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두 분이서 같이 쓰신 책이죠? 어쩌다가 같이 쓸 생각을 했어요?
김선하(이하 김): 이 친구가 이런 아이템, 이런 아이디어로 책을 한 번 써 보는 게 어떻겠냐길래 저도 수학책을 좀 써 보고 싶었기도 해서 연이 닿게 됐죠.
리: 이런 아이디어의 책이라는 건 어떤 책이죠?
최창훈(이하 최): 다른 책들은 개념이 실려 있고, 그다음에 문제가 담겨 있고, 그걸 통해서 혼자 자습하면서 그 속의 개념과 노하우들을 스스로 익히는 방식이에요. 저희는 개념과 문제 사이의 간극을 해결해주고 싶었어요. 그 사이의 알고리즘이라는 툴을 이용해서 개념을 배우고 다음에 알고리즘을 공부함으로써 ‘이 개념이 이렇게 쓰이는구나’ ‘언제 뭘 하면 되는구나’를 중간에 알려주고 가는 장치를 마련했어요.
리: 그러면 실제로 이런 걸 적용해 본 적이 있나요?
최: 우선 제가 고등학교 때 공부하면서 터득했던 노하우에요. 그리고 이 노하우를 과외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알려주니 평도 좋았어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죠.
기존의 수학과는 다른 방식을 만들고 싶었다
리: 과외는 얼마나 하셨어요?
최: 한 1년 정도 했어요. 그러다 학원에서 1년 아르바이트 정도로 하면서도 또 거기서 개념이 좀 부족한 친구들을 몇 명 과외 식으로 봐주기도 했고요.
리: 어쩌다 과외랑 학원을 그렇게 빡세게 하게 된 거죠?
최: (웃음) 사실 제가 가르치고 나서 학생들 반응을 볼 때 되게 뿌듯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이 문제 들고 와서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주고, 그러면 친구들이 ‘아, 그거였구나!’하고 돌아가는 게 너무 뿌듯했어요. 그래서 그 뿌듯한 모습을 더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아요. 또 더 잘 가르치려고 노력을 많이 안 했는데도 친구들이 질문을 많이 하니까 ‘내가 이런 능력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구나’하는 사명감도 들었달까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리: 둘이서 어쩌다 같이하게 된 거예요?
김: 고등학교 친구예요. 제가 먼저 학원 일을 시작했는데 이 친구가 과외나 학원 강의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소개해줬어요. 그런데 둘 다 꾸준히 과외가 들어오고, 학원에서도 평가가 좋을 정도로 강의 실력을 많이 인정받았죠. 그래서 서로의 실력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요.
리: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거나 하는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도 서로 많이 했나요?
김: 아이디어 단계부터 회의만 한 6개월 했어요. 이 형태는 어떨까? 저 형태가 어떨까? 하고 계속 고민했죠. 계약하고서도 완전히 틀 잡는 데는 6개월 정도 더 걸렸죠.
리: ‘수포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어떤 점이 제일 그렇게 사람들이 수학에 대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라고 생각하세요?
김: 개념을 배워도 문제를 보면 어떤 개념을 써야 하는지에서 가장 많이 막히는 것 같아요. 분명 풀어봤던 문제인데도 조금만 꼬아서 내면 손을 못 대는 거죠. 그런 부분이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포기하게 되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해소해주고 싶어서 이런 툴을 만들어보려고 했던 거고요.
리: 그런데 요즘은 교과서도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려지고 그런 방식으로 잘 되어있지 않나요?
김: 제 기억에 문제 수나 설명이나 교과서는 항상 부족했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참고서도 학생들이 ‘저걸 읽고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저도 학원에 다니기는 했지만, 저는 정석을 가지고 혼자 공부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그냥 학원을 가지 그런 식으로 공부하는 학생이 별로 없잖아요.
리: 학원에서는 보통 어떻게 가르쳐요?
김: 조금 수준 낮은 학원에서는 그냥 애들한테 유형을 외우게 시켜요. 유형에 대한 풀이를 외워서 기계적으로 풀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래도 조금 높은 반에서는 사고력을 길러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요.
리: 사고력을 기른다는 게 좀 더 설명하자면 뭔가요?
김: 개인마다 조금 다른 부분인데, 저 같은 경우에는 학생 때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수첩 같은 데 적어놓고 그걸 외우다시피 계속 보면서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냥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잡아놓는 거예요. 사실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대여섯 시간씩 고민해도 안 풀리면 스트레스받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조금씩 단축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틀리거나 모르는 문제가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고민하다 보면 풀리겠지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사고력이 늘었던 것 같아요.
리: 어떻게 보면 문제 풀이하고는 완전 대치되는 방식 아닌가요?
김: 아까도 이야기했던 부분이지만, 저는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게 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해설 강의를 할 때 선생님이 앞에서 “이렇게 해볼까? 어때? 이러면 되지? 다음에는 이렇게 하면 되지?”하고 쭉 이어나가는데 저는 그때마다 속으로 억울했어요. ‘내가 저렇게 할 생각을 했다면 나도 풀었을 텐데, 나는 어떻게 해야 선생님이 하는 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했죠.
그런데 해설 강의를 듣다 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이렇게 하면 되지?’ 한단 말이에요. 그런 부분들이 학생들에게 수학을 어렵게 만든 것 같아요. 학생들이 자기가 문제를 받으면 ‘여기서 뭘 해야 되지?’하는 의문이 드는 건데, 그걸 해설을 안 해주고 ‘그냥 이렇게 하면 되지?’하고 답을 알려주는 거죠. ‘내가 이런 개념을 배웠지, 그러면 여기서는 이렇게 해보면 되지 않을까?’가 되어야 하는데 그냥 ‘이렇게 해볼까?’로 들어가는 거죠.
리: 말씀하신 부분이 가장 좋은 공부방법인 것 같긴 해요. 그런데 사실 몇 시간 동안 문제 하나를 붙들고 있는 게 오히려 비정상인 것 같기도 한데요.
김: 사실 공부를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는 생각하는데, 추천해주기는 버거운 방법이죠. 그렇게 시킨다고 할 수 있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싶은 거죠. 그래도 수업은 제가 계속 지켜볼 수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진행을 할 수 있죠.
리: 그러면 실제로 학생이 잘못된 풀이로 막혀 있으면 어떻게 가르치나요?
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개념은 다 갖고 있다고 전제를 할게요. 이게 항등식 문제인데, ‘네가 배웠던 풀이가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어떤 풀이를 써야 거기에 적합할까?’ 이런 식으로 질문을 계속 던져줄 것 같아요. 뭐가 적합하다는 이야기는 안 하고요. 항등식의 경우에는 계수 비교법과 수치 대입법이 있는데 그중 어떤 풀이를 쓰면 될 거 같냐는 식으로요.
리: 그러면 이것도 결국 개념을 외워서 하는 것 아닌가요?
김: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수학도 개념은 기본 베이스로 깔려 있어야 해요.
리: 사실 ‘외워서 하는 것’과 ‘체화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잖아요. 체화하기 전까지는 결국 외워서 가는 게 맞다는 건가요?
김: 풀이 자체를 외우는 것과 개념을 외우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수학 문제 푸는 것을 문을 여는 것에 비유하면, 개념을 익히고 외우는 건 열쇠를 가지는 거예요. 실제로 잠긴 문을 만났을 때 어떤 열쇠를 써야 하는지 까지를 외우는 게 수준 낮은 방식이라면, 저는 그거까지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어떤 열쇠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왜 그 열쇠야?’ 이런 질문을 많이 해요.
리: 그러면 열쇠 자체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은데, 그걸 이해하는 것 자체가 사실 문제를 풀면서 이해하게 되지 않나요?
김: 기초적인 문제들을 풀면서 긴가민가했던 개념을 익히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사실 개념에 대한 이해와 이걸 이용해서 상위 문제를 푸는 것은 다른 능력을 요하는 거죠. 여기까지 모두 암기로 해결할 거냐, 장기적으로 사고력을 기를 거냐에서 대부분 학원이 암기를 택해요. 가시적으로 성적이 오르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올리는 점수는 한계가 있다고 보죠.
리: 실제로 학원에서 가르칠 때는 어떻게 가르쳐요?
김: 학원에서는 한 반에 15~20명씩 하니까 일일이 케어하기는 좀 힘든 게 있어요. 대신 수업 중에 학생들한테 질문을 많이 해요. 만약 개념 A와 개념 B를 가르쳤는데, 이걸 제대로 이해했으면 개념 C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면 ‘지금 A와 B를 배웠지? 그러면 C는 왜 그런 것 같아? 나한테 설명을 해줘’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하죠.
리: 그런 ABC의 예를 들면요?
김: 근의 공식에서 판별식이 근의 공식 안에 있어요. 이게 양수일 때는 실근을 2개 가지는데, 왜냐면 √4(루트 4) 안에 있는 게 0보다 커지면 앞에 ±(플러스마이너스)가 있으니까 값이 생기는 거잖아요. 값이 생기니까 +일 때 1개의 실근, -일 때 1개의 실근 이렇게 나오는 거고, 이게 0이 되면 ‘중근’이라고 해서 근이 1개가 되잖아요. 0이니까 ±가 상관이 없어지니까요. 그래서 b/-2a만 근으로 가지게 되니까 중근을 갖게 되고, 그다음에 b2-4ac가 0보다 작게 되면 0 안이 음수가 되면서 허수가 되잖아요. 그러면 ±가 있으니까 얘도 +일 때 허근 하나, -일 때 허근 하나가 생기는데, 그럼 제가 판별식을 가르치면서 근의 공식을 써 놓고 이 b2-4ac를 가르치면서 이 b2-4ac를 판별식이라고 부르고, 이게 양수일 때, 음수일 때, 0일 때 각각 허근 2개 실근 2개 중근 하나 이렇게 가진다, 왜 그런 것 같냐 이런 식으로 막 질문을 많이 해요.
리: 그렇게 하면 과외는 그렇다 쳐도, 학원에서는 답답해하지 않나요?
김: 사실 학원 입장에서는 진도가 느리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대신 조금 쓸데없는 개념이나 이해하기 쉬운 개념은 빠르게 진행을 해요. 어차피 집에 가서 복습하는 애들이 드물어요. 그래서 항상 그다음 수업 시간에 전 시간에 배운 것에 대한 ‘리뷰 테스트’를 봐요. 그건 100점을 맞기 전까지는 통과를 못 해요.
리: 그럼 진도가 더 늦어지잖아요?
김: 아뇨, 수업시간보다 일찍 오게 해서 풀죠. 이건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근의 공식 안에 판별식이 있는데 왜 이게 양수일 때는 실근이 2개가 나오는지 설명하라’ 이런 문제를 푸는데 이건 100점이 아니면 통과를 안 시켜요
리: 통과 못 하면 그럼 어떻게 해요?
김: 그날 수업 끝나고도 계속 남아서 재시험을 봐요.
리: 굉장히 빡세게 굴리네요…
김: 개념은 반드시 익히고 있어야 활용이 가능하거든요. 그게 안 되면 수학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활용은 애들이 못해도 이해하고 넘어가는데, 개념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건 노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라 빡세게 가르쳤어요.
리: 어때요? 본인도 비슷하게 가르쳤어요?
최: 저는 전혀 다르게 가르쳤어요. 일단 질문을 가져오면 저는 이 문제에 어떤 개념이 쓰이는지 다 아는 상태잖아요. 그래서 이 문제에 쓰이는 개념이 3가지라면, 그 3가지를 각각 아는지 물어봐요. 그리고 이 중 하나라도 모르면 질문을 안 받아줘요. ‘네가 지금 이 개념이 부족하거든? 이거 다시 찾아보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그때 가져와’라고 돌려보내죠. 그런데 개념을 다시 다 공부했는데도 못 풀면 그때는 제가 이 책에 있는 알고리즘처럼 알려주는 거죠. ‘이때는 이 개념을 통해서 이걸 알아낼 수 있겠지?’ ‘자, 두 번째 개념을 통해서는 이걸 알아낼 수 있겠지? 그러면 이때는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걸 알면 좋겠지?’ ‘이 3개가 다 연결이 되어서 이 문제가 풀리는 거야. 너는 지금 개념은 다 배웠는데 이 개념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 걸 못 얻은 거야. 이 3개를 앞으로 꼭 외워두도록 해’하면서 빈도수를 알려주죠. ‘3개 중 이게 가장 많이 나오고, 그다음은 이거, 그리고 이거는 드물게 나와’ 이런 식으로요.
리: 이건 질문받을 때일 테고, 학원 수업할 때는 어떻게 했어요?
최: 일단 개념 수업은 일방적인 방식으로 해요. 그런데 바로 문제풀이로 들어가지 않고 그 전에 ‘이 개념을 통해서 뭘 알아야 할까?’를 가르치죠. ‘이럴 땐 이렇게 풀고, 저럴 땐 저렇게 한다는 걸 알아야겠지? 그리고 이 마지막 거는 외우도록 하자’ 이런 식으로요.
리: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요?
최: 예를 들어 여기 ‘분수로 표현한 항등식’ 부분을 보면요. 우선 여기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잖아요. 보통은 개념 배웠으니 문제 풀자로 넘어가는데, 그 전에 ‘이 개념을 배웠잖아. 그러면 니가 문제를 풀다가 분수식이 항상 일정한 값을 갖는다는 조건이 주어졌어. 그러면 뭘 해야 할까? 방금 배운 걸 토대로 생각하면 이렇게 해야겠지?’ 이걸 외우게 시키는 거예요. 사실 개념이라는 건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서 엄청 길어지기도 하거든요. 그걸 다 외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어떻게 하는지만 일단 외우고 문제풀이에서 이걸 반복하면서 개념이 강화되는 거죠.
리: 그런데 판단과 시행을 기계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면 사실 기존 문제풀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거 아니에요?
최: 네, 맞아요. 기존의 문제풀이 방식을 바꿨다기보다는, 학생들이 문제를 풀 때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풀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를 만들어낸 거죠.
리: 실제로 써 보니까 어떻던가요?
최: 학생들이 “이런 과정이 없으면 수학이 되게 추상적인 과목이 되는데, 이렇게 하니까 내가 공부를 했다는 게 느껴지고, 어디에서 막힌다, 뭐가 부족하다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리: 문제 풀고 정답 맞혀보고 해설만 봐도 뭐가 부족한지는 나오지 않아요?
최: 한 문제에서 개념이 여러 개 쓰이니까요. 그래서 두 번째 줄까지는 풀다가 세 번째 줄에서 막히면 거기가 부족하다는 건 아는데, 그 밑에 있는 문제를 모른다는 거죠. 해설지라는 게 딱 그 부분만 보고 덮는 게 아니잖아요. 자연스럽게 아래까지 쭉 읽게 되니까, 네 번째 다섯 번째 줄에 있는 걸 몰랐던 건데도 마치 자기가 원래 알았던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는 거죠.
김: 조금 부연하고 싶은데, 세 번째 줄에서 막히면 막힌다는 건 아는데 그걸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여기에서 근의 공식을 써서 풀었는데, 조금 꼬아서 내면 거기서 근의 공식을 써야 하는지 몰라요. 이런 걸 스스로 채울 수 있는 학생이 적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이런 상황에서 근의 공식을 써야 한다는 걸 알 수 있게 하는 판단과 시행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스스로 채우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땐 이 책에 있는 알고리즘을 써서 쭉 판단하며 내려오다 보면 지금 내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행으로 연결이 된다는 거죠.
직접 해봤기에 추천하는 방법, 알고리즘
리: 그런데 오히려 일반적으로는 알고리즘을 생각하지 않고 문제를 풀어야 자연스럽게 잘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굳이 이런 방법을 써야 할까요?
김: 저희도 이걸 실제로 시험에서 그대로 쓴다고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에요. 이 책을 쓴 게 수포자들한테 이런 알고리즘적 사고를 체화시켜주고 싶어서 만든 거거든요. 사실 1-2등급 맞는 학생들은 본인이 인지하고 있던 못하고 있던 이런 알고리즘적 사고 과정을 거치거든요. 그게 단순히 경험에 의한 축적일 수도 있겠지만, 각자 머릿속에 이런 수학 문제를 푸는 메커니즘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수포자 학생들은 그런 게 애초에 없고, 만들 줄도 모르는 거예요. 개념을 알아도 왜 이게 여기 쓰이는지 모르고. 그래서 최대한 많은 대표 유형을 풀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제시해줌으로써 다양한 판단을 스스로 하는 게 체화가 되어서 본인의 메커니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이 책을 만든 거지, ‘나는 이걸 다 외웠으니 시험 잘 볼 수 있을 거야’ 이런 걸 바라지는 않아요.
리: 그런 알고리즘을 본인도 적용시켜서 푸세요 그러면?
최: 네, 저는 실제로 제 머릿속에서 알고리즘을 적용시켜서 풀어요. 이 친구도 언제 어떤 개념을 써야 하는지 그런 게 머릿속에 다 잡혀있고요. 그런데 ‘수학은 문제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어요. 문제에서 조건을 주는데, 그걸 빠짐없이 모두 사용하면 답은 나오게 되어 있다는 말이죠.
리: 그렇게 머릿속에 정리가 되어있으면 제 생각에도 90%는 다 맞출 것 같은데, 사실 대부분은 이렇게 안 풀잖아요?
최: 이걸 다 외우라는 건 아니고, 이걸 빠짐없이 쓰면 답이 나오는데 그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모르는 거예요. 만약 조건 4개짜리 문제가 있으면, 거기에 어떤 조건이 있는지는 웬만하면 다 분석을 해요. 그런데 이 분석이 다 어떻게 구성되는지는 잘 몰라요. 그래서 이걸 하나하나 뜯어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죠.
리: 말씀을 듣다 보니 두 분이 가르치는 방식이 굉장히 다른 것 같은데요?
김: 사실 알고리즘이라는 걸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반발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수학의 왕도는 그게 아니거든요. 사고력을 길러줘야 하는데 너무 기계적으로 푸는 법만 가르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전달할 때는 사고력을 기르기보다는 조금 기계적일지라도 이걸 체화할 확실한 방법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죠.
최: 원래 이 친구는 머리가 좋았어요. 그런데 저는 되게 못했어요. 그 상태에서 처음에는 이런 것들을 기계적으로 반복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그게 복습 효과가 나타나면서 머릿속에 기억이 되더라고요.
리: 사실 개념을 익히기 위해서는 반복 학습이 중요한 것 같은데, 이 책은 문제가 왜 이렇게 적어요?
최: 대신 개념을 반복하는 거죠. 개념을 외우는 걸 반복하다 보면 판단과 시행뿐만 아니라 그사이의 연결고리를 해주는 개념들이 어느새 머리에 박혀있는 거죠.
김: 이건 정석 답변이고(웃음). 비하인드 스토리는 원래는 설명을 자세히 쓰고 하다 보니까 600~700쪽짜리 책이 됐었어요. 그런데 학생 입장에서 그렇게 두꺼운 책을 보고 싶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100의 효용이 있어도 아무도 안 보는 책보다는 80의 효용이라도 누구든 볼 수 있는 책을 택해서 원고도 줄이고 문제도 조금 줄였죠.
리: 일반적으로 수학교육 하면 쉬운 것부터 여러 번 돌리는 거를 많이 선호하잖아요. 쉬운 거 돌리고 중간 거 돌리고 어려운 거 돌리고. 그런 면에서 문제가 너무 적지 않나 싶단 말이죠.
김: 엄청 고난도의 문제는 일부러 뺐어요. 이 책의 목표가 1~2등급까지 올리는 책이었다면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이 책의 궁극적 목표는 이 책을 읽었을 때 3등급 초반, 머리가 괜찮으면 2등급 후반까지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책의 알고리즘이 대표유형의 80% 정도는 커버하는, 그래서 실수만 안 하면 7~80점을 맞을 수 있는 게 목적이에요. 그래서 어려운 문제를 넣지 않았고, 또 어려운 문제를 넣으면 알고리즘도 더 복잡해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어려운 걸 줄이고 단기적이고 확실한 목표를 제시하는 쪽으로 갔죠.
리: 인터넷 1타 강사나 이런 사람들은 어떤 점에서 잘 가르치는 것 같아요?
김: 제가 듣진 않았고, 친구 거 빌려서 몇 번 봤는데 사실 탁월하게 가르친다기보다는 교재가 엄청 좋더라고요. 같이 따라오는 교재 문제 퀄리티가 엄청 좋았어요.
리: 퀄리티가 좋다는 건 어떤 거예요?
김: 짜임새 있게 딱딱 맞아떨어진다는 거죠. ‘이걸 어떻게 생각해? 도저히 못 할 것 같은데?’ 이런 문제가 아니라 개연성 있게 다음 풀이로 잘 넘어가는 거죠.
최: 저는 여러 인강을 들었는데 스타강사라고 하는 분들은 각자 특색있는 노하우가 하나씩 있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스타강사 분은 개념이 중요하다면서 개념을 이미지화시켜서 머릿속에 잘 박히도록 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고, 또 어떤 분은 문제를 많이 푸는데 지루하지 않고 지치지 않게 잘 푸는 노하우를 갖고 계신 분도 있고요.
리: 보통 개념 위주로 풀거나, 문제풀이를 계속하면서 이해시키거나인데 이 책은 어느 쪽인 것 같아요?
최: 둘 다 아니죠. 제가 이 방법을 택한 건 제가 둘 다 해봤는데 안 늘어서, 저만의 방법을 찾다가 만들어낸 거거든요. 개념을 해도 안 오르고, 문제도 100문제 200문제 풀어도 안 오르니까 ‘왜 안 되지?’한 거죠. 그러다 이 방법을 개발하게 된 거죠.
리: 그럼 고등학교 때 이 방법을 생각한 거예요?
최: 실제로 고등학교 때 제가 성적을 올린 방법이에요. 제가 1학년 때 모의고사를 치면 50점대가 나오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걸 만들어내고 나서는 실수가 있다 보니까 100점은 못 맞아도 90점대는 늘 맞았죠.
리: 그런데 사실 알고리즘을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개념을 머릿속에 다 넣어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 아니에요?
최: 개념을 넣어서 만들었다기보다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 하나하나를 다 분석해서 수첩에다 쫙 적어놨어요. 그러다 보니까 비슷한 것들이 있어서 이걸 합치면 되겠지? 이렇게 하다가 만들어낸 거죠.
리: 듣다 보니까 알고리즘이라는 게 결국 어떻게 푸는 게 맞을지를 생각하게 하고, 그런 수학적 사고에 대한 또 다른 접근 방식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사실 그런 게 단답형 문제는 쉽게 적용이 되는데, 수능 수준에서는 이게 두세 개가 조합되잖아요.
김: 사실 이 책이 (상)이잖아요? 이건 수포자 학생을 위한 독학용, 내신용이고 수능용을 따로 준비하고 있어요. 이건 정말 외워서 쓰라기보다는 어떤 물음이 있는지를 스스로 더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지금 (상)은 순서대로, 화살표대로 물음을 해결해가는 거고 수능용은 순서가 크게 중요하지 않게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거죠.
리: 사실 혼자 공부하려면 힘들잖아요. 수학은 특히 더 그렇고요. 그럴 때 어떤 도움을 받아서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요? 막 제곱근이 뭐지? 하면 사실 욕 나오잖아요.
김: 사실 처음은 다 어려워요. 그래도 이게 혼자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책이니까 그래도 조금은 참으면서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죠. 그리고 또 강의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무료로 올릴까 하는 생각도 하고는 있어요.
최: 이건 오픈한 적 없는 노하우인데 계속해서 이미지화를 시키면서 하는 거예요. 이쪽에 음수가 있는데 저쪽에 제곱근이 있고 이걸 합치면 마이너스가 나온다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기억에 오래 남는 장점이 있고, 이렇게 하다 보면 사실 안 신나기는 한데, 그래도 신나는 척은 되더라고요.
리: 다른 과목도 잘하셨을 텐데, 수학 공부와 다른 과목 공부가 좀 달랐던 점은 어떤 게 있는 것 같아요?
최: 저는 사실 영어 빼놓고는 다 같은 방법으로 공부를 했어요.
김: 저는 수학이나 과학이 되게 재미있었는데, 영어 단어 외우는 건 너무 싫었어요. 이건 그냥 의미 없이 외우잖아요. apple은 왜 a 다음에 pple이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되잖아요. 어원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그것도 그냥 문자 나열이고요. 그래서 그냥 기계가 된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수학이나 과학은 이해하면 암기가 잘 되어서 재밌게 공부했어요.
리: 본인은 수학 공부할 때 학교나 학원, 과외가 도움이 좀 됐나요?
최: 저는 학교 수업은 내신 때문에 좀 들었는데, 학원 수업은 잘 안 들었어요. 그냥 제가 이용을 했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게 아니라 제 방식대로 변환했어요. 그걸 가지고 선생님한테 가서 “제가 오늘 수업 내용을 이렇게 바꿔서 이해하려고 하는데 오류 같은 건 없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용도로 학원을 이용했죠.
리: 다른 과목도 그렇게 공부했어요?
최: 영어만 빼고요. 국어도 힘들긴 했는데 만들다 보니까 되더라고요. 그런데 영어는 시간이 부족했고, 재미를 붙이기도 힘들었어요. 적성에 안 맞았던 것 같아요.
리: 정말 독특한 학습법 같은데, 궁금한 게 이걸 남들이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이거대로 할 수 있을까요?
최: 사실만 말씀드리면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 모두 이 방법을 적용했어요. 처음에는 독특하니까 흥미를 유발했고, 기간이 지나면서도 계속 잘 따라오고 나중에는 저처럼 문제를 푸는 학생도 있더라고요.
리: 어떤 학생이 잘 맞았나요?
최: 학원 여기저기 다 다녀보고 했는데 별 소득을 못 봤던 학생들이 그랬어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개념접근법, 문제풀이 접근법 모두 잘 안 맞았던 저 같은 학생들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개념을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포인트가 뭔지 모르겠고, 진짜 가슴에 손을 얹고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오르는 학생들이 있잖아요. 문제도 진짜 막 200문제, 1000문제씩 푸는데 안 오르는 학생들이 이걸 만나면서 ‘이런 식으로 포인트를 잡으면 되는구나’를 느끼면서 반복하고, 그러다 보면 개념까지도 더 확실해져 있는 거죠.
리: 판단과 시행 단계에서 본인들은 암기를 좀 했나요?
최: 저는 처음에는 외웠어요. 정리하고 합치고, 합치고 정리하고 그걸 다시 계속 외웠죠.
김: 저는 이 책을 4~5 이하 등급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게 수포자들을 위한 콘텐츠나 학원이 부족해요. 학생들이 학원 고르는 기준이 그냥 전교 1등이 다니는 학원, 엄마들이 데려가는 ‘성적 잘 나오는 학원’이거든요. 저는 학원에서 잘 가르치는 것도 물론 있겠지만, 그건 기본적으로 잘하는 학생들이 많이 몰려서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그런 학원에서는 잘하는 애들 위주로 챙기지 수포자 애들은 잘 케어 안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또 과외를 해야 하는데, 이게 한두 푼도 아닌데 또 대학생이나 이런 친구들이 무성의하게 애 성적이 오르든 말든 나는 시간 때우고 돈만 받아가면 된다고 하는 마인드인 경우도 있고요.
리: 그래도 과외 하면 어지간하면 오르지 않아요? 제가 과외 할 때도 안 오르는 애들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김: 안 오르는 경우가 있어요. 어쨌든 수포자들이 의지할 데가 적어요. 특히 수포자를 위한 책이 없죠. 기존 학습서들은 독학하기 어렵거나, 문제만 엄청 많거나 그러거든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많은 곳을 따라갈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실력이 될 때까지는 독학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책을 4~5등급 아래의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거고요.
리: 본인은 몇 등급을 생각하고 만드셨어요?
최: 저도 타깃팅은 비슷해요. 열의만 있다면 수포자도 정말 이해하기 쉽게 쓴 독학용 교재에요. 거기에 더해서 교육자분들이 저희의 알고리즘을 그대로 적용할 필요 없이 추가할 부분은 추가하고 생략할 부분은 생략해가면서 교육용 서브 교재로 쓰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리: 책에 저자소개가 안 나와 있어요. 책은 어쩌다가 쓰시게 된 거예요?
최: 제가 처음에 제안했는데, 제가 이 아이디어로 직접 힘든 시기를 극복했잖아요. 이 방법을 통해서 누군가가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하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런 걸 더 많이 하고 싶었던 거죠.
리: 앞으로도 교재 제작이나 강의 쪽으로 나갈 생각이에요?
최: 과외나 학원은 아직 잘 모르겠고요, 책 쪽으로는 아직 욕심이 많이 남아있어요.
리: 그러면 그런 걸 더 하기 위해서 대학원을 간다거나 이런 것도 생각을 하시나요?
최: 이 책을 쓰고나서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책을 쓸 수 있을까? 뭘 해야 될까? 이런 것들을 계속 고민하죠.
리: 원래 전공은 뭐예요?
최: 원래는 공대 산업경영공학과에요. 지금 아직 졸업은 안 했는데 사실상 이미 관뒀어요. 아까 제가 누구를 가르치면 사명감을 느낀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학원 선생이든 과외 선생이든 책을 쓰든 누구를 교육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리: 알고리즘 과학 이런 책도 쓰고 싶으세요?
최: 기회가 따라줄지는 모르겠지만 죽기 전에 꼭 써보고 싶어요. 또 책은 수업에 비해서 전달력이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구도를 잡아야 더 전달력을 높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죠. 이 책도 나중에 개정하고 싶고요.
리: 수능은 언제 보셨어요?
최: 2012년에 2013학년도 수능을 쳤죠.
리: 대학은 같이 때려치웠어요?
김: 저는 합격하고 등록을 안 했어요.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치기였다 싶기도 한데, 저는 제가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은 게 있을 때 대학을 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대학을 가도 그냥 취직을 위한 단계가 되기만 할 것 같아서 애초에 진학을 안 했어요.
리: 진학 안 하고 학원 선생이나 과외를 하셨던 거예요?
김: 제가 성인이 되고부터는 부모님께 지원을 안 받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돈 벌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는데 남는 게 공부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쪽으로 간 건데 적성도 맞고 흥미도 있는 것 같아요.
리: 다른 공부 하고 싶은 것도 있어요?
김: 금융 쪽을 공부해보고 싶어요. 대학을 가야 할까 어떻게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가치투자 관련된 것들을 많이 읽는데 이게 대학 가서 배울 수 있는 건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그래서 대학을 갈 생각은 아직 없어요.
리: 교육이나 이런 건 어때요?
김: 교육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한평생 업으로 삼겠다 이런 건 아직 섣부르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또 교육 쪽 일을 하려면 대학도 가야 하고요.
리: 과외만 뛰어도 되잖아요? 거기에는 경력이 필요 없으니까요.
김: 사실 과외도 대학생이랑 대학원생이 아니면 불법이라서요.
최: 사업자 신고하고 세금만 내면 불법 아니에요. 다 찾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