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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기 종합 지원센터”는 숙대입구역에 있는 노숙인 지원 센터이다. 필자가 찾아간 날은 선선하던 가을 날씨가 갑작스레 초겨울 날씨로 바뀐 날이었다. 센터의 노숙인들은 입구와 지하실에 모여 다가올 겨울나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쁜 와중이었지만, 사업지원팀의 안상협 씨가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썰: 다시서기 종합 지원센터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안: 다시서기 종합 지원센터는 노숙인들, 즉 저희가 “거리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주거취약계층에 있는 분들을 위해서 잠자리 지원, 무료급식 지원, 주거지 지원 및 취업 연계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응급보호라던가 쉼터시설과의 연계 등 여러모로 거리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썰: 센터는 어떤 자금으로 운영되는지요?
안: 저희 센터는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자금으로 대한성공회유지재단에서 위탁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썰: 서울시에 노숙인은 몇 명 정도 되나요?
안: 전체 집계로 봤을 때는 4,500명에서 4,700명 정도가 있습니다. 물론 정확한 집계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근에 집계해본 결과 서울역 인근 지역에 400명에서 450명 정도의 노숙인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썰: 센터에서는 몇 끼를 지원하나요?
안: 저희 센터에서는 저녁급식 한 끼만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서울시에서는 서울역 14번 출구 앞에 채움터라는 곳을 운영 중입니다. 그곳에서는 교회 및 여러 단체가 협동하여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거리배식은 명동 등 시내에서 진행되었는데, 인권적으로나 도시 미관상으로나 문제가 많다는 의식에서 채움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썰: 다시서기 종합 지원센터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은 몇 명인가요?
안: 11월 1일까지는 170명 정도를 배식하였고 11월부터 2월 말까지는 200명 정도를 급식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노숙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
썰: 노숙인 이 되는 이유는 얼마나 다양합니까?
안: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장애가 있으신 분, IMF때 사업 실패하신 분, 사업실패를 하신 분들의 자녀들 및 보육원 출신 등이 있습니다.
흔히 생각하시는 것이 집이 없으면 노숙인 이 된다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노숙인들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었다는 것입니다. 주거공간이나 일자리가 없어도 사회적 관계가 살아 있으신 분들은 친구나 가족의 도움으로 노숙생활을 벗어나곤 합니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그분들은 노숙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썰: 노숙인 분들은 겨울나기가 가장 힘들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이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요?
안: 노숙은 극한 생존입니다. 혹한기가 오면 거리의 선생님들은 모두 응급상황입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거리에서 계시는 분들이 술 없이는 잠을 주무실 수가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심장질환이라던가 체온저하로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이 생깁니다.
저희가 제일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24시간 아웃리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역, 남대문, 용산역 주변 거리에 나가서 노숙인들과 상담을 하고 병원이나 잠자리를 안내해 드리는 응급보호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또한 핫라인을 개통해서 경찰, 119, 구청 등 노숙인 신고를 하면 즉시 출동을 하여 응급보호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잠자리는 술을 드신 분은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서울 시내 노숙인 쉼터 대부분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술 때문에 보호망 바깥에 많은 분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저희는 응급대피소를 마련하여 술을 드신 분들도 위험 없이 주무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썰: 그렇다면 제가 길에서 노숙인을 보았을 때 가장 옳은 선택은 핫라인에 전화하는 것인가요?
안: 네, 그렇습니다. 일단은 대부분의 일반인이 노숙인이라 하면 불쌍한 마음에 돈을 주거나 인근 상가에서 밥을 사거나 하는데 이러한 일회성 선의는 그분들께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분들은 보호체계에서 주거 지원, 일자리 지원, 잠자리 지원 등 체계적인 서비스를 받는 것이 시급한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보호망 밖에 있는 노숙인 중 지역주민들의 선행이 계속되어 그 지역을 떠나지 않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최근에 서초동에서 어떤 분을 모시고 왔는데 이분이 하룻밤 지나고 다시 서초동으로 가셨습니다. 왜 가셨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여기 앉아있으면 누가 술도 주고, 돈도 주고, 밥도 주고 해서 센터에서 술도 못 마시게 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셨습니다.
썰: 그 외에 시설에 오기 싫은 이유가 있을 텐데 무엇이 있을까요?
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저희가 시설 만족도 조사나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설문조사를 많이 합니다. 그러면 제일 많이 나오는 답변이 “단체생활을 하기 싫어서”입니다. 규율과 규칙을 지키기 어려워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있는 것이 싫은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리고 각 쉼터나 시설에 오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결핵이라든가 전염성 질병이 있으면 병원 쪽으로 연락하여 치료부터 받도록 진행을 하는데, 노숙인 중에 세상을 피해서 숨어들어오신 분들, 신분을 노출하기를 꺼리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센터나 각 시설 같은 경우에는 적어도 주민등록번호 또는 이름은 있어야 보호를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썰: 서울시 노숙인 분 중 “다시서기 종합 지원센터”를 통해 다시 일어서시는 분들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안: 쉽게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쉼터나 시설 노숙인 분들과 거리 노숙인들의 비율은 대략 10대 1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활에 성공하는 비율은 쉽게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이분들은 노숙 이전에는 누군가의 부모, 자식이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단순히 노숙하지 않는다고 해서 완전한 자활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썰: 그렇다면 시설의 보호가 필요 없어진 분들은 얼마나 될까요?
안: 노숙인 분들이 노숙생활을 접고 계약직으로 쪽방에라도 들어가는 경우는 10%가 채 안 될 것 같습니다.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더라도 노숙인 출신이라고 차별대우 받으시는 경우도 있고, 또 노숙생활에 익숙해진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하다가도 첫 달 월급을 받으면 다시 거리로 나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국, 열에 아홉은 노숙생활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노숙생활을 벗어나신 분들이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노숙인들 간의 관계망 때문입니다. 노숙인들 사이에는 친하든 친하지 않든 간에 동료라는 의식이 있습니다. 또한, 서울역에는 무료 급식소인 채움터와 무료 진료소, 옷방, 샤워실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숙인들이 이를 악물고 바득바득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서울역과 센터에 발길을 끊기가 쉽지 않습니다. 새로 얻은 직장에서 동료들과 어울리기도 어렵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도 어렵기 때문에 노숙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이런 내용은 긴 호흡을 가지고 데이터를 축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의 노숙지원체계는 굉장히 긴급한 사안들에 대해서 대처하고 준비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장기적인 조사를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노숙인 지원의 실제,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
썰: 노숙인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는 정책이 실효성이 있나요?
안: 네. 무척 좋습니다. 노숙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이 핸드폰입니다. 일을 구하거나, 나갈 때 핸드폰이 가장 필요합니다. 취업할 때, 주소는 없어도 핸드폰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거리선생님들이 선불폰을 가지고 있습니다.
썰: 세금으로 급식을 제공하고 핸드폰도 제공하니까 노숙인 분들이 노숙생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비판적 견해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 복지병이라 하죠. 식사도 옷도 의료도 제공되니까 결국, 계속 노숙생활에 머무르게끔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씀들을 하세요.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공감합니다. 허나 덧붙이자면 일반인들은 겨울에 외투 서너 벌, 티셔츠 다섯 장, 바지 서너 개 있으면 계절 보내잖습니까. 그러나 노숙인 분들은 세탁을 못 하기 때문에 외투를 10개씩도 사용하십니다. 입다 버리니까 그렇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과잉서비스로 비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필요한 것들입니다. 의료 지원도, 급식 지원도, 응급 지원도, 잠자리 지원도, 모두 필요합니다. 열 명의 일반 수급자들이 있고 두 명의 부정 수급자가 있다고 해서 두 명 때문에 서비스를 없애버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 수급자를 걸러내고 서비스가 온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입니다.
썰: 기본적인 의식주 외에 심리치료나 사회화 과정은 어떻게 지원되고 있나요?
안: “마음세우기”라는 심리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문화 프로그램 등이 있긴 한데 본인의 의지 없이 강제할 수 없습니다. 알코올 중독인 분들을 위한 센터가 따로 있고, 정신과 문제가 있는 분들을 위해 “정신사회관리팀”이 존재합니다.
저희 센터의 큰 부분 중 하나는 거리상담입니다. 센터에서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어 있으나 센터를 방문하는 일부 노숙인들께만 알려집니다. 오히려 그 프로그램이 절실한 분들은 센터를 이용하지 않으시는 거리 노숙인 분들입니다. 이분들에게는 거리 상담이 유일한 홍보 창구입니다. 여전히 홍보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썰: 일반시민이 노숙인들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런 편견들에 대하여 오해를 좀 풀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안: 일단 노숙인은 무섭다, 냄새난다, 알코올 중독일 것 같다, 잠재적인 범죄자일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쉼터나 시설에서 신원이 확인되고 자활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전체 노숙인의 90% 이상입니다. 거리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노숙인은 전체 노숙인의 소수일 뿐입니다.
언론에서 노숙인들의 단편적인 모습들만 찍어서 내보내기 때문에 위협적인 범죄자들이 노숙인의 모습으로 알려져 있어 안타깝습니다. 대부분은 가족을 찾기 위해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오늘도 이력서를 쓰고 취업 면접을 보고 일용직을 하고 계십니다.
썰: 마지막으로 저나 이 인터뷰를 읽는 사람들이나 가장 먼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일까요?
안: 첫 번째로는 관심입니다. 즉 핫라인을 이용해주시면, 노숙인들의 생명보호와 자활에 큰 도움이 됩니다. 노숙인을 발견했을 때는 서울시 노숙인 위기대응 콜센터 1600-9582(구호빨리) 로 연락을 주시면 가장 좋습니다. 두 번째로는 의류 등의 물질적 후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동절기에는 침낭 등의 방한용품 후원이 절실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다시서기는 연극 프로그램과 인문학 과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예산은 대부분 주거지원이나 일자리지원으로 편성되고, 다른 예산이나 후원에 대하여 달갑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노숙인들은 일자리와 주거지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노숙인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부족합니다.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고 세울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이 정말 필요합니다.
썰: 문화에 대한 후원은 재능기부 쪽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안: 첫 번째로는 저희 연극단이 있습니다. 2011년부터 운영을 했는데 지금 4년째 대학로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습니다. 노숙인 분들이 연극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이렇게 살지 말자고 생각을 하십니다. 공연과정의 성취감도 있습니다. 여태까지 프락시스라는 극단에서 후원을 받아서 연극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지원이 중지되어서 이분들이 현재 연극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노숙인들은 가슴이 다 무너진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자존감이 조금만 높아질 수 있다면 사회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연극이라던가 인문학 공부를 통하여 자기 성찰을 함으로써 가능합니다. 하루하루 잠자리와 식사만 해결된다고 해서 노숙생활을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하고 자기 자신을 다시 잡을 수 있게 하는 활동들이 문화프로그램입니다. 이에 대한 시민 분들의 관심과 호응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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