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나는 학교에 굉장히 늦고 말았습니다. 조갑제 선생님이 식민사관에 대하여 질문에 하겠다고 했는데,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들을 꾸중을 생각하니 몹시 겁이 났습니다. 문득, 나는 차라리 학교에 결석하고 이리저리 쏘다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갑제 선생님은 나를 보고도 화를 안 내시고 매우 부드러운 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변희재, 어서 네 자리에 가 앉아라. 하마터면 너를 빼고 수업을 시작할 뻔했구나.”
사람들은 한결같이 무언가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황우여 영감은 너무 낡아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진 교학사 교과서를 무릎에 펴고 앉아 있었고, 그 위에는 안경이 올려져 있었지요.
“여러분, 이것이 여러분과의 마지막 수업입니다. 반도의 학교에서는 교학사 교과서로 가르치지 말라는 명령이 학부모와 학생으로부터 내려왔습니다. 내일 새로운 선생님이 오십니다. 오늘로 여러분의 식민사관 수업은 마지막입니다. 여러분, 열심히 수업을 들어주기 바랍니다.”
나는 선생님의 짤막한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아, 죽일 놈들! 일베에 붙은 게 바로 이것이었구나. 나의 마지막 교학사 교과서 수업! 나는 제대로 쓸 줄도 모르는데 이제는 다시 식민사관을 배울 기회가 없을 것이야!’
나는 전에 일베를 빼먹고 오유를 찾아다니거나, 시청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진절머리가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게 하던 내 교학사 교과서가 이제는 헤어지기 싫은 친구로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조갑제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엾은 선생님!’
선생님은 이 마지막 수업을 위하여 해병대복을 입은 것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교실 뒤쪽에 앉아 있는 이유도 비로소 알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40년 동안이나 우리를 가르치는 일에 열심을 다하신 선생님께 감사하고, 우리에게서 떠나가는 애국세력에 경의를 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조갑제 선생님은 천천히 말씀하셨습니다.
“변희재, 나는 너를 야단치지 않겠다. 이미 충분히 벌은 받은 셈이지…….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단다. 그 까짓것 서두를 것 없어. 내일 하면 되니까. 그 결과 지금 보는 대로 이렇게 되는 것이란다. 아! 교육을 언제나 내일로 미루었던 것이 우리 애국보수세력의 큰 불행이었어. 지금 종북좌파 사람들이 ‘뭐라고? 너희들은 애국보수라고 하면서 고깃값도 내지 않아!’ 하고 비웃는데도 우리는 할 말이 없어.”
그리고 조갑제 선생님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교학사 교과서는 엔하위키 미러, 구글, 위키피디아 등을 출처로 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분명한 교과서라는 것. 그러니까 우리들이 잘 간직하여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한 민족이 남의 식민지에서 해방 된다고 하더라도 식민사관을 잘 지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니까…….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학교 지붕 위에는 비둘기 몇 마리가 ‘구구구구’ 울고 있습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제 저 비둘기에게도 종북이 되라고 할지도 몰라!’
조갑제 선생님은 얼굴이 파래져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지금까지 선생님이 이렇게 크게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여러분!”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여러분…… 나는…… 나는…….”
그러나 그 무엇이 선생님의 목을 막히게 하여,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칠판 쪽으로 돌아서더니, 분필을 집어들고는 온 힘을 다해 되도록 큰 글씨를 썼습니다.
『애국보수 만세!』
그리고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움직이지 않고 우리에게 손짓으로 말했습니다.
“이것으로 끝입니다……. 모두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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