사람이 떠서”라고 한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말자. 어차피 다른 소개팅 어플을 가도 마찬가지다. 외로운 청춘남녀가 외롭다고 징징거리는 게 뭐 그리 부끄러운 일이겠는가.
더군다나 틴더는 거기에 핑계를 좀 댈 수 있다. 외국 친구를 만나고 싶다거나 클래식 이야기를 하고 싶다거나… 허세 떨지 말라고? 우리 취업할 때 그렇게 정직했던가 반성해보자. 다시 말하지만 데이팅 앱은 정글이다. 취업할 때처럼 자신을 돋보이고 또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