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 ‘보이는’ 자가 살아남는다
이 벚꽃이 네 벚꽃이냐
아니옵니다, 어찌 감히 인턴이 벚꽃놀이를 가겠나이까
오 착하구나! 그렇다면 야근을 모두 너에게 주마
겨울 같은 봄이다. 얼어붙은 월급에 먹고살기는 팍팍하고, 얇아진 지갑에 마음은 물기를 잃고 바스락 소리를 낸다. 흩날리는 벚꽃을 두고도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고 즐기지 못하는 내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래. 낭만은 죽었다. 바야흐로 생존의 시대인 것이다.
이렇게 생존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시대라면 아무래도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당연지사. 그러니까, 회사 부장님과 같은 강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나 강할 수는 없는 법이며,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물.
일찍이 자연은 답을 알고 있다. 바로 ‘위기모면법’이다. 카멜레온의 보호색이나, 복어의 몸 부풀리기 같은 필살기들은 탄탄한 근육 없이도 살아남는 데 즉각적인 도움을 준다. 포식자에게 악취를 내는 분비물을 뿜고 유유히 사라지는 스컹크의 당당한 뒷모습을 보라!
어떻게든 위기만 모면할 수 있다면 살아남을 확률은 급격히 상승한다. 하지만 실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고, 그 훈련이 짜임새를 갖추기 위해서는 참고할만한 지침서가 필요하다. 나이토 요시히토의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은 이에 적절한 대답이 될 수 있다. 성공적인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실전 지침서로서 차고 넘칠 만큼의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크게 대단한 비결은 없다. 저자는 몇 가지 간단한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강해 보이는’ 신호를 노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타인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말’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끌고 나아가 자신을 지켜낼 수 있게 된다는 것. 지금부터 적절한 상황과 함께 구체적인 방법을 배워보자.
당신은 채용면접장에서 면접관들을 상대해야 한다
드디어 최종면접이다. 이 고비만 넘기면 도서관에서 자소서를 쓰는 게 아니라, 사무실에서 기획서를 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도서관으로 돌려보내려고 작심이라도 한 듯 면접관들의 압박이 거세다. 나의 부족한 경력을 자꾸만 꼬투리 잡는다.
- 대처법: 인정할 건 인정하고 다른 기회를 요구하자
“저를 뽑아주시면 최고 사원이 되어 보답하겠습니다!” 같은 막무가내식 접근은 곤란하다. 이런 상황과 관련하여 저자는 출판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꺼내놓는다. 많은 제안자가 ‘이런 책을 쓰고 싶다, 저런 책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원고를 써서 가져와 보라’고 얘기하면 아무도 원고를 갖고 오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세상엔 입으로만 말하는 그런 사람들이 질리도록 많다”고 한탄한다. 변명할 시간에 빠르게 경력의 부족을 인정하자. 그리고 이렇게 제안해보라.
“귀사의 상품을 몇 가지 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2시간 이내에 발주 주문을 받아 오겠습니다. 그런 다음 저의 영업 기술을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부족한 경험이야 능력이 있다면 무슨 문제가 될까? 작든 크든 행동으로 증명하는 쪽이 상대방의 신용을 얻는 방법일 수 있다. 진짜 행동하지 않더라도 행동력과 패기 있는 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될 것이다.
당신은 지금 팀원들과 함께 사무실에 앉아 기획 회의 중이다
팀장님께서 나도 회의에 참여하라고 말씀하셨다. 어쩌면 정규직 전환의 꿈이 여기서 이뤄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내가 준비한 다과 자리에 속속 상사들은 자리를 채워가고, 회의는 시작됐다. 그런데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수치와 전문용어가 쉴 새 없이 오간다.
“박 인턴 생각은 어때?”
갑자기 내게 질문이 날아온다. 나는 신중함을 기하기 위해 천천히 대답한다.
“음… 제 생각에는 요즘 20대 코스메틱 시장이… 저번에 봤던 자료에 어… 약간 정체된 것 같아서… 다른 세그먼트 쪽으로 접근하는 쪽이 어떨까 싶은데요…”
- 대처법: 꾸미지 말고, 결론부터 말하라
저자는 “음…” “어…” 같은 표현이 “자책골을 넣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말하면서 “상대에게 만만하게 보이는 지름길”이라고 단언한다. 머뭇거림과 모호한 끝말이 섞인 말투는 장황하다는 인상뿐만 아니라 초조함마저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사는 투명한 유리구슬 같은 당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여기서 어설픈 용어를 가져오면서 뭔가 있는 것처럼 꾸미는 일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아는 것은 중심으로, 확실하고 단호하게 말해보도록 하자.
“요즘 제 친구들은 로드샵보다 SNS를 통한 구매가 더 많습니다. 기존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때 다른 시장을 점검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어쩐지 사람이 달라 보이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가.
당신은 지금 동료에게 무시당했다는 기분을 느꼈다
직장 동료가 당신에게 빈정거리며 말한다.
“표정이 식중독 걸린 사람 같아. 어제 뭐 잘못 먹고 왔어? 하하하~”
당신은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여기서 화를 내면 쪼잔해 보일 것도 같고, 업무상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걱정스럽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같이 ‘하하’ 웃어주면서 농담으로 받아치는 것이 무난한 해결법이라고 애써 생각한다.
- 대처법: 카드빚은 못 갚아도 모멸감은 따박따박 갚아주자
미주리대학의 케네스 셸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당했을 때 그대로 돌려주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만만치 않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의 공격도 멈춘다. 저자의 말처럼 “상대방에게 무례한 말을 들었을 때 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격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업신여김을 당할 뿐, 자신의 ‘이득’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마땅한 반격법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걱정 말라. 상대방의 눈을 10초 정도 쏘아보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고 한다. 의외의 반격을 당한 그 사람의 입에서 “아, 미안. 농담이었는데 그렇게 화낼 줄 몰랐네” 같은 소리가 나오는 뜻밖의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레 겁부터 집어먹지 말자. 싸가지없는 말투에는 무심코라도 웃어주지 말자.
당신은 생각보다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훈련이 덜 되었을 뿐
피츠버그의 투수 찰리 모튼은 뛰어난 공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운드 위에 서기만 하면 흔들렸다. 그러던 그가 어느 순간 180도 변해 훌륭한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주변의 모든 이들이 내 멘탈을 지적했다. 하지만 내게 필요한 것은 멘탈이 아니라 투구 동작이었다. 시어리지 코치와 투구 폼을 교정한 뒤 같은 동작으로 공을 던질 수 있게 됐고, 제구가 잡혔고, 자신감이 생겼고,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다. 문제는 멘탈이 아니라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었을 뿐이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서툰 상태에 주저앉아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자포자기식 태도다. ‘나는 멘탈이 약해서 안 될 거야’ 같은 접근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스스로에게 ‘소심한 새가슴’이라는 딱지를 붙여 놓고 한계를 짓기보다는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의 개수를 성실하게 늘려나가는 쪽이 바람직하고 영리한 태도가 아닐까.
아직 늦지 않았다. 그 방법을 찾고 싶다면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을 펼쳐보자.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케이스 외에도 다양한 경우를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알뜰히 참고하여 팍팍한 세상에서 부디 우리 모두 전략적으로, 영리하게 살아남자. 그렇게 살아남아서 내년에는 당당하게 벚꽃 놀이도 가고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