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에오 분 린(Ngeo Boon Lin) 목사 및 MITR 측의 허락과 함께 이곳에 다시 게재합니다(This article is shared with permission of Ven. Ngeo Boon Lin and MITR).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커뮤니티 교회의 여성 목사인 응에오 분 린 목사가 공개한 편지입니다. 편지 작성자는 싱가폴 출신으로 현재 미국 거주 중이며, 동성애자를 받아들이고 친구와 다시 결합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말한 게 벌써 12년 전이구나. 이메일도 보내고 연락도 했었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더라. 아직 나한테 화가 났다고 해도 네 탓은 안 할게. 니가 가장 깊은 비밀을 나눴을 때 난 널 상처 줬으니까. 너에게 있어서 나는 최악의 악몽이지 않았을까.
“나 게이야.”
넌 거의 속삭이듯이 내게 털어놨어. 즐겨 가던 강 부둣가에 앉아 자정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던 때였어. 커다란 음료수를 마시며 관광 여객선이 오가는 강물에 네온사인이 비치는 것을 바라봤더랬지. 네가 날 보며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했을 때 나는 숨이 멎는 듯했어.
네가 용기를 내서 게이라는 사실을 내게 털어놨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어. 그래서 20년 기독교 신자 생활이 내게 ‘각인’시킨 말, 너에게는 너무나도 상처가 되는 그 말을 내뱉고 말았어. 그 끔찍한 말 때문에 우리 우정의 문은 영영 닫혀버렸지.
난 네가 ‘바뀔 수 있고 구원받을 수 있다’고 했어. 그런데 내 말을 들었을 때 네 그 두려움과 고통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마치 내게 활짝 내민 가슴에 치명적인 총탄을 쏘아버린 것처럼 말이야. 넌 되물었지.
“하나님이 왜 날 미워하는데? 내가 실수로 태어난 거야?”
“아니, 하나님은 널 사랑하시니까, 널 다시 ‘정상’으로 바꿔주실 거야.”
난 대답했지. 눈을 감은 너는 온몸을 떠는 듯했어. 그땐 내가 너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이해하지 못했어. 넌 네 깊은 내면의 갈등을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않았어. 친구한테도, 가족한테도. 날 가장 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그런 내가 널 실망시켜 버린 거야.
내가 떠날 때도 넌 공항에 나오지 않았어. 마지막 탑승방송이 나올 때까지 네가 사람들 사이에서 튀어나오길 바라며 기다렸었는데, 결국 나타나지 않았지. 너무 화가 났어. 그때도 난 아직 내가 우리 우정을 무심하게 부숴버렸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어. 네가 어떻게든 내 말을 잊고 다시 친구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건 내 오산이었어. 내가 너에게 너무나도 깊은 상처를 준 나머지 내 이름을 듣는 것조차 힘들어했다는 것을 나중에 아는 사람을 통해 들었어. 다들 우리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의아해했지. 늘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던 절친한 사이였으니까.
교회에서 목사님이 동성애자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할 때마다, ‘동성애는 죄악’이기 때문에 바꾸지 않는다면 지옥에 갈 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움츠렸어. 넌 내가 아는 가장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이었으니까. 우리 ‘하나님의 자녀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할렐루야 외치며 네가 사랑하고 결혼할 권리를 막겠노라 맹세를 다지는 동안, 너는 자유시간 대부분을 할애해서 문제 청소년을 지도했고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학용품을 살 수 있도록 돈을 기부했지.
마치 그 사람들의 입장이 된 양 그들의 고통과 갈등을 이해하는 너의 통찰력과 직감에 놀라곤 했어. 이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넌 네 경험을 통해 사회로부터 거부당하고 탄압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알고 있었던 거야.
나는 일부 “기독교” 형제자매들이 동성애자들에게 취하는 행동을 보며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졌어. 비이성적인 증오와 무턱대고 비판하려는 욕구가 너무나도 만연하더라. 네가 왜 항상 슬픈 얼굴을 하고 다녔는지 이젠 알 것 같아. 네 눈엔 너무 행복한 순간에도 항상 슬픔이 어려 있었거든.
넌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완벽하다는 사실에 눈을 뜨기까지, 지금 그 모습이 바로 하나님이 의도한 바라는 사실에 눈을 뜨기까지 난 늘 마음이 편치 못했어. 내가 너한테 한 잔인한 짓을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우리 기독교인들도 실수를 저질러. 수많은 실수를 저질러 왔지.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린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적도 있고 노예제도가 올바르다고 믿었던 적도 있어. 아이와 여자들은 교회에서 연설할 수 없다고 믿기도 했고.
성경을 ‘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 신앙심에 위기가 닥친 적이 있어. 성경을 정말 믿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하나님이 우리로 하여금 배우고 성장하도록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신다는 건 정말 흥미로운 것 같아. 내가 과학자랑 결혼했다면 믿겠니? 창조와 진화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던 것 기억하니? 우리 남편은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진화를 믿어. 하나님의 창조물이 진화했다는 거지. 남편 눈엔 모든 창조물이 아름답게만 보인다고 해.
미국은 10월 11일이 커밍아웃 데이야. 그날 편지를 보내려고 했는데, 전혀 협조적이지 않은 두 살배기 아이를 두고 이렇게 감정적인 편지를 쓴다는 게 쉽지 않았어. 그래, 난 엄마가 됐단다. 태어난 지 몇 주째 됐을 때 입양했어. 우린 아이를 가질 수 없거든. 네가 우리 애를 보면 정말 좋아할 텐데. 꼭 나를 닮아서 쉽게 흥분하고, 고집이 세고, 겁도 없어.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낳지 못하면 결혼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 하지만 난 네가 최고의 아빠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
이 모든 걸 이렇게 늦게 이해한 것, 정말 미안해. 하지만 늦게나마 사과하는 게 결코 사과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 것 맞지? 난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기독교인으로 커밍아웃했어. 네가 어디선가 이 사과문을 꼭 읽고, 내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길 기도하고 희망해. 날 완전히 버린 게 아니길 바라.
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번엔 내가 네 곁에 있어 줄게.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