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편집자의 낚시니 그냥 무시하고 시작하자.
지난 12월 4일, 대한민국 제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가 열려 많은 관심을 끌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나와 정치, 외교, 안보, 통일 분야 주요 정책을 기존의 대선 토론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논의… 하려고 했으나 사실상 이정희의 박근혜 저격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한편 12월 2일에 마지막 44라운드를 끝으로 종료한 2012 K리그도 새로운 스플릿 방식을 도입하여 눈길을 끌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K리그와 대선 후보들을 짜맞추어 이야기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정치란 짜맞추기 나름 아니던가?
이에 2012 K리그로 제 18대 대통령 선거를 살펴봤다. 후보들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고 계실 테니, K리그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았다. 분명 “우리 ㅇㅇ가 이런 후보와 같을 리 없어!”라고 욕을 싸지르는 팬들도 있겠지만… 그건 그냥 당신 복이려니 하세요.
1. 박근혜 : FC서울
(1) 닮은 점 : 일단 빨갛다는 시각적인 점수에 한 표를 준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당선이 유력한 후보라는 점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FC서울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여론조사를 하면 이상하게 실제 인기보다 더 인기있게 나온다는 점도 마찬가지.
상대적으로 단일화 이야기나 당내 경선에서도 자유로우면서 여유 있게 선거 활동을 운영할 수 있었던 점 또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지 못하게 된 것이 리그의 빡빡한 일정 소화에 도움이 됐던 FC서울과 같다. 또한 박근혜가 ‘과거’로 비판 받는 것으로 인해 ‘과거’로 비판받기는 FC서울도 마찬가지. 많은 수의 팬 만큼이나 많은 수의 안티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동일하며 또한 ‘자뻑’ 증세가 있는 것도 비슷하다.
(2) 다른 점 : 박근혜는 꾸준히 새누리당 베이스로 활동 했던 것에 비해 FC서울은 안양에서 연고이전을 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난다. 앞서 언급한 ‘과거’ 부분에서도 박근혜는 과거사가 이점인 동시에 약점이지만, FC서울은 그저 약점일 뿐이다. 또한 FC서울은 데얀-몰리나 투톱의 신급 득점력으로 우승을 일구어냈다면 박근혜는 기댈 곳이 따로 있지는 않다. 뭐 굳이 따지자면… 수첩에 기댄다고나 할까… 제가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2. 문재인 : 전북 현대 모터스
(1) 닮은 점 : 둘 다 ‘귀인’을 떠나보낸 상태에서 맞이한 이번 기회에서 아쉬운 면이 있다.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단일화에서 삐그덕거리며 주춤했다. 단일화라면 역시 병문안을 갔어야 하겠지만, 어쨌든 대인배 호칭은 안철수가 가져가며 아이유보다도 꺼림직한 단일화를 이루었다. 전북은 최강희가 떠난 자리를 이흥실 감독 대행이 잘 채우는가 싶더니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실망감을 안겼다. 오죽하면 [흥]하게 [실]점하는 축구라고 대놓고 까일 정도.
특히 둘 다 시즌 후반으로 갈 수록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제발로 걷어차 내버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1차 TV 대선 후보 토론회 때 이정희가 물귀신처럼 박근혜에게 들러붙는 사이 정상인 코스프레만 완벽했어도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었는데 상당히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전북도 스플릿 이후 서울을 따라잡을 기회가 분명히 존재했는데 그 때마다 비기거나 패해서 결국 서울이 승점 17점 차로 우승하는 광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2) 다른 점 : 다소 느릿느릿한 문재인의 언변과는 달리, 전북의 공격은 빠르고 역습이 강하다. 이정희도 역습에 있어서는 전북을 따라오지 못 할 정도. 한 때 전북은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로 유명했지만 문재인은 공격과는 거리가 먼 모양새를 유지해 왔다.
또한 현재의 전북은 아직 최강희 전 감독이 닦아놓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양새로 운영하고 있는 반면, 문재인은 외부에서 보았을 때 노무현의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박근혜 캠프에서 노무현과 문재인을 엮어 공격하지 않는 것은 노무현을 연상시킴으로써 문재인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염려했거나, 혹은 그럴 만한 껀수가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라 추측한다.
3. 이정희 : 윤빛가람(성남)
(1) 닮은 점 : TV 토론회 폭풍 활약 때부터 대뇌 후두부에 강력한 느낌이 왔다. 이 ‘진상 오오라’는 보통이 아니구나. K리그 전체를 찾아봐도 이 진상 오오라에는 단 한 명이 대적 가능하다. 성남의 윤빛가람.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되기 전 경기 종료 30초 전에 고의성이 다분한 백태클로 퇴장을 받고, 경기장을 걸어나가며 입가에 미소를 띄는 장면이 TV에 잡혀 성남 팬들에게 증오를 받는 선수.
성남에서 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 거쳐가는 곳이기 때문에 의욕 없이 뛰는 모습이 마치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 나와서 남을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라는 망언을 서슴치 않는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이 매우 닮았다. 오죽했으면 윤빛가람이 런던 올림픽 대표팀 합류에 실패했을 때 성남 팬들이 너무나 고소해 했을 정도였다. 한 때 자신들이 속한 곳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둘 다 너무나 아쉬운 사람들이다.
참, 헤어 스타일도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2) 다른 점 : 이정희가 주어진 기회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타입이라면 (토론회에서 그녀의 에너지는 후쿠시마 원전을 덮치는 쓰나미의 역동적인 모습을 연상케 했다), 윤빛가람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성남 팬들 사이에서는 윤빛가람이 슬라이딩 태클 하는 것을 지켜본 사람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였다.
4. 박종선 / 강지원 : 손정탁(전 수원/울산)
(1) 닮은 점 : 장점을 잘 모르겠다. 단점도 잘 모르겠다. 그냥 잘 모르겠다.
(2) 다른 점 : 박종선은 전 기업인이고 손정탁은 전 축구 선수다. 강지원은 현재 변호사라고 한다.
5. 김소연 : 맷 사이먼(전남)
(1) 닮은 점 : 꾸준히 성과를 올려왔다. 김소연은 노동운동계에서, 맷 사이먼은 호주 A-리그에서. 그러나 이번에 익숙했던 무대를 떠나 갑자기 더 큰 무대로 옮겨온 것이 낯설다.
(2) 다른 점 : 김소연은 이제 후보를 등록했지만, 맷 사이먼은 부상을 당해서 자기를 보여줄 기회도 없이 시즌을 보냈다. 조만간 퇴출이 유력해 보인다.
6. 김순자 : 보레아스(고양 국민은행 축구단 서포터즈)
(1) 닮은 점 : 김순자나 보레아스 모두 몇 차례 과거에 성과를 내기도 했었다. 중간에 적을 옮긴 것도 동일하다. (김순자 : 한나라당에서 사회당으로 / 보레아스 : 고양KB에서 고양 시민축구단으로) 그러나 결국 둘 다 몸 담았던 곳이 사라져 버렸다.
(2) 다른 점 : 보레아스가 향후 어찌 명맥을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 반면 김순자는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노동 운동 계열에서 계속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