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불공평하다. 한 사람에게 하나의 재능만 주셔도 충분할 텐데, 굳이 두 세 개를 몰빵해서 주신다. 특히 운동선수들이 그렇다. 자신의 영역에서 만렙을 찍으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봐서 그런지 다른 영역들도 너무 능숙하게 소화한다. 보면 볼수록 질투 나는 그들의 활약상을 살펴보자.
1. UFC 김동현
한국인 최초로 UFC 10승을 찍으면서 ‘한국형 종합격투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김동현. 주짓수 기술을 베이스로 상대방을 넘어뜨린 다음 ‘스턴건’과 같은 펀치 세례로 UFC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링 밖에서는 날카로움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특히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그의 허술함을 전 국민에게 알린 무대나 다름없었다. ‘10명이 달려들어도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며 호언장담하더니 순식간에 뒤로 넘어지는 황당한 상황에 김동현도 울고, 격투기 팬들도 울고…
하지만 2016년에는 말쑥한 슈트를 입고 광고도 찍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현빈과 하지원이 선보인 ‘입술 거품씬’을 보여주면서 어쩐 일로 말쑥한 모습을 보이는가 했지만, 알고 보니 무좀 광고였다는 반전…
2. 축구 정대세
인민루니 정대세. 개마고원의 매서운 바람을 닮은 그의 돌파력은 적어도 아시아급에서는 막을 선수가 없다.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0 월드컵. 그야말로 ‘캐리’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며 활약한 결과, 소속팀을 44년 만에 본선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이 거친 남자에게 숨겨진 스윗함이 있었으니 SBS 예능프로 〈동상이몽 시즌2〉을 통해 아내와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그라운드에서의 거친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아내 눈치를 보는 평범한 남편 정대세의 매력은 해당 프로그램을 14주 연속 동시간대 1위로 만들었다.
이런 대세에 힘입어 CF도 찍었다! 최근에 공개된 케이뱅크 홍보영상에서 미모의 와이프 명서현과 동반 출연, 실제 부부의 케미를 선보여 화제가 된 것. 생활밀착형 연기를 통해 케이뱅크의 장점을 뻔뻔하게 이야기하는 정대세의 코믹하고 능청스런 모습이 매우 인상 깊다.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빠르게 사람들의 실제 삶에 파고드는 케이뱅크의 특징과도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많다.
[정대세x케이뱅크] 허세대세의 남자이야기. 무려 3부작의 주인공이다!
3.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한국 피겨의 기적, 빙판 위의 여제, 김연아. 현역 당시 세계신기록을 11회 경신했으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피겨 선수로 남았다.
김연아의 진가가 가장 발휘된 것은 2009년 세계선수권. 여자 선수 최초로 200점을 돌파하면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하였고, 당시 AP통신은 ‘경쟁이라기보다는 즉위식에 가까웠다’는 표현으로 극찬한 바 있다.
은퇴 이후에는 본격적인 CF 퀸으로 변신했다. 제이에스티나와 같은 럭셔리 라인부터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까지, 사람들이 이름을 들어본 브랜드 광고에는 모두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도면 질릴 법도 한데 이상하게 그렇지가 않다. 왜냐하면, 너무 이쁘거든(…)
4. 배드민턴 이용대
배드민턴이 낳은 국민 남동생, 이용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금메달을 따냈다. 무려 12년만의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이라서 더욱 뜻깊었다.
올림픽 이후, 180이 넘는 키에 74kg의 우수한 하드웨어를 앞세우며 각종 모델로 활약했다. 질레트, 노스페이스 등 세상 훈남들은 한 번씩 거쳐 간다는 메이커는 다 출연했다. 08년 당시 광고전문가들이 뽑은 올림픽 CF 스타 1순위였을 정도.
잡지 화보도 많이 찍었다. 하지만 그중 하나가 최고의 흑역사로 남고 말았으니… 일명 ‘짜잔’ 짤이 탄생하고야 만 것이다. 덕분에 코트에서의 활약만큼 인터넷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5. 야구 박찬호
코리안 특급이라는 칭호가 가장 어울리는 선수.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통쾌한 스트라이크로 국민들의 설움을 풀어주었던, 야구를 넘어 한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다. 특히 누가 잡아당기듯 꺾이는 파워 커브는 세계 최고의 타자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10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리게 만든 원동력이다.
‘최고’라는 이미지 덕분에 한국에 현존하는 셀럽 중 그 누구보다 많은 광고를 찍기도 했다. 심지어 삼보컴퓨터의 경우 박찬호를 모델로 기용한 이후 회사의 건물을 바꿀 정도의 성장을 보였다는 후문도 있었다.
하지만 예능에서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충격에 가까운 감정을 스트라이크처럼 꽂아 넣었다… 마운드 위에서 과묵한 모습과 다르게 그의 일상이 매우, 매우, 수다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긴 별명은 ‘투머치토커’(…) 시끄러워도 어쩌겠는가. 찬호 형의 스트라이크를 보며 소리 지르지 않은 자만 형에게 돌을 던질지어다…