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배당은 거짓말하지 않는다>이라는 귀한 책을 접하게 된 건 투자자로서 커다란 행운이었다. 물론, 배당투자가 어떤 투자보다 낫다는 무조건적인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투자를 위한 전략수립 시 배당투자를 먼저 고려해야 할 많은 이유를 이 책에서 찾게 됐다.
투자에 있어 피할 수 없는 문제: 정보의 비대칭성(역선택)과 대리인 문제
투자는 태생적으로 모순을 가지고 있다. 미래를 현재 시점에서 예견해야 한다는 건데, 누구도 가보지 않은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를 ‘불확실성’이라 부른다. 이는 시장의 본성이다. 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적 관점의 부재지만, 이미 배당은 장기투자를 전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A. 정보비대칭성 문제, B. 대리인 문제라는 두 가지 원인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자.
먼저 A.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 마치 중고차시장에서 구매자는 중고차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처럼 투자자에게 잠재적 리스크가 된다. B. 대리인 문제는 단기적이고, 사적인 수익추구, 도덕적 해이와 깊이 연관되어 있고, 불거질 때까지는 정말 알 수 없다. 특히 국내 기업의 독특한 지배구조에서 더욱 심각하다.
다음으로 B. 대리인 문제: 기업을 이해관계자 간 계약관계의 집합체로 보는 대리인이론 관점에 의하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소유구조에서는 정보의 불균등한 상황으로 인하여 경영자가 기업가치 극대화 내지는 주주의 부 극대화 목표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효용추구 유인을 갖게 된다.
기업에서의 대리인문제는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정보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대리인 (Agent)인 경영자가 주인인 주주의 이익에 위배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발생하는 비경제성 또는 비효율성의 문제로서, 이로부터 기인하는 대리인비용은 기업 측면에서는 기업 가치의 감소를 초래하고, 나아가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문제로 인한 시장 역할의 축소 내지는 시장실패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위의 문제들과 배당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이들 문제는 결국, 해당 기업의 장기 경쟁력과 CEO 능력을 알기 힘들다는 문제와 이어진다. 다음 항목에 다룰 배당신호이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신호이론: 배당의 증가는 기업이익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예언
배당은 어떤 의사를 전달하는 신호(signaling)와 같다. 이 부분에서 대리인 문제가 표상된다.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이론으로 정립한 것이 ‘배당신호이론’이다.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는 정보비대칭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배당은 기업정보를 투자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여기서 더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은 이 신호가 현재보다, 미래에 일어날 무언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배당은 현실이다. 배당은 실제로 돈을 나눠준다는 것에서 단순히 장부상 이익개선보다 훨씬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왜 그럴까? 기업과 경영진이 배당을 늘리기로 했다면,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밖에 없다. 회사이익이 늘어났거나, 향후 더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배당을 인상했다가 실적악화로 배당을 삭감하게 되면 주주들은 경영진의 능력에 의구심을 품을 것이고, 높은 배당금(증가가능성/지속성)에 이끌려 투자했던 사람들은 주가를 폭락시킬 것이다. 따라서 기업경영진은 배당을 인상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종종 형식은 본질을 표상한다. 배당의사결정에 녹아있는 논거에 비대칭성과 대리인 문제를 상당히 완화시키는 자기증명적 구조가 있다. 쉽게 말해 배당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지급해왔고 또 증가시킨다는 의사결정자체에 경영자 스스로 능력있고 장기적 기업가치 향상과 주주가치 재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잠재된 리스크의 수위가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이러한 사실이 간과되는 이유는 인간의 투기적 탐욕(단기 수익에 대한 욕구)과 인내심 부족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배당은 일반 투자자들이 사전에 알기 힘든 잠재된 리스크에 대한 훌륭한 나침판 역할’을 함을 분명히 이해했다는 것이다. 배당신호이론에 대한 더 심화된 내용을 보시려면 역자 홍춘욱 박사님의 논문과 요약을 참조하자.
진리는 늘 단순하다. 마찬가지로 배당도 지극히 단순하다. 번 돈이 있으니까, 남는 게 있으니까 그것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배당은 직접투자자들에 지급되는 ‘현실’의 돈일 뿐만 아니라, 손익계산서 혹은 대차대조표의 숫자와는 달리 기업이 실제로 이익을 내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이다.
물론 배당이 인상되었더라도 주가는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배당수익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기에 주가의 하단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배당이 지급되지 않는 기업은 주가 하락을 완충시켜주는 안전판이 없어 훨씬 더 큰 등락폭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자체적인 자산배분 기능까지 행해주는 배당투자
자산배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돈 좀 굴려봅시다(홍춘욱 저)> 를 조금 인용해 보자. “자산배분전략이 전체 수익률에 무려 91%의 영향을 미치며, 종목 선정이나 매매방법 등의 영향은 7%에 불과하다”고 한다. 왜 그럴까? 저자 홍춘욱 박사는 “다름 아닌 시장을 이기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기 때문이다” 라고 언급하고 있다. (252p이하)
자산배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가격 변화의 방향이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채권(안전자산)과 주식(위험자산)은 음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배당에 주목하면 자체적으로 자산배분이 이뤄진다. 배당투자가 자산배분 효과가 있다는 건 기본적으로 채권(배당=이자), 주식(자본차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고, 심지어 재투자효과(복리), 인플레방어효과(배당증가)등 속성이 다른 여러자산을 동시에 보유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를 위한 분석시간을 줄여주고, 관리도 편하게 만들어 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투자의 훌륭한 보조지표의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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