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도서관은 각자만의 창호가 있다. 가령 영국은 도서관 이름이 ‘아이디어 스토어’다. 명칭뿐 아니라 도서관이 위치한 장소도 매우 개성 있다. 비교적 저소득 계층이 모인 시장 안에 도서관을 세운다. 여기에서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도서관을 바라봤음을 알 수 있다. 도서관은 전문지식을 쌓아두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지혜를 나누는 곳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민주주의 국가답게 차이를 인정하자는 신념을 도서관에 담았다. 소수자를 위한 매우 구체적이고 특징 있는 도서관이 많다. 그 예로 노숙자를 위한 도서관이 있다. 세계적으로 모든 공공도서관은 기존에 있던 도서관의 개념을 탈바꿈하고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자유롭게 발전 중이다.
싱가포르나 일본 도서관 또한 우리나라 도서관의 발전 방향에 있어서 중요한 기표가 되어준다. 가령 싱가포르 탬핀스 지역도서관 창문 밖에는 축구경기장이 있다! 사람들은 축구를 보러 도서관에 온다. 열람실이 서가보다 많고 “조용히”란 문구가 벽에 붙은 한국의 도서관과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이걸 바로 문화충격이라고 해야 할까?
여러 나라 중에서도 가장 다들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장소가 바로 북유럽이었다. 이들은 왜 다를까? 참 부러웠다. 부러운데 이유까지 모르면 더욱 아련해지니까 이제 자세히 알아보겠다. 대표적인 북유럽은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여기에 노르웨이까지 스칸디나비아반도로써 북유럽으로 볼 수 있겠다. 다만 이 글에서는 노르웨이를 다루지 않는다.
공공도서관이란 안정적인 경제, 발전된 문명, 시민의 여유로운 삶을 보장해주는 복지제도가 기본으로 깔려야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을 가장 잘 갖춘 나라가 바로 북유럽이다. 아래 표를 보라. 핀란드는 1년간 9,100만 건 책을 빌려보며 이 수치는 세계 1위다. 또한 핀란드 시민에게 투표한 결과 2018년에는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새로운 공공도서관을 짓는다고 한다. 와우. 그들이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란.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북유럽에서는 책값이 대부분 금값이다. 종이책이 물가에 비해서 매우 비싼 편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책을 살 때 중고 책을 저렴하게 구입해 가격 부담을 낮춘다. 책을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경우가 드문 것도 이러한 높은 대출 건수의 이유겠다. 한국 도서 공급가 인상제 때문에 울분을 터뜨리는 소비자와 출판사가 많았는데, 사실 북유럽이 봤을 땐 요강에 똥 푸는 소리일 수도 있다.
책값이 비싸면 자연스럽게 낮은 독서 횟수를 떠올릴 것 같다. 그러나 “에휴, 몹쓸 책 따위 안 읽어버리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은 없다. 대신 북유럽 사람들은 모두에게 열린 공공기관으로 향한다. 누군가의 서재에 꽂힌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도서관의 수많은 책을 함께 나누어 읽는다. 이처럼 공유하는 데 익숙하며 여럿이 가치를 나누는 태도는 복지 국가의 정체성과 맞닿은 부분이다. 이제 대표적인 북유럽 도서관을 알아보자.
1. 스웨덴
스웨덴에는 1928년 설립된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이 있다. 외견상 덴마크의 블랙 다이아몬드에 비하면 수수한 편이지만 스웨덴의 건축 대가 군나르 아스푸룬드(Gunnar Asplind)가 지었다. 실용적이면서도 충분히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외관이 북유럽답다. 내부는 아주 정갈하게 책을 배치해 사람 눈높이를 딱 맞췄다. 실제로 이용해보면 가장 편하고 뛰어난 도서관이다.
이외에 특성 있는 스웨덴 도서관으로는 쿨투어후셋 도서관이 있다. 미래공상 영화에나 나올 듯한 유리 알약 모양 의자가 있으며 작은 범주의 영화음악 도서관이 있다. 마지막으로 시스타 도서관에는 해먹이 있어서 자유롭게 책을 읽다가 잠들 수도 있다. 알다시피 책 읽다가 잠들면 정말 꿀맛이다.
2. 핀란드
핀란드 헬싱키의 파실라 도서관에는 설립 철학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도서관 안 분수대는 우주의 모든 행성이 함께 하는 지식의 샘을 의미한다. 공간의 철학을 담으면서도 소음 차단과 습도 조절 등 실용적인 이익도 준다. 마냥 머리로만 느끼는 이상적인 상징을 넘어 현실적으로도 도움이 되도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이외에도 탐페레 시립 도서관 멧소는 구조가 독특하다. 둥근 형태의 유리 천장엔 가운데에 서면 하늘을 볼 수 있다. 또한 헬싱키 대학 도서관도 시설 디자인이 하나같이 깔끔하면서 미래적인, 한마디로 노르딕 디자인의 형태를 갖추었다.
3. 덴마크
읽기 귀찮으신 분들은 아주 깔끔하고 훈훈하게 덴마크 도서관을 정리한 글을 읽으셔도 좋겠다. 덴마크에는 블랙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리는, 외관이 매우 아름답고 역사가 깊은 덴마크 왕립 도서관이 있다. 특히 이 건물의 아름다움을 잘 관찰하려면 밤에 가봐야 한다. 도서관 근처의 강물에 조명을 켠 건물 유리창이 비치는 모습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 장소로 도서관에 가도 좋을 만큼 아름답다.
필자는 정말 운이 좋게 블랙 다이아몬드를 방문해봤는데 이때 기념으로 산 회색 티셔츠가 아직도 있다. 티셔츠엔 다국어로 블랙 다이아몬드라 쓰여 있다. 여행 갈 때 입으면 여러 나라 사람들이 그 티셔츠 앞에서 자신의 모국어를 보고 반가워한다. 이게 도대체 이 글과 무슨 상관인지… 아, 그래. 이처럼 블랙 다이아몬드는 도서관 역할뿐 아니라 덴마크 관광 명소로도 손꼽힌다. 내부는 마치 영화 〈해리 포터〉 속 호그와트 도서관 같기도 하다.
아주 세련된 외관을 자랑하는 현대의 블랙 다이아몬드와 달리 1600년대 덴마크 왕립 도서관은 그야말로 전통적이고 수수했다. 덴마크 왕립 도서관은 북유럽에서 가장 방대한 기록물을 보관한 도서관으로 공간을 늘려 계속 증축해왔다. 역사적으로나 외관상으로나 중세의 모습이 현재까지도 이어 전달된 셈이다. 책의 본질이 옛 지식을 보존해 지금까지 내려주는 것이라면 덴마크왕립도서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도서관답다고 말할 수 있다.
본받을 만한 북유럽의 도서관 관련 활동
- 이동도서관 북 서비스: 움직이는 도서관이란 개념으로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대부분 운영된다. 오전에는 유치원으로 책을 배송하고 오후에는 초등학교로 책을 배송한다. 파실라 도서관 참고.
- 다국어 코너: 북유럽 도서관은 단순히 주민들에게만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100명 이상의 동일 모국어를 사용하는 이민자가 있는 지역이라면 반드시 그 지역의 언어로 쓰인 책을 갖춰야 한다. 70-100개의 장서를 구비하고 언어 교육도 실시한다. 난민이나 초보 이민자를 위한 안내책자도 제공한다. 이처럼 도서관은 다문화와 본지역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탐페레 도서관 어린이실 참고.
- 지역 스토리텔링&아카이브: 아이들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구연동화를 한다. 구연동화는 어느 도서관에서나 제공하지만 다른 점은 커다란 여러 소품을 이용한 작은 극장에 커다란 곰인형을 놓아두고,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책 모양 상자 안에 들어가 말한다는 점이다. 동화를 들려주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곰인형인 셈. 곰인형이라면 아이들의 신뢰를 얻기 더 좋을 것이다. 쿨투어베레프트 도서관 참고.
범위를 크게 세계 도서관으로 잡고 그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북유럽 도서관을 두서 없이 다루어보았다. 물론 한국의 도서관도 놀라울만치 발전하고 개선되고 있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나 국립세종도서관을 참고해볼 만하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서 전국 공공도서관의 개수와 위치를 알 수 있다.
공공도서관만 약 1,000개지만 아직 부족하다. 앞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익을 추구하는 지식인들이 함께 한국 도서관 발전에 힘써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