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번 고객님! 4번 창구로 와주세요~”
잠깐, 내 손에 쥔 번호표는 239번인데? 싸늘하다. 점심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 마라. 그래도 레벨업은 실컷 하지 않았는가. 정작 내가 필요한 금융서비스는 못 받았지만, 쾌적한 은행에서 마치 PC방에 온 것처럼 잘 놀다 가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돈’이 없는 돈 이야기
사람들은 은행을 어떻게 선택할까? 집에서 가까운 은행,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도보로 다녀올 수 있는 은행을 선택한다. 결국, 생활 동선에서 물리적으로 가까운 은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돈보다 귀한 내 시간을 아낄 수 있거든.
그래서인지 은행들은 과거 잘나가던 시절, 은행영업점을 전국 방방곡곡 늘리며 ‘지점이 많다’ 라거나, ‘시원한 은행지점에서 편하게 일을 본다’와 같은 이상한 말을 내세우기에 바빴다. 왠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우리가 은행을 이용하는 건 돈을 맡기거나 빌리면서 “내 돈”을 불리기 위함이 아닌가?
저기요~ 미소 대신 돈을 보여 주세요. 네?
은행 영업점 창구의 서비스 형태는 기본적으로 Face to face다. 서비스를 주는 입장이나 받는 입장이나 어색한 미소를 주고받아야 한다. 서비스의 본질이 나날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시대에 은행만은 몇십 년 동안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럼 은행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은행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은 “돈” 이다. 우리가 귀한 시간 내어서 은행에 가는 이유는 환하게 웃는 은행원을 보기 위함이 아니지 않은가?
고객은 원하지도 않는 감정노동 대신 차라리 더 많은 혜택을 돌려주기를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금융 서비스의 본질이 아니던가.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1년, 은행의 본질로 돌아가자
2017년 4월 우리나라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했다. 1호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7월에는 카카오뱅크가 합세하며 은행의 판을 흔들기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촉발된 경쟁은 은행의 복잡한 인증절차를 한결 간편하게 만들었고, 무겁고 복잡하기만 한 은행 앱들을 가볍고 빠르게 만들었다. 이제 은행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 서비스’라는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과의 ‘혜택’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저비용 구조를 무기 삼아 고객들에게 유리한 금리 혜택을 제공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이제 혜택 좀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터넷전문은행 계좌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 어느 정도 금리 차이가 나는지 살펴볼까? 일단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적금금리를 검색하고, 금리 순으로 정렬을 해보자. 케이뱅크 ‘코드K 자유적금’의 금리는 무려 2.55%. 1금융권 은행 금리 중에서 단연코 1등이다. 참고로 2등은 저기 멀리 제주도에 있다.
확실히 집 앞 편의점 옆에 있는 기존의 1금융권 은행들에서 찾기 힘든 금리다. 인터넷전문은행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가입할 수 있고, 높은 금리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선보인 캐릭터 체크카드도 화제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로 인기몰이를 한다면 케이뱅크는 네이버 라인과 컬래버레이션를 통해 ‘케네카드(케이뱅크 X 네이버페이)’라는 히트상품을 만들었다.
케이뱅크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라인 캐릭터 디자인도 귀여운데, 여기에 쓸 때마다 네이버 페이 포인트가 1.2%씩 차곡차곡 쌓이는 강력한 혜택도 있다. 이런 쏠쏠함이 알려지면서 얼마 전 개최된 체크카드 월드컵 투표에서 당당히 시상대의 가장 꼭대기에 올랐다.
이렇게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에서 마땅히 받아야 하는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 잊고 살았던 우리들을 흔들어 깨웠고, 관성적으로 운영되던 기존 은행들에게는 쇼크를 주었다. 잘 들어라, 내 돈을 맡긴 은행에서 받아야 하는 진짜 서비스는 내 돈의 가치를 높게 쳐 주어 돌려주는 것이다!
은행 선택은 앞으로도 어려워질 것이다. 알면 알수록 따져야 할 것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 서비스의 본질은 뭐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다. 이제, 대기표를 들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짝사랑을 끝내자. 그 대신, 당당하게 돈 욕심을 내자. 이것이야말로 바로 하이앤드 금융 서비스를 누리는 스마트 컨슈머의 왕도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