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이 일제히 세계 최고의 천재를 공개했다. 천재에 대한 정확한 신상은 알 수 없지만, 그는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야후 등 전 세계 최대의 사이트를 모조리 해킹했다고 한다. 해킹 계정은 총 2백만 개에 달한다. 이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일제히 피해 계정의 비밀번호를 초기화했으며, 구글과 야후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어? 그런데 이상하다. 넥슨, 네이트, 옥션도 아닌 세계 유수의 IT 기업이 해킹을 당했다? 그것도 동시에? 이는 NSA도 불가능한 프로젝트 같다. 그래서 외신을 뒤져 보았다.
ars technica: Found: Hacker server storing two million pilfered passwords (링크)
찾았다 요놈: 해커가 도둑질한 2백만 건의 비밀번호를 서버에 보관.Business Insider: 2 Million More Passwords For Facebook, Google, Twitter, Other Sites Were Stolen And Posted To The Net (링크)
페북 구글 트윗 등 웹사이트의 비밀번호가 2백만 건 이상 해킹되어 온라인에 유포됐다.CNN Money: 2 million Facebook, Gmail and Twitter passwords stolen in massive hack (링크)
대규모 해킹 사태로 2백만 건 이상의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비밀번호가 유출됐다.
그렇다.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가 해킹당한 게 아니다. 해커가 일반 사용자의 컴퓨터를 털어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의 암호를 빼낸 것이다. 악성코드를 통해 비밀번호를 빼내는 일은 컴퓨터 사용자의 주의 부족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의 보안과 관계가 없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보다시피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가 직접 해킹을 당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제목으로 눈길을 끌고 싶은 건 좋지만, 제목이 내용을 왜곡시키는 건 언론의 기본 소양을 져버리는 일이다.
올해 초 페이스북 직원이 회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몇 대가 해킹당한 적이 있다. 이를 BBC가 페이스북이 해킹당한 것처럼 몰고 가자, 제프 자비스 뉴욕대학교 언론대학원 교수는 ‘무책임한 언론은 똥(crap)이다’는 식으로 비판한 바 있다. 페이스북 회사에 놓인 컴퓨터가 해킹당한 것은 페이스북 자체가 해킹당한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제프 자비스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똥만 가득한 언론 환경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