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장은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뉩니다. 연봉 높은 대기업과 그 밖의 중소기업. 아래의 첫 번째 표는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연봉인데, 2016년 6,116만 원을 기록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아래 두 번째 표는 30~99인 사업장 근로자의 연봉으로, 2016년 3,392만 원에 불과합니다. 즉, 500인 이상 사업장에 일하는 근로자는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근로자에 비해 약 2배의 연봉을 받습니다.
왜 이렇게 임금 격차가 심할까요?
이를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제도적인 설명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시장이 분단되어 있고 운 좋은 누구는 1차 노동시장. 다시 말해 대기업 취직해서 돈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임금 격차는 ‘차별’ 문제인 것이고, 이걸 부수는 게 ‘선’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관점뿐만 아니라 다른 의견도 존재합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발간된 보고서 “우리나라 기업간 생산성 격차 확대의 배경과 총생산성 및 임금 격차에 대한 시사점”은 고민거리를 꽤 던져줍니다. 간단하게 말해 이런 겁니다. “대기업 생산성이 중소기업 생산성보다 더 높다면, 대기업이 임금 더 많이 주는 게 문제가 되는가?”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노동의 한계 생산성이 곧 임금”이라는 경제 이론에 부합한다는 이야기죠.
보고서의 분석 대상이 된 기업은 총 2만 5,813개로 거의 전 기업을 포괄하고 있으며, 선도기업과 후행 기업의 생산성 수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확연한 차이가 나죠. 선도기업들은 후행 기업에 비해 (다소요) 생산성 수준이 거의 11배 차이 나고 임금은 2.4배 차이 납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서비스업인데요. 서비스업의 후행그룹 생산성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암튼 요약하면 선도기업들은 근로자 수도 많은 대기업이며, 생산성도 높아서 더 높은 임금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임금 격차는 생산성 격차에 비해 아주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할 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벌어졌나 살펴보면, 역시 ‘수출’이 중요합니다. 세계시장에 나가 경쟁하면서 글로벌 공급사슬망(GVC)에 편입된 기업일수록 생산성이 높습니다. 아래의 <그림>이 이런 관계를 잘 보여주는데, GVC 참여도가 높을수록 생산성이 높습니다. 서비스업조차 이런 관계는 뚜렷하죠.
특히 정보통신처럼 글로벌 경쟁에 직접 노출된 기업들은 더욱 이런 특성이 벌어집니다. ICT(인터넷, 통신, 하이테크 기기업의 약자) 제조업 내에서 선도기업과 후행 그룹의 격차는 非 ICT 제조업보다 훨씬 큽니다. 특히 ICT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도 격차가 더 큽니다.
결국, 한국 경제 내에 생산성의 격차는 크게 두 가지에 의해 좌우됩니다. 첫째는 글로벌 공금사슬망에 참여하는 가, 그리고 제조업, 특히 ICT인가 아닌가.
결국 아래의 <그림 12>같은 관계가 도출됩니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일수록 고임금을 주는 게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고임금을 부담함으로써 다른 기업으로의 ‘전직’ 리스크를 높이고 고용안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면에서 오히려 남는 장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생산성 높은 대기업들이 고임금 주는 게 그렇게 문제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즉, 대기업이 문제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낮은 경쟁력이 문제이니…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에 도달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경쟁력이 촉진되나?
그 답은 대충 다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한다고 경쟁력이 개선되는 게 아니라, 경쟁을 촉진시켜야 합니다. 수출 비중 높이고, 글로벌 공급사슬망에 참여하며 시장을 개방해서 해외에서 더 무서운 경쟁자가 유입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물론 힘든 일입니다.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이 도태되고 또 단기적으로 실업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경쟁을 촉진시켜야 경쟁력이 개선되고 또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무조건 대기업의 고임금이 문제야! 라고 외치기보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보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 듭니다.
원문: 시장을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