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llaborative Fund의 「Expiring vs. Long-Term Knowledge」를 번역한 글입니다.
1년 후 우리는 오늘 읽은 것 중 얼마만큼을 머릿속에 담아두었을까요? 80%? 절반? 아무것도?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해봅니다. 가슴 아픈 일입니다. 솔직히 아무것도 남아 있지 못할 것 같으니까요.
벤저민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Intelligent Investor)』를 1934년 내놓았습니다. 8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매해 10만 부 이상이 팔리죠.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레이엄이 1935년 다시 『현명한 투자자라면 해야 할 일』이란 책을 펴냈다면, 전해 내놓은 현명한 투자자는 곧 잊혔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오늘 소비한 정보 중 절반 가까이가 며칠 또는 몇 달 만에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레이엄의 책이 오늘날에도 거의 잊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책이 83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이유는 투자와 관련된 영원한 문제를 가르쳐 주기 때문입니다. 최근 MIT의 기부금 펀드는 아주 흥미로운 글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몇 년 전 우리가 소비한 정보 중 대부분이 휘발성 지식임을 발견했다. 휘발성 지식이란 예를 들어 “지난주 어느 케이블 회사가 인수되었을까?” “지난해 A라는 펀드 매니저의 실적은 어땠을까?” “뉴욕의 사무실 공실률은 얼마일까?” 등등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맥락에서는 유용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가치가 없다.
반대로 지속성 지식은 “왜 케이블 업계가 통합될까?” “A라는 펀드 매니저의 장점은 무엇이고, 그 장점이 지속될 수 있을까?” “미국 내 여러 도시의 사무실 수요를 이끄는 장기적인 동인은 무엇일까?”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휘발성 지식이 실제 그 가치보다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너무 많이 주위를 떠다니면서 우리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서 지금의 문제와 연관성이 사라지기 전에 통찰을 얻어내려 하기 때문이다.
지속성 지식은 언론의 헤드라인에서 뽐내지 않고, 책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가치는 휘발성 지식보다 훨씬 더 큽니다. 지속성 지식은 거의 사라지는 일이 없을뿐더러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더 빛납니다.
휘발성 지식은 일어난 일에 대해 알려주는 반면, 지속성 지식은 그 일이 일어난 이유와 다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말해 줍니다. 여기서 그 “이유”는 우리가 알던 다른 일과 어울려 상호 작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복리 효과가 일어납니다. 매출, 마진, 현금 흐름 같은 기업의 실적을 생각해보죠. 아주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휘발성 정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04년 2분기 매출 증가율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강력한 해자를 보유했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많은 현금 흐름을 창출했음은 많은 이가 압니다. 해자가 존재하는 이유, 해자의 역할 등등 해자를 이해하는 것이 지속성 지식입니다. 수익 및 현금 흐름 정보는 이 해자를 단기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속성 정보가 있지 않으면, 휘발성 정보를 적절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해자에 대해 충분히 공부해 두면, 다른 산업에서도 해자가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04년 2분기 매출 수치 같은 휘발성 정보로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경영진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기업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항상 지뢰밭을 걷는 기업과 우연히 지뢰밭에 들어온 기업입니다. 경영진에게 “당시 회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답은 “그렇죠. 문제는 언제나 생길 수 있으니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물어보면 안 됩니다. 대신 “여러분 경영진은 회사에 불가피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끈기와 능력이 있습니까?”라고 물어야 합니다. 기업의 문제는 일회성일 수 있지만, 경영진이 얼마나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느냐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일 신문과 책을 읽습니다. 하지만 2011년 신문에 난 기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2011년에 읽은 몇 권의 좋은 책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신문을 읽을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더 많이 읽으면 신문 기사를 이해하는 데 훨씬 큰 도움이 되고, 기사를 걸러내는 힘과 기사를 이해하는 틀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요점은 신문을 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더 많이 봐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책을 더 많이 보면 볼수록, 신문에서 주목해야 할 기사와 걸러내야 할 기사를 훨씬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요점입니다. 대부분의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를 읽을 때 “지금부터 1년 후에도 이 글을 머릿속에 담아두었을까? 10년 후에는? 아니면 80년 후에는?”이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랍니다. “아니”라는 답이라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에게 솔직하기만 하면 오래도록 살아남는 지속성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